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2
용병이 되다 (2)
“앤더슨에게는 아예 아버지 상태를 말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그러니 엄마나 애니카도 그렇게 알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앤더슨이 알게 되면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다른 사람이 알게 될 것이기 때문에요. 엄마, 그러니 앤더슨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사이먼은 엄마와 여동생에게 당부를 했다. 엘레나는 사이먼의 말에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앤더슨은 아무리 통제를 해도 통제가 불가능하니 아예 알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었다.
“아버지도 당분간 앤더슨 앞에서는 회복된 기색을 보이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엄마나 두 사람만 주의하면 문제가 없어요. 외할아버지나 외삼촌에게도 당분간 알리지 말아요. 이런 일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으니까요.”
엘레나는 사이먼의 태도에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였지만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크라인이 쓰러진 이후에 사이먼이 유독 외가 사람들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그들은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그런 것은 앤더슨을 대할 때에 유독 심하게 나타났다. 외가 사람이 없을 때는 앤더슨이 나태한 모습을 보여도 차분히 설득을 하지만 외가 사람이 보이면 오히려 더 닦달을 하였다.
초여름에 다쳐서 돌아온 크라인은 가을 추수할 때쯤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조금씩 움직일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마나를 회복하지 못해 일반인보다도 더 약한 상태였다.
처음에는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 후에 천천히 걷고 나중에는 살살 달리기를 시작하였다. 며칠을 그렇게 보낸 이후에야 몸이 풀려 겨우 목검을 잡았다.
“기본검술을 전개하면 마나가 조금 느껴지는 것 같다. 언제 예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크라인은 밤늦은 시간에 새로 만든 검술수련장에서 기본검술을 전개했다. 사이먼은 크라인의 회복을 위해 검술을 수련할 공간의 일부에 포장을 쳐서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만들었다.
크라인은 어두워지면 준비를 한 후에 그곳에 가서 마나검술을 전개하면서 재활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지속적으로 수련하는 수밖에 방도가 없을 것입니다. 생명의 마나가 손상을 입었기에 몸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마나가 회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지속적으로 수련하면 저절로 채워지고 다 채워지고 나면 마나도 다시 회복을 한다고 하니 어쨌든 지속적으로 수련을 해야 합니다. 체력과 마나가 충분해지면 생명의 마나도 빨리 채워지니 잘 먹고 수련을 하면 오래지 않아 회복할 것입니다.”
사이먼은 크라인에게 자신의 변화에 대해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크라인도 사이먼에게 궁금한 것이 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기에 달리 묻지 않고 있었다. 평상시 사이먼과 격의 없이 지낸 것은 아니라서 선뜻 그런 것에 대해 묻기가 쉽지 않았다.
크라인은 정신을 차리자 조금도 쉬지 않고 재활을 위해 노력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리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지만 검술의 진전을 보면 확연히 변화를 느낄 수가 있었다.
처음에는 기초검술이나 기본검술을 전개하는 정도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실전검술도 전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마나가 회복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이기도 했다. 크라인이 익힌 실전검술은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는 절대로 전개할 수가 없었다.
크라인은 추수가 끝나가고 몬스터 토벌을 한다고 영지가 들썩거릴 때쯤에야 겨우 상처를 추스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전에 가진 무력은 절반 정도만 회복한 상황이었다. 그런 그의 실력은 갓 B급 용병이 된 수준에 불과했고 사이먼의 실력과 큰 차이가 없는 정도였다.
사이먼의 검술실력은 크라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대단했다. 소드댄서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한 검술을 자유자재로 전개할 수 있는 사이먼이었다. 그렇기에 크라인이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방식으로 검술을 전개했다.
둘이 대련을 하자 실전 경험은 크라인이 많았지만 사이먼은 크라인에 비해 다양한 검술을 사용할 수가 있었다. 크라인이 변칙적인 공격을 하더라도 임기응변으로 막을 능력이 있었다. 그 결과 대련은 서로 호각을 이루는 정도였고 크라인의 실력도 빠르게 회복이 되어갔다.
크라인의 실력이 회복되고 마나의 양도 빠르게 증가를 하기에 사이먼이 차츰 열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오히려 빠르게 적응을 하여 뒤처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대련을 해나갔다.
마나가 회복되면서 힘에서는 크라인이 유리해졌지만 사이먼은 오히려 검술에서 능가하였고 대련을 계속하면서 크라인이 가진 경험에서 오는 유리함이 사라지면서 열세를 보이면서도 끝까지 버틸 수가 있었다.
프라실러 계곡의 몬스터를 토벌하기 위한 토벌대의 구성은 인근의 용병들이 대대적으로 모여들면서 어렵지 않게 구성이 되었다. 물론 토벌대만 구성이 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사전에 충분히 준비를 한 상황이라 빠르게 토벌이 진행되면서 기존의 영지민들과 각 영지에서 오는 농노들이 방벽을 만드는 작업에 투입이 되었다.
토벌보다 더 어려운 일이 개척할 토지를 길게 둘러싼 방벽을 만드는 일이었다. 자재가 준비되자 빠르게 방벽을 세워나갔다. 물론 그들을 호위하기 위해 영지의 병력과 용병들도 계속 동원이 되었다.
“문제이군. 이대로 두면 계곡 초입의 방벽이 무너질 수가 있어 보이는군.”
스타니엘 자작은 방벽작업을 하는 현장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지도를 보면서 말을 꺼냈다. 공사가 시작되고 날이 추워지자 북쪽에서 끊임없이 몬스터가 내려와서 방벽작업을 하는 곳을 공격해왔다. 몬스터의 이동로가 차단이 되니 당연히 그곳을 공격해오는 것이었다.
“그렇습니다. 계곡 초입에서 두 개의 물길이 만나는데 그 물길을 따라 몬스터가 지속적으로 이동해 오고 있습니다. 몬스터 이동로 두 개가 하나로 합류하여 공격을 하니 그 세력이 더 커져 쉽게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기사단장인 아르센이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인력 지원과 자재의 보급은 파라이라 남작이 맡고 있지만 토벌작전과 실질적인 공사의 지휘는 기사단장인 아르센이 담당하고 있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두 무리의 몬스터가 만나기 전에 따로 정리해야 된다는 말이군. 숫자가 두 배로 늘어나는 것이지만 그 파괴력이 다르니.”
“그렇습니다. 방법은 좀 더 앞으로 나가 양쪽에 전진기지를 설치해 저지하면 두 무리가 합류하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방벽작업을 방해받는 것이지만 방벽이 완성된 이후에도 수비하는데 적지 않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전진기지를 계속 운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몬스터 사냥캠프로 말입니다.”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았지만 문제는 지금 당장 그런 인원이 부족했다.
“추가적으로 용병들을 더 모집하여 몬스터 토벌에 투입을 하여 방벽 작업에 차질이 없도록 하게.”
계곡 끝에 방벽을 만드는데 어려움이 발생하자 추가적으로 용병을 모집했다. 그러나 영지와 인근의 용병들을 대부분 고용한 상황이라 많이 모이지 않았다.
스타니엘 자작과 같이 간 기사들도 합류하여 몬스터 토벌에 나섰고 그 덕분에 많은 수의 몬스터가 몰려왔지만 큰 피해를 입지 않고 토벌할 수 있었다. 마법으로 지원을 하자 훨씬 효과적으로 몬스터를 처리할 수 있었다. 또한 방벽을 만드는 작업에도 몇 번 마법을 사용하여 지원을 하여 작업의 속도도 전에 비해 빨라졌다.
그러나 이런 지원도 근본적으로 해결책이 되지 못해 지속적으로 몬스터가 출현하기에 시급히 추가적인 병력을 증원하여 전진기지를 만들기로 했다.
영지에서 추가적으로 몬스터를 토벌할 용병을 모집하자 크라인과 사이먼도 참여를 했다. 이미 겨울이 깊어가는 시점이지만 두 사람은 참여를 했다.
“아버지의 상태는 아직 완전히 정상은 아닙니다. 그러니 무리하면 안 됩니다. 그리고 저도 참여를 해서 상태를 살필까 합니다. 그냥 방치를 하면 다시 악화될 수 있습니다.”
“알았다. 그러면 너도 용병으로 등록하고 내 일행으로 참여를 하자. 용병이 되려면 빨리 되는 것이 좋지.”
크라인은 검술 실력이 예전과 다름없을 정도로 회복이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다시 용병 일에 복귀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병석에서 일어난 지 오래 되지 않은 상황이라 사이먼이 따라온다고 하자 거절하지 않고 같이 가기로 했다. 사이먼도 이제 열다섯 살 생일이 지났으니 용병으로 등록할 시기가 되기도 했다.
정식으로 용병이 될 수 있는 것은 15세가 된 이후였다. 하루라도 빨리 용병에 등록해야 빨리 승급할 수가 있었다. 용병으로 등록할 때 일정한 수준이 되면 D급인 초보 용병이 되었고 수준이 정한 기준에 이르지 못하면 F급 용병인 견습 용병이 되었다.
F급 용병은 3개월마다 승급 심사를 받을 수 있지만 D급 용병은 1년간 일정 수준 이상의 임무를 수행한 실적이 있어야 심사를 청구할 수 있고 심사에서 실력이 되어야 C급 용병인 일반 용병이 되었다.
물론 C급 용병도 B급인 숙련 용병으로 승급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역시 C급 용병으로 2년 동안 일정 수준 이상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그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워 보통은 3~4년 정도를 용병으로 보내야 기준을 달성할 수 있었다.
실력을 검증할 때도 최소한 검사라면 엑스퍼트가 되어야 했고 마법사라면 3서클 수준의 공격마법을 연속적으로 3회 이상 전개할 능력이 되어야 했다. 그렇기에 용병의 90% 이상이 B급 용병이 되지 못하고 C급에서 그치고 말았다.
그 후에 용병의 정점이랄 수 있는 A급 마스터 용병이 되려면 B급으로 3년 이상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해야 했고 검사는 엑스퍼트 중급의 실력이나 마법사는 4서클 이상의 공격마법을 전개할 수준이 되어야 했다. 그렇기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무리 빨라도 A급 용병이 되는데 최소 6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실적과 실력을 다 충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아 아무리 빨라도 10년 정도가 소요되었다. 크라인도 열여섯 살에 용병이 되어 스물일곱 살에 A급 용병이 되었으니 무려 11년이나 소요가 되었다. 그것도 상당히 빠른 나이에 A급 용병이 된 것이다.
물론 그 위에 S급 용병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그들에 대하여는 용병길드에서 외부에 알리지 않아 그 수가 얼마나 되고 누가 그런 용병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것은 용병길드의 핵심들만 알고 있었고 보통의 임무가 아닌 특별한 임무를 수행할 때만 등장을 했다.
크라인이 보기에 실력만으로 보면 사이먼이 B급 용병은 되는 것 같았다. 만일에 마나의 양만 더 증가하면 크라인의 수준도 따라잡는 것이 어렵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직 용병 등록도 않았는데 그런 실력이라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고 기사가 되려는 귀족가의 검사로서도 드문 일이었다. 그러니 크라인도 사이먼이 용병이 될 것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용병이 되기를 원했다.
사이먼처럼 실력과 등급의 두 단계 이상 차이가 나는 용병을 ‘파이어 볼’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불덩어리’라고도 불렸는데 등급만 보고 함부로 대했다가 참지 못하고 폭발하여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 불덩어리라고 부르고 있었다.
용병계는 항상 몬스터와 싸우고 산적들과 싸우기에 폭력에 무감각했고 매사에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용병들이 모이면 으레 일종의 서열을 정하는 것이 보통이었고 가장 간단한 방법이 등급에 따라 역할을 정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물론 그런 과정에서 하급 용병을 심할 정도로 대하는 자들도 많았다. 간단한 구타는 보통이고 심하면 죽을 정도로 가혹 행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부당한 대우지만 아무리 화가 나도 실력이 되지 않으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실력과 등급이 다른 경우 참지 못하고 폭발을 하면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그런 일이 벌어질 때에는 상급자가 크게 잘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처리하기도 골치 아팠다. 상급자가 죽어도 할 말이 없는 행위를 먼저 했지만 하급자가 저항한 행위는 등급을 무시한 행동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과정을 무시하고 처벌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실력과 등급이 다른 자들을 불덩어리라 했고 오히려 상급자가 하급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못된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면도 있었다.
그러나 제 버릇을 버리지 못해 아무리 조심을 하더라도 인성에 문제가 있는 자들은 부당한 행위를 했고 언젠가는 한 번쯤 불덩어리를 만나기 마련이었고 그런 자들은 용병계에서 퇴출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등급제는 용병의 의뢰비를 결정하는데 편리했고 용병 간에 불필요한 다툼을 예방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등급제는 최소한 용병의 실력과 신뢰를 보증하는 장치였기에 필요했다.
팔로스 마을에는 용병길드의 지점이 존재했다. 몬스터 사냥을 하는 용병 사냥꾼이 꽤나 있기에 영지에 있는 용병길드 지부에서 지점을 설치한 것이다.
지부에서는 C급 용병까지 등급을 정할 수가 있지만 지점은 초보용병인 D급의 등급까지 부여할 수가 있었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처음 용병으로 등록하면 초보용병이기에 크라인과 같이 용병사무소에 가서 용병패를 발급받았다.
“앤, 여기 내 아들 사이먼이야. 생일이 10월 25일이니 그 날짜로 D급 용병패 하나 발급해줘.”
용병패를 발급받으려면 지점장이 보는 가운데 자격시험을 거쳐야 하지만 B급 용병인 지점장보다 더 등급이 높은 크라인이 말한 내용이기에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용병패가 발급되었다. 날짜도 한 달 가까이 소급하여 발행을 했는데 보통 보증인이 있는 경우 한두 달 정도는 생일날로 소급적용하여 발행하는 것이 관례였다.
“알았어요. 실력이야 크라인님이 보증하는 것이죠? 신청 서류에 그렇게 기록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