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17
포교사제 (1)
한 개의 영지에서 1,000여 명의 농노를 외부에 내보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잉여 인구를 처리할 수가 있어 도움이 되는 면도 컸다. 그렇게 10여개 영지에서 이주민이 오다보면 쉽게 1만 명 정도가 모였다.
영지 개척은 엄청난 자금이 소요가 되는 일이지만 사이먼에게는 상당한 재화가 있었고 그 자금을 이용하여 개척을 하는 상황이라 드와인 강가에 이르는 구간은 어렵지 않게 개척이 마무리 되었다. 물론 고작 길을 내고 마을을 만들고 농경지를 만들 곳을 벌목하고 방벽을 만드는 정도지만 그렇게 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했다.
‘마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원활한 영지 개척이 불가능하다. 내가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밝혀지면 적지 않은 파장이 일어날 텐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 오러 마법은 영지 개척에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하는데.’
사이먼은 마법에 대한 봉인을 어떻게 순조롭게 해결할까 고민을 했지만 좋은 방도가 없었다. 낮은 수준의 마법을 사용하면서 차츰 수준을 높이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그리 적당한 방법이 아닌 것 같아 포기했다.
‘나중에 결정적인 위기가 올 때까지 감추는 것으로 하자. 평생 밝혀지지 않아도 그리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그만큼 어려움이 없을 것이니.’
사이먼은 자신이 가진 패를 조금 더 감춰두기로 했다. 용병 마법사를 고용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고위 마법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마탑에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헬로이안은 사이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도록 해놓았다. 사이먼이 개척 영지를 받아서 내려가자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였지만 그리 좋은 방도가 없어 그냥 감시만 하도록 했다. 부하들이 근처에 갔다가 들키기 십상이라 그런 방법을 고려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사이먼의 영지개척 현장에 인부 몇을 침투시킬 수가 있어 사이먼의 동태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가 않았다. 근처에 가지 않고 들리는 소문만 듣고 전하도록 했다.
사이먼이 여러 영지에서 농노를 이주시켜 빠른 속도로 영지를 개발하고 1년 사이에 3만에 달하는 인구를 이주시키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에카테리나 왕국의 법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에 2만 정도만 더 이주를 시켜 영지를 개척하면 최소한 남작령의 주인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이먼이 드와인 강 북쪽에 3만 명이 정착하는 장원을 조성한 이후에 영지를 안정시키는 작업을 하면서 몬스터 사냥에 나서자 예상과 다른 행보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몬스터 사냥으로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사이먼의 행보에 헬로이안은 사이먼을 제거하기 위해 나서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사이먼이 전보다 오히려 더 강해진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몬스터 사냥으로 많은 돈을 모으지는 못하지만 영지를 활성화시키는데 상당히 기여를 하고 있었다. 아직 경작지에서 제대로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서 대부분의 곡물은 외부에서 구입해 오기 때문이었다. 반면 몬스터 사체를 사냥하는 것은 언제라도 가능해서 기사들과 용병들은 많은 몬스터를 사냥하여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헬로이안은 그런 것을 보면서도 자신의 대법을 진행하기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느라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당장 대법에 사용할 제물들의 수준이 무려 6서클에 올라 그가 아니라면 통제가 어렵게 되었다. 총 넷에 달하는 제물은 종속마법을 이용하여 통제하고 있는데 그가 자리를 비우면 통제 불능 상태가 되었다.
그들이 7서클에 이르면 마나전이 대법을 시행하여 헬로이안의 마나를 키울 예정이었다. 7서클을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깨달음이 없이 강제로 마정석의 마나를 주입하여 강제로 각성시키는 것이니 조금만 오차가 발생해도 마나역류가 발생해 폭발을 하였다.
현재 그의 제자들은 마정석을 수급하기 위해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은밀히 몬스터 사냥을 하여 사체와 마정석을 가져와서 대법을 지원하고 있었다.
제물의 마나를 통제하는 것은 헬로이안이었다. 그렇게 하여 제물의 마나를 사실상 본신의 마나와 거의 동일하게 바꿔야 했고 그러면서 7서클에 도달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렇기에 헬로이안은 사이먼의 동태를 신경 쓰면서도 어떻게 하지를 못했다. 그저 매일 사이먼의 상황을 듣는 것이 고작이었다. 최대한 빨리 대법을 마무리 지은 후에 사이먼을 제거할 생각이었다. 물론 그의 적은 사이먼이 아니지만 사이먼을 제거할 실력을 갖추면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기에 1차적인 목표를 사이먼의 제거로 잡았다.
로크 왕국의 패배로 인해 로크 왕국의 상황도 혼란스러웠지만 한편으로 제국의 상황도 적지 않게 혼란스러웠다. 제국의 체면을 손상시킨 사건이기에 황실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여기에 제국의 그랜드 마스터마저 희생이 된 일이기에 더더욱 그 비난의 강도가 거셌다.
그러나 황제인 르펜 1세가 나서서 반대세력들을 설득하자 향후 진행해야 할 일을 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갔다. 비난을 하는 고위 귀족들에게 위기에 대해 설명을 하고 협조를 구하니 비판을 하던 자들이 하나둘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로크 왕국을 도모해야 합니다.”
르펜 1세는 자신에게 협조를 약속한 자들을 모은 다음에 그간 진행된 일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아울러 로크 왕국에 대한 파병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힘으로 정복을 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할 경우 오히려 저항을 불러오고 다른 외세의 개입을 초래할 수가 있습니다. 제국의 군사력은 감당하지 못하면 결국에는 에카테리나 왕국에 구원을 요청할 것입니다.”
르펜 1세를 대신하여 라이오넬 백작이 설명을 했다.
“지금은 로크 왕국에 대한 모든 권리를 사실상 상실한 상황입니다. 만일에 제국에서 어떤 조치를 취한다면 에카테리나 왕국에서는 방해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제국은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만일에 제국이 억지로 개입하려고 하면 불리한 입장에서 선제공격을 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입니다. 제국이 로크 왕국을 침공했다는 오명을 얻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말이요?”
라이오넬 백작은 그 방안에 대하여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 설명에 다들 반신반의한 표정이었지만 침공을 했다는 빌미를 주지 않고 로크 왕국의 일에 개입할 수가 있다는 사실에 만족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에카테리나 왕국에서 철군을 요청할 것인데 그 후에 대응방안이 있습니까? 다시 패전을 한다면 오히려 로크 왕국을 저들의 손에 내어주는 것인데 말입니다.”
참여한 귀족파의 수장인 페르도바 공작이 반문을 했다. 전쟁을 일으키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을 하니 오히려 믿음이 가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에카테리나 왕국은 왕실의 힘이 강력한 것이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전쟁을 해도 왕실에서 주로 나서지 영주나 귀족들은 나서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전쟁도 우선적으로 왕실만 나설 것입니다. 그렇기에 많아야 10만 정도, 원정이기에 대략 5만 정도가 나설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보다 10배 이상의 전력을 투입하여 에카테리나 왕국군을 섬멸하고 일거에 로크 왕국을 장악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로크 왕국군을 동원하여 에카테리나 왕국군의 추가 도발을 막아내야 합니다.”
라이오넬 백작의 말에 그 자리에 앉은 자들은 그것이 가능한 것인지 질문이 빗발치기 시작했고 하나하나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미 상당한 수준의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 이어졌다.
“우리는 로크 왕국의 국왕인 토르가 3세의 요청으로 파병을 하는 것이고 이후에도 로크 왕국군의 동원은 모두 토르가 3세의 명령에 의해 이루어질 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돕는 것이기에 두 나라 사이의 전쟁에 직접 나서지 않고 뒤에서 지원을 해주면 됩니다.”
라이오넬 백작의 설명으로 장내에 공감대가 형성이 되었다고 생각이 되자 마침내 르펜 1세가 나섰다.
“50만의 군사가 필요합니다. 그 정도 군사를 동원하려면 각 영지마다 1만 정도의 군사를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보통 4만 정도의 영지병이 있기에 아주 무리한 군사력의 동원은 아닐 것입니다. 페르도바 공작님을 비롯한 대귀족께서 제국의 영광을 위해 나서 주셨으면 합니다.”
르펜 1세가 부탁의 말을 하자 누구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제국이 안일하게 대응하여 패배를 했다는 사실에 대해 설욕을 하자는 정서와 맞물려 마침내 대대적인 징병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여기에 라이오넬 백작이 에카테리나 왕국을 그대로 두면 언젠가 제국을 능가하게 될 수가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 설명을 하자 결정을 유보하던 자들이 찬성으로 돌아서게 되었다.
포교사제
사이먼은 영지로 찾아온 크로이엘 교단의 포교 사제인 롤랑을 만났다. 그가 찾아온 것이 영지민에게 포교를 하여 궁극적으로 신전을 세우려는 것이기에 영주인 사이먼으로서는 경계해야 할 것이지만 크게 반대할 생각은 없었다.
영지에 사제가 있으면 여러 가지 면에서 유리했다. 영지 운영을 하는데 신전에서 관여하는 면이 있어 귀찮았지만 사이먼은 폭정을 할 이유는 없기에 그들을 꺼릴 이유도 없었다. 물론 그렇지 않아도 귀찮은 일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우려하여 먼저 기피할 생각은 없었다.
“영지가 아직 시작 단계라 볼품이 없소이다. 영지민도 경제적으로 옹색스럽고 말입니다.”
사이먼은 포교를 하더라도 경제적인 여유가 없기에 교단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점을 먼저 밝혔다. 그렇게 해야 혹시라도 신전을 건립해 달라는 요구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어려운 신도들에게 크로이엘님의 은총을 보이고 신도들이 크로니엘님의 은총을 받으면서 그 안에서 믿음을 키워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 사제들입니다. 그런 장이 주어진다면 세상 어디라도 갈 것입니다.”
사이먼은 사제를 유심히 살폈다. 사실 이렇게 가까이 사제를 접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전에는 흑마법의 저주 때문에 사제 근처에는 아예 가지를 않았고 그 후에도 신전과 은연중 대립하는 사이가 되면서 가까이 하지를 않게 되었다.
작위를 받게 되면서 여기저기 예방을 다니기도 했지만 사이먼은 끝내 알 리시온 추기경을 예방하지 않기도 했다. 물론 그로 인해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사이먼과 신전의 관계가 좋지 않기에 크게 이야기가 되지 않았다.
사이먼은 눈앞의 포교사제가 자신의 동태를 감시하기 위해 온 신전의 첩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활동을 막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제가 아니라도 다른 자를 보내 감시할 수도 있으니 막아도 크게 의미가 없었다.
현재 영지에 옮겨온 자들 중에 외부 세력에 속하거나 첩자노릇을 하는 자들이 상당히 많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냥 두는 것은 그들이 있음으로서 좋은 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사이먼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함으로서 각 세력을 안심시키는 면도 있고 그런 자들이 활동하기에 각기 견제가 이루어져 허튼 수작을 부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방해하는 자들이 속출할 수도 있었다.
“크로이엘님을 믿으면서도 사실 정확히 아는 것이 없기에 뭐라 말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분의 사도이신 사제님이 모두를 올바르게 인도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사이먼은 신중하게 말을 골라서 했다. 종교에 관련이 되면 조금만 잘못해도 구설수에 오르기 쉬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귀찮아지기 일쑤였다. 그러니 조심하는 수밖에 방도가 없었다.
‘한데 이 사제가 제법 직책이 있나? 꽤나 신성력이 많은 것 같은데.’
전에 로크 왕국의 사제는 신성력이 그리 많지가 않았다. 그 때도 가까이서 보았으니 이번이 두 번째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롤랑 사제가 그 사제에 비해서는 몸 안에 가진 신성력이 서너 배는 더 많아 보였다.
신성력이 많은 것과 직책과의 관련성이나 그 외의 것이 궁금했지만 그것에 대하여는 일단 묻어두기로 했다. 괜히 그런 것에 관심을 보여 관계를 망칠 이유는 없었다.
“사실 영지에 들어서면서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암흑의 마나는 아닌데 뭔가 느낌이 달랐는데 그게 영주님의 존재감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제가 그런 말을 하자 사이먼은 내심 뜨끔했다. 마나홀이 있는 공간을 감춰 두었지만 역시 고위급 사제는 느끼는 것 같았다. 신성력을 더 많이 가진 사제라면 더 정확히 파악할 것이니 고민이 되었다.
“그것도 있지만 암흑의 마나도 다른 곳에 비해서 많을 수 있습니다. 몬스터가 죽어가면서 암흑의 마나를 내뿜는다고 들었습니다. 그간 이곳에 있는 수많은 몬스터를 토벌했으니 미세하나마 증가를 했을 것입니다. 더구나 다른 분에 비해 민감한 사제이시니 다른 것을 느낄 것입니다.”
사이먼은 자신의 존재감 때문이라는 말에 차라리 안심을 했지만 그래도 마나의 비율이 다른 것을 지적했다. 애쉬톤 산에서 흘러나오는 순수한 마력의 영향도 있기에 그 부분을 거론했다.
“그거야 조금 다른 것이니 그리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사제는 노련한 인물답게 더 이상 그런 방향으로 대화가 진행되지 않도록 중간에 차단을 했다.
사이먼은 아무리 영지에서 신전을 지어 줄 수는 없더라도 입을 싹 씻을 수는 없기에 작은 건물 하나를 내어 주었다. 그것이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사제도 그 정도 성의를 보이자 더 요구를 하지 않고 그곳에 치료소를 겸한 포교소를 개설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