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11
개척 영지 (4)
“한데 그가 그곳을 고집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아일라 2세의 얼굴에 의혹이 어려 있었다. 사이먼이 트라칸 반도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그가 노리고 있기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그곳을 개발해야 한다면 그에게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그가 아니라면 현재 그곳을 개발할 역량을 가진 자는 없습니다. 이는 마탑이나 용병길드가 전력을 기울여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두 군데서 동시에 달려들어도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오렐리어스 백작이 말하는 것이 맞는 말이지만 아일라 2세가 염려하는 것은 사이먼이 궁극적으로 독립을 선언할 경우에 달리 방도가 없다는 점이었다.
‘인구 100만의 대영지만 그의 수중에 들어가도 독립을 선언하면 어떻게 제어할 길이 없다. 그것은 상당수의 관료들이 이구동성으로 우려하는 바이다. 당장 독립을 하지 않고 대영지로, 공국으로 변천을 하여 종내에는 독립국이 될 소지가 크다.’
아일라 2세는 사이먼을 신뢰할 수가 없었다. 그의 지시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사이먼에게는 그에 대한 충성심을 기대할 수가 없었다. 물론 아일라 2세도 전폭적으로 사이먼을 신뢰하는 것이 아닌 것은 마찬가지였다.
“한 번 기회를 부여하면 그 이후에 권리를 회수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신중하게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니요?”
“하지만 그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면 그는 그냥 고향 집으로 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답답한 마음에 여기저기 여행을 다닌다면 곧 아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까지 넘어갈 것이 분명하고 그 이후에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도 있습니다. 그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오렐리어스 백작은 사이먼에게 어떤 족쇄를 채워 한곳에 정착하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현재 제국마저 압도할 수 있는 전력을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가 있었다.
“하긴 그랜드 마스터가 다니는데 국경 정도는 아무런 장애가 아니겠지. 그렇게 되면 다른 나라에 망명을 하지 않더라도 위급한 상황에 연락할 방도가 없어 곤란한 경우도 자주 발생할 것이요. 그러면 그에게 트라칸 반도를 주자는 말입니까?”
“사실 그곳은 몬스터의 땅입니다. 그런 곳을 그에게 준다고 해서 하등 손해가 아니지 않습니까?”
오렐리어스 백작은 그렇게 말을 하여 아일라 2세에게 대범하게 결정하라고 압박했다.
“방도가 없다면 그렇게 해야겠지. 그러나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는 없는데 좋은 방도가 없는 거요?”
“일단 궁정마법단을 파견하여 그의 주변에 항상 머물게 하고 필요하다면 그 지역에 왕립마탑의 지부를 세우는 것도 방법일 것입니다. 왕국의 상단이나 각종 길드까지 모두 진출을 하면 향후에도 대영지로라도 왕국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아국은 제국 못지않은 진정한 제국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하지만 오렐리어스 백작은 머릿속에 떠오른 또 하나의 가능성에 대하여는 함구를 했다. 그런 것을 말할 경우 속이 좁은 아일라 2세가 어떻게 반응할지 뻔했기 때문이다.
사이먼은 사비올라에 와서도 사실상 집에 틀어박혀 수련하기를 강요당하는 실정이었다. 그렇기에 식사를 하는 시간 외에는 대부분 수련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잘 되어가요?”
마가렛은 저녁이 되어 사이먼이 찾아오자 반가운 기색으로 맞이하였다.
“개척 영지를 받는 것은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죠. 단지 잡음 없이 일을 처리하는 것이 어려운 것입니다. 한데 마가렛의 혼인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나요?”
사이먼은 혹시라도 아일라 2세가 농간을 부릴까 걱정이 되어서 그런 일이 없는지 물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자들이 있지만 겁이 없는 자죠. 제 진짜 신분을 모르고 설치다가 조용히 방문을 받고 조용히 입을 닫는 자들이 많아요.”
스타리안 자작가에 대해 알지 못하는 자들이 많았다. 고위 귀족가문은 정체를 알지만 하급 귀족은 그 사실을 몰랐다. 그렇기에 그런 자들이 만만하게 생각하여 혼인을 통해 영지를 삼키려는 수작을 부리기도 했다.
그런 자들이 나타나면 왕의 안식처에서 나서서 단속을 했다. 사실을 알게 된 후에 계속 나서는 것은 왕실에 도전하는 것이기에 모두 조용히 입을 닫았고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자 정확한 사실은 몰라도 뭔가 있다는 것은 눈치 채고 말을 조심했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사이먼은 그렇게 말하고 옆으로 다가가서 마가렛을 당겨 안았다. 마가렛은 아무런 말이 없이 사이먼에게 기대었고 둘은 어느새 말이 없이 서로를 탐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열풍이 불었다. 자주 만나지 못하고 수련실에서만 몰래 만나는 관계이다 보니 서로 간절했다. 남의 시선을 피하여 만나다 보니 어떤 면에서 더 쉽게 벽을 허물어 버렸다. 보는 눈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행동을 보다 자유롭게 해주었다. 물론 사이먼이 그것을 위해 수련실에 적당한 조치를 몰래 취하기도 했다.
“정말 좋아요. 이 아름다운 모든 것을 이렇게 내가 만질 수 있다니.”
“나도요. 그만요.”
사이먼이 말을 하면서 손을 놀리자 마가렛이 손을 가로막으면서 사이먼에게 안겨들었다. 사이먼의 손길을 피하기 위해서는 도망가는 것보다 그냥 다가가는 것이 더 간단했기 때문이다.
“나를 여왕으로 만들어 줄 수 있어요?”
“왜요? 여왕이 되고 싶어요?”
사이먼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뇨. 여왕이 되기보다 그냥 왕비가 되고 싶어요. 여왕이 되면 너무나 힘이 들 것 같아요.”
마가렛은 그렇게 말을 했다. 어쩌면 어머니 조안이 숨겨진 여자가 되고 자신이 숨겨진 왕녀로 남은 것이 한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여왕이나 왕비나 사실 되기 어려운 것이잖아요?”
사이먼의 말에 마가렛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사랑을 하면서 그냥 속삭이는 말이 아닌 진짜로 그런 의미를 이야기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알아요. 하지만 어렵지 아예 길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에카테리나 공국의 대공처럼 공국을 만드는 것 말이죠?”
“맞아요. 대영지가 더 커지면 공국이 될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왕국은 제국이 되겠지만요. 그럴 정도가 되어야 아무 문제가 없을 거예요. 우리의 결혼도, 공국으로의 독립도요.”
“공국으로 독립을 위해 우리의 혼인을 이용하자는 말인가요?”
“그렇게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최선의 방도이에요. 5년 정도면 가능하겠죠? 저도 오래 기다릴 수는 없어요.”
이제 마가렛도 스물한 살이었다. 5년이 지나면 스물여섯이니 나이가 많을 것이 뻔했다. 물론 검술에서 성취를 얻은 덕분에 살아갈 날은 많을 것이지만 어쨌든 그 이상 혼인을 미루기 어려울 것 같았다.
사이먼은 집으로 찾아온 마스터급 용병 넷을 맞이하였다. 그들은 전선에서 사이먼의 휘하에 배속이 되어 같이 전투를 하던 자들이었다.
“네 분은 이번에 자작의 작위를 받기로 하시지 않았습니까?”
반쪽짜리이지만 마스터가 되었고 그간 사이먼의 지휘에 따라 세운 공이 적지 않기에 전에 용병대가 해산되면서 받은 처벌까지 사면을 받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이 다 자작님께서 잘 이끌어 주신 덕분입니다.”
하인스라고 하는 세트론 용병대의 대장을 하던 자가 대표로 인사말을 했다. 사이먼은 같이 온 레온을 보면서 영 마음에 불편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내색하지는 않았다.
“사실 여기 있는 레온 대장을 비롯하여 우리들과 자작님은 껄끄러운 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 네 사람 모두 사이먼의 아버지 크라인을 귀찮게 하는데 앞장을 섰던 자들이었다. 또한 사이먼이 제거한 앤드류와는 비슷한 나이대의 인물들이기도 했다.
“우리들은 이번 기회에 용병일도 정리하고 세상일에 관여하지 않고 조용히 시간을 보낼까 합니다. 물론 전쟁 같은 큰일이 발생하면 출정을 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왕실직할영지 한 곳에 가서 조용히 장원이나 하나 꾸릴 생각입니다.”
사이먼은 그것과 그들이 자신을 찾아온 것이 무슨 연관이 있냐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사실 사이먼 자작님이 두렵습니다. 저기 있는 레온 대장은 자작님을 본 후에 여태 편안하게 잠을 잔 적이 없는 실정입니다.”
사이먼은 그들의 말에 굳이 이렇게 찾아올 이유가 있는지 의아했다. 사이먼은 이제 귀족이고 함부로 사람을 처리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잘못을 하지 않는다면 관여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말씀입니까?”
사이먼은 조금 어이가 없으면서도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우리는 그간 잘못한 것에 대하여 경비대에서 처벌을 받기도 했고 이번 전쟁에 나가기도 했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하게 죄의 대가를 다 치른 것은 아니지만 그간 우리가 행했던 일들에 대해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앤드류나 가르시아스가 나설 때도 우리가 했던 잘못이 무엇인지 알기에 동조하지 않고 자중하기도 했습니다.”
레온이 하인스의 말을 받아서 그렇게 말을 하다 사이먼의 눈빛을 받자 순간 움츠러들었다. 레온은 여전히 사이먼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래서 요지는 그간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는 적대적인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니 나나 아버지나 당신들에 대한 악감정을 풀었으면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사이먼이 약간 화난 어조로 반문을 하자 네 사람 다 놀란 기색이 되었다. 그들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신들이 아버지께 찾아가서 사죄를 하는 것도 그리 좋은 방도는 아닐 것입니다. 괜히 잘 지내시는 분을 번거롭게 하는 것도 좋지 않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용병길드를 통해 적당히 서신으로 사죄를 하고 앞으로 서로 부딪치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합니다. 그간 봐서 알겠지만 나는 사사로운 감정으로 남을 괴롭히는 사람은 아닙니다.
설사 그런 경우가 생겨도 최대한 자제하려는 사람입니다. 앤드류 감찰관도 순리대로 대응을 했다면 처지가 다소 곤란해졌을지라도 그런 비극은 없었을 것입니다.”
사이먼의 말에 그들은 아무런 말이 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사이먼이 강하지만 사사로운 욕심을 부려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제대로 대응을 했다면 앤드류가 약간의 곤란한 일을 겪는 정도 외에 별다른 일이 없이 넘어갔을 것이다.
만일 서로 처지가 바뀌었다면 그들은 해코지를 해도 몇 번은 했을 것이지만 사이먼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물론 그들도 최대한 트집을 잡히지 않으려고 처신을 바로 했지만 그렇게 했다고 해도 해를 끼치려고 했다면 방법은 많았다.
“알겠습니다. 만나는 것도 편치 않을 것이니 그런 식으로나마 사죄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좋지 않은 인연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우리들에게 길을 열어 준 것에 지금이나마 감사를 드립니다.”
그들이 마스터가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사이먼이었다. 사이먼의 지도를 받아 자신들의 한계를 돌파할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적이랄 수 있는 그들에게도 공평하게 대해주었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그런 것이지 특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음에 혹시 본다면 편안하게 마주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사이먼은 더 이상 과거의 일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런 정도로 정리하는 것이 나았다. 전에 크라인이 사비올라를 떠난 것도 더 이상 악연을 만들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것을 들었기에 그런 식으로 매듭을 지었다.
사이먼은 논공행상이 진행되는 사이에 집에 다녀오기도 했다. 물론 전과 달리 상당히 공식적으로 행보를 했기에 세로스에 워프게이트를 이용하여 당도한 후에 세라가티 주의 주지사인 애셜리 공작의 초대를 받아서 만찬에 참석하기도 했다.
물론 사이먼은 그 자리에서 자신이 한적한 곳에 터를 잡기 위해 개척영지를 신청한 사실을 말하고 협조를 구했다. 개척영지를 받는 것부터 시작하여 각 영지에서 사람을 모집하여 이주를 시키려면 절차상 주지사의 승인이 필요했다. 대부분 승인을 해주겠지만 중간에서 방해를 하려고 하면 골치가 아팠다.
이런 사이먼의 요청에 애셜리 공작은 뭔가 공감을 한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사이먼도 자신이 원해서 개척영지를 받은 면도 있지만 반쯤은 그런 면이 있기에 굳이 정정해주지 않았다. 아일라 2세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런 면에서 사이먼은 달리 선택할 여지가 없기도 했다.
사이먼은 세로스에서 하루를 보내고 애슐리 영지에서 하루를 보낸 후에 다시 스타니엘 자작의 영주관에서 하루를 보내었다. 물론 이동하는 동안 애셜리 공작이 사이먼이 탈 말을 빌려주고 기사 10명을 호위 겸 시종으로 붙여 주어 빠르게 이동을 할 수가 있었다.
“이거 먼저 매제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군.”
사이먼도 작위를 받았고 케인스와 애니카가 약혼을 한 상황이라 말을 편히 할 사이였다. 그렇기에 의향을 물었다.
“당연히 그렇게 부르셔야죠. 형님이 그렇게 부르지 않으면 저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 오히려 서운했을 것입니다.”
“자네도 드디어 3서클의 마스터가 되었군. 오래지 않아 4서클이 되겠군. 너도 이제 3서클 엑스퍼트가 되었구나.”
사이먼은 영주관 입구로 마중을 나온 케인스와 애니카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둘은 사이먼이 한 눈에 자신들의 수준을 알아맞히자 놀란 표정이 되었다. 사이먼에게 그것은 당연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아 보였다.
“모습을 보니 더욱 건강이 좋아지신 것 같습니다.”
사이먼은 그 사이에 스타니엘 자작의 서클이 하나 더 오른 것을 보면서 그렇게 말을 했다. 그런 이야기가 소문나지 않은 것을 보면 아직까지 외부에 밝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니 사이먼도 굳이 입에 담지 않은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