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28
내전과 침공 (1)
사이먼이 로크 왕국의 통감으로 부임한지 5일 후에 반군은 토르가 3세의 실정과 국왕의 자질이 없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반란을 일으켰다. 사이먼의 부임이 오히려 로크 왕국의 내전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것이 준비된 상황에서 거병을 했을 것인데 사이먼이 온 통에 서둘러서 거병을 했다. 자신의 세력이 이탈할 조짐을 보이기에 더 늦기 전에 일을 벌인 것이다.
반군은 자신들이 내세우던 반외세 자주는 내세우지 않았다. 그것을 내세우면서 제국군을 불러들일 수는 없었다. 그들이 바로 제국에 원군을 요청하여 에카테리나 왕국이 내전에 개입할 빌미를 제공했다.
“에카테리나 왕국의 허수아비로 전락한 토르가 3세를 벌하고자 지난 전쟁에 참여하여 같이 싸운 제국에 힘을 보태줄 것을 요청한다.”
반군은 반란을 선언한 직후에 제국군을 불러들였다. 제국군은 반군을 요청을 받자 기다렸다는 듯이 국경을 넘어 고작 하루 사이에 반란군과 합류했다. 무려 국경에 있는 30만 대군이 일제히 넘어온 것이다. 그런 다음에 그들은 3개 방면으로 나누어서 왕도인 로칸시티를 향해 진격하기 시작했다.
로크 왕국의 각 영지는 반군과 제국군에 항복할 것인지 국왕군에 합류하여 저항할 것인지 선택을 해야 했다. 중립이란 있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특히 반군과 제국군의 진로에 위치한 영지는 바로 선택을 해야 했다.
사이먼은 토르가 3세의 요청에 의해 정식으로 에카테리나 왕국의 참전을 선언했고 통감부에 파견이 되어 있던 100명의 기사와 함께 토르가 3세 진영에 합류했다.
사이먼은 토르가 3세와 협의하여 국경에 주둔하고 있는 2만의 에카테리나 왕국군을 로칸시티 주변으로 이동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물론 이는 제국군의 침공에 대항하기 위해 로크 왕국이 에카테리나 왕국에 구원을 요청한다는 정식절차를 진행하는 형식을 밟아 혹시라도 나중에 논란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모든 일이 끝난 후에 절차를 문제 삼아 사이 먼을 공격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기에 철저히 절차를 밟도록 했다.
그가 통감으로 파견이 되면서 그들에 대한 지휘권도 받아온 상황이었다. 부임을 하면서 당연히 그런 권한이라도 있어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먼은 역시 절차를 밟아서 그들에게 이동을 명령했다.
사전에 이동할 준비를 갖춘 상황이라 그들은 빠르게 진군하여 10일 후에 선발대 3,000명이 합류를 했고 다시 5일이 지난 후에 본대가 역시 합류를 했다.
사이먼은 북쪽으로 오는 제국군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 로크 왕국군은 중앙과 남부로 움직이는 제국군을 방어하기로 했다. 이런 역할 분담을 협의하였고 그렇기에 북부방면에서의 군사작전에 대하여는 사이먼이 총사가 되어 임무를 수행하기로 했다.
북부 지역은 에카테리나 왕국에서 가깝고 언제라도 불리하면 왕국으로 후퇴할 수가 있는 위치였다. 또한 제국군이 언제 에카테리나 왕국 방면으로 진로를 변경할지 모르기에 그곳으로 가는 것이 적당했다.
에카테리나 왕국군 2만으로는 제국군을 상대할 군사의 숫자가 부족했다. 그렇기에 로크 왕국군 3만이 사이먼의 휘하에 배속이 되어 총 5만이 움직였다. 동쪽 전선으로 가는 도중에 주변의 영지에서 징병한 군사 3만을 대영주인 아르거스 후작이 인솔하여 합류하면서 총 8만의 대군이 움직였다.
반군과 제국군은 진로 상에 있는 영지를 정리하여야 했기에 빠르게 움직이지 못했다. 일부 영지는 결사 항전을 외치면서 저항을 하였기 때문이다.
대군에 맞서지 않고 후퇴를 하거나 진로 상에서 벗어나 오지로 피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들에 대한 견제작업을 하느라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그들을 견제하기 위해 대략 2만 가까운 인원이 남아야 했다.
그들은 로크 왕국 출신의 반군이 대부분이었다. 제국군은 로크 왕국의 내부로 진격하는 것을 선호했다.
사이먼을 비롯한 에카테리나 왕국과 로크 왕국의 연합군은 10여일 정도 진격을 하여 아르제스 평원에서 진을 치고 제국군 10만을 상대하게 되었다.
제국군에 비해 숫자도 적고 여기저기서 모인 오합지졸이기에 지휘체계도 엉망이었지만 그랜드 마스터로 이름이 높은 사이먼이 가세한 상황이라 군의 사기는 높았다.
로크 왕국의 입장에서 보면 사이먼은 피도 눈물도 없는 흉악한 적군의 수괴이지만 같은 편이 되어 싸운다고 생각하자 두려워하면서도 그 무위를 추앙하였다. 그러니 군사들의 사기가 아주 높았다. 사이먼이 나서기만 하면 언제라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이먼은 정예를 일부 선발하여 선봉을 맡겼고 나머지 군사는 짧은 시간이지만 지휘체계를 확립하는데 주력하여 명령이 신속, 정확히 전달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북부 지역으로 이동하는 제국군을 이끄는 자는 네이온 후작이었다. 그는 군에서 30년간이나 복무한 노병이었다. 평기사로 복무를 시작하여 군단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성격에 다소 문제가 있는 인물이었다. 제국 우월주의에 사로잡혀 있었고 상명하복의 군사문화에 젖어 명령만 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자이기도 했다.
“뭐라고? 로크 왕국군을 이끄는 자가 에카테리나 왕국의 사이먼이란 자란 말이지?”
사이먼에 대한 이야기는 제국군에 잘 알려졌지만 그것은 사이먼의 무력에 대한 것이지 군사를 지휘하는 능력에 대하여는 사실 그리 중시하지 않고 있었다.
“지휘 경험이 별로 없는 자에게 대군의 지휘를 맡기다니 무력이 높다고 지휘마저 잘 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인가? 그러면 왜 군에서 지휘관을 별도로 두고 양성을 한단 말인가? 군사에 대해서 모르는 자이니 제대로 된 전투가 무엇인지 보여주지.”
네이온 후작은 사이먼이 아르제스 평원에서 진을 치고 제국군을 기다린다고 하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계속 진격을 했다. 더구나 군사의 숫자가 고작 8만으로 2만이나 부족하다고 하자 전면전을 치러 전세를 결정지을 생각을 했다.
더구나 사이먼이 기병도 변변히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평원에 진을 치고 있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다른 참모들도 기병이 없는 상황에서 평원에 진을 치고 있다는 사실에 한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자가 전술이나 전략에 대해서는 잘 모를지라도 그 무위는 대단합니다. 그에 대한 대비는 필요합니다.”
“개인의 무위가 아무리 뛰어나도 전략과 전술에서 밀려 아군이 무너지면 속수무책이 된다. 혼자 아무리 강해도 한 시간 동안 죽일 수 있는 군사의 수는 1000명 안팎이다. 수만, 십만이 넘는 군사가 부딪쳐 승패가 결정되면 그자가 아무리 그랜드 마스터라고 해도 물러날 수밖에 없다. 굳이 그자의 무위를 발휘할 기회를 주지 않고 그냥 전투에 돌입하면 된다.”
네이온 후작은 엑스퍼트 상급의 기사이지만 무위를 기반으로 하여 작위를 받은 무장에 대하여 그리 감정이 좋지 못했다. 특히 마스터라고 하여 기사를 하다가 자작을 받고 백작의 작위를 받은 경우 상당히 배척하기도 했다.
현재 그의 진중에 두 명의 마스터급 무장과 6서클의 마법사가 두 명이나 배속이 되어 있지만 작전 회의에도 참석시키지 않고 있었다.
그들도 말 많은 참모들과 부딪치는 것이 싫어 회의에 참여해도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따로 놀고 있었다. 네이온 후작은 그런 상황을 개선하기 보다는 오히려 조장하는 편이었다.
“맞습니다. 저들을 기병을 앞세워 돌파를 하고 그 후에 정예병들이 돌진을 하면 그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전열이 무너져 전세가 기운 것을 돌이키지는 못할 것입니다. 혼자 아무리 날뛰어도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굳이 멍청하게 일기토를 하는 등의 요식행위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작전참모도 네이온 후작의 의견에 동조하였고 전통적인 방식에 의한 기병전술을 사용하기로 했다. 사이먼의 수준이 높아도 그리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마스터 대전 같은 행위를 하여 무위를 드러낼 기회를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먼저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한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수적 열세에도 동요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사이먼이 진중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인지 제국군은 사전의 기사대결을 생략하고 바로 기병을 앞세워 공격을 해왔다.
사이먼은 적의 공격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을 한 상황이라 선두에 방패병을 세우고 그 사이에 장창병을 두었다. 그 뒤에 궁수와 검수를 배치하여 적의 초반 돌격을 저지한 후에 요격하려고 했다.
이런 진형을 갖추고 기다리는데 역시 기병을 앞세워 돌진을 해왔다. 이런 진형을 갖추고 대비를 하더라도 실제 기병의 돌파를 저지하기보다는 휩쓸려 엄청난 피해를 입는 것이 보통이었다. 단지 그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적에게 피해를 주고 시간이 지체되어 저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이먼은 정예병을 양 끝에 대기하도록 하고 맨 선두에 혼자 나섰다. 적의 진격을 무모하게 혼자 가로막는 형상이었지만 추호도 두려운 기색이 없이 사이먼은 적을 노려보았다.
대략 혼자만 50m 정도 앞에 나서 있는 형상이었다. 사이먼은 가벼운 가죽으로 된 갑주를 입고 양손검인 바스타드소드를 들고 적이 다가오가를 기다렸다. 그들이 대략 30m 전방에 쇄도했을 때에 사이먼의 신형이 번쩍이는 빛과 함께 사라졌고 쇄도하는 기병들 사이에 나타났다.
사이먼은 무모할 정도이지만 이렇게 나선 이유는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간 몬스터를 상대하면서 연습한 것을 시험하고 싶었다. 기사들이 주가 되어 구성이 된 기병들 사이에서 생각한대로 움직일 수가 있는지 테스트하려고 한 것이다.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할 경우에 엑스퍼트 중급은 A등급 용병도 버거워할 중형 몬스터 수백을 상대하여 정리를 했던 사이먼이었다. 그런 사이먼이기에 기사들과의 전투도 자신이 있었지만 실제로 어떨지 의문이었다.
그간 공들여서 익힌 오러 마법과 검술의 조합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자신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판단을 하는 것은 향후 전쟁을 하는데 중요한 요소이었다. 자신의 역량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 피할 필요도 있었다.
사이먼이 진형 가운데로 뛰어들자 순식간에 돌진하던 기병들은 혼란에 휩싸였고 우르르 넘어지기 시작했다. 사이먼은 전진하는 것이 아니라 횡으로 움직이면서 기병들을 제거했고 뒤로 물러나서 기병의 속도를 늦추기도 했다. 앞에 있는 기병이 넘어지자 발에 걸려 뒤따르던 자들도 넘어진 것이다.
사이먼이 뛰어드는 것을 신호로 하여 궁수들은 화살을 쏘기 시작했고 방패병과 장창병은 적의 돌진을 저지할 준비를 했다. 사이먼에 의해 혼란에 휩싸인 적의 중간 부분이 그대로 전진을 하지 못하는 사이에 날아온 화살에 방해를 받아 속도를 줄인 기병들은 방패와 방패 사이에 튀어나온 장창에 부딪쳐서 마침내 돌격을 멈추고 말았다.
그 순간 기병의 머리위로 화살이 빗발치듯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순간 양 옆에 대기하던 정예병이 뛰어나와 기병들을 옆에서 공격해 갔고 사이먼은 여전히 중간에서 날뛰고 있었다.
“돌격하라.”
기병이 가운데 발이 묶인 사이에 나머지 병사들이 고함을 치면서 앞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아울러 방패병과 장창병도 기병들 사이에 뛰어들었고 그 뒤를 따라 대기하던 검사들이 역시 앞으로 뛰어나갔다.
순식간에 난전으로 상황이 바뀌었고 3,000기정도 되는 기병은 순식간에 1만이 넘는 보병들에게 난타를 당하고 말았다. 보병들 사이에 고립이 된 기병은 순식간에 말이 쓰러지고 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바닥에 내려선 기병들은 실력이 좋더라도 포위가 되자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가 없었다.
사이먼은 혹시라도 돌진을 하다가 아군에 의해 밟혀 죽은 사태를 피하기 위해 1만 명만 기병들을 향해 돌진하게 하고 나머지는 그들을 피해 양 옆으로 우회하여 돌진하도록 했다.
사이먼은 기병들 사이를 통과했다 정지한 적의 중심부를 관통하였기에 그가 지나간 곳은 초토화가 되어 있었고 어느새 투입이 된 아군이 그 뒤를 따라서 진격하여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이먼은 주변을 한 번 돌아보았다. 자신이 지시한대로 군사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제국군은 기병대의 뒤로 보병이 진격해 오던 상황이라 중앙에 모여 있었고 아군은 적의 기병대의 양옆으로 진격을 하는 상황이라 옆에서 비스듬하게 적진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선두를 정예병이 차지하여 앞장서서 적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그들이 부딪치자 선발된 정예병이라 그런지 적의 측면에서 선전을 하고 있었다.
사이먼은 잠시 숨을 돌린 후에 한 방향을 향해 다시 움직였다. 단 두 번 공간도약을 하여 목표로 한 지점에 당도했고 공격을 하여 적진으로 쇄도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그의 바스타드소드에서 오러가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의 검에서 대략 10여m에 달하는 화염의 줄기가 뻗어 나와 병사들을 덮쳤고 거기에 휘말린 병사들이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사이먼은 오러 마법으로 오러에 화염의 속성을 더하였다. 오러 블레이드 대신에 오러를 사용한 것은 그만큼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였다.
“화염의 마왕이다.”
“물러나라.”
병사들이 비명을 내질렀지만 사이먼은 주저하지 않고 검을 휘둘러 학살을 멈추지 않았다. 화염의 검을 휘두르면서 공간도약마저 전개하자 폭이 20여m 정도 되는 통로가 생겨났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