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14
본격적인 영지개발 (1)
마정석과 사체에 대한 90%의 대금은 18개월간 할부를 하겠다는 말이었다. 갑자기 막대한 지출이 발생하면 감당이 어려울 것이기에 불가피한 조치였다.
“대신에 이것들로 물품을 만들어 처분을 하여 대금이 들어오면 일정과 상관없이 전액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이먼이 개척영지를 받은 것을 알기에 케오룬 백작도 왜 사이먼이 몬스터 사체를 거래하는지 알고 있었다.
“당장 급한 것은 아니니 그렇게 지급해도 문제는 아닐 것 같습니다. 영지개척은 시간이 필요하니 말입니다.”
사이먼은 상당히 고가로 매입을 해주었기에 대금 지급 일정으로 상대를 곤란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사실 사이먼이 개척영지를 받아서 외지에 나가는 관계로 궁정마법단의 마법사는 오지로 가게 되어 불만이 많을 수도 있었다.
몬스터 사체의 거래는 그런 불만을 불식시키고 연구재료의 조달이 원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이려는 면도 있었다. 그들이 그곳에 가서 있으면 이득이라는 것을 알려줘 마법사들의 오지 근무에 대한 불만을 없애려 한 것이다.
사이먼이 거래한 몬스터에 대하여 단속을 했지만 내부에서 여러 가지 절차를 진행해야 했기에 소문이 나는 것을 차단할 수는 없었다. 돈을 지급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정보가 흘러나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본격적인 영지개발
사이먼이 몬스터 부산물을 거래한 것은 여러 곳에 소문이 났다. 제일 먼저 두 마탑에 먼저 알려졌고 그렇게 되자 역시 신전에도 알려지게 되었다. 상급 마정석을 다섯 개, 그것도 드레곤 하트급 마정석을 세 개나 거래한 것은 최근에 초유의 일이니 소문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알 리시온 추기경은 사이먼이 데마린 산맥의 주인이라고 칭해지던 세 마리의 마스터급 몬스터의 사체를 판매하자 화가 났지만 달리 불만을 겉으로 표출하지 못했다.
전이라면 신전으로 소환을 하여 경위를 추궁하고도 남았을 것이지만 지금은 그랜드 마스터이자 전쟁을 끝낸 최고의 공신이니 그런 짓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했다가 사이먼이 거부하면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체면만 구길 수 있었다. 더구나 그런 일을 시도했다가 왕실과 군부의 반발을 사게 되어 오히려 입장만 곤란해질 수 있었다.
또한 사이먼이 전쟁에서 로크 왕국 출신의 사제를 포로로 잡은 덕분에 알 리시온 추기경이 적지 않은 혜택을 받은 상황이니 그런 문제는 대범하게 모른 척 할 수밖에 없었다.
단지 체면이 조금 구겼지만 며칠 동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평판이 좋아지는 결과마저 얻었다. 알 리시온 추기경이 대범해진 것 같다는 말이 돌기까지 했다. 그렇기에 신전은 말이 없이 이번 일이 지나가게 되었다.
“아니 이렇게 두 분이 오시다니 생각지도 않은 일입니다.”
태양의 마탑의 탑주인 케피라와 7서클의 마도사 사르디안이 불시에 방문을 했다. 물론 하루 전에 사비올라에 입성하는 문제로 통보가 되었지만 생각지도 않은 일이었다.
“제가 먼저 찾아뵈어야 하는데 탑주님께서 이렇게 찾아오시니 송구스럽습니다.”
사이먼은 케피라 탑주가 직접 찾아온 것을 보자 뭔가 불안한 생각이 들어 우선 숙이고 들어갔다. 혹시라도 어려운 요구를 할까 걱정이 되었다.
“한가한 노인네들이 궁금하면 먼저 움직여야지. 사이먼 백작은 요사이 정신없이 바쁘다던데 그럴 겨를이 없었을 것이네.”
그렇게 말을 하자 사이먼은 더욱 걱정이 되었다.
“난 사르디안이라고 하네.”
두 사람 모두 마법에 대해 조금만 알면 이름을 들어 본 사람이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사이먼은 안으로 맞이하여 응접실에 마주 앉았다.
노인이라서 그런지 그들은 바로 용건을 말하지 않았다. 마법이나 세상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동안 장황하게 이야기를 했다. 사이먼도 급하게 이야기를 하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에 느긋하게 상대하면서 그들이 먼저 용건을 꺼낼 때까지 기다렸다.
“사실 우리 태양의 마탑은 연원 자체가 왕실을 제외한 대귀족들이 연합하여 만들어졌네. 그렇기에 우리는 왕립마탑과 경쟁을 하는 관계이네.”
그런 사실은 세간에 잘 알려진 이야기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뭔가 새로운 이야기를 꺼낼 밑바탕을 그리기 위함이었다.
“알다시피 어느 사이에 대귀족들의 영지는 오지가 아니게 되었고 오지는 변경에 있는 세 개의 왕실직영지가 되었네. 그 후에 마법재료의 수급에서 왕립마탑에 역전을 당하고 말았네. 가장 중요한 마법 재료인 마정석의 수급에서 역전을 당한 것이네. 왕국 전체로 보면 연간 상급이 대략 4~5개, 중급이 100여 개가 수급이 되는데 그 중에 우리가 확보하는 물량은 상급 1~2개, 중급 20여 개에 불과한 실정이네. 하급 마정석도 역시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네. 단순히 마정석만이 아니라 몬스터 사체도 비슷한 결과를 보이고 있네.”
마정석과 대형 몬스터의 사체는 한꺼번에 거래가 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니 당연한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이유가 있습니까?”
“마정석은 대형 몬스터에서 나오는데 그런 몬스터는 3대 변경영지에서 주로 잡히기 때문일세. 기존 대영지의 몬스터가 줄어들면서 그런 현상이 벌어졌네. 뭔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일세. 여기 있는 사르디안 장로 가 외부에 다니면서 재료를 수급했지만 그것도 역부족인 상황일세.”
사이먼은 뭔가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한 기분이 들었다. 왕립마탑이나 궁정마법단의 영역에 태양의 마탑이 진출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 문제가 있기에 직접 탑주가 움직인 것 같았다.
아울러 여행을 좋아해서 밖으로 다닌다는 사르디안 장로의 행위 이면에는 마정석과 몬스터 사체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을 감추기 위한 행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왕립마탑이나 궁정마법단에 우리가 양해를 구할 것이네. 단지 개척영지에 마법지부나 마법상점의 설치를 가능하게 해주고 백작이 거래를 할 때 우리 태양의 마탑에 공평한 기회를 부여해 주었으면 하는 것일세.”
이번 대형몬스터의 마정석이나 사체를 궁정마법단에서 독점하게 되면서 두 마탑에서 위기의식을 느낀 것 같았다. 왕립마탑에서 지부와 마법상점을 낸다고 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태양의 마탑까지 진출한다고 하니 간단히 생각할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곳을 전진기지 삼아서 트라칸 반도 쪽으로 진출을 할 생각이 아닌가?”
사르디안이 궁금한 표정이 되어 물었다. 사이먼의 의중을 대부분 다 파악하고 있었다. 단지 그것을 공공연하게 공론화시키지 않는 정도였다.
“그럴 생각입니다. 그곳을 전진기지로 하여 몬스터 사냥기지를 해안가를 따라서 형성할 생각입니다. 워낙 척박하기에 농사를 짓는 것보다 몬스터 사냥이 더 경쟁력이 있어 보입니다.”
사이먼은 영지개척은 생각하지 않은 것처럼 말을 했다. 그러나 그런 의중을 모를 수가 없지만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일에 왕립마탑과 공동으로 참여할 생각이네. 그 일에 우리가 제외되면 향후 두 마탑의 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질 것이 분명하니 어쩔 수가 없네.”
사이먼은 그저 용병길드와 궁정마법단 정도만 와서 몬스터 사체를 처리해 주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두 마탑마저 참여하려고 하자 약간 곤혹스러웠지만 결국 원하는 곳은 다 참여하는 것으로 했다.
제국의 사절단이 로크 왕국을 방문하였지만 로크 왕국의 사정상 공개적으로 제국의 사절단을 받아들일 상황이 아니기에 조용히 방문을 했다.
“전하께서 심려가 크신 것으로 압니다. 제국의 사정이 그리 좋지 못한 탓에 힘이 되어 드리지 못했습니다.”
제국의 사신으로 온 훌리오 백작이 위로의 말을 전했지만 토르가 3세의 얼굴은 그리 밝지가 않았다. 제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전쟁을 감행했지만 처절한 패배로 귀결이 되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왕족들 사이에 국왕의 자질 론까지 대두가 되고 있었다.
“다 지나간 일이요. 제국이 아국의 내정에 관여하는 일이 발생하면 저들도 아국의 내정에 관여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상황이니 당장 제국의 지원을 바랄 수도 없소이다.”
토르가 3세의 말에 훌리오 백작은 한동안 아무런 말도 못했다. 그런 수치스러운 조건으로 강화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제국은 기사단을 철수시켰고 중재에 나서지도 못했으니 어떤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물론 제국도 여러 마스터가 전사하는 불상사가 있었지만 그것은 로크 왕국이 당한 피해에 비하면 약소했다. 그러니 그 피해에 대해서는 언급 자체를 할 수도 없었다.
“이번 일로 폐하께서도 상심이 큽니다. 아울러 많은 도움은 되지 못할지라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귀국이 당한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방도를 마련하라고 하셨습니다. 당장 큰 도움을 드리지 못할 것이지만 어떻게든 귀국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일조할 것입니다.”
훌리오 백작의 말에 토르가 3세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당장 제국에서 도움을 주려고 하면 에카테리나 왕국군이 밀고 내려올 수가 있었다. 그러니 제국이 도와줄 수도 없었다. 한동안 자중하면서 기회를 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 마음만이라도 고맙습니다. 하지만 제국의 움직임이 아국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가 있으니 아국을 도울 생각이라면 당분간 어떤 일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토르가 3세는 제국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상황이라 그렇게 사정을 했다. 제국이 진정으로 나설 것이라면 패전을 했을 때에 전면적으로 나서서 에카테리나 왕국군과 전쟁을 치렀어야 했다. 그렇게 했다면 모든 나라가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지라도 로크 왕국의 일방적인 패배로 전쟁이 종결되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렇게 되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전쟁으로 로크 왕국의 상국은 제국에서 에카테리나 왕국으로 바뀐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그 모든 것은 제국이 자초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훌리오 백작은 토르가 3세의 말에 뭔가 불만이 있어 보였지만 그것을 바로 말하지 않았다. 로크 왕국에서 무리하게 사제가 출정하지 않았다면 그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인데 그것으로 인한 문제는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의 시련을 이겨내려면 두 나라 사이에 굳건한 동맹을 바탕으로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훌리오 백작은 며칠간 토르가 3세를 접견하여 설득을 하였고 그로 인해 두 나라 사이에 에카테리나 왕국을 상대하기 위한 연대가 재차 가동되기 시작했다.
물론 훌리오 백작이 로크 왕국을 방문하여 토르가 3세를 만난 것을 에카테리나 왕국에서 모를 수가 없었지만 이런 일로 인해 사실상 어떤 대응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표면적으로는 무시를 했다.
그러나 그들의 방문이 간단한 것이 아니라 판단을 한 에카테리나 왕국에서는 이에 대한 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
사이먼은 한 달 정도 사비올라에서 있으면서 여러 가지 일을 처리했다. 대부분의 일이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직접 처리해야 했다.
문장관에 엘칸토르라는 성과 영지에 관한 것도 등록해야 했다. 가족마다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야 했고 등록이 끝난 후에 일종의 등록증을 발급받아야 했다.
또한 포상금으로 받게 된 각종 자금을 수령하는 절차를 진행해야 했다. 크게 분류하여 포상금이지만 명목이 다른 자금이 여러 가지 혼합되어 있기에 수령하는 절차가 복잡했다. 그냥 본인 확인만 하고 주는 자금부터 신청을 하고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경우도 있고 임의 자금이라 심사를 신청하여 승인받아야 하는 자금 등 다양했다.
대략 일을 마치자 마침내 영지를 향해 이동했다. 워프게이트를 이용하여 세로스로 이동했기에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지가 않았다.
세로스에 가서 용병길드 지회에 들렀다. 사이먼이 들리자 전과 확실히 달라진 신분 때문에 다들 당황한 표정으로 맞이했다. 전에는 하급 관리의 신분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그랜드 마스터에 고위귀족이니 의전 자체가 달랐다.
“새롭게 영지를 개척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용병길드에서 많은 협조를 해주었으면 합니다.”
사이먼은 지회장인 로버트슨을 만나서 협조를 부탁했다. 물론 사이먼이 용병출신이니 용병들이 협조를 하겠지만 공식적으로 협조를 요청할 경우 지회차원의 배려를 받을 수가 있었다.
“당연히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울러 이주 작업을 한다면 길드 차원에서 이주민 인솔 작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일도 하니 많은 의뢰를 해주시면 성심성의껏 처리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지부와 지점도 세워야 하는데 협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거야 당연한 일이지요.”
용병길드의 지부나 지점의 설치는 서로 이득인 면이 있기에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특히 지부 설치와 더불어 몬스터 사체처리시설을 세우는 것은 서로 필요한 일이었다. 물론 많은 자들이 용병이 되려고 하는 경우에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럴 영지민이 없는 상황이니 당장은 문제될 것이 없었다.
또한 사이먼은 자신이 개척할 영지에 용병들을 동원하기 위해 용병의 실적으로 인정받도록 하고 사냥현상금도 역시 부여하는 조치를 취했다.
사냥 현상금은 사체의 대금에 비해서는 그리 많지가 않지만 실적과 결부가 되면 달라졌다. 의뢰대금으로 인정이 되기도 했다. 또한 현상금은 영지 독자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왕국의 재정과 세라가티 주, 사이먼의 개척 영지가 공동으로 부담을 하는 것이기에 그 절차가 복잡했다.
용병길드에서 그 절차를 진행할 경우 승인을 받는 것만 해도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사이먼이 나서자 당일로 처리가 되었다. 영지의 승인권자가 나서는 일이고 왕국의 재정과 세라가티 주의 재정은 세로스의 주지 사가 처리하는 일이니 바로 승인이 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