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03
결판을 내다 (1)
“케로우로스 초소에 연락을 해.”
레스턴 공작이 바로 고함을 쳤고 곧 이어서 한 사람이 뛰어 들어왔다. 어딘가와 통신을 하던 자였다.
“현재 파멜 백작의 진영 안에서 폭음이 났고 조금 지난 후에 에카테리나 왕국군이 레버스 강을 도강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지금 모든 병력이 철수를 한다는 연락입니다.”
레스턴 공작이 말한 케로우로스 초소와 연락을 한 것 같았다. 그 초소는 로크 왕국 국경 내부에 있는 국경 초소로 파멜 백작이 머물던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랜드 마스터가 나타나서 렉시콘 백작이 마법을 전개하는 순간에 암습을 한 것 같습니다.”
탑주인 이가레스 후작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경계를 철저히 했어도 그랜드 마스터가 암습을 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것도 대단위 마법을 전개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암습이라면 막기 힘들 것이 분명했다. 그 순간을 노려서 암습을 전개한 것이니 결국 전개하던 마법마저 중간에 폭발한 것 같았다.
분명 마나의 유동을 느끼고 마법의 전개를 막기 위해 개입하여 암습을 한 것이 분명했다. 그 과정에 마법의 폭발은 부수적으로 일어난 불상사일 것이 분명했다.
“물러나야 합니다.”
레스턴 공작은 요새를 향해 총공격을 하려고 하던 상황이었지만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적진에 대등한 수준의 마법사가 온 이상 공격이 불가능했다.
“만일에 적이 퇴로를 차단한다면 고립이 되고 맙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앤드리아 자작이 퇴각할 것을 주청했고 모두 그의 의견에 동조하자 레스턴 공작도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그는 몇 번 고개를 젓다가 결국 힘없이 퇴각에 동조하고 말았다.
총공격을 준비하던 로크 왕국군이 공격을 하지 않고 퇴각을 하자 이상했지만 곧 이어서 사이먼이 보낸 마법통신을 접한 에카테리나 왕국군은 그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더구나 사이먼이 적의 퇴로를 차단하기 위해 로크왕국의 패잔병을 추격하여 도강한다고 덧붙인 내용을 보면서 저들이 서둘러 퇴각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결판을 내다
사이먼은 헤자리오 언덕에 당도하여 5,000명을 주둔시켰다. 용병 2,000여 명에 일반 병사 3,000명 정도로 구성이 되었다. 사이먼은 퇴로를 완전히 막지 않고 그 퇴로의 북서쪽에 주둔지를 마련한 후에 간이 요새를 만들었다.
언제든 왔던 길로 퇴각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궁수를 배치하여 퇴각할 때 측면에서 화살공격을 하여 적의 피해를 강요하기로 했다. 이는 적을 가로막다 대군에 휩쓸려 전멸당할 위험이 있기에 행한 조치였다.
나머지 5,000여 명은 보급을 위한 기지를 만드는데 투입을 했다. 파딘 계곡 요새에서 로크 왕국의 주둔지까지 대략 60km에 달했기에 10km마다 대략 1,000명의 군사를 배치하여 보급로의 안전을 도모했다.
보급은 제5 경비대에서 담당을 하기로 했고 그들이 전진하는 사이먼의 뒤를 따라 보급품을 가지고 왔기에 보급 자체에 문제가 없었다. 사이먼은 그런 조치를 취한 후에 오렐리어스 백작과 마법통신을 했다. 이후의 작전에 대해 협의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큰 공을 세운 것을 감축하네. 더구나 적의 대마법사와 마스터들, 거기에 지휘부까지 모조리 사살했다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오렐리어스 백작은 결과만 간단히 보고 받았기에 그 과정이 궁금하여 물었다. 결과를 보고받으면서 너무나 과정이 궁금했다.
“아군이 공격을 시작하자 적진에서 대단위 마법을 전개하기 위해 마법진을 가동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도저히 그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아 마법사를 암습하여 처리를 했는데 마법사가 죽자 마법이 실패하면서 폭발이 발생하여 적진의 중심부가 초토화가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그 폭발에 휘말려 부상을 당한 마스터들까지 손쉽게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사이먼은 그 정도로 보고를 했다. 사이먼이 한 역할 중에 알려서 좋을 것이 없는 것은 뺐다. 오렐리어스 백작은 사이먼의 보고를 그대로 믿은 것 같았다.
“현재 어디에 있는가?”
“지금은 로크 왕국의 헤자리오 언덕에 있습니다. 파딘 계곡과 프리틀 계곡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는 곳입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곳에 주둔하면서 세운 계획에 대해서 보고를 했다. 사실 마법통신은 감청의 위험이 있기에 군사비밀에 대해서 말하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사실 헤자리오 언덕에 있는 것 자체로 그 정도 작전은 누구나 유추할 수 있기에 적이 알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알았네. 혹시라도 위험한 상황이 오면 지체 없이 퇴각하여 불필요한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게. 이후에 필요한 것은 따로 명령을 내릴 것이네.”
마법 통신으로 말하기 곤란한 것이 있기에 그 정도만 대화를 했다. 그 외에 더 할 말도 없는 상황이라 길게 이야기를 나눌 이유도 없었다.
사이먼은 통신을 종료하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향후 전개할 작전을 구상했다. 이미 헤자리오 언덕은 여러 번 돌아보면서 어떻게 할 것인지 구상해둔 탓에 새로운 것을 기획하기보다 실현 가능성을 평가하는 정도였다.
대신에 로크 왕국으로 진격해 갈 것을 생각하여 향후 어떻게 할 것인지 입장을 정할 필요가 있기에 이에 대하여 고심하고 있었다.
‘내가 없이 진격을 하는 것은 사실 위험이 크다. 제국에서 유명한 그랜드 마스터인 아카시코 후작이 온다면 그를 막을 자원이 필요하다.’
사이먼은 그나마 자신이 적의 마스터 다섯을 모조리 다 제거한 덕에 마스터의 전력에서 우세를 점하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레온이라는 자는 어떻게 하지? 그간 나에게 원한을 가질만한 자는 헬로이안을 비롯한 흑마법사를 제외하고 대부분 제거를 했는데.’
사이먼은 레온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했다. 그간 레온을 지켜보면서 트집을 잡힐만한 행동은 하나도 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레온은 상당히 눈치가 좋은 자였다.
‘더 지켜보도록 하자. 허튼 짓을 하면 그간의 원한까지 더하여 제대로 갚아주도록 하자.’
사이먼은 레온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자신의 거취에 대해 고민을 했다.
‘잔류를 해도 좋고 같이 진격을 해도 좋다. 그냥 그 때의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자.’
사이먼은 자신이 정한다고 하여 그대로 되는 것은 아니기에 그 상황이 되면 정하기로 했다.
총공격을 준비하던 로크 왕국군이 공격을 하지 않고 퇴각을 하자 그에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를 했던 프리틀 계곡의 에카테리나 왕국군은 허탈하기까지 했다.
수비를 위해 진형을 갖춘 상황이라 바로 추격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자칫 추격을 한다고 요새 밖으로 나갔다가 역습을 당할 수도 있기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
그렇기에 정찰대를 내보내 진짜로 퇴각을 하는지 살폈고 그들이 퇴각한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준비를 갖춘 일부 부대를 내보내서 뒤를 추격하도록 했다.
국경까지 무려 50km나 되었기에 이틀의 시간이 필요했다. 빨리 행군하면 하루 안에 주파도 가능하지만 가지고 가는 짐이 많기에 빠르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두 군대가 행군을 했다. 에카테리나 왕국군은 당장 공격을 하여 침입자를 응징하고 싶었지만 추격에 나선 군대는 적군의 절반도 되지 않는 고작 2만에 불과했다. 나머지 군사는 일단 프리틀 계곡에서 나 중을 위해서 대기해야 했다.
레버스 강을 건너서 로크 왕국으로 물러간 후에야 강가에 도달했고 그들은 사전 지침에 의거하여 국경을 넘었다. 일부 병력이 남아 로크 왕국의 땅이라고 경고를 했지만 그런 경고가 먹히는 상대가 아니었고 오히려 그들로 인해 더욱 분노한 에카테리나 왕국군은 빠르게 월경을 했다.
“적이 헤자리오 언덕 인근에 나타났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어떻게 합니까? 공격을 합니까 아니면 그냥 통과를 시킵니까?”
마법통신이 연결이 되어 그곳에 주둔하고 있는 사이먼과 대화가 가능해지자 총사령관인 하일러 백작이 나섰다.
“적이 다가오고 있습니까?”
“우리의 존재를 알고 있는지 대략 1km 정도 전방에서 멈추고 전열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그곳에 있는 아군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숫자는 어떻게 되고 적이 공격해왔을 때 어느 정도 버틸 수가 있습니까?”
“우리 부대는 대략 용병 2,000, 기사와 병사 3,000 정도입니다. 현재 엘체 방면, 즉 파딘 계곡 방면으로 가는 길의 좌우에 있는 언덕 위에 포진한 상태입니다. 그렇기에 적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험하다면 언제라도 퇴각이 가능합니다. 그렇기에 적이 언덕 아래로 퇴각을 한다면 습격이 가능합니다.”
로크 왕국군은 그 길을 통과하지 않는다면 길이 아닌 숲속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대군이 그렇게 이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그들도 사이먼이 이끄는 군대가 그곳을 점거하자 고립을 피하려고 퇴각을 한 것이다.
“사이먼 자작, 긴히 할 말이 있네.”
지휘부와 통신을 마치고 나자 오렐리어스 백작이 따로 통신을 해왔다. 뭔가 중앙에서 내려온 전언이 있는 것 같았다.
“말씀하십시오.”
“로크 왕국군을 정리함에 있어 마스터나 고위 마법사를 다 죽이는 것은 피했으면 하네. 죽일 수 있다고 해도 그렇게 하면 전쟁이 끝난 후에 후유증이 크네.”
“살려주라는 말입니까?”
사이먼은 그런 말에 의아한 생각이 들어 반문을 했다.
“우리는 전쟁에 이겨야 하지만 한편으로 전쟁이 끝난 후에 로크 왕국과 제국의 사이를 갈라놓을 필요가 있네. 그런데 로크 왕국의 마스터가 몰살을 당하면 그들은 제국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게 되어 더욱 밀착이 될 소지가 크네. 배신자들이야 당연히 정리해야 하지만 이미 온전한 마스터인 스탄튼 백작, 반쪽짜리 마스터인 로카스터 자작, 거기에 7서클의 렉시콘 백작까지 죽어 그동안 로크 왕국의 손실에 크네.”
사이먼은 오렐리어스 백작의 말도 일리가 있어 보여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제국인들, 특히 레드 스톰 기사단은 크게 타격을 입혀도 되지만 로크 왕국군의 전력은 어느 정도 보전을 시켜주게. 아국에서 지금 로크 왕국을 함부로 몰아붙이지 못하는 것은 그렇게 하면 제국만 좋아지기 때문일세.”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를 죽이겠다고 악착같이 달려들면 제가 죽을 수는 없으니 꼭 살려준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사이먼도 그 사정을 이해하기에 수긍을 했다.
“폐하께서도 너무나 많은 마스터가 죽어 균형 자체가 무너지는 것은 로크 왕국의 존립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걱정하시네.”
“이것저것 계산할 것도 많으니 참으로 복잡합니다.”
사이먼은 무조건 적이라고 다 죽이는 것도 고민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쟁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무조건 적을 전멸시키는 것이 능사는 아닌 것 같았다.
대략 에카테리나 왕국군 25,000명과 로크 왕국군 50,000명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대군이 소수의 병력에 의해 협공을 당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이었다.
레스턴 공작은 앞뒤로 에카테리나 왕국군이 포진하고 있는 것을 보자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되었다. 대회전을 벌일까 했지만 사실 그런 위험을 감수하기에는 병사들의 수를 제외하고 유리한 것이 별로 없었다.
“적진에 강자가 전부 다 출동한 상황이요. 더구나 8서클의 바로나 탑주 외에 7서클 마스터인 이즈리언 마법사가 하나 더 있으니 사실 우리가 불리한 상황이요. 더구나 저 앞에 그랜드 마스터도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 전투를 치르면 전멸을 당할 소지가 있어요.”
마탑의 탑주인 이가레스 후작의 말에 레스턴 공작의 얼굴이 곤혹스럽게 변했다. 각기 떼어놓고 보면 충분히 상대가 가능했다. 그러나 어느 한쪽과 싸우는데 다른 한쪽이 가세하면 엄청난 열세가 예상되었다.
“방법은 저들이 원하는 대로 희생을 감수하고 돌파를 하는 것이겠군요?”
레스턴 공작은 길을 내준 사이먼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했다. 화살이 빗발치는 곳을 통과하여 가지 않으면 달리 길이 없었다. 그것이 일종의 통행세나 같았다. 실로 생각하면 할수록 기가 막혔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더구나 막대한 군수물자는 모조리 다 버리고 가야 할 상황이었다. 그것을 가지고 이동하다가는 길이 막힐 수도 있고 속도가 느려서 전멸을 면키 어려웠다. 그것이 싫다고 아예 한곳에 모아 소각을 하자니 적의 심기를 자극하는 면도 있었다.
꼭 침략을 했으니 그냥 보낼 수는 없고 약간의 대가는 지불하라는 의미로 보여 더욱 기분이 좋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그것을 무시하고 본격적인 전투를 하다가 상대가 전면전을 벌이려고 들면 곤란했다.
적의 본대는 3km 정도 뒤에서 쫓아오고 있었다. 그들을 향해 반전을 하여 쫓아간다고 해서 싸워줄 리도 없었다. 적당히 물러나 거리를 두면 허탕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고립이 되어 전력만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어쩌다가 이런 처지가 되었는지.”
그나마 앞에 있는 자들을 국경에서 저지할 수 있었다면 이런 상황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인데 그들이 궤멸되어 엉망이 되고 말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