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87
87. 차원의 틈(2)
[니플헤임이 이런 글을 올리는 건 되게 오랜만이네. 어디 보자…….]“다섯 달.”
[맞아,지구 시간으로 5개월!] 이셀은 손바닥을 짝 마주쳤다. 그러면서도 의문스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진짜 로키는 여기 있잖 아. 글을 올린 녀석은 누굴까?]나는 곰곰이 생각해봤다.
내가 없으면 권한을 이어받을 만
한 녀석은 두 명이 있다. 먼저 서열 1위인 시리스. 그 다음이 2위인 유 르넷이다. 나는 이런 짓을 할 만한 녀석이 누가 있는지 떠올린 다음 결 론을 내렸다.
’유르넷이군.|
이유는 직접 가보면 알게 될 것이 다.
타 대기실에서 희망자를 받아 교 육하는 이 서비스는,오래 전 내가
한창 시설을 개편할 때 사용했던 방 법이었다. 상당한 대규모 공사여서 젬이 얼마나 있어도 모자랐다. 다른 놈들한테서 끌어오는 수밖에. 물론 그 밖의 몇몇 이유도 있다.
어느 정도 안정화가 끝난 다음에 는 즉각 끝내버렸다.
다시 열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재차 서비스가 열려버렸 다. 그것도 현재의 나와 딱 맞는 방 식으로.
[어떻게 해?]이셀이 나를 불안한 눈으로 쳐다 봤다.
“신청해야지.”
[댓글이 엄청나게 많이 달렸어. 경쟁률이 100 대 1이 넘는데? 거기 다 마스터가 신청을 해줄까? 500젬 이 들어.]“암케나가 라그나로키에 가입했다 면서?”
이셀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럼 끝난 거야.”
암케나가 내 팬카페에 가입했다는 것은,문서를 보낸 나의 정체를 알 았다는 의미가 된다.
또한,지금까지의 운영을 돌아봐 도 나의 전철을 밟고 있다. 꽤나 따
른다는 뜻이다. 조종하기 란 어 렵지 않았다.
“창 띄워봐. 메일 작성하게.”
[알았어.]이셀은 의자에 앉은 채 눈을 감더 니,양손의 검지를 관자놀이에 가져 다 댔다.
[하아암! 요정 파워!]눈앞에 윈도우가 떠올랐다.
“저번과는 다르지 않냐?”
어쨌든 여유 시간이 많지 않다. 나 는 빠르게 메일 란에 들어갔다.
암케나로부터 답신은 와 있지 않 다. 남길 말이 없었던 건지,아니면
그 밖에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른 다. 나는 메일 작성 버튼을 누른 후 글을 남겼다.
‘전달해야 할 것은 세 가지.’
하나는 차원의 틈을 개방한 뒤,차 원 카페에서 니플헤임의 생도 모집 에 신청 댓글을 넣는 것.
경쟁률이 100 대 1이건 1,000 대 1이건 상관없다. 모집 게시판의 댓 글은 비공개 처리되어 작성자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니플헤임의 관계자만 알 수 있는 정보를 댓글에 써넣는다.’
기입 완료.
이어질 두 번째 전달 사항은 암케 나의 현재 플레이에 관한 것이다.
조언할 내용은 간단하다.
‘유료 뽑기도 좀 하고.’
저등급 영웅을 육성하는 것은 좋 다.
나를 빼더라도 제나,벨키스트와 네리사라는 인재를 얻을 수 있었다.
다만 거기에만 의지하는 것은 미 련한 짓이다. 등급이 낮은 영웅에게 도 재능은 있다. 그러나 가능성은 상급 영웅에 비하면 떨어진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었다.
한 가지 더.
하급 영웅 위주의 육성은 그만한 체계가 갖춰졌을 때 빛을 발하는 것 이지,훈련소에 무작정 던져넣는다 고 뽕을 뽑는 구조가 아니다. 아직 은 고급 영웅의 힘이 필요했다.
20층의 과정을 분석한 결과,
2파티와 3파티에 고급 영웅이 섞 여 있었다면 훨씬 쉽게 깼을 것이라 는 결론을 얻었다.
마지막은.
‘내 공략을 맹신하지 마라.’
대기실의 운영은 상황에 따라 유 동적으로 바꿔야 한다.
언젠가는 내 공략이 아닌 스스로
의 힘으로 판단해야 할 때가 온다. 공략을 참고하는 것은 좋지만,너무 의존하면 정작 자신의 실력은 기르 지 못한다. 나는 그 부분을 하단에 써넣었다.
‘전송.’
버튼을 터치하자 전송 완료 메시 지가 표시됐다.
나는 표를 연이어 눌러 바깥으로 나갔다.
“끝났어. 꺼도 돼.”
팟.
윈도우 창이 사라졌다.
이셀은 이마의 땀을 닦았다.
[벌써 끝났어? 조금 더 해도 되는 데.]처음에는 죽는 시늉을 하더니, 꽤 할만해 진 것 같다.
“나머지는 네가 써라.”
[저,정말?!]이셀이 바짝 다가왔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인터넷
을 쓴다면, 물론 할 일은 있다. 지구의 내 몸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뒈져서 없어졌는지,아니 면 식물인간이 되어 병원에 누워 있 는지. 니플헤임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마스터와도 연락을 해보
고 싶고.
‘나중에._
그런 작업은,여기에서 확실한 기 반이 잡혔을 때 하기로 했다.
그때쯤 되면 인터넷에서의 장기 체제도 가능할 것이다. 나는 달라붙 으려는 이셀을 밀어낸 뒤 방을 나갔 다. 20층이 끝나 한동안 휴식기 겠지 만 여유롭지는 않았다.
나는 2층 광장으로 나갔다.
얼마쯤 기다리자 에디스가 보관소 에서 빠져나왔다. 나를 발견한 에디 스는 피곤한 듯이 눈을 가늘게 떴 다.
“잠깐 따라와 봐.”
에디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나를 따라왔다.
식당으로 들어가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을 만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 았다.
“잠은 잤냐?”
“글쎄.”
눈 밑이 초췌해져 있다.
에디스는 말없이 한숨을 푹 내쉬 었다.
‘이 녀석도 스트레스가 쌓였군.’
예상되는 원인은 세 개가 있다.
하나는 파티에서 두 명의 사망자
가 발생한 것. 둘은 제단의 방어를 실패한 것이다. 에디스의 성격이라 면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 다. 셋은…….
‘지랄 맞은 난이도.’
나는 웃었다.
수많은 임무 중에서도 개 같은 것 만 골라서 걸리고 있다. 내부 난이 도가 S급이라던 그 놈의 말대로, 니 플헤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멤버들의 사기는?”
“아저씨는 괜찮아. 아론은 그 전보 다 훈련을 더 하는 것 같고. 지금도 훈련소에서 연습을 하고 있어. 반면
1층 애들이 좀……
에디스는 인상을 찡그렸다.
”3파티가 싸그리 죽어버려서, 전
투직을 하려던 애들이 마음을 돌렸 어.”
“생존률이 낮다 이건가.”
“응. 싸우다 죽는 것보다 감자만
먹는 게 낫다는 사람도 있고.”
나는 팔짱을 꼈다.
전투직의 낮은 생존를 탓에 또 다
른 문제가 발생했다. 영웅 비율의 불균형. 다음 임무부터는 서브 파티 의 생존도 어느 정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았다. 물론 그 전에 처리할
문제는.
‘제대로 된 교육과 경험.’
3파티는 보스 스테이지를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다.
경험의 부재가 전멸로 이어지는
방아쇠를 당겼다. 재생석 파밍 및 이를 써먹을 만한 훈련소의 세부 시 설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필요가 있 다. 만드는 건 암케나지만.
나는 그에 관한 내용 및 대처법을 에디스에게 전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에디스가 중얼 거렸다.
“넌 대체……
“음?”
“아무것도 아냐. 대단하다는 생각 이 들어서. 뭐든지 다 알고. 지시는 정확하고. 판단은 냉정하고. 전투력 도 엄청나고. 용을 거의 혼자서 때 려잡은 건 나도 상식 외였어.”
에디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너에 비하면 난 조무래기 같아. 처음에는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 는데,왠지 모르게 점차 멀어져 서…… 윽!”
나는 에디스의 발을 세게 밟았다.
“웬 쓸데없는 궁상이냐? 전에도 말했지만,나 혼자서 되는 게 아냐.”
“그렇겠지. 미안.”
“난 곧 자리를 비우게 될 거다. 한
달 정도.”
지구의 10일을 대기실로 치환하 면 한 달이 된다.
에디스가 눈을 깜빡거렸다.
“한 달이나? 어디 탐험이라도?” “아니, 더 먼 곳에 가지. 그때까지
네가 여길 맡아줘. 할 일이 꽤 많을 테니까.”
암케나가 내 조언을 따른다면 이 대기실에는 고급 영웅이 들어온다.
2파티의 빈자리를 메꾸고 3파티 의 핵심을 맡기 위해서. 나는 그 가
능성을 에디스에게 말해주었다. 에 디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쓸만하게 만들어놓으라는 거지?”
“그래. 우리 발목을 붙잡지 않을 정도로.”
“그런데,대체 어딜……
”다른 대기실에 간다.”
에디스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
다.
이것도 설명해줘야겠군. 나는 웃 고는 말을 이었다. 우리 말고도 다 른 마스터와 영웅이 존재한다는 사 실은 분명 알아야 할 내용이었다.
설명이 끝난 뒤.
에디스는 잠시간 입을 열지 못했 다.
“……1억? 이런 장소가 1억이나 있 다고?”
“말만 1억이지. 실제론 반의반도 안 돼.”
“아니,아무리 그래도……
“그중에서 우리와 직접 부대끼는
건 많아 봐야 열. 신경 쓸 필요 없 어.”
에디스는 이마를 감싸 쥐었다. “나는…… 정말 어마어마한 곳에
와버린 것 같네. 어쨌든 알았어. 네 가 알려준 건 한번 해볼게.”
“너만 믿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에디스를 지나치며 그 어깨에 손을 얹었다.
에디스가 작게 머리를 끄덕였다. 암케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오늘
의 플레이를 종료했다.
그리고 한동안 접속하지 않았다.
나는 훈련소에서 전투의 성과를 정 리 했다.
’광폭성 2레벨 증가,불굴과 용살.’ 광폭화로 얻는 능력 보너스가 10
가까이로 늘어났다.
불굴은 중독이나 혼란,출혈 등의
상태이상 효과를 뒤로 늦추는 효과
를 갖고 있었다.
광폭화를 쓰는 영웅에게 가장 추 천되는 보조 스킬 중 하나였다. 전 투력 증폭에 겹쳐 상태이상 면역이 더해지니까.
‘용살은……;
용족을 상대할 때 보너스를 얻는 다.
훈련이 아닌 업적 달성으로만 배 울 수 있는 특수 스킬이었다. 시스 템은 용을 마무리한 이올카보다 결 정타를 입힌 내게 업적을 부여한 모 양이었다.
“이 럴 줄 알았으면 내가 나가서 싸
울 것을.”
훈련소에서 벨키스트가 혀를 찼으 나.
“그럼 시체 하나 치웠겠지.”
네리사가 딴지를 걸었다.
두 명은 웃으며 대련장으로 들어
가더니 검을 부딪쳤다.
그리고 다시 며칠이 지나,전투의
치열함도 잊혀질 즈음.
[픽 미 업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암케나가 접속했다.
암케나는 떠오르는 공지사항과 이
벤트를 광속으로 스킵하고는 곧장 세부 메뉴에 들어갔다. 이어서 기타 항목에서 도움말을 누른 다음 차원 의 틈 항목을 검색했다.
[차원의 틈이란?] [‘차원의 틈’은 픽 미 업의 외부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특수 시설입니 다. 20레벨 이상의 마스터에게만 개 방이 허락되며,별다른 비용이 소모 되지 않습니다.] [세부 항목 – 파견, 출정,이벤 트…….] [※알림!] [차원의 틈을 개방하면 메인 화면 의 우측에서 차원 카페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차원 카페에서는 다른 마 스터와의 교류가 가능합니다.] [※주의!] [차원의 틈을 개방하면 차원 좌표 가 부여됩니다. 또한, 대기실의 1단 계 보호가 해제됩니다. 다른 마스터 의 침략에 노출될 수도 있으니 신중 히 결정하세요!] [Tips/차원 좌표는 현 서버 내에 위치한 대기실의 좌표입니다.] [Tips/솔로 플레이를 원하신다면 차원의 틈을 개방하지 않으셔도 무 방합니다.]
암케나는 도움말을 닫은 뒤 메인 화면으로 나왔다.
그리고 하얗게 반짝이고 있는 회 색 아이콘을 터치했다. 아이콘에는 ‘ 차원의 틈|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 었다. 나는 방에서 나와 2층 광장으 로 향했다.
광장의 정면.
굳게 닫힌 문 사이로 빛이 새어 나 오고 있다.
[마스터,차원의 틈을 개방합니 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한번 열 면 되돌릴 수 없어요!] [Yes(선택) / No]덜컹!
차원의 틈으로 향하는 문이 크게 흔들렸다.
[한 번 더 묻습니다. 괜찮으십니까?] [Yes(선택) / No]
암케나가 ‘Yes’를 터치하자,이셀 이 튀어나와 별가루를 뿌렸다.
[역시 여는구나.]이셀은 복잡한 표정이었다. [차원의 틈을 연다고 좋지만은 않
은데.]
“지금보다 많은 걸 할 수는 있지.” [그건 그래. 그렇다면 나가야겠
지?]
이셀이 가볍게 숨을 고른 뒤,오른 손을 내밀었다.
손에서 뻗어 나간 빛무리가 닫힌 문에 깃들었다.
쾅!
차원의 틈으로 향하는 문이 열렸 다.
‘드디어인가.’
시야 사이로 메시지가 연이어 떠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