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10
개척 영지 (3)
사이먼이 한 번 방문한 후에 마가렛은 저녁이 되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수련실에 틀어박혔다. 마나 명상을 한다고 들어가니 다른 사람들은 그저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그 시간에 사이먼과 마가렛은 밀회를 즐기고 있었다. 밀회라고 해서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 모르게 만나서 그저 가벼운 일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정도였다.
사이먼이 올 시간에 맞춰 마가렛은 수련실에 들어갔고 사이먼은 그 시간에 몰래 이동을 했다. 물론 매일 올 수는 없기에 이틀에 한 번 정도 시간을 냈다. 마가렛이 무작정 기다릴 수도 있기에 정해진 시간에 사이먼이 오지 못할 경우에는 목걸이를 이용하여 통신을 하기도 했다.
원래는 감청만 되었지만 사이먼이 아는 마법사에게 개조를 부탁하겠다는 말을 하고 가져와서 다시 개조를 했다. 물론 이번에는 실드를 한 번 사용하고 다시 한 번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 마정석을 하나 더 사용해야 했다.
사이먼이 그런 작업을 해주자 마가렛은 그런 마법사가 누구인지 궁금해 했지만 알려 주지 않았다. 사이먼의 능력을 보면 그런 마법사를 아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다. 마가렛은 사이먼이 직접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개척 영지를 신청했다고요?”
“네, 그렇게 하려고요. 내려가라고 하기 전에 내가 자발적으로 낙향을 하는 거죠.”
사이먼의 말에 마가렛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 되었다. 단순한 낙향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설마 동쪽을 보는 것은 아니죠? 왕실에서 허락할까요?”
마가렛은 사이먼의 의도를 모를 리가 없기에 왕실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을 했다.
“그곳은 왕국과 무관한 지역이라고 생각하면 내가 가더라도 상관이 없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지만 지금의 폐하는 상당히 계산적이라서 허락할지 모르겠네요.”
마가렛은 오지에 박혀 있다 보니 아일라 2세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은 것 같지가 않았다. 그렇기에 아일라 2세의 편협한 성격을 그런 식으로 표현했다.
“군부에서 나를 기피하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겠죠. 그곳으로 가는 것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죠.”
사이먼은 그런 식으로 대충 대답을 하였다.
“그보다 내가 전해준 검술은 검토를 해봤어요?”
그런 이야기를 계속하기 싶지 않아 대화의 주제를 전환했다.
“네, 어제 처음으로 예나를 이겼어요. 제 검술이 바뀌었다고 놀라던데요.”
예나는 아직도 엑스퍼트 중급에 머물고 있었다. 그렇기에 마가렛과 대련을 하면 노련함으로 이기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검술을 바꿔서 나오자 예나가 당황하여 마가렛에게 지고 만 것 같았다.
“갑자기 제 검술이 바뀌면 이상하게 생각할까 걱정이에요.”
“조금씩 사용하면 문제없을 거예요. 원래 검술에서 조금 달라진 것이니.”
“그렇겠죠. 그런데 이렇게 자리를 비워도 문제가 없어요?”
밤이지만 사이먼이 자리를 비우는 것이 걱정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잠깐 자리를 비우는 것으로 크게 문제될 것은 아니지만 군에 관련된 것이라 사소한 것도 일이 커질 수가 있었다.
“부관이 알아서 잘 커버를 해주는 편이라 다른 사람은 내가 없어진지 모를 거예요. 그저 주변에 정찰을 나갔다 생각할 거요. 휘하에 병사들도 다 떠나고 기사들마저 대부분 떠나서 주둔지에 몇 명 남지가 않았어요.”
“한데 왜 그곳에 있는 거예요? 사비올라에 가야 하지 않아요? 달리 이유가 있어요?”
“사비올라에 내가 가면 논공행상에 참여할 것 같아 대충 방향을 정한 후에 올라오라는 것 같아요. 다른 경비대장도 다 오시러스에서 대기 중이죠.”
사이먼은 자신이 사비올라에 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 이유가 없어 보였다. 당사자들이 올라오면 여러 가지 이야기가 돌기에 논공행상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오라고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백작으로 승작을 하면 성을 새로 갖게 되는데 생각해놓은 것이 있어요?”
“글쎄요? 뭐가 좋을까요?”
사이먼이 특별히 생각해 놓은 것이 없어 바로 대답을 못했다.
“엘칸토르가 어때요?”
“너무 거창하지 않을까요?”
“어울릴 것 같은데요. 더구나 첫발자국이라는 뜻도 있고 위대한 정복자라는 뜻도 있고 마지막으로 여왕의 남편이라는 뜻도 있고요.”
마가렛의 말에 사이먼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 말은 전설상의 제국인 오르고란의 개국신화와 연관이 있는 이야기로 뮤리곤이란 작은 왕국의 여왕인 크라케를 구원한 엘칸토르가 여왕의 남편이 되어 결국에는 대제국은 건설했다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는 수천 년 전, 몰락의 시대 이전의 이야기라서 역사에는 기록이 되어 있지 않은 야사였다. 몰락의 시대란 지금의 인류가 번성을 하기 전에 수천 년 간 이어져온 인류의 암흑기를 의미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수천 년 전에 인류 문명이 멸망을 했고, 그때 인류가 몇 십 명의 제외하고 다 죽어 수천 년이 지난 후에야 수백만 명의 인구로 증가를 하여 지금의 인류로 발전을 했다.
그 이전에 있었던 시대의 흔적은 고대 유적지에서 간간이 발견이 되었고 몰락의 시대에 인류를 제외한 아인종이 모두 멸절이 되고 말았다. 가장 대표적인 종족이 바로 지상계의 수호자라고 하는 드레곤으로 이제는 전설로 남게 되었다.
“후후, 그러면 우선 여왕을 구원해야 하는데, 여왕이 어디에 있지?”
사이먼이 그렇게 말하면서 마가렛을 보자 마가렛도 사이먼을 뻔히 보았다.
“마가렛이 나의 여왕이 되어 줄래요?”
사이먼이 그렇게 말하자 마가렛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그냥 고개만 숙였다. 사이먼도 말을 하고 나서 자신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에 놀라서 멍한 표정이 되었다. 사이먼은 그런 마가렛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고 그런 다음에 어깨에 손을 얹어 끌어당겼다.
사이먼이 마가렛을 끌어안아도 마가렛은 그저 가만히 사이먼의 가슴에 기대면서 밀어내지를 않았다. 마가렛의 행동에 용기를 낸 사이먼은 두 손으로 마가렛을 어깨를 끌어안았다.
한동안 두 사람은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마가렛도 사이먼이 시간을 내서 계속 찾아오자 바보가 아닌 이상 그 마음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고백을 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면서 매번 미적거리는 것이 답답했다.
사이먼도 여자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마가렛의 체향을 맡자 자신도 모르게 마가렛의 등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이먼은 이성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가만히 마가렛을 끌어안고 한동안 숨을 돌렸다.
“아직 나는 여왕의 남편이 되기에 조금 부족해요. 여기서 마가렛을 꺼내 밖으로 데려가려면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할 거요.”
사이먼은 마가렛을 보면서 그렇게 말을 했다. 아직은 마가렛과의 혼인을 논할 때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사이먼이 몰래 마가렛을 방문한 것이기도 했다.
“알았어요. 기다릴 게요.”
사이먼의 말에 마가렛은 지체하지 않고 대답을 했다. 두 사람이 같이 하기에는 아직 여건이 되지 못했다. 그럴 때가 오려면 사이먼이 왕의 견제마저도 무시할 정도로 우뚝 서있어야 가능했다. 아직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조금만 기다려요. 내가 당신을 나의 여왕으로 만들어서 데려갈 것이니.”
사이먼의 말에 마가렛은 그저 빙긋 미소만 지었다. 다시 사이먼이 마가렛을 끌어안았고 두 사람은 애틋한 마음을 서로에게 전하기 시작했다.
사이먼은 오스로스에서 결국 자신이 이끌고 갔던 제10 경비대를 완전히 해산하고 사비올라에 갔다. 1년 이상 떠나 있다가 사비올라에 복귀하는 것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끝까지 같이 있었던 지휘부의 기사들이 귀향을 할 때 할 일이 없으면 자신에게 찾아오라는 말을 했다. 일단 사비올라에 오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니 크라인이 머무는 장원에 가서 대기하라는 말을 했다.
사이먼은 단승 작위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승작을 하여 백작을 받는 것이 기정사실로 되었다. 아울러 애쉬톤 산 동쪽의 공지를 개척영지 형식으로 받는 것으로 했다. 또한 전쟁을 하면서 사이먼의 부대가 노획한 물품 가치의상당부분을 사이먼이 받기로 했다.
더불어 적국의 마스터를 제거한 것에 대하여도 적절한 금전적인 포상을 받기로 했다. 왕실 재정에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영지순찰관을 하면서 추가적으로 확보한 세수도 꽤나 되기에 그런 부분도 고려가 되었다.
“개척영지에 내려가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현재의 상황을 보면 완전한 평화가 온 것은 아니라고 보네. 그래서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그 중에 한 가지가 자네에 대한 것일세.”
“상황이 긴박하여 제가 필요할 경우를 대비하여 뭔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까?”
사이먼은 자신이 언제라도 사비올라에 올 수 있다는 것을 밝힌다면 간단한 일이지만 그렇지 않기에 뭔가 대비책이 필요할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 자네가 가 있는 곳에 임시로 워프게이트를 설치하고 마법사를 파견할까 하는데 어떤가?”
“마법사가 온다면 궁정마법단 소속입니까?”
“그러하네. 워프게이트를 설치하여 궁정마법단에서 운영할 것이고 도착지점도 외성에 있는 임의의 지점이 될 것이네.”
두 마탑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워프게이트는 사비올라의 외성 안에 있지만 사실은 외성의 성곽에 있어 밖에 있다고 할 수도 있었다. 워프게이트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통제를 받아야 했고 마찬가지로 외성 안으로 들어올 때도 역시 통제를 받아야 했다.
그런 것과 별개로 궁정마법단은 워프게이트를 외성 안의 비밀스러운 곳에 몇 개의 워프게이트를 만들어두고 운영하고 있었다. 물론 내성에도 그런 워프게이트가 몇 개 있었다. 일종의 안가에 그런 시설이 존재했고 마법진으로 둘러싸여 있기에 외부에서 그 존재를 알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사이먼 정도 되면 아무리 감추어도 감지할 수가 있었다.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이먼은 자신이 신경 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여 바로 승낙을 했다. 물론 그의 동태를 감시하는 것도 병행할 것이지만 어떻게 하더라도 그런 일은 진행이 될 것이다.
또한 그 비용은 왕실에서 부담할 것이니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근처에 마법사가 머물면 행동에 제약이 있겠지만 5서클 수준의 마법사라면 문제되지 않을 것 같았다.
워프게이트 문제마저 해결이 되자 사이먼이 요청한 개척영지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었다.
아일라 2세는 전쟁에서 승리를 하자 나름대로 기분이 좋은지 연일 만면에 미소가 가득했다. 더구나 자신이 등용하여 내세운 사이먼이 공을 세워 사실상 전쟁을 종결시켰으니 사이먼의 공이 자신의 공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없군.”
그러나 종전 과정에서 아일라 2세의 뜻과는 다른 형태로 일이 진행되자 조금은 화가 난다는 표정이 되었다. 특히 논공행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그런 경향이 강했다.
“로크 왕국을 확실하게 제어하려면 그를 그곳에 두는 것이 최선인데 군부에서는 무슨 생각으로 반대를 하는 것인지, 원.”
아일라 2세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행위가 괘씸하여 입맛을 다셨다. 그런 기류를 눈치 챈 사이먼이 아예 오지로 낙향을 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라 더 이상 붙잡기도 어려웠다. 사이먼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사이먼이 떠난다고 하니 모두 표정을 관리하면서도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었다.
군부의 특성상 무력과 지휘능력을 요구하기 마련인데 사이먼은 두 가지 모두 최고나 마찬가지라 군부의 인물들로서는 달갑지가 않았다. 무력이 높으면 무식하거나 전략전술에 밝으면 무력이 없어야 서로 보완을 하면서 아래에 둘 수가 있는데 사이먼은 그런 단계를 지나 위에서 군림할 상황이니 싫은 것이다.
거기에 아직 젊어서 그런지 부정부패에 단호한 면이 있었고 능력이 뛰어나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도 뛰어났다. 그러니 사이먼이 군에 있는 자체를 싫어하는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현장 지휘계통이나 감사계통으로 보직을 받으면 악몽이 따로 없다고 생각하여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내쫓으려 하고 있었다.
전쟁이 난 후에 잠시 군에 몸을 담는 것은 용인을 하지만 군부에 적을 두고 활동하는 것은 결사적으로 저지하려고 하고 있었다. 이는 군부의 원로들마저 반대를 하고 있었다. 그들이 누리는 기득권을 상실할까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강행하여 한바탕 풍파를 일으켜 정화작업을 하고 싶기도 했지만 그것이 가져올 후폭풍을 생각하면 결국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아쉽지만 오히려 좋을 수도 있습니다. 필요할 경우에 로크 왕국이나 제국을 자극하여 일을 벌여야 하는데 그가 버티고 있으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차라리 일이 발생한 이후에 그를 등용하는 것도 방법일 것입니다.”
오렐리어스 백작은 그런 식으로 아일라 2세의 불편한 마음을 달래주었다. 로크 왕국의 일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고 앞으로 적지 않은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었다. 지금은 한 발 물러나는 것이 현명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