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01
토네이도 (2)
사이먼이 나중에 영지를 개척하려고 하면 많은 사람이 필요했다. 그런 인재를 사전에 확보한다고 생각하기에 아낌없이 베풀었다. 전쟁이 끝나면 대부분 군을 떠날 것인데 전쟁에 참여한 자가 농사를 짓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용병이 될 것이고 그들은 사이먼을 찾아올 가능성이 높았다.
한편 프리틀 계곡에서 진행이 되는 강화협상은 별다른 진전이 없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다. 시간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협상을 시작한 로크 왕국이기에 가급적이면 천천히 타결을 지으려고 했다. 그 사이에 군사력을 확충하고 제국에서 원조를 얻으려고 한 것이다.
“만일에 이 조건을 내일까지 받아들이지 않으면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모든 것을 전쟁으로 해결할 것입니다.”
에카테리나 왕국의 협상대표인 필로스 백작이 자리에서 일어나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말라는 지침을 들은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협상결렬을 선언하기 위한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강화협상을 시작하고 무려 한 달의 시간을 허송세월한 것이다. 사소한 것으로 시간을 잡아먹기 일쑤였고 진짜로 전쟁종결을 원하는지 의문일 정도로 매사에 양보가 없었다.
로크 왕국의 대표단은 에카테리나 왕국 대표단이 최후통첩을 하고 자리를 떠나자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아직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들은 낭패한 기색이 되어 회담장을 벗어나 로크 왕국군의 주둔지로 돌아갔다.
“후, 시간이 더 필요한데 결국 저들도 우리의 속셈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겠지. 그러면서도 응한 것은 뭔가 그들도 원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고. 결정적인 순간에 회담을 깨버렸으니.”
지난 한달 동안 제국에서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갖은 노력으로 마침내 추가적인 지원을 해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그 순간 에카테리나 왕국에서는 최종선택을 하도록 압박을 가한 것이다.
이미 그런 사실을 알기에 더 늦기 전에 최후통첩을 하여 시간을 주지 않은 것이다. 사실상 지금까지는 서로 상대의 술수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지만 이제는 그것이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니 로크 왕국군으로서는 다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미 저들이 이렇게 나올 것으로 예상을 했으니 결국은 힘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
레스턴 공작은 협상단의 보고를 받고 그렇게 말을 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그리 밝아 보이지가 않았다. 자신들이 마련한 계책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면 사전에 대비도 했을 것이고 그러니 결과를 낙관할 수가 없었다.
외유를 하는 심정으로 왕립마탑의 바로나 탑주는 수석장로인 7서클 마스터인 이즈리언과 같이 프리틀 계곡에 당도했다. 사실 그의 이런 행보가 굳이 필요할지 의문이기도 했지만 오렐리어스 백작과 케오룬 백작의 간곡한 부탁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위급한 순간을 대비하여 자리에 있어달라는 부탁을 받은 상태였다. 그런 부탁을 거절했다가 패전이라도 하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에 어쩔 수 없었다.
“저쪽에 마스터가 일곱이나 웅크리고 있군.”
“우리도 그 때문에 둘을 더 불러왔습니다.”
아르고스 백작이 그렇게 대답을 했다. 서로 마스터의 숫자가 맞지 않으면 균형이 깨지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저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마스터의 수를 늘리는 것과 고위 마법사를 투입하는 것인데 그들이 이가레스 후작을 불러올 것도 같군.”
“며칠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그런 수를 사용할 것입니다. 이대로 가면 나중에 제국의 아카시코 후작이 올 것 같습니다.”
아카시코 후작은 제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두 명의 그랜드 마스터 중에 하나였다. 이제 나이가 일흔이 갓 넘었는데 그 나이에 그랜드 마스터가 되어 유명했다.
물론 나이 갓 스물이 넘은 사이먼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그랜드 마스터가 아니라 비공식적으로 그랜드 마스터라고 간주하고 있었다. 비공식적으로 그랜드 마스터라고 여겨지는 자들은 사이먼 외에도 몇이 더 있었다. 사이먼외에 그 중에 하나가 에카테리나 왕국에도 있었다. 단지 그는 귀족파 진영에 있기에 사실 이번 전쟁에는 아직까지 동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방도가 생긴다는 말이겠지. 일단 지금의 열세를 뒤집고 난 다음에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을 하겠다는 심보이군.”
“그렇습니다. 그래서 모레 총 공격을 할 생각입니다. 이쪽은 팽팽하게 대립을 하겠지만 서쪽은 확실하게 우세를 점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만일에 그들이 서쪽 전선에 추가적인 전력을 투입하면 이쪽에서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이왕에 왔으니 시간이 되면 그랜드 마스터가 되었다는 사이먼 자작을 한 번 만나고 싶군.”
“그는 다시 볼 때마다 경지가 달라져 있기에 그간 또 어떤 진전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아르고스 백작의 말에 바로나 탑주가 궁금하다는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개인적인 호기심은 나중 문제이기에 그들은 작전상황실로 이동하여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논의를 했다.
“제국의 레드 스톰 기사단이 상당히 거치적거리는 존재입니다. 그들이 선봉에 서서 공격해온 탓에 요새를 의지하여 싸웠지만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조금만 더 강했다면 요새가 무너질 정도로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 때문에 10,000명 가까운 병사가 희생되기도 했다. 물론 기사도 상당수 전사하는 희생을 치렀다.
“제국이 로크 왕국을 지원하는 이유가 우리 에카테리나 왕국이 순조롭게 발전하여 그들을 추월할까 걱정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전쟁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계속 로크 왕국을 통해 도발을 할 것입니다. 이번에 저들의 의도를 확실하게 무산시켜야 그런 시도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렐리어스 백작과 아르고스 백작이 현 상황에 대해서 그렇게 성명을 했다.
“중요한 것은 일단 이번 전쟁은 이겨야 한다는 것일세. 나도 그것을 위해 여기 있는 이즈리언 장로까지 동행한 것일세.”
왕립마탑의 탑주와 수석 장로마저 당도하자 다들 고무적인 표정이 되었다. 그들의 가세로 대규모 마법에 당할 위험이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협상대표인 필로스 백작이 협상장에 나가서 로크 왕국이 최후통첩을 했음에도 요구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자 바로 협상의 종결을 선언하고 전쟁을 속개한다고 선언했다.
로크 왕국은 그런 상황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다는 기색이었다. 그런 것을 보면서 필로스 백작도 역시 미소를 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이먼은 긴급 전언으로 당도한 전쟁속개 소식에 미소를 지었다. 이미 전날 마지막으로 협상을 하러 가서 왕국이 내건 조건을 로크 왕국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전쟁이 개시된다고 들었기에 사전에 준비를 해놓은 상황이었다.
“두 시간 후에 출동이다. 그러니 식사를 하고 준비를 하라.”
사이먼은 해가지는 시간이지만 출동을 지시했다. 다음날 출동을 할 수도 있지만 적에게 시간을 줄수록 변수가 많아졌다. 사이먼은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아 답답했지만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마음의 준비를 했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자 파딘 요새를 출발한 1만의 대군이 남쪽을 향해 이동했다. 제5 경비대는 이번 출정에도 요새를 지키기 위해 남기로 했다. 그들이 출발한 것을 적이 모를 수가 없기에 굳이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이 밤길을 달리는 동안 사이먼의 얼굴이 한순간 굳어졌다.
‘마나유동이 심한 것을 보면 7서클 마법사가 공간이동으로 온 것 같은데. 8서클 마법사가 왔다면 내가 감지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마법사가 내일 전투에 가세한다면 적지 않은 아군이 희생당할 것인데 어떻게 하지?’
마법사는 개인 전투력보다 마법진을 사용하여 대단위 범위마법으로 대량살상을 한다는 점에서 두려웠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고 마법진을 이용하고 마정석까지 사용한다면 혼자서도 수천, 수만을 상대할 수도 있었다.
‘방법은 전투가 벌어지기 직전에 제거하는 것인데.’
일반적인 그랜드 마스터라면 7서클 대마법사를 제거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사이먼은 8서클의 마법사이자 흑마법사였다.
그렇기에 주변에 마법진을 도배하여 방어를 해도 충분히 제거가 가능했다. 온전한 마스터이자 7서 클의 마법사일 때에 6서클의 스타니엘 자작의 영주관에 있었을 때랑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 때도 마음만 먹으면 요새처럼 준비가 된 영주관을 헤집을 수가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저 마법사를 둔 채로 공격을 했다가는 패배할 수도 있다. 설사 패배하지 않더라도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과감하게 암습을 단행하기로 했다. 암습은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지금은 전쟁 중이었다. 전쟁터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대부분 용인이 되었고 요인에 대한 암살이나 암습은 비겁하다는 말도 있지만 허용이 되는 수단이었다.
위험한 마법사를 그냥 두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더구나 다섯 명의 마스터에 합류하면 그것은 단순히 숫자 하나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전력이 몇 배나 증가하는 일이었다.
야간에 행군을 하여 두 번의 휴식을 취한 후에 그들은 다음날 아침에 적과 5km를 남겨두고 식사를 했다. 그런 다음 한 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 후에 마침내 결전을 위한 행군을 시작했다. 행군이 시작되자 사이먼은 행렬에서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사이먼은 행렬을 벗어나자 산속으로 이동을 하기 시작했고 로크 왕국군의 주둔지 외곽에 당도하였다. 그 사이에 적들도 경비 초소를 곳곳에 만들어 두었고 제법 튼튼한 방벽을 만들어 두고 있었다. 그렇게 했지만 사이먼이 보기에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사이먼은 주둔지의 한 지점을 향해 잠입하기 시작했다. 주둔지의 중심부에 지휘부가 있고 그 옆에 마스터들이 사용하는 막사가 있고 역시 새로 등장한 마법사의 막사도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마법사는 다섯 명의 마스터와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몇 개의 마법진을 손보고 있었다. 그 주변에 호위 병력도 있고 다른 마법사도 몇 명 같이 있었다.
‘저 마법진에 있는 마법이 아군이 접근하면 우리에게 쏟아질 것들이군.’
7서클 마법사 주변에는 5서클 마법사 두 명과 4서클 마법사 네 명도 같이 있었다. 그들이 대마법사의 지시를 받아서 마법진을 손보고 있었다.
“적이 곧 몰려올 것이다. 내가 신호를 올리면 바로 마정석을 마법진에 부착시키도록 한다. 마정석은 너무 늦게 꽂아도 문제이고 너무 빨리 꽂아도 문제이니 적절한 시간을 계산하여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한다.”
7서클 마법사는 마법진을 살피면서 그렇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마도 제자들 같았다. 마법진을 만들면서 일종의 교육도 같이 병행하고 있었다. 사이먼은 그들에게 접근을 했다.
‘나의 경우에는 너무나 빨리 공격해도, 너무나 늦게 공격해도 문제이군. 적절한 시간이 되어 공격해야 한다.’
이미 사전에 지시를 해놓은 상황이었다. 마지막 휴식을 취하는 동안 사이먼은 적의 마스터와 상대해야 하는 점 때문에 충분히 사전에 작전을 하달해 둔 상황이었다. 사이먼이 지휘를 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도록 되어 있었다.
공격 시기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7서클 마법사가 공격 시기를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그가 하는 일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공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파이어 토네이도 마법진에 마정석을 끼워라.”
마법사가 6서클 파이어 토네이드를 전개하려는지 그런 지시를 했다. 아마도 준비한 마법 중에 가장 큰 마법을 제일 먼저 사용하려는 것 같았다. 그런 마법이 전개되어 에카테리나 왕국군을 덮치면 아무런 준비도 없는 상황에서 재앙이 따로 없었다. 아마 군사들이 밀집한 상태에서 그런 마법이 덮치면 몇 천 명은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했다.
‘후후, 아주 재미가 있겠어. 자신들이 전개한 마법에 당하면 아주 보기가 좋을 것 같군.’
사이먼은 기세를 죽이면서 7서클 마법사가 마법진을 향해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러면서 마법진을 살피기 시작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려면 마법진을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
‘마법진에 좌표가 없는 것이 직접 마법진을 조정하여 목표물을 타격할 생각이군. 그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
7서클 마법사라면 최소 300m 밖에서 원거리에서 통제가 가능하겠군. 그러면 결정적인 순간에 공격을 하도록 하자. 여기서 6서클 마법이 미쳐 날뛰다가 덮치면 마스터들까지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뛰쳐나갈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마스터를 제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
대략 에카테리나 왕국군이 500m 정도 거리를 두고 접근을 하자 마침내 7서클 마법사가 마법진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대단위의 마나가 유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자 주변에 있는 엑스퍼트 상급 기사 5명이 엄중한 경계를 하면서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양군의 거리가 300m 정도로 좁혀졌고 마법의 범위에 에카테리나 왕국군의 절반 정도가 들어왔다. 양측에서 격돌하기 직전이라 양측 모두 함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막 파이어 토네이도가 발사되기 직전에 사이먼은 공간의 검을 전개하여 마법사에게 쇄도했다. 호위하는 엑스퍼트 상급 기사들이 사이먼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사이먼의 검이 무방비하게 서 있는 마법사의 허리를 베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7서클 마법사는 갑자기 사이먼이 나타나서 공격을 하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그로서는 자신의 수준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마나를 통제하는 상황이라 대응이 쉽지가 않았다. 최대한 마법의 위력을 강하게 하기 위해 그 수준에서 통제할 한계치까지 마나의 양을 키운 것이다.
사이먼의 검이 허리를 향해 날아오자 실드를 전개하였다. 그러면서 마법진의 마나의 일부마저 실드로 돌렸다. 그러나 사이먼은 그런 정도로 막을 수준이 아니었고 결국 허리가 베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