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12
개척 영지 (5)
“한적한 시골영지에서 걱정 없이 보내니 당연히 몸이 좋아지는 것이지. 그보다 이제는 내가 자네의 경지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 것 같군.”
“운이 좋은 면도 있고 이런저런 전투를 계속하니 싸우는 실력만 느는 것 같습니다.”
사이먼도 그렇게 두루뭉술하게 받아넘겼다.
“일단 들어가세.”
그들은 안으로 들어갔고 사이먼은 케인스나 애니카를 적당히 상대했고 중간에 앤더슨이 와서 몇 마디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앤더슨의 실력도 어느새 한 단계 상승을 한 것 같았다. 사이먼에 대한 승부욕은 여전했다.
앤더슨은 사이먼에게 인사를 하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역시 건조한 두 사람의 관계는 크게 달라지지가 않았다. 케인스와 애니카도 사이먼과 스타니엘 자작이 할 말이 있어 보였기에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가 먼저 일어났다.
“저기 애쉬톤 산 동쪽에 장원을 마련하고 한동안 시간을 보낼까 합니다. 젊은 나이게 여러 사람의 관심을 받게 되니 여러 가지 피곤한 일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사이먼은 그렇게 말을 하여 스타니엘 자작에게 양해를 구하였다. 사이먼이 바로 옆의 영지로 내려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다.
“나처럼 뒤로 숨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한 사람을 믿을 수도 없으니 당연한 것이겠지. 거기에 있다고 하여 완전한 평화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인데.”
“용병의 방식으로 왕실의 일을 할까 합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런 식으로 처신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흠, 그것도 하나의 방식이겠군. 내가 도울 일이 있는가?”
“개척영지 형식이 될 것입니다. 영지를 개척할 자금은 어느 정도 확보가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영지를 개척할 사람이 필요할 것이니 사람을 모집하는 것을 도와주십시오.”
“하지만 그곳은 바닷가라 척박한 곳일세. 그러니 개발이 쉽지가 않을 것이야. 한데 굳이 그곳을 개발하는 이유가 있어 보이는군. 설마 그것이 동쪽을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인가?”
“아직 제 나이가 너무나 젊지 않습니까?”
사이먼은 확답을 하지 않고 그렇게 말을 하여 상대가 편하게 짐작하게 놔두었다. 다른 사람이 짐작하는 것과 본인이 확언을 하는 것은 의미가 달랐다.
“하긴 내가 지금 자네 나이였다면 그런 것도 노릴 만하겠지. 나이가 먹으면 그런 생각이 있어도 쉽게 움직이지를 못하지.”
“사실 영주님은 앞으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과 비슷한 것이 아닙니까?”
고위 마법사는 쉽게 늙지를 않으니 수명이 상당히 길었다. 7서클이 되었으니 앞으로 130살 이상은 살 것이 분명했다.
“남은 세월은 아이나 같을지라도 아이들과 같이 생각하고 행동할 수는 없지. 아울러 목표가 더 남아 있기에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네. 그래서 케인스의 혼사도 서두르는 것이지. 혼인을 하면 영지를 아예 물려줄 생각이네.”
스타니엘 자작의 말에 사이먼은 그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한동안 마법사로 성취를 얻지 못하고 정체되다가 늦게나마 7서클이 되었으니 8서클이 되고 싶을 것이 분명했다. 8서클이 되기 위해서 수련을 하려면 마법에 몰두해야 하는데 영지나 다른 일에 신경을 쓰지 못할 수가 있기에 아예 모든 것을 정리하려는 것 같았다.
“나중에 내려오면 시간을 내서 공간에 대해서 논의를 했으면 합니다. 그저 주워들은 것이지만 참고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기대하고 있겠네. 아직 그런 것을 논의할 시기는 아니니 다 정리하고 난 후에 본격적으로 듣고 싶네.”
스타니엘 자작도 사이먼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기에 그렇게 대꾸를 했다. 검사의 공간이나 마법사의 공간이 다른 것 같으면서도 서로 공통점이 많았다. 그러니 사이먼의 생각을 듣는 것은 수련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었다.
“너는 어떻게 할 거냐?”
사이먼은 애니카와 앤더슨을 따로 불러 귀족으로 등재하는 문제를 물었다. 애니카는 사이먼이 백작이 되면 귀족으로 등재된다고 하자 당연히 찬성을 하였는데 앤더슨은 미적거리면서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평민보다 귀족이 나으니 당연히 그렇게 하지요.”
앤더슨도 귀족으로 등재하는 것에 찬성을 했다. 귀족에 관한 법을 보면 남작이나 자작의 경우 직계비속은 귀족이 되지만 부모나 형제는 제외가 되었다. 반면 백작이 되면 부모와 형제까지 귀족으로 등재가 되었다.
이는 왕실과 귀족원에서 공동으로 관리하는 문장관에 등록하는 절차를 거쳐 효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당사자가 원하지 않으면 성인의 경우에는 등록을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귀족으로 등재가 되면 같은 가문이라는 징표를 표시하는 일종의 성을 사용해야 했다. 성은 귀족가문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일종의 표식이기도 했다.
“그러면 성은 무엇으로 쓸 거야?”
“이번에 아버지와 의논하여 정하겠지만 일단 엘칸토르라는 성을 쓸까 해.”
“엘칸토르, 무슨 의미인데?”
애니카가 바로 궁금한 듯이 물었다.
“‘엘’은 하나, 또는 처음이라는 뜻이고 ‘칸토르’는 발걸음, 정복이라는 뜻이니 첫 시작을 의미해. 약간 다른 뜻도 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고.”
“그러면 나는 애니카 엘칸토르가 되는 거야? 듣기만 해도 멋있다.”
애니카는 드러내놓고 기뻐했지만 앤더슨은 나직하게 ‘앤더슨 엘칸토르’라고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앤더슨도 귀족이 되는 것이 싫지는 않아 보였다.
사이먼이 집에 가자 벌써 20여 명의 기사와 가족들과 같이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일부 용병도 어디서 들었는지 알고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이먼은 벌써부터 생각 외로 많은 사람이 와서 기다리자 난감했다. 거처도 그리 마땅치가 않았다.
“네가 보낸 서신을 받고 어쨌든 거처를 마련해 주었지만 워낙 사람이 많이 온 탓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구나.”
크라인은 영지의 기사도 그만두고 장원에서 농사를 짓는 처지가 되었다. 물론 사이먼 덕분에 불가피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용병일을 다시 시작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했다.
“일단 한 달 정도 후면 거취가 결정될 것입니다. 그 기간 동안 적당히 공간을 마련하여 지내도록 조치해 주십시오. 제 장원을 세우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니 새로 집을 지워도 될 것입니다. 저쪽에 마을을 세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전에라도 개척영지가 확정되면 제가 말한 곳에 장원을 세웠으면 합니다.”
“알았다. 그렇지 않아도 저쪽의 공터까지 장원으로 받았으니 마을을 하나 더 만들려고 하던 참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일단 마을을 건설해야 하니 이번에 아예 새로 집을 짓자.”
“비용은 제가 대도록 하지요.”
“아니다. 마을을 지어야 하고 영주님이 준 돈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라. 새로 영지를 개척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니 돈을 아껴라.”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사이먼은 그 문제를 아버지가 해결해 준다고 하자 일단 안심이 되었다. 개척영지를 받는 것은 확정적이지만 아직까지 공식화되지 않았기에 사전에 움직일 수는 없었다. 확실하게 증서를 받고 움직이지 않으면 골치 아픈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사이먼은 혹시라도 은신처를 들킬 수가 있기에 이번에 싹 다 정리를 했다. 그런 다음에 흑마법의 잔재가 남지 않았는지 살펴서 깨끗하게 정리했다. 정화까지 하여 흔적을 찾지 못하게 한 후에 입구를 깨끗하게 봉인했다.
아울러 로크 왕국의 렉시콘 백작의 사체에서 획득한 아공간 반지를 개봉하여 그 안에 있는 물품도 정리했다. 다른 사람의 아공간이기에 개봉이 쉽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방도를 사용하여 실험을 한 끝에 결국 성공했다.
그 안에 적지 않은 돈과 마법 재료와 마법서가 들어 있었다. 물품보다 8서클까지에 달하는 로크 왕국 마탑의 마법서가 더욱 가치가 컸다. 사이먼은 8서클 마법서를 직접 본 것은 왕궁도서관에 있는 헬파이어 마법 하나이기에 그런 마법서를 살피게 되자 8서클 마법에 대하여 보다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또한 아공간 반지가 마법사 전용이기에 그것을 검사도 사용할 수 있도록 일부 개조했다. 그래야 자신이 의심을 받지 않고 사용할 수가 있었다.
그런 다음에 마스터급 몬스터의 사체를 그 안에 담았다. 조만간 처분을 하여 영지개척 자금에 보탤 생각이었다. 이제는 그 사실을 외부에 알려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쩌면 가장 적절한 시점일 것도 같았다. 지금 이 신전에서 시비를 걸지 못할 타이밍 같았다.
“한데 아직 아버지의 수준이 정체를 하고 있는 것이 아쉽네요. 어떤 문제가 있나요?”
“글쎄다. 너무 편안해서 그런지 모르겠다.”
크라인은 분명히 초조한 기색이었지만 의연한 표정으로 내색을 하지 않았다. 매일 수련장에 틀어박혀 있는 것을 들었는데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
“여유롭게 수련을 하다보면 벽을 넘을 것입니다. 그보다 저번에 혹시 서신을 받지 않았나요?”
사이먼은 레온이나 다른 자가 크라인에게 사과를 했는지 확인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레온이나 몇몇 용병들이 사과를 한다고 서신을 보냈더구나. 네가 그렇게 시켰냐?”
“그들과 악연을 길게 가져갈 이유가 없어 적당히 타협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하더라도 바로 그간의 앙금이 사라지지 않겠지만 그런 식으로라도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우리야 그들을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그들은 보복을 하지 않을지 엄청나게 불안한 것 같습니다.”
“잘 했다. 사람은 죄를 지으면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 그들과의 악연도 이제 정리하는 것이 좋지. 그보다 조상님들 산소에는 가봤느냐?”
“네, 잘 관리가 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관리인이 상당히 좋은 분 같았습니다. 나중에 묘지를 따로 조성하여 가까운 곳으로 옮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앤티론 백작가와도 교통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를 족보에라도 등재한다고 합니다.”
“본가에 족보가 있다고 들었다. 할아버지 대에는 등재를 했지만 그 후에 교통이 끊어졌다고 들었다. 귀족이 되면 생판 평민보다 그래도 몰락 귀족이 반감이 적으니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너도 이제 귀족이 되었으니 혼인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할 것이냐?”
사이먼의 나이도 스물 셋이 되었고 곧 있으면 스물넷이니 그렇게 적은 나이가 아니었다.
“그 문제는 생각하는 것이 있지만 아직 때가 아니니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야 그렇게 급하게 결혼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냥 수련이 끝나지 않았다는 말로 거절했으면 합니다.”
“알았다. 그렇게 하겠다.”
크라인은 뭔가 말을 하려다가 멈추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아마도 어떤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하려다가 나중으로 미룬 것 같았다
사이먼의 휘하에서 중용이 되었던 넬론이나 레스비는 영지에 가자 곧바로 이주할 준비를 하여 사이먼이 찾아가라고 한 크라인의 장원에 왔다.
그들이 돌아가자 역시 영지의 기사 자리는 다른 사람이 차지하고 있었다. 영지에서는 징집을 당해 전쟁터에 갔기에 전사하거나 중상을 입고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멀쩡히 돌아오자 난감한 기색이었다.
그들은 굳이 영지의 기사에 연연할 생각이 없기에 적당한 보상을 해주면 멀리 떠나갈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죽지 않고 돌아온 것이 죄인인 기분을 느끼자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충분히 예상한 일이기에 대범하게 넘겼다.
그러자 영지를 대표하여 징집에 응한 것에 대하여 꽤 많은 금액의 위로금을 주었고 바로 가족들과 같이 영지를 떠났다. 괜히 있다가 좋지 않은 일을 당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움직였다.
같이 징집을 당했던 기사들도 그들과 동참을 했고 하나둘 사이먼이 말한 피오르드 영지로 떠났다. 사실 프리카로 주의 경우에 영지 개척이 마무리 된 상황이고 인근에 몬스터도 거의 없는 실정이라 기사의 역할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영주관을 경호하고 영지의 치안을 유지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경비대만으로 충분한 실정이었다. 그렇기에 강한 기사를 보유할 이유가 별로 없었다. 그러니 전쟁터에서 돌아온 기사를 우대할 이유가 없었다.
사이먼은 자신이 받기로 한 개척영지의 지도를 보이면서 넬론과 레스비에게 어떻게 영지를 개척할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전에 지도를 제작하고 개발 계획을 세워 놓은 상황이었다.
“일단 피오르드 영지의 팔로스 마을에서 이 지점으로 길을 먼저 내고 개발을 하면서 드와인 강 하구로 길을 내서 나루터를 만들고 코라시안 영지로 길을 낼 것입니다.”
사이먼은 계획서에 세부적인 내용은 자세히 적어 놓았기에 개요만 설명했다.
“차라리 먼저 코라시안 영지 방면에서 길을 내는 것이 편할 수도 있어 보이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까?”
레스비는 산을 통해 길을 내는 것보다 평지로 길을 내는 것이 더 편해 보여 질문을 했다. 그렇기에 그쪽으로 길을 내는 것을 원했다. 평지라 편해 보이지만 이는 사정을 모르기에 나오는 이야기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