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3
용병이 되다 (3)
“그렇게 해.”
“그런데 혹시 크라인님의 아드님이면 불덩어리가 되는 것 아니에요?”
앤은 지점의 사무원이기에 A급 용병인 크라인에게 약간의 농담마저 하고 있었다. 자주 접하기에 그만큼 친분이 있었다.
“내 아들이어서 대단한 실력일 거라고 기대하겠지만 한 때는 소드댄서라고 소문이 나기도 했었지. 그 정도 실력은 아니야. 그래서 이번에 토벌의뢰에 같이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나 시키려고. 그러면 여러 용병들에게 알려져 나중에 의뢰를 수행할 때 이런저런 도움도 받을 수 있겠지.”
“크라인님이 몬스터 토벌에 나선다고요? 이제 몸이 다 회복되신 거예요?”
앤은 크라인이 심한 부상으로 사실상 용병의 일에서 은퇴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나자 내심 놀란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용병의 일에 나선다고 하니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니 이번 2차 모집에 나와 사이먼이 같이 참여하는 것으로 해. 사이먼은 나와 공동으로 의뢰를 수행하는 것으로 하고.”
용병은 뜻이 맞는 사람과 같이 파티를 이루어서 의뢰에 참여할 수가 있었다. 그럴 경우 그 파티에 속한 인원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따로 임무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 용병계의 관례였다.
“하지만 A급 용병이신 크라인님과 같이 D급 용병이 같이 있다가는 자칫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크라인님이 A급 의뢰를 수행하지 못해 의뢰주와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앤은 아무리 A급 용병인 크라인이라 할지라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사항은 지적할 수밖에 없었다. 사이먼 문제로 A급 의뢰를 수행할 수 없게 되면 영지와 용병길드 사이에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걱정할 것 없으니 그냥 같이 가는 것으로 해. 그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니. 정 문제가 되면 일단 나를 B급으로 한 단계 낮춰도 되고. 나도 부상을 당하고 첫 의뢰니 낮추는 것도 방법이지.”
“알았어요. 그러면 B급 한 명과 D급 한 명으로 파티를 구성하여 참석하는 것으로 해놓을게요. 물론 원래 A급이기에 그것도 밝혀 놓을 것입니다.
특별한 협의가 없을 경우 기본적으로 B급 수준의 임무가 주어지고 급여도 그렇게 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협의를 거쳐 본래 등급의 일을 수행할 수 있다고 해놓을게요.
물론 불가항력적으로 A급 임무를 수행할 경우에도 역시 등급에 따른 대금을 받을 수도 있어요. 3일 후 오후 다섯 시에 지점 앞에서 예비 소집이 있고 다음날 아침 일찍 출발을 하니 그렇게 알고 준비를 해주세요.”
곧 죽을 것이라고 소문이 났던 크라인이 멀쩡하게 건강한 모습으로 용병길드 지점에 나타나 의뢰마저 받았다는 이야기는 용병들 사이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
토벌에 참여할 용병들의 인솔을 맡은 기사 하이든은 참여하는 용병들의 실력이 점점 낮아지는 상황이라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근처의 뛰어난 용병들이 대부분 참여한 상황이라 당연한 현상이었다.
그렇기에 매일 용병길드에 들러 지원한 용병을 확인하고 외부의 다른 영지에서 실력이 있는 용병을 불러오라고 지점장인 하이켄을 닦달하고 있었다.
“A급 용병인 크라인이 어제 토벌대에 참여한다고 신청했습니다. 물론 부상을 당한 후 첫 복귀라 안전을 위해 B급으로 낮추어서 신청했지만 말입니다.”
지점장인 하이켄이 지점장실에 들어가자 먼저 그 사실을 말했다. 그도 계속 시달리니 먼저 그 사실을 말해 잔소리를 피하려고 했다.
“크라인이라면 저 번 오거 출현 때에 다쳐서 폐인이 되었다고 하던데 살아났다는 말인가? 마나고갈까지 겪어서 페인이 되었다고 들었는데.”
기사들도 자유기사 수준인 A급 용병의 동정은 항상 주시하고 있었다. 언제라도 영지에 기사로 출사를 할 수도 있고 영지의 중요한 전력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검술실력도 뛰어나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벌써 6개월 정도 되었으니 상처를 치료하고 조용히 몸을 회복한 것 같습니다.”
“실력이 예전과 같을지 모르겠군.”
하이든은 크라인의 실력이 자신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 것을 알지만 다치고 난 다음이라 예전의 실력을 복구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용병들이 부상을 당한 후에 복귀할 때는 실력에 자신이 없으면 한두 등급을 낮추어서 의뢰를 받습니다. 그래야 능력에 맞지 않는 임무를 수행하다가 불상사가 생기지 않습니다. 부상을 당한 후 첫 의뢰라 그런지 의뢰 등급을 B급으로 했지만 초보용병인 아들이 있어서 그렇게 한 것 같습니다.”
하이켄은 확신을 하지 못하지만 그런 기본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기에 의혹을 부인했다. 더구나 B급의 의뢰라면 A급은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 경험만으로 임해도 충분했다.
“그가 제 실력이라면 큰 힘이 되겠지만 실력이 예전만 못하다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예비소집 전에 다시 한 번 확인을 해보게.”
“알겠소이다. 그리고 이번에 열다섯 살이 된 아들도 용병으로 등록하여 같이 파티를 이루어서 참여하는 것으로 보면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아들까지 같이 가는데 등급을 속이기야 하겠습니까? 그랬다가는 본인만이 아니라 아들까지 위험할 수가 있는데 말입니다.”
“아들하고 파티를 이룬다고? 그건 더 문제가 아닌가? 초보용병과 A급 용병이 같은 파티라면 A급 임무는 아들 때문에 수행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그것도 문제가 없다고 했으니 믿어야지요. 그래서 B급으로 신청했을 것입니다.”
“그건 최소한 아들이 C급 실력은 된다는 말인가?”
하이든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한 때 아들이 소드댄서라는 말도 돌았으니 높아야 C급 수준일 것입니다. 물론 크라인이라면 아들이 C급만 되어도 자신의 역할을 하면서 아들도 안전하게 지킬 것입니다. 어쨌든 뭔가 대비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하이켄은 크라인이 무모하게 돈을 더 받으려고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떤 용병도 아들이 위험할 정도로 의뢰를 받지는 않았다.
“크라인이 있다면 그에게 이번 용병의 통솔을 맡기면 되겠군. 이번 인솔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군.”
기사인 하이든이 용병들을 통솔하려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했다. 대부분 고분고분 지시에 따르지만 종종 대드는 자들이 있었다. 한가락 실력이 있는 자들이고 눈치껏 수위를 조절하기에 더욱 피곤했다. 폭발하기 직전에서 기가 막히게 멈추고 은근히 신경전을 벌이는 것이라 짧은 기간일지라도 끝내고 나면 진이 다 빠졌다.
케인스는 마법을 배우게 되자 검술을 배우는 것처럼 최선을 다했다. 물론 전부터 배우던 검술도 몸을 만들기 위해 계속 배우기로 했다.
“여기에 있으니 마음은 편하구나. 더구나 스타니엘 백작령에서 네 아버지에게 해를 끼친 자들을 색출하여 처벌을 했다고 하는구나.”
어머니 앤이 오더니 그 사건을 처리한 후에 통보한 내용을 케인스에게 전달을 해주었다.
“백부님이 정말로 관여하지 않은 것인가요?”
케인스는 백부인 백작이 암살에 관여했다고 생각했기에 쉽게 믿고 싶지 않았다.
“물론 완전히 관련이 없지 않겠지만 네 아버지를 해하라는 지시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평소 언행을 본다면 그런 사람은 아니다. 단지 사건이 난 후에 파장을 생각하여 범인 색출에 소극적이었다가 이번에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영지를 떠나니 부담이 적어져서 이번에 정리를 했다는 말이군요. 한데 사건의 진상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다른 죄를 가중하여 처벌한 것을 보면 여전히 그런 의혹을 버릴 수 없을 것 같아요.”
케인스는 원한을 쉽게 떨칠 수가 없었다. 백부인 백작이 했다고 믿는 상황이었다.
“전부 밝히기 어려운 사정이 존재하기에 그런 방식으로 처리한 면이 있다. 나중에 네가 좀 더 크면 종조할아버지인 영주님이 보다 자세히 설명해 줄 것이다. 그러니 기다려라.”
“알았어요. 어쨌든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까요. 여기는 오지라서 너무나 조용한데 불편한 것은 없죠?”
“오히려 좋다. 더구나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마음을 졸이지 않아도 되니 좋다. 너는 마법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지?”
“그럼요. 아주 재미있어요. 더구나 총관님이랑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잘해주시는데요.”
“기회가 항상 오는 것은 아니니 최선을 다해.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고.”
“그렇게 할 것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보다 외가에서 연락 온 것 있어요? 제대로 연락도 못하고 급하게 왔잖아요.”
“여기로 온 것은 알고 있더구나. 외가로서도 부담스러웠는데 일이 이렇게 풀려서 다행스러워하는 것 같더라. 어떻게 하건 외가도 스타니엘 백작령에 속한 영지이니 입장이 곤란했을 것이다. 네 아버지 일로 조금 서운했더라도 이해해.”
“외가에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우리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어려운 가운데도 도와준 것을 잘 알고 있어요.”
케인스는 적극적으로 사건을 파헤치지는 않았지만 어려운 가운데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스타니엘 영지에 있는 모든 것은 곧 다 정리가 될 것이다. 연관이 될 것은 다 정리를 할 것이다. 그리고 네 아버지의 성까지 모두 피오르드로 정정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그곳과 인연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영주님은 종조할아버지가 아닌 진짜 할아버지가 된다.”
“잘 되었네요. 그대로 있었다고 해도 몇 대가 지나면 사용할 수 없는 성이잖아요. 물론 그냥 사용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냥 허세죠. 그곳에서 아예 리스트를 지웠다니 잘 된 일이죠.”
물론 헨리가 피오르드 가문으로 적을 옮긴 기록이야 남겠지만 이제부터 그곳과 연관이 없다니 오히려 후련했다.
앤더슨은 어느 날 크라인이 정상인에 가깝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와 형이 회복된 것을 자신에게 감춘 것이다.
그로 인해 앤더슨은 화가 났지만 달리 말을 하지 못했다. 두 사람에게 괜히 물었다가 욕을 먹을 것 같았고 더 이상 아버지에게 어리광을 부릴 분위기가 아니었다.
회복이 된 아버지는 앤더슨에게 별로 눈길을 주지 않고 사이먼과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전에는 앤더슨과 같이 놀아주었는데 그런 기미가 없었다.
“엄마도 아빠가 나은 것을 알았지? 그런데도 나한테는 아무 말이 없었지?”
“비밀로 할 이유가 있었단다. 그러니 너한테 알릴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네가 실수할 것 같아서 말하지 않은 것이다.”
앤더슨은 이해는 하지만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화가 났다. 더구나 매일 아버지를 보았는데 그런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도 화가 났다. 왠지 자신이 바보가 된 것 같았다.
“엄마, 아빠가 깨어났으니 사이먼 형이 이제 다시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지?”
엘레나는 앤더슨을 보면서 사이먼이 왜 앤더슨을 그렇게 닦달하고 바꾸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 나이의 다른 집 아이들보다도 더 철이 없었다.
식구들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편한 것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보다 두 살이나 어린 여동생 애니카보다도 하는 짓이 더 어렸다. 그런 것도 보지 못하고 생각 없이 앤더슨을 역성들었으니 사이먼이 답답해서 큰소리를 쳤던 것이다.
“앤더슨, 너는 언제까지 한심한 모습을 보일 거냐? 사이먼이 간섭하는 것을 귀찮게 생각하기 전에 제대로 행동하려고 해라. 네가 철없이 행동해도 받아들여줄 나이는 이미 지났다.”
엘레나는 그간 사이먼과 앤더슨을 보면서 자신이 앤더슨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철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조건 귀엽다고 어리광을 받아주니 그렇게 철이 들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