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82
82. 임무 유형,토벌(2)
육중한 체구에 걸맞지 않은 속력. 흑룡은 10m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혀왔다. 뒤로 내뻗은 왼손이 발톱 을 드러내며 꿈틀거렸다. 나는 방패 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벨키스트.”
“알고 있소!”
후웅!
통나무처럼 두꺼운 왼손이 휘둘러 졌다.
나는 자세를 낮춘 채 방패를 앞에 내세웠다.
카아아앙!
방패가 단숨에 우그러지며 칼날 자국이 패였다.
몸 전체가 튕겨 나갈 듯한 중격이 몰려왔다. 나는 쓰러지지 않기 위해 몇 발자국이나 물러나야 했다. 동시 에 놈의 오른손이 휘둘러졌다. 벨키 스트와 네리사가 달라붙었다.
화르특!
나와 두 명이 공격을 무마하는 사 이,화염이 흑룡의 얼굴을 직격했으 나,
[해당 몬스터는 마법 면역입니 다!]효과음과 함께 면역 메시지가 떠 올랐다.
“다음,꼬리!”
나는 방패를 거두며 급하게 물러 섰다.
전갈처럼 위로 뻗은 꼬리가 전방 을 휩쓸었다. 엎드린 벨키스트의 머
리 위로 칼날처럼 날이 선 꼬리가 스쳐 갔다. 잘린 머리칼 몇 가닥이 휘날렸다.
“어떻게 하면 되겠소. 공격이 통하 지 않는다면!”
쾅!
오른 손톱이 벨키스트가 있던 곳 을 헤집었다.
벨키스트는 모랫바닥을 빠르게 구 르며 범위에서 벗어났다. 벨키스트 를 노리고 뻗어진 왼손을 내가 검으 로 쳐냈다. 강한 반탄력이 전해졌 다.
핑핑핑핑!
단궁으로 무기를 바꾼 제나가 화 살을 쉴 새 없이 쏘아댔지만 통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 부서진 화살 파편이 맥없이 떨어졌다.
흑룡의 왼손이 휘둘러졌다.
나는 몸을 비틀어 가까스로 피했 다. 손가락마다 길고 날카로운 발톱 이 달려 있다. 공격 범위가 보통 넓 은 게 아니었다. 오른손도 사정은 같다. 꼬리의 비늘은 날이 서 있어 칼날과도 같았다.
나는 뒤로 크게 물러났다.
흑룡의 입이 벌어지더니 내가 서 있던 장소를 씹었다. 턱 안으로 드
러난 톱니 같은 이빨이 하얗게 빛났 다. 동시에 왼손과 오른손,그리고 꼬리. 놈은 전신을 무기로 삼아 우 리를 몰아쳤다.
‘공격 대상은.’
나는 놈의 공격 패턴을 분석했다. 주 대상은 나와 벨키스트. 앞에 있
는 것들부터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제나와 이올카에게는 손을 대지 않 았다. 나는 놈의 발톱을 피하며 말 했다.
“제나,이을카,나한테서 가능한 멀리 떨어져.”
“아,알았어요!”
두 명이 허둥지둥 떨어졌다.
“너희도 가라.”
왼손과 오른손이 함께 휘둘러졌 다. 열 개의 발톱이 공간 전체를 휩 쓸었다.
나는 방패와 검으로 두 개분의 발 톱을 튕긴 다음 드러난 틈새에 몸을 숨겼다. 발톱으로 헤집어진 모래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무슨 소리요. 가라니.”
“말 그대로다. 이 새끼는 나 혼자 상대한다.”
“뭐라? 돌으셨소?”
카가가각!
벨키스트가 내려꽂히는 꼬리를 검 으로 흘려냈다.
벨키스트 뒤에 있던 네리사가 독 묻은 단검을 투척했다. 비늘의 틈을 노린 단검이 튕겨 나갔다.
[해당 몬스터는 물리 면역입니 다!]“이놈은 한 명만 공격하는 성향이 있어. 전부 달라붙으면 체력 낭비 다. 그리고……
나는 필드 구석에 꽂힌 흑룡의 비 늘을 보았다.
비늘에서 검은 기운이 새어 나왔 다. 검은 기운이 연기처럼 부풀더니 인간의 형상을 갖추었다. 다만 인간 의 형태를 갖추고 있을 뿐, 외견은 흐릿하기 그지없었다.
[타락한 그림자 Lv. 14] X ???“너희는 따로 할 일이 있잖아.” 그림자의 손에는 검은 발톱이 달
려 있다.
모래에 박힌 다른 비늘에서도 검 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벨키스트가 이를 보더니 혀를 찼
다.
“어쨌든 알았소. 저놈들을 처리하 면서 버티면 되는 것인가?”
“그래. 방법은 분명…
콰직!
발톱이 방패에 내리박혔다. 어깨가 삐걱거렸다. 나는 말을 이
었다.
“……생긴다.”
“맡기겠습니다.”
“그럼.”
벨키스트와 네리사가 빠져나갔다. 먼저 떨어진 두 명의 근처로 그림
자가 속속히 모여들고 있었다.
이올카가 이마를 부여잡았다.
“이건 또 뭐예요?!”
벨키스트의 검이 그림자의 머리를 꿰뚫었다.
그림자는 흐물거리면서 사라졌다.
“이놈들에겐 공격이 통하는군. 적 당히 처리하지.”
“기회가 을 때까지 버티면 된다는 거죠!”
제나가 표정을 굳히더니 화살을 메겼다.
네 명이 한 곳에 모여 진형을 이루 었다. 벨키스트와 네리사가 전방. 제나와 이올카가 후방. 내가 없는
상황을 대비해 연습했던 방진이었 다. 그들은 모여드는 그림자를 하나 씩 처리하기 시작했다.
’잘해주고 있군.’
허투루 훈련한 게 아니다.
얼핏 보면 답이 없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물리 면역. 마법 면역.’
“크아앙!”
흑룡이 포효를 내질렀다.
놈의 몸이 팽이처럼 한 바퀴 회전
했다. 발톱이나 꼬리, 이빨만이 아 니 라, 날카로운 비 늘 하나하나가 흉 기와 다를 바 없었다. 휩쓸린 모래
가 곳곳으로 흩어졌다.
캉!
나는 발톱을 방패로 튕기면서 몇 발자국 물러났다. 상체를 숙인다. 꼬리가 스쳐 지나갔다. 옆으로 몸을 옮겼다. 턱이 다물어졌다. 놈은 이 제 나만을 공격하고 있었다.
차라리 이게 낫다.
자기 방어력이 떨어지는 이올카에 게 어그로가 끌리기라도 하면 더 골 치 아프다. 나는 공격을 피하고 튕 겨내면서 패턴을 파악했다.
’비늘 발사. 근접 물리. 쫄 소환.|
픽 미 업의 보스는 일정한 페이즈
와 패턴을 지니고 있다.
이놈이 보여준 패턴은 딱 세 가지
였다. 비늘을 쏟아내고,발톱과 꼬 리를 휘두르고,부하를 소환한다.
’복잡하지 않다.’
이후에 몇 가지가 추가될 수 있지 만,이 정도면 양호했다.
모든 공격 면역이라는 엿 같은 조 건을 달고 있다는 것만 뺀다면 버틸 만했다.
“크아아아!”
흑룡이 내 바로 앞에서 포효했다.
거센 압력이 귀에서 느껴졌다. 나 는 놈의 목에 검을 틀어박았다.
[해당 몬스터는 물리 면역입니 다!]“그래도 개 엿 같네.”
나는 이를 악물고 웃었다.
발톱이 허벅지를 스쳤다.
덧대진 철판과 가죽이 종이짝처럼 뜯기더니 살이 파였다.
[‘한(★★)’이 출혈 상태가 되었습 니다. 일정 시간마다 체력이 감소합 니다.]뒤로 뛰면서 검을 칼집에 넣었다. 그리고는 물약을 꺼내 환부에 뿌
렸다. 빈 유리병을 아무렇게나 내팽 개쳤다. 놈이 다가오고 있었다.
‘오래 버티지는 못한다.’
나도, 다른 멤버도.
버틸 만하다는 뜻은 당장 죽지 않
는다는 거지,만만하다는 게 아니 다.
캉! 캉! 캉!
놈의 발톱이 휘둘러질 때마다 방 패가 찌그러졌다.
제작소에서 만든 평범한 방패였다 면 진작에 박살 났을 것이다. 왼쪽
팔 관절이 아릿하게 저려왔다. 꼬리 가 옆구리를 스쳤다. 가죽 갑옷이 뜯겨나갔다.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게다가 피하는 것은 물론,막는 것
도 쉽지 않다. 한 방의 충격이 포탄 과 같다. 장비의 성능이 별로였거나 스탯이 좋지 않았다면 나는 진작에 피떡이 되어 널브러졌을 것이다. 왼 손과 오른손. 머리와 꼬리. 가능한 패턴의 빈틈을 노리며 방어하고는 있지만…….
[‘한(★★)’이 출혈 상태가 되었습니다. 일정 시간마다 체력이 감소합 니다.]
두 번째 출혈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번에는 물약을 마실 틈이 도저
히 나지 않았다.
“오빠가 위험……
“너희들이나 신경 써!”
나는 돌아보지 않은 채 일갈했다. 모래에 묻힌 비늘은 그 수가 적지
않다. 제때에 처리하지 못하면 수가 쌓여 곤란해진다.
그렇게 3분이 지났을 때.
마침내 참다못한 이올카가 비명을
질렀다.
“이게 대체 뭐예요! 공격은 통하 지도 않고! 이상한 놈은 계속 나오 고! 저희더러 죽으라는 거예요?!”
나는 뒤를 슬쩍 돌아봤다.
이올카의 찢어진 옷 틈으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다른 세 명의 안색 도 좋지 않다. 그림자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검으로 흑룡의 눈을 후려쳤 다.
[해당 몬스터는 물리 면역입니 다!],……시발.’
흑룡의 동공이 비웃듯이 가늘어졌 다.
나는 급하게 몸을 굴렸다. 손톱과 꼬리가 땅에 깊숙이 박혔다. 모래가 분수인 양 튀어 올랐다. 어찌어찌 치명상은 면했지만,이미 신상 갑옷 은 고물처럼 너덜너덜해졌다. 나는 외쳤다.
“조금만 더 버려라!”
“언제까지 기다리면 되겠소!”
벨키스트의 목소리에 짜증이 한가 득 섞여 있었다.
‘그건 나도 몰라.’
나는 뒷말을 삼켰다.
여유가 없었다. 흑룡은 한시도 쉬
지 않고 나를 몰아치고 있다. 딴생 각을 오래 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 한 적이 아니다. 겨우겨우 버티며 주위를 둘러보는 게 전부였다.
’기다린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무적의 적. 끝나지 않는 그림자 소
환. 도무지 답이 없어 보이는 전황. 하지만 상황은 조금씩 바뀌고 있
었다.
첫 번째로 관중.
성벽 위에는 어느덧 수많은 의자 가 생겨나 있다. 그리고 의자에는 갑옷을 차려입은 수십의 병사들이 앉아 있었다. 마치 우리의 싸움을 관람하듯.
두 번째로는….
If.f II
나는 허리를 뒤로 뺐다.
발톱이 창날처럼 내뻗어왔다. 목 에 작은 상흔이 생겼다. 흑룡이 나 를 덮쳐왔다. 온몸으로 찍어누르려 는 것 같았다. 발끝에 힘을 줘서 도 약했다. 몇 미터 거리가 벌어졌다.
“선배의 싸움을 봤을 때도 느꼈소
만,이번에도 꽤나 재밌는 임무가 나왔구려.”
뒤에 있던 벨키스트가 말했다. 늘어뜨린 검날이 검은 피로 뒤덮
여 있었다.
“정녕 저놈을 죽일 수 있단 것이 오?”
“개소리가 많이 늘었군.”
얕은 심호흡을 했다.
통증이 몰려왔다. 전신은 이미 자
잘한 상처로 뒤덮였다. 흑룡은 몸을 일으킨 채 나를 보고 있었다. 붉은 눈동자가 불길하게 빛났다.
[필드 구성 완료!] [마스터,후발대 투입이 가능해졌습니다.] [위기에 빠진 영웅에게 구원의 손 길을 뻗어주세요!]
초록색 홀로그램이 허공에 글자를 새겼다.
[후발대를 선정합니다.] [지정 파티 – ‘1 파티(출전중)’, ‘2파티’,’3파티’….]
번쩍!
성벽의 한쪽 구석에서 하얀 빛무 리가 생겨났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으로 향했다.
’늦었는데.’
나는 웃었다.
[’2파티1를 선택하셨습니다.] [구성 멤버 一 ’에디스(★★★)’로데 리 크(★★★)’ .] [임무에 투입시키겠습니까?] [Yes(선택) / No]
빛이 필드 전체를 감싸듯 눈부시
게 빛났다.
그리고 빛 속에서 인영이 차례대 로 걸어 나왔다. 멍하니 보고 있던 제나가 반색했다.
“저 사람들은…” 2파티네요!”
선두에 있던 에디스가 성벽 아래 의 우리를 발견했다.
표정이 흠칫 굳었다.
“한? 그런데 저놈은…….,,
“유감스럽지만.”
설명할 시간은 없다.
“크아아!”
흑룡이 달려왔다.
나는 1파티 근처에서 빠르게 멀어
졌다. 흑룡이 앞발을 좌우로 왕복하 며 따라붙었다. 휘둘러지는 꼬리를 방패로 막아냈다.
퍼적!
방패가 왼손에서 튀어나갔다. 사용 불능. 곳곳이 찌그러진 방패
는 반절로 쪼개져 모래에 박혔다. 남은 주 무기는 검 하나. 이것마저 잃으면 위험해진다.
“형님!”
아론이 다급하게 달려들었다. 투명한 벽이 앞을 가로막았다. 성벽의 위.
아래의 경기장.
둘은 분단된 필드였다.
“상황은 알고 있겠지.”
나는 성벽에 등을 맡긴 채, 위의
에디스에게 말을 꺼냈다.
나와 경기장 가운데의 1파티,그
리고 흑룡과 성벽 위를 둘러보던 에 디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룽. 부 드러운 소리와 함께 두 자루 단검이 에디스의 손바닥 위에서 돌아갔다.
“2파티,전투 준비.”
“목표는?”
로데리크의 반문에 에디스는 성벽 끝에 있는 작은 제단을 가리켰다.
제단에는 여신상이 세워져 있었
고,주위로 희미한 붉은 빛이 감돌 았다.
[인간 병사 Lv.18] X 18 [인간 기사 Lv.20] X 5의자에 앉아 있던 병사가 일제히 일어났다.
그들의 살기 어린 시선이 2파티의 면면에게 향했다. 로데리크와 어셔, 아론이 창과 검을 꺼냈다. 2파티에 새로 합류한 궁사도 활에 화살을 메 겼다.
“부탁한다.”
나는 중얼거리며 뛰쳐나갔다.
에디스의 단검이 맨 앞에 있던 병
사의 미간을 꿰뚫었다. 에디스의 좌 우로 로데리크와 아론이 창을 길게 휘둘렀다. 얻어맞은 병사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크앙!”
흑룡의 발톱이 성벽을 찍었다. 방패가 없다. 막는 것은 힘들어졌
다. 나는 놈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선발대가 보스를. 후발대는 오브 젝트를.’
다중 임무.
나는 검으로 내려 벴다.
[해당 몬스터는 물리 면역입니 다!]여전히 놈은 면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