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05
결판을 내다 (3)
“우리는 지금 적을 몰아내고 로크 왕국의 영내로 진격한 상황입니다. 더 진격할지 아니면 여기서 주둔하고 폐하께 상황을 보고하여 지침을 받을지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일러 백작이 지휘관들의 의견을 구했다. 그 자리에 있는 부대장은 다섯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들의 의견을 모아서 결정하는 것이 순리였다.
“일단 이곳에서 대기하면서 적의 동태를 살피고 하회를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조금만 내려가면 실랑가 평원으로 인구 밀집지역입니다. 그곳을 공격하면 적지 않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입니다. 적국이지만 양민을 학살하는 상황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렐리어스 백작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었다. 다른 지휘관들의 의견을 제한하는 것일 수가 있기에 그리 좋은 처사는 아니지만 그로 인해 진격하자는 의견을 내는 사람은 없었고 그간의 전공을 보고하고 지침을 기다리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사이먼은 자신의 막사로 따라온 마스터들과 두 마법사들 때문에 일단 자리를 옮겨 제10 경비대 지휘부 막사로 이동을 했다.
“공간에 대해 궁금해서 말입니다.”
사이먼에게 바로나 탑주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었다. 그들은 그랜드 마스터의 공간의 이해가 무엇인지 확인하고자 했다. 사이먼은 8서클 마법사와 제대로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기에 자신의 비밀이 밝혀질까 걱정을 했지만 그런 낌새를 보이지 않아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랜드 마스터가 되면 다양한 능력을 발휘하는데 그 중에 하나가 공간 도약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사이먼은 자신이 공간도약을 할 수 있는 것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었고 직접 보여주는 것도 역시 한계가 있었다. 함께 왔던 마스터들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이 났다. 자신들이한 단계만 오르면 그런 수준이 될 수 있기에 그들로서는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속성의 검이나 오러 마법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이먼은 대략적으로 설명을 했다. 마법사의 호기심을 막을 수는 없었고 그냥 적당히 충족시켜주는 것이 최선이었다. 알려준다고 해서 따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방어를 하는데 어떤 유리한 것도 없었다.
사이먼은 바로나 마법사가 묻는 것을 대답하면서 오히려 그렇게 많은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고 말았다. 그런 질문을 통하여 보다 면밀하게 검술이나 공간의 이해에 대해서 접근할 수가 있게 되었다. 그들은 이번 전쟁 자체에 대하여는 관심이 없는지 검과 마법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했다.
사이먼은 부대를 지휘해야 하는 지휘관이기에 그런 토론만 할 수 없었지만 급한 일을 마치면 그런 자리에 참석을 해야 했다. 고위 마법사나 마스터들은 사이먼과 달리 상당히 세상일에 무관심한 면이 보였다. 나이 때문인지 아니면 수련을 한 시간이 길어 달관한 것인지 모르지만 그런 면에서 차이가 컸다.
고위 마법사나 마스터들은 지휘체계에서 벗어난 존재이기에 그들은 군무에 관심이 없었다. 그저 전쟁이 끝나거나 어떻게 돌아가는지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분들이 제 지휘부 옆으로 막사를 옮기는 것을 막아 주셔야 할 것 아닙니까?”
사이먼은 오렐리어스 백작을 찾아가서 그렇게 푸념을 했다. 사이먼의 막사 옆으로 마스터와 고위 마법사들의 막사가 이동해 오면서 사이먼은 노인들의 수발을 들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사이먼이 직접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부관인 넬론은 그 덕분에 그들까지 챙겨야 했고 사이먼도 그들에 관련된 일을 처리하는데 관심을 두어야 했다.
그들이 있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아니지만 행동에 제약이 발생했다. 특히 혼자 정찰을 나갈 수가 없었다. 아무리 기척을 숨겨도 그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니 정상적으로 부대지휘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우리가 무슨 힘이 있나? 자네가 좋다고 그분들이 그쪽으로 간 것을 말일세.”
“알겠습니다. 그거야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닌데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입니까?”
사이먼이 정찰을 나가는 것이 쉽지 않아 외부 동향을 알 수가 없었다. 노인들이 보고 있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 지역에 주둔을 한 후에 어떻게 일이 진행되는지 깜깜했다.
“일단 로크 왕국과 재차 협상을 하기로 했네.”
“우리가 저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사이먼은 막상 받아낼 것도 마땅치가 않아 보여 그것에 대해 물었다.
“사실 얻을 것이 별로 없네. 그들이 줄 수 있는 것도 약간의 금전을 제외하고는 없네. 그럼에도 이 전쟁을 하는 이유는 전쟁 자체에 목적이 있기 때문일세.”
오렐리어스 백작의 설명은 전쟁을 통해 로크 왕국의 무력을 소진시켜 저들의 도발을 억제한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든 저들의 전력을 많이 끌어내어 섬멸해야 했다. 그러나 그것도 적당히 해야 했고 배후에 있는 제국을 끌어들여 한 방 크게 먹여 제국과 로크 왕국의 사이를 벌려 놓아야 했다.
“비인간적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아 다시 전쟁이 벌어질 것이네. 이건 로크 왕국의 의지가 아니라 제국의 의지가 그렇기 때문이네. 로크 왕국은 제국에서 원하는 대로 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네.”
사이먼이 생각하는 것과 거의 비슷한 견해였다. 그렇기에 달리 다른 의견을 말하지 않았다.
“이번 전쟁은 로크 왕국에서 주창하고 제국에서 원조를 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말입니까?”
“겉으로야 그렇지만 로크 왕국 자체가 친제국파가 득세를 하는 상황일세.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는 그들의 한계일세.”
“그러면 로크 왕국이 지금보다 더 약해지면 제국에 흡수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사이먼의 질문에 오렐리어스 백작은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아 사실상 수많은 사람이 해법을 골몰하고 있지만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었다.
“지금도 속국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완전한 속국이 되고 심하면 나라 자체가 사라져 대영지로 흡수가 될 수도 있네. 그런 상황에서 우리도 대응책을 세웠고 이게 우리의 목표일세.”
사실 이미 대응 방안에 대해 결정을 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것을 관철할 능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나의 지도였다. 그곳에는 로크 왕국이 양분이 되어 있었다. 제국에 가까운 곳과 에카테리나 왕국에서 가까운 곳으로 나눠 제국과 에카테리나 왕국과 같은 색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로크 왕국을 제국과 양분한다는 계획이었다.
“로크 왕국의 왕도인 로칸시티의 옆인 올리베이라 평원까지 아국이 점령한다는 말입니까?”
“점령하는 것이 아니라 제국과 전쟁을 하여 할양을 받는 것이 목표이네. 그 전쟁이 이제 막 시작된 것이지.”
사이먼은 오렐리어스 백작의 말에 두려움을 느꼈다. 이렇게 나라 하나를 통째로 집어삼키는 계획을 서슴지 않고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에 겁이 났다.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할 것 같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제국이나 로크 왕국이나 우리나 같은 말을 사용하고 있네. 지역에 따라 조금 말이 다르기도 하지만 큰 차이가 없지. 이는 힘만 있으면 정복하여 통치를 해도 크게 문제가 없다는 말일세.”
말이 같다는 것은 지배를 하는데 커다란 어려움 하나가 사라진 것을 의미했다.
“이건 언제 수립된 계획입니까? 로크 왕국과 전쟁이 나기 전에 세운 것입니까?”
“아닐세. 이미 200년 전에 세워진 계획이네. 오래 전에 살링가 평원을 로크 왕국에 할양해준 것도 그런 계획의 일환인 것이지. 그들이 좋고 국왕이 공주의 남편이라고 해서 영토를 내어 준 것이 아닐세.”
순간 사이먼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최후의 순간에 일종의 연고권을 주장하여 그 지역을 차지할 수도 있었다. 또한 전쟁에 참여할 명분이 되기도 했다. 아울러 로크 왕국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도 있어 바로 로크 왕국이 제국에 흡수되는 것을 막아줄 수도 있었다.
“하나의 국가를 다스린다는 것은 수도 없이 많은 것을 고려하고 검토하며 최선의 선택을 한다는 것일세. 지금 이 모든 것의 중심에 사이먼 자작, 자네가 존재하고 있네.”
“제가 말입니까?”
“전쟁 시작 전에 자네의 위치는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여러 마스터 중에 하나였네. 그러나 지금에 있어서는 왕국 전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가 있네. 이번 전쟁에서 자네가 보인 활약은 무위만이 아니라 전략과 전술에서도 탁월했네. 특히 무력을 적절하게 이용하면서도 부대를 이용하여 우위를 확보한 것은 기대하지 않았던 망외의 소득일세. 중요한 것은 이번에 거둔 결과로 인해 로크 왕국은 자네의 무서움을 너무나 잘 알게 되었다는 점이지.”
사이먼은 오렐리어스 백작의 말에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전쟁터에 묶여 있어야 하는지 걱정이 되었다. 적당한 시기가 되면 사비올라를 떠날 생각이었는데 그런 계획이 조금 어긋나는 것 같았다.
“지금 로크 왕국과 강화를 위한 협상을 하고 있네. 다행스럽게도 로크 왕국의 국내 사정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이 되고 있지만 단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네.”
“무엇입니까?”
“제국에서 아카시코 후작과 3만의 군사를 파병하기로 한 것이네. 그들이 한 달 후면 당도할 것인데 그 전쟁을 이겨야 한다는 점일세. 그것을 알면서도 쓸데없는 강화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지.”
사이먼은 오렐리어스 백작의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보았다. 그런 협상을 굳이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었다. 차라리 지금 바로 로크 왕국으로 진격하는 것이 나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말게. 저번이나 이번이나 모두 쓸데없는 협상 같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필요한 협상일세. 더구나 제국의 군사력이 약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로크 왕국의 힘만 제거하면 제국을 도와주는 결과가 나오네. 힘이 없는 로크 왕국이 제국에 빠르게 흡수될 소지가 크네. 더구나 마지막 협상에 임할 때가 되면 그들은 두 번 협상을 하면서 했던 기만적인 태도나 언동으로 인해 상당히 곤혹스러운 처지에 들 것이니. 우리는 두 번의 일을 언급하여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이니 말일세.”
“한데 제국과 로크 왕국의 연합군이라면 엄청난 전력일 텐데 지금의 군사로 충분합니까?”
“왕국에서 전쟁을 구경이라도 한 군사는 여기 있는 군사가 전부일세. 다른 군사를 데려온다고 해도 그저 머리 숫자만 채울 뿐이네. 또한 로크 왕국과 제국에서 동원할 수 있는 군사는 많아야 5만 정도가 최대일 것이네. 왜냐하면 그들은 이번 전쟁에서 7만이나 되는 군사를 상실했네.”
“7만이나 말입니까?”
사이먼은 자신과 휘하 부대가 그런 일을 벌였지만 막상 숫자를 듣자 놀랐다. 그 중에 최소 5만 정도는 사이먼이 죽인 것 같았다.
“대략 10만이나 되는 군사가 쳐들어 왔지만 살아 돌아간 수는 3만에 불과했네. 대부분 자네에게 당한 숫자이네. 그러니 로크 왕국은 2만을 동원하는 것도 버거운 실정이네. 그러나 그 정도는 동원할 것이네. 우리가 여기에 대략 3만 정도 주둔하고 있으니 그 정도만 몰려와도 충분할 것이라 생각할 것이네. 문제는 자네가 아카시코 후작을 물리쳐야 한다는 것이지.
자네가 패배하면 전쟁은 다시 원점으로, 아니 오히려 왕국의 패배로 이어져 제국의 의도대로 될 것이네. 로크 왕국에 대한 제국의 영향력은 커지고 우리 에카테리나 왕국은 심하면 오시러스 지역을 상실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네.”
오렐리어스 백작의 말에 사이먼은 갑자기 자신이 패하는 사태가 두려워지기도 했다. 물론 그런 상황이 오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사용하여 이길 생각이었다. 일단 자신의 생존이 가장 당면한 문제이기도 했다.
“반면에 우리가 승리하면 로크 왕국의 친제국적인 주전파는 몰락하고 제국의 영향력도 상실이 되고 로크 왕국에 대한 아국의 영향력은 그만큼 확대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러하네. 그러면 로크 왕국이나 우리나 시간을 확보할 수가 있게 되네. 대략 50년 정도면 제국과 전면전을 벌여도 우리가 불리하지는 않을 것이네. 그렇게 되려면 오시러스 주의 인구가 지금의 세 배 정도로 증가를 해야 하네. 물론 혼타 주나 세리카나 주도 역시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이네. 결국 오지를 대부분 다 개척하여야 하는 것이네.”
오렐리어스 백작의 말은 사이먼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시사하는 바가 컸다. 한마디로 왕국이 제국이 되기 위해 여러 가지 계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교황의 표정은 그리 좋지가 못했다. 로크 왕국의 로시튼 추기경이 물러나는 것으로 사제의 출전 문제는 마무리가 되었지만 그 일에 대하여 조사한 결과를 보면 심히 우려할만한 사실이 드러났다.
“크로이엘님의 사도로서 헌신해야 할 사제들이 로크 왕국의 영광을 위해 움직였다니 실로 어이가 없습니다. 신전에서 신도들의 예배 중에 매번 국가의 번창을 간구하는 기도를 별도로 했다니 심히 우려가 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교황의 탄식에 그 자리에 있는 추기경들의 얼굴에 곤혹스러움이 묻어났다. 이런 것 때문에 교단 중심주의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는 신도 중심의 포교가 갖는 한계이자 문제점이기도 했다. 신도들과 가까이 하는 것은 좋지만 신도가 원하는 것을 따르다 보면 신의 가르침과 다른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었다.
“우리는 특정 국가의 영광보다 이 세상의 주인이신 크로이엘님의 의지를 세상에 구현하는 사명을 위해 신의 사도가 된 것입니다.”
교황의 말은 로크 왕국에서 진행된 국가 중심적인 교단 운영에 대한 탄핵의 의미가 들어 있었다. 차기 교황에 가장 접근해 있다는 로시튼 추기경의 낙마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간 배척을 당했던 교단중심주의가 다시 부활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