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25
로크왕국 주재 통감 (1)
사이먼은 크라인과 같이 영지의 현안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었다. 크라인은 아무런 직책이 없지만 영지의 총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사이먼이 밖으로 나가는 경우에 영주관을 지키는 역할도 하고 있었다.
“아버지, 축하합니다. 그동안 영지일을 하는 가운데서도 조금 성취를 얻었네요.”
“이제 겨우 방향을 잡은 것에 불과하다. 전에는 내가 너무 조급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사이먼은 크라인이 마침내 반쪽짜리지만 성취를 얻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출전하는 상황이 되면 대리 영주를 해야 하는데 강해진 것은 다행이 아닐 수가 없었다.
“앞으로 언제 출정할지 모릅니다. 제가 개척영지를 받으면서 당분간 로크 왕국과 전쟁이 나면 출정하기로 약조를 했습니다.”
사이먼의 말에 크라인은 아무런 말이 없이 고개만 끄덕이었다. 사이먼이 아무런 직책도 맡지 않고 이런 곳에 틀어박혀 영지를 개척하도록 놔두기 어려울 것인데 이런 일을 한다면 이면에 그런 약속이 존재하는 것이 당연했다.
“로크 왕국과 또 전쟁이 난다는 것이냐?”
“로크 왕국 내부에서 전쟁이 날 것이고 제국이 전쟁에 개입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저번 전쟁에서 로크 왕국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한 왕국으로서는 그냥 물러날 수는 없어 개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북쪽의 몬스터 사냥터가 문제가 되겠구나.”
크라인도 바로 문제점이 무엇인지 지적을 했다. 사이먼이 몬스터 사냥을 많이 나가지 않지만 그가 없다면 사냥터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었다.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철수를 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기에 곤란합니다. 어쨌든 지금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오래 전부터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제가 없어도 무너지지 않도록 했지만 여전히 불안합니다.”
사이먼의 말에 크라인도 뾰족한 대안이 없어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일단 기사단의 무력을 증진시키고 그들을 동원하여 막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병사들이나 하급용병들도 그곳에 순차적으로 투입하여 실력을 높이는 것이 최선입니다.”
“특급 용병을 불러오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내가 몇몇 용병들에게 연락을 해서 불러오도록 하마.”
“그렇게 하면 그나마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제가 없는 동안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마스터가 된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내 성취는 굳이 외부에 알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굳이 주목을 받을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나중에 밝혀지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먼저 알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아버지까지 마스터가 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을 것이고 그것은 좋은 일이 아니었다.
“정 어려우면 피오르드 영지에 도움을 요청하도록 하겠다. 그렇게 하면 기사 10여 명이라도 보내줄 것이고 그들이라면 당장의 어려움은 면할 것이다.”
“그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제가 가서 부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영지를 확장하는 것보다 지금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이먼은 영지의 안정을 도모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각종 방벽도 보강을 하고 영지병도 수를 늘렸다. 아울러 용병들 중에 영지에 근거를 둔 자들을 별도로 불러 유사시에 고용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두었다.
사이먼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얼음의 대지에 나가서 사냥을 하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 상당히 많은 몬스터의 사체가 널려 있었다. 그것들은 대부분 마스터급 몬스터의 사체였다.
“와라, 놈.”
사이먼은 멀리서 노려보는 아이스 샤벨 타이거를 노려보았다. 반경 5km 정도 되는 침엽수림을 근거지로 삼아 근처 수십km를 영역으로 하는 아이스 샤벨 타이거 무리의 대장이었다. 전에 데마린 산맥에서 사냥한 것보다도 더욱 강력한 몬스터였다. 더구나 영역을 가진 개체만 무려 다섯이나 더 있어 사이먼으로서도 사실 사냥하기 버거운 상대였다.
그나마 한 시간 정도를 싸워서 30마리가 넘는 아이스 샤벨 타이거를 모조리 죽이고 오직 그 대장만 남겨놓고 있었다. 사이먼은 하나라도 숫자를 줄이려고 했고 대장은 그런 사이먼을 끈질기게 방해했다. 그러나 결국은 사이 먼에게 모두가 당하고 말았다. 능력의 차이가 크기에 버틸 수가 없었다.
“미안하지만 네가 근처에 있는 이상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처리할 수밖에 없다. 억울하겠지만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너만 당하는 것이 아니라 근처의 모든 강자들이 다 당할 것이니 그 점은 덜 억울할 것이다.”
사이먼은 몬스터일지라도 조용히 살고 있는 무리를 사냥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무리의 대부분은 가족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들을 몰살시키는 것이 내키지가 않았다. 더구나 영역을 가진 몬스터를 제거할 경우 그로 인해 적지 않은 혼란이 발생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강한 몬스터 중에 하나라도 영지방향으로 이동할 경우 엄청난 재앙이 벌어질 것이기에 그냥 놔둘 수가 없었다. 사이먼은 주변 1000km를 돌면서 강한 몬스터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눈과 얼음의 대지이지만 곳곳에 침엽수림이 있고 그런 숲에는 어김없이 강한 주인이 있었다.
그 숲의 주인은 조그마한 땅의 주인답지 않게 무지막지하게 강한 몬스터가 많았다. 마스터급은 아닐지라도 대부분 중급 마정석은 가지고 있었다. 그들을 제거하면서 사이먼은 왜 먼저 그런 몬스터를 사냥하지 않았는지 후회가 되기도 했다. 엄청나게 강한만큼 수입이 짭짤하기도 했다.
아울러 사냥을 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수련이 되기도 했다. 날렵하기 짝이 없는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했다. 그랜드 마스터인 사이먼보다도 더 빨리 움직이는 것들도 많았다. 공간의 검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쫓아가지도 못할 정도로 빨랐다.
사이먼은 오러 마법과 언령 마법을 사용하였고 신성수호기사가 되면서 얻은 수호의 징표를 사용하여 치료를 하기도 했고 마법도 일부 사용했다. 오러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알기에 마법을 사용해도 크게 문제가 없었다.
마스터급을 지나 그랜드 마스터급에 도달한 몬스터가 있었지만 그들을 사냥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고작 초입에 들었고 기운만 강한 정도이기에 여러 가지 능력을 사용하는 사이먼에게 사냥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사이먼은 강한 몬스터를 보면 아공간 속에 웅크리고 있던 심연의 괴수와 비교하는 경향이 있었고 그런 괴수에 비하면 아무리 그랜드 마스터급일지라도 그저 평범한 몬스터 수준에 불과했다.
사이먼은 몇 번이나 동굴에 가서 자신의 기운을 키우는 노력을 했다. 그렇게 하면서 괴수의 기운을 소진시키는 작업을 했다. 괴수는 사이먼이 나타나서 기운을 흡수할 때마다 조금씩 약해졌다. 그렇기에 사이먼이 마법진에 공명을 하면 괴수가 강한 기운을 내뿜어 사이먼을 위협했지만 차츰 적응이 된 사이먼에게는 그저 으르렁거리는 정도에 불과했다.
사이먼은 그 괴수를 능가할 정도로 강해지고 싶었다. 아니 그를 능가할 정도가 되고 싶었다. 그 존재보다 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만 꾸준히 노력하고 수련하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사이먼은 조만간 자신이 영지를 떠나야 하기에 떠난 후를 대비하여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어느 날 오렐리어스 후작이 다시 방문을 했다. 내심으로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에 오기를 바랐지만 결국 전장으로 떠날 시간이 된 것 같았다.
“상황이 너무나 긴박하게 변하고 있네. 제국에서 무려 50만에 달하는 정병을 징병하기로 했고 이미 징병을 한 병사들이 영지를 떠나 속속 국경으로 집결을 하는 중이네.”
“로크 왕국에서 내전이 발생하면 바로 제국군이 개입한다는 말입니까?”
사이먼은 로크 왕국과 제국을 직접 방문하여 그들의 동향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지만 전혀 모르는 것처럼 반문을 했다.
“그러면 우리도 징병을 할 것입니까?”
“징병을 할 시간이 있을지 의문일세. 저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이 너무 늦어 준비할 시간을 놓치고 말았네. 아무리 빨리 징병을 결정하고 작업을 해도 군사가 국경지대로 이동을 하려면 가까운 영지일지라도 두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먼 경우에는 반년이 소요되기도 하네. 지금 이대로 상황이 진행되면 징병할 시간이 없이 전쟁이 마무리될 수도 있네.”
사이먼은 이런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아일라 2세나 오렐리어스 후작이 한심하게 느껴졌지만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극약 처방을 하여 시간을 벌 생각이네.”
오렐리어스 후작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그런 이야기를 찾아와서 말하는 것은 사이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뭔가 시간을 벌 묘책이라도 있는 것입니까?”
사이먼은 자신을 혹시 로크 왕국 북부에 주둔하는 주둔군 총사령관의 자리에 임명하려는 것으로 생각을 했다. 그런 정도로 상황을 타개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억제력은 발휘할 수도 있어 보였다.
“저번 로크 왕국과의 전쟁이 끝나고 맺은 강화조약에서 우리 왕국은 로크 왕국에 통감을 파견하기로 되어 있고 현재 프라우스 백작이 통감으로 나가있네.”
“전범으로 연금형에 처한 자들을 감시하고 아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주재관을 파견하기로 했는데 그 책임자가 통감이죠.”
사이먼도 강화조약에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세부 내용을 검토한 적이 있기에 대략 알고 있었다.
“그러하네. 현재는 왕궁 옆에 통감부를 두고 왕궁에서 시행하는 모든 일에 대하여 감독을 하는 실정이네. 그렇다보니 그 책임자인 통감의 권한이 막강해 로크 왕국의 귀족이나 상인들이 잘 보이려고 뇌물을 쓰는 경우도 많네. 왕국에 크게 해가 되지 않는 경우 적당히 뇌물을 받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그런 일이 만연하면 자칫 왕국에 대한 반감이 커질 수가 있어 그 수장인 프라우스 백작에게 책임을 물어 교체할 예정이기도 했네.”
“설마 그 통감에 제가 가라는 말입니까?”
사이먼은 그런 말을 듣자 실로 지금 상황에서 사용할 최상의 기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한 수로 지금까지의 열세를 만회하고 제국이 가진 이점을 대부분 상쇄할 수 있어보였다. 다른 사람이 가서는 그리 의미가 없지만 사이먼이 그 자리에 가면 그것이 가능했다.
“그러하네. 이 정도 변수를 동원하지 않고는 이 난국을 타개할 방도가 없네. 자네가 위험할 수도 있지만 어쩔 수가 없네. 대신 위험한 일이기에 공관의 주재 무관과 경비병을 지금보다 훨씬 강한 기사로 바꿔주도록 하겠네.”
사이먼은 한동안 말이 없이 가만히 있었다. 이 방법을 시행할 경우 발생할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검토했다. 문제점이 무엇이고 해결방안이 무엇이며 득과 실을 빠르게 계산했다.
“좋은 방안이지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이먼은 자신이 가야했지만 그렇다고 그런 위험한 일을 아무런 대가없이 수행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든 할 수밖에 없지만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고 하기에는 자신의 상황도 좋지 못했다. 막 트라칸 반도에 진입한 상황이기에 자신이 비우는 경우 엄청난 손실이 초래될 수도 있었다.
사이먼이 바로 승낙을 하지 않자 오렐리어스 후작은 몇 번 상황을 설명하면서 설득을 하려고 했지만 확답을 피했다. 결국 오렐리어스 후작은 워프를 하여 사비올라로 돌아갔다.
며칠 후에 재차 확답을 듣고자 방문을 하였다 그 자리에서 사이먼의 부재로 인해 발생할 손실에 대하여는 나중에 그 손실을 보전해 줄 수도 있다는 의향을 보였다. 하지만 목숨을 건 도박이나 마찬가지이기에 대가로는 뭔가 부족했다.
그러나 더 요구하기에는 상황이 그렇게 좋지가 않았다. 적당히 명분을 찾고 나중에 대가를 챙기기로 했다.
“좋습니다. 대신에 북부주둔군에 대한 확실한 지휘권을 보장해 주었으면 합니다. 최소한 그 병력에 한해서는 언제라도 동원할 권한을 부여했으면 합니다. 지금처럼 어떤 것을 요청하는 정도가 아닌 명령권이 필요합니다.”
사이먼은 그 정도의 권한이라도 부여받아야 상황변화에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그렇지 않는다면 그가 가더라도 개인적인 무력에 의존하는 것에 불과해 크게 힘을 발휘할 수 없어 보였다.
아일라 2세의 얼굴은 침중하기 짝이 없었다. 로크 왕국의 상황이 상당히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조금 방심을 한 사이에 상황이 돌이키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대비할 시간이 전혀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로크 왕국의 통감인 프레우스 백작을 교체하자는 말인가? 누구로 말이요?”
“지금 상황에서는 극약처방이 필요합니다. 사이먼 백작을 통감으로 임명하여 보내는 것이 최선입니다. 토르가 3세를 비롯한 로크 왕국의 왕실이나 내전을 일으키려는 자나 제국 모두를 제어하려면 그가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을 벌자는 말인데 그를 보내고 징집을 하자는 말인가?”
“왕실직영지에서만 징집을 해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왕실직영지에서 동원할 수 있는 군사는 많아야 10만 가량입니다. 그 정도로 감당할 수준이 아닙니다. 저들은 무려 50만 이상을 징집하고 있습니다. 각 대영지에서 각기 1만의 군사 정도는 모아야 할 것입니다. 최소 40만에 달하는 군사는 추가로 동원해야 제국의 대군과 대치라도 할 수 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