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04
결판을 내다 (2)
“전군 저 아래를 최대한 빨리 돌파한다.”
레스턴 공작은 얼마나 죽을지 모르는 곳으로 병사들을 몰아넣을 수밖에 없었다. 그냥 시간을 보내 적에게 따라잡히는 순간 협공을 당해 전멸을 당할 수가 있었다. 고작 5,000이지만 그랜드 마스터가 선봉에 서서 배후를 공격하는 순간 무적의 군대가 될 수 있었다.
사전에 방패나 각종 도구를 이용하여 방어를 하면서 언덕 아래로 돌진했다. 적이 가진 화살이 빨리 소진되기를 기원하면서 언덕 아래를 통과하여 나아가도록 했다. 화살에 맞아 쓰러진 자들은 스스로 일어나서 가는 자를 제외하고는 두고 갈 수밖에 없었다.
로크 왕국군은 꾸역꾸역 언덕아래를 향해 몰려들었고 5,000명 중에 혹시라도 우회하여 공격해올까 대비하는 군사 1,500명을 제외하고 3,500명이 궁수가 되어 언덕 아래로 활을 쏘았다.
사이먼은 이런 작전을 구상한 후에 군수업자에게 화살을 100만 발을 주문하여 두었고 그것을 기존 재고량 20만 발과 합쳐서 가져온 상황이었다.
화살의 양이 많은 것 같지만 그리 많은 양도 아니었다. 고작 일인당 300발정도 쏘면 다 소진이 될 정도였다.
사이먼은 언덕위에 서서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전에 수련을 했던 가락이 있어 그가 활을 쏘자 정확하게 적중하기 시작했고 조금 괜찮아 보이는 갑주를 걸친 자들은 사이먼이 쏜 화살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언덕에서 보면 반대쪽 가장 먼 곳으로 기사들이 이동했는데 사이먼은 그런 자들만 노렸다.
사이먼의 화살에 수많은 기사가 쓰러졌고 그들이 쓰러지자 기사들은 온갖 방법을 사용하여 피했지만 보유한 마나의 크기를 파악하는 사이먼을 당할 수는 없었다.
“적장인 사이먼이 쏘는 화살로 인해 벌써 30명의 기사가 죽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기사들이 전부 죽어나갈 것입니다.”
마스터인 홀레스턴 자작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을 했다. 이런 피해를 강요받으면서 굴욕적으로 통과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되자 주변의 마스터와 레드 스톰 기사단의 단장인 프라스터 백작이 동조하고 나섰다.
총 7인의 마스터가 나서서 적진을 향해 공격을 하자고 합세했다.
“공격합시다.”
레스턴 공작은 제국의 레드 스톰 기사단이 희생을 하겠다고 나서니 말릴 수도 없어 결국 허락을 했다. 그들이 마스터와 앞장을 서서 달려가자 길을 비켜주었다. 일반 병사와 기세 자체가 다른 그들이 돌진해 오자 실로 장관이 아닐 수가 없었다.
“1,2조 사격 준비.”
사실 사이먼이 따로 빼둔 1500명은 엑스퍼트에 도달한 자들이었다. 그들이 화살을 쏘기 시작하자 레드 스톰 기사단도 무시하지 못하고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무시하고 돌진하기에는 화살에 담긴 힘이 만만치가 않았다.
그들이 언덕아래에서 돌격을 멈추자 순식간에 살아있는 과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들 중에 강한 자들은 사이먼이 쏘는 화살에 의해 쓰러지고 있었다. 기사단의 구성은 엑스퍼트 중급이 주이고 상급은 스무 명 중에 하나 정도였다. 사이먼이 쏘는 화살의 속도가 워낙 빨라 피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사이먼은 순간 활을 내려놓고 검을 빼들었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사이먼이 이동하자 마스터들의 표정이 변하고 말았다. 사이먼은 이번에는 드잡이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들이 원하면 상대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사이먼이 향한 곳은 이가레스 탑주가 있는 곳이었다. 그가 마법을 준비하는 것을 느끼자마자 바로 움직인 것이다. 마법은 사전에 봉쇄하지 않으면 막아도 희생이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마법을 전개하는 마나유동을 느끼자 바로 움직인 것이다.
사이먼은 단 두 번 움직여서 이가레스 후작에게 쇄도해 갔고 이가레스 후작은 사이먼이 쇄도하자 실드를 펼쳐 방어를 했고 그 순간 일곱 명의 마스터가 사이먼을 향해 공격을 해왔다.
레스턴 공작은 사이먼이 진영 한가운데로 서슴지 않고 뛰어들자 놀라고 말았다. 그런 일을 벌일 것이라 상상하지도 못했는데 사이먼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이가레스 후작이 실드를 전개했지만 순간 사이먼의 검에서 열기가 확 뻗어 나오면서 실드의 대부분이 소멸되고 말았다. 화염의 속성을 가미한 오러 블레이드가 전개되자 실드가 소멸하고 만 것이다.
마법사가 검사와 싸우면서 한 자리에 있는 것은 그냥 죽여 달라는 것이기에 블링크를 사용하여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사이먼은 이가레스 후작이 탈출을 하자 쫓아가는 대신에 바로 반전을 하여 일곱 명의 마스터를 향해 공격을 했다.
“으악.”
“으아악.”
반쪽짜리 마스터 둘이 바로 비명과 함께 바닥으로 나뒹굴고 말았다. 가장 먼저 나섰던 홀레스턴 자작도 그 중에 하나였다. 온전한 마스터 다섯 명은 사이먼의 공격을 겨우 막았지만 대부분 그 충격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해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마치 다섯 명의 사이먼이 나타나서 공격하는 것처럼 사이먼이 다시 한 번 다섯 명의 마스터를 공격해 갔다. 그러나 사이먼은 다섯 명 전부를 향해 날아드는 뜨겁고 날카로운 기세에 결국 다섯 명의 사이먼을 더 생성하는 것처럼 대응을 했다.
전에 한 번 여러 명의 마스터와 싸운 경험이 있었기에 그런 공방에 능숙하게 대응했다.
위기에 처했던 마스터들은 이가레스가 공격을 한 덕분에 사이먼의 공격을 재차 방어할 수가 있었다. 사이먼은 이가레스 후작을 그대로 두고 마스터들을 상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연속적으로 이가레스 후작을 공격했다.
이가레스 탑주는 사이먼이 계속 쫓아오자 블링크의 거리를 500m 수준까지 늘릴 수밖에 없었다. 사이먼은 단 두 번 도약하여 역시 이가레스의 주변으로 접근을 했다.
사이먼이 계속 추격을 하자 사이먼의 범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가레스는 연속적으로 블링크를 전개할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에 마스터들이 언덕을 향해 이동을 하려고 했지만 앞으로 나섰던 둘이 사이먼의 공격에 저지를 당했고 위기를 맞이하자 결국 다섯 명이 한군데로 뭉칠 수밖에 없었다.
프라스터 백작은 답답해서 뭔가 해보려고 나섰지만 그런 결정을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레드 스톰 기사단은 언덕에 오르지도 못하고 상당한 피해만 입었다. 특히나 사이먼이 30명에 가까운 엑스퍼트 상급의 기사를 저격한 탓에 그 피해가 막대했다.
“뒤에서 적이 추격의 속도를 높였다고 합니다.”
레스턴 공작의 말에 프라스터 백작은 결국 레드 스톰 기사단을 물러나게 할 수밖에 없었다. 사이먼 하나도 상대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뒤에서 쫓아오는 적의 마스터와 고위 마법사가 가세를 한다면 그 자리를 벗어나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
이가레스 후작과 사이먼은 서로 둘을 어떻게 하지 못하고 추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가레스 후작이 결국 마스터의 옆으로 와서 자리를 잡고 나서야 서로 추격전이 마무리가 되었다.
그렇게 하자 사이먼도 언덕위로 물러섰다. 이가레스 후작은 사이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에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사이먼이 언덕 위에서 뛰쳐나와 공격을 한 것이 그가 마법을 전개하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즉, 대단위 범위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막겠다는 의도였다.
이가레스 후작은 사이먼의 위협에 마법을 전개하지 못하는 것에 화가 났지만 사이먼이 진짜로 독한 마음을 먹고 사생결단을 낼까 걱정이 되어 다시 시도하기가 겁이 났다.
더구나 뒤에서 적의 정예가 쫓아오는 상황이었다. 그들에게 덜미를 잡히는 순간 이가레스 후작이야 어떻게든 탈출하겠지만 마스터들도 목숨도 장담하기 어려웠다.
“빨리 저곳을 돌파하여 탈출해야 합니다.”
그들은 급하게 명령을 내려서 언덕 아래로 진격해 갔다. 화살이 빗발치지만 다 죽는 것은 아니었다. 30%는 죽더라도 70%는 살아서 통과를 하는 상황이니 가장 확률이 높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실로 잔인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지만 그런 선택을 따를 수밖에 없는 로크 왕국군이었다. 만일에 뒤에서 에카테리나 왕국군이 쫓아오지 않았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들 때문에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결국 5만이 넘는 로크 왕국군은 고작 3만이 조금 넘는 인원만 살아서 통과하고 그곳에서 2만 명이 죽는 엄청난 피해를 입고 말았다.
로크 왕국군이 대부분 다 통과할 때쯤에 멀리서 에카테리나 왕국군의 모습이 뒤따라 나타났고 언덕 아래 만들어진 참상을 보고 다들 외면을 하고 말았다. 실로 인세지옥이 따로 없는 모습이었다.
사실 화살에 맞아 죽은 자들보다 같은 로크 왕국군에게 짓밟혀 죽은 자가 대부분이었다. 화살에 맞더라도 치명상을 입어 즉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상처를 입어 쓰러지면 자력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그러면 낙오되어 결국 밟혀 죽은 것이다. 대부분의 로크 왕국군이 그런 식으로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온전한 시신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한 형상의 시신이 널려 있었다. 앞에 쓰러진 사람을 뒤에 오는 사람이 밟고 지나간 탓에 시신이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된 것이다. 그런 곳을 통과하여 도주해간 로크 왕국군은 돌아온 자들 대부분이 한동안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너무나 처참한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름을 뿌리고 화염마법을 사용하여 불태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곳에서 시신을 치우는 작업을 한다면 어지간한 정신력을 가진 자가 아니면 버틸 수가 없고 마나를 사용하는 자라면 마나가 역류할 것입니다.”
결국 그나마 정신력이 강한 엑스퍼트 상급 기사들이 나서서 주변을 약간 수습한 다음에 기름통을 들고 현장에 뿌리기 시작했다. 홍건하게 기름이 바닥을 적시게 되자 모든 병력이 현장에서 5km 이상 떨어진 후에 마법사 몇이 나서서 화염 마법을 발사했고 5일이 지난 후에야 그 시신이 다 타게 되었다.
더구나 바람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불어온 탓에 그 냄새가 로크 왕국의 북부 지역으로 퍼져나가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해질 무렵 날씨가 선선해지자 그들은 숙영지를 정하고 한 곳에 모였다. 그런 그들의 표정은 상당히 굳어 있었다. 대승을 거둔 군의 지휘부의 표정이 아니었다.
사이먼이 벌인 참상에 모두가 기겁을 한 상태였다. 그들은 사이먼의 안내로 두 갈래 길이 갈라진 곳의 중간에 있는 야산에 숙영지를 마련했다. 양쪽으로 길을 내서 파딘 계곡 방향이건 프리틀 계곡 방향이건 접근 할 수 있도록 했다.
“저런 상황이 벌어지다니 어떻게 된 것입니까?”
하일러 백작이 사이먼에게 헤자리오 언덕에서 있었던 일을 물었다. 보지 않아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지만 정확히 듣고 싶었다.
“보신대로 우리는 헤자리오 언덕에 주둔을 하고 적이 그 길을 통과할 때 측면에서 공격을 했습니다. 준비한 화살이 대략 120만 발인데 사용한 화살은 대략 80만 발정도 됩니다. 생각 외로 병사들의 체력이 약해 화살을 많이 쏘지 못했습니다.”
사이먼의 말에 듣고 있던 지휘부의 인사들의 표정이 해쓱하게 변했다. 그렇게 많은 화살을 준비했다면 사전에 이렇게 하려고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말이 120만 발이지 군수업자들이 모조리 동원하여 각기 수십만 발의 화살을 납품하도록 했다는 말이었다.
지난 한 달간 강화협상을 하면서 시간을 끄는 동안 사이먼은 혼자 그런 작전을 준비한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서도 보안을 유지하면서 조용히 있었던 것이다.
“저들 사이에 마법사들이 있었을 것인데 그건 어떻게 한 것입니까? 마법으로 공격하면 언덕 위라도 안전하지 않을 것인데 말이요?”
어지간해서 경어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바로나 탑주마저 제대로 경어를 사용하여 사이먼에게 물었다. 사이먼을 함부로 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8서클 마법사가 있었는데 마법을 전개하려고 해서 공격을 했더니 더 이상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약간 드잡이가 일어나 저쪽의 반쪽짜리 마스터 둘을 처리하기도 했습니다.
마법을 전개하지 않기에 물러났더니 그 후에는 마법을 전개하려고 하지 않아 저도 언덕위에서 화살을 쏘는 공격만 했습니다.
물론 제국에서 온 자들이 통과할 때에 화살을 집중하여 절반가량은 언덕 아래에 남도록 했습니다. 제국에서 얻어먹을 것이 뭐가 있다고 이곳까지 왔는지 말입니다.”
사이먼이 가볍게 말을 했지만 그 의미는 대단했기에 다들 숨은 의미를 파악하려고 한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레드 스톰 기사단이 절반 이상 희생이 되었다는 말이었다. 이미 그전의 전투에서도 상당수가 죽었으니 이제 1,000명 수준으로 줄었다는 말이었다.
“살아서 돌아간 마스터가 다섯이라는 말이군요. 마법사가 가세하면 쉽지 않았을 것인데 어떻게 상대를 한 것입니까?”
마법사답게 호기심이 많아 다시 바로나 탑주가 질문을 했다.
“8서클 마법사에 비하면 마스터는 기동력이 거의 없기에 8서클 마법사만 공간도약으로 쫓아다녔더니 결국 버티지 못하고 마스터의 뒤로 숨었습니다. 그래서 뒤로 물러났더니 마법을 전개하지 않아 그만 두었습니다.”
사이먼은 사실대로 말을 했고 그 말에 바로나 탑주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자신도 사이먼이 달려들면 똑같은 상황에 처할 것이라 생각하니 두려웠기 때문이다. 아예 도망을 치려고 하면 공간 마법을 이용하여 멀리 도망을 칠 수는 있겠지만 근거리에서 싸우면 버틸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