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08
개척 영지 (1)
다른 사람은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지만 그는 분명하게 사이먼의 신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알 수가 있었다. 마나 고리를 해체하여 그 마나를 몸 곳곳으로 보내어 마나를 강화시키고 있었고 그렇게 하자 팽팽하던 균형이 무너져 상대가 패색을 드러냈다. 실로 일반적인 마법사나 검사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마나운용술이었다.
그런 상황을 보고 세 명의 마스터가 도와주려고 갔지만 그런 행위는 강물에 그저 물 한 그릇을 보태는 것에 불과했다. 사이먼이 전개한 공간의 검에 그들 세 마스터는 한 번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워낙 그 기세가 강해 마스터가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오러 블레이드로 강화된 검이 썩둑 잘라졌다.
그런 것을 아는지 사이먼을 상대하는 아카시코 후작이 기를 쓰고 잠재력까지 사용하여 공격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 후에 두 사람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사용한 최후의 대결을 했지만 사이먼이 약간 우세한 상태에서 뒤로 튕겨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변화는 그 때 일어났다. 사이먼의 몸에서 뭔가 아득한 기세가 일어나서 아카시코 후작을 덮쳤고 그것에 아카시코 후작은 바닥으로 나뒹굴고 말았다.
검술도 마법도 아닌 둘 다의 성향을 가진 기운이었다. 검술이 아니면서 검술이고 마법이 아니면서 마법인 그 어떤 것이었다.
헬로이안은 사이먼의 수법에 숨이 막히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실로 그가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마법의 새로운 경지 한 자락을 본 것이기 때문이다.
9서클에 도달하는 것도 목표이지만 그가 얻고 싶은 마법 중에 하나가 바로 언령 마법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사이먼에게서 나타난 것이다. 마법이면서 마법이 아닌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파워 워드 킬’이라고 하는 마법이 있다고 전해지지만 현재의 마법사 누구도 그것을 구현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9서클이 되면 가능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사실인지 알 수가 없었다. 9서클이 된 후에 성취할 수 있다는 것만 알려졌다.
‘일종의 언령 마법을 이용하여 기습을 했다. 워낙 기습적이고 은밀하게, 그러면서도 아주 강하게 전개가 된 것이라, 그것에 당하고 만 것이다.
마법사들도 저것에 공격당하면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 앱솔루트 실드, 즉, 8서클이 되어야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하다. 물리적인 공격마저 병행하면 둘 중에 하나는 막지 못해 결국 당하고 말 것이다. 나도 마지막 대결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방어할 자신이 없다.’
헬로이안은 지금 상황에서 사이먼에게 이기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편법을 이용하여 버티면 버틸 수 있겠지만 그것도 사이먼이 그 상황에 익숙해지면 끝이었다. 궁극적으로 이기기 위해서는 그와 비슷한 공격이나 방어 수법을 갖추지 않으면 불가능했다.
‘무서울 정도이다. 언제 저런 수법마저 터득한 것이지? 저렇게 빠르게 발전한다면 9서클도 오래지 않아 도달할 것이다. 대법에 성공해도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차라리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가?’
자신의 가장 큰 적수는 신전이 아니라 사이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실수로 인해 가장 큰 적을 만들었다는 생각에 엄청난 후회가 되었지만 이제 와서 돌이키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레스턴 공작은 너무나 짧은 시간에 제국에서 온 그랜드 마스터인 아카시코 후작이 사이먼에게 죽음을 당하자 어떻게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여 그 상황에서 전투를 속개하는 것은 만용이었다. 그대로 격돌하면 전멸을 당할 수가 있기에 선뜻 총공격을 명령할 수도 없었다. 마음은 어떻게든 결판을 짓고 싶었지만 그것은 헛된 희생만 키우는 첩경이었다.
“프라스터 백작, 어떻게 했으면 합니까?”
그나마 제국의 마스터이자 레드 스톰 기사단의 단장인 프라스터 백작이 있기에 의견을 물었다.
“어떻게 합니까? 이 상황에서 전투를 하는 것은 모두가 다 죽자는 말입니다. 여기 있는 마스터가 모두 나선다고 해도 사이먼을 상대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랜드 마스터도 당한 수법에 마스터가 당하면 세 명의 마스터처럼 단일격에 죽어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양측의 전력이 엇비슷한 상황이라면 필패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라스터 백작이 패배를 이야기 하자 같이 동행을 하여 온 이가레스 탑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저자는 일종의 언령 마법을 사용했습니다. 지금 내 수준으로 저자의 언령 마법을 방어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렇게 하다보면 물리적인 공격을 방어할 수가 없습니다. 몇 번 공격을 받지 않고 죽음을 당할 것입니다.”
고위 마법사인 이가레스 후작이 사이먼이 사용한 수법을 간파하고 그렇게 설명을 했다.
“정말 언령 마법이었습니까?”
프라스터 백작이 놀란 표정이 되어 반문을 했다. 그도 언령 마법에 대해 알고 있기에 진짜인지 확인을 했다.
“마법의 원형이랄 수 있는 그런 마법이기에 마법사들도 마법인 줄을 모르지만 분명 그런 류의 수법이었습니다. 정신마법의 일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그랜드 마스터의 권능 중에서도 최종 오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법은 아니지만 마법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레스턴 공작이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반문을 했다. 지금 상황은 예상외의 전개였기에 대응할 방안을 생각해두지 못했다.
“제국의 은퇴한 마도사인 코트란 님이나 그랜드 마스터인 로코스 공작님이 나선다면 모르지만 더 이상 상대할 자가 없습니다. 나와 아카시코 후작이 같이 나섰다면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겠지만 그렇게 했다면 저쪽의 바로나 탑주도 나섰을 것이니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싸우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결국 방법은 강화협상뿐이란 말입니까? 전투를 벌이지도 못하고 끝내야 한다니!”
레스턴 공작은 그렇게 탄식을 하고 에카테리나 왕국군 진영으로 사신을 보내었다. 강화협상을 위한 새로운 휴전을 제의한 것이다. 물론 그런 제의에 대해 에카테리나 왕국군은 단호하게 거절을 했다.
그간 로크 왕국에서 강화협상을 하자고 한 후에 거짓으로 일관했기에 거절을 당했지만 결국 다급하게 매달려 협상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개척 영지
사이먼의 새로운 수법은 에카테리나 왕국 진영에 있던 마스터급 강자들마저 긴장을 시킬 수밖에 없었다. 사이먼의 경지가 그들이 예상한 것보다 한 단계 이상 높았기 때문이다. 그랜드 마스터라고 해도 그 정도 수준에 도달했는지 짐작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예상외의 실력을 보이니 화들짝 놀란 기색을 보였다. 다들 그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진정한 그랜드 마스터의 수법입니다. 마스터도 반쪽과 온전한 마스터가 있는 것처럼 그랜드 마스터도 일종의 등급이 있습니다. 이번에 사용한 수법은 일종의 정신 공격으로 진정한 그랜드 마스터의 징표랄 수 있고 마법사라면 8서클 마스터에 버금가는 권능입니다.”
바로나 탑주가 약간 두려운 기색으로 말을 했다. 자신의 수준을 사이먼이 능가하게 되었으니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자신이 8서클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지 않는 이상 사이먼과 대등하게 상대할 수가 없었다.
물론 지금은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처음 시도하는 것이 어렵지 숙달만 되면 어려울 것이 없었다. 그것을 알기에 바로나 탑주도 그런 말을 한 것이다.
“이번 대결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이겼으니 로크 왕국군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약은 수를 쓰면서 두 번이나 시간을 벌었지만 이제 그런 수를 쓰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하일러 백작이 종전 협상을 하는데 이번에는 사정을 봐주지 않을 것을 천명했고 모두 다 그런 것에 동조했다. 그런 사실은 협상장에 간 에카테리나 왕국의 대표를 통하여 로크 왕국군에도 전달이 되었다.
두 번이나 협상을 요청하여 시간을 끌면서 수작을 부린 것 때문에 로크 왕국군은 에카테리나 왕국에서 내민 최후통첩 형태의 강화안을 통보받고 일방적인 선택을 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특히 이번 강화안에는 제국군의 철수를 요구하고 있어 로크 왕국군으로서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제국에서 원군으로 온 아카시코 후작과 마스터가 아무런 활약도 못하고 제거가 된 상황이라 제국의 입지도 약해졌다.
특히 아카시코 후작이 전쟁에 나섰다가 죽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국 황실의 입지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로크 왕국을 지원하지 말라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암중에서 지원군을 파견했고 그렇게 하여 성공하지도 못하고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것이라 상황이 아주 좋지가 않았다.
그 결과 레드 스톰 기사단이나 화이트 스톰 기사단이 로크 왕국에 나가 있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들을 빨리 철군하라는 여론이 팽배했다. 이런 일은 황실과 대립하는 위치에 있는 모든 세력이 이구동성으로 주장했다.
특히 크로이엘 교단이나 귀족들이 나서서 성토를 하는 상황이라 황실로서도 결국 철수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는 로크 왕국에서도 강화를 위해서 제국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과 맞물려 빠르게 진행이 되었다.
아울러 레스턴 공작을 필두로 하여 친제국적인 입장을 취하던 자들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제국과 협조를 통한 북방(에카테리나 왕국) 진출을 주장하던 주전파들이 전범 인도 및 처벌 요구로 인해 더욱 위축이 되고 말았다.
아울러 전비 배상을 에카테리나 왕국에서 황금과 마법 금속, 곡물로 받기로 하면서 만성적인 곡물부족 현상이 벌어지게 되었다. 황금이나 마법금속의 양은 한도가 있기에 로크 왕국은 가급적이면 곡물로 인도하려고 했고 그 결과 로크 왕국은 전쟁 배상금을 완납할 때까지 만성적인 곡물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는 에카테리나 왕국에서 로크 왕국의 인구가 증가하지 않게 하려는 의도로 시행한 배상금 정책이었다. 무려 20년간 분납을 할 수 있도록 했고 로크 왕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잉여의 곡물 대부분을 넘겨주어야 충당이 되도록 했다.
더욱 문제는 곡물의 가격을 낮게 책정한 것이 아니라 로크 왕국에서 거래되는 금액보다 20% 정도 높게 책정하여 곡물가격을 사실상 인상시키기까지 했다.
곡물 가격이 낮게 책정이 되어 있으면 황금이나 마법금속으로 인도할 것인데 곡물가격이 국내 유통가격보다 높으니 당연히 곡물로 배상금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강화협상은 제국의 기사단이 철수를 한 후에 타결이 되었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이 전범의 처리 문제였는데 레스턴 공작과 몇몇 지휘관만 에카테리나 왕국에 인도가 되었고 나머지 로크 왕국의 주전파 관료는 10년 이상의 연금형에 처하는 것으로 타협이 이루어졌다. 그 숫자만 해도 30여명에 달했고 로크 왕국의 중앙 고위 관료의 70%에 달했다.
사실 이런 조치로 주전파는 10년간 정치활동을 금지당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국왕인 토르가 3세의 입지가 극도로 위축이 되고 말았다.
든든한 후원자인 로시튼 추기경이 사제의 출전으로 인해 교단에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 사실상 감옥이나 마찬가지인 수도원에 유폐가 되었고 주전파의 중심에 있는 레스턴 공작이 에카테리나 왕국으로 압송이 되면서 왕실의 구심점이 사라지고 말았다.
여기에 전쟁이 발발할 당시에 고위 관료로 있던 자들 대부분이 전범으로 지목이 되어 10년 연금형에 처해지면서 퇴출이 되고 말았다.
반면에 전쟁 발발 전에 축출이 되었던 에카테리나 왕국과 친교를 주장하던 관료의 상당수가 복직이 되었고 귀족파라 칭해지는 자들마저 중앙에 진출하여 자리를 차지했다.
더구나 이번 전쟁에 출전한 절반가량의 군사가 왕실 친위군이랄 수 있는 부대였기에 그들이 궤멸을 당하면서 왕실의 군사력마저 약화가 되고 말았다. 특히 병사가 아닌 기사의 피해가 극심해 쉽게 복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더구나 가장 로크 왕국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에카테리나 왕국군이 로크 왕국의 도발을 감시하고 억제하기 위해서 향후 10년간 군사를 주둔시키기로 한 것이다.
현재 주둔지에 그대로 군사를 2만 명까지 주둔시킬 수 있게 하여 사실상 3개 남작령을 10년간 강제로 점령하기로 한 것이다. 로크 왕국으로서는 영토의 일부를 빼앗긴 것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세 번이나 패전을 한 상황이니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저 더 어려운 조건을 내걸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전쟁의 이면에서 이루어진 일들에 대하여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반인들도 로크 왕국이 확실하게 패전한 것은 알고 있기에 반대를 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귀족들도 에카테리나 왕국과의 강화협상에 대해 불만이 있어도 혹시라도 어떤 해코지를 당할까 염려하여 침묵했다. 표적이 되면 로크 왕국의 처지에서 보호해 주지 못할 것을 알기에 조용히 침묵을 유지했다.
국왕인 토르가 3세는 점점 정치적인 입지가 좁아지면서 반란을 염려하는 상황이라 결국 더 이상 저항할 수가 없었다. 그런 까닭에 강화협상에 따른 각종 부가적인 협정도 신속하게 처리가 되었다.
이로서 1년 정도 진행된 전쟁이 마무리가 되면서 두 나라는 전쟁에 따른 논공행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