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32
고립무원 (2)
다음날 오렐리어스 후작과 통신을 하는 사이먼의 표정이 상당히 굳어 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아군은 적군 30만 명에게 포위되어 고립이 될 소지가 있습니다. 지금은 후퇴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지만 2~3일만 지나면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게 됩니다.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 후퇴할까 합니다.”
사이먼은 자신은 언제라도 탈출을 할 수 있지만 일반 병사들은 그럴 능력이 없었다. 그렇기에 위험한 상황이 오기 전에 안전한 곳으로 후퇴할 생각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버티기를 바라네.”
“버티라고요? 세 군데서 30만이 몰려오는데 말입니다.”
사이먼은 오렐리어스 후작의 말에 어이가 없는 표정이 되어 반문을 했다. 주체가 모호한 것이 또 속 좁은 인간이 뭔가 장난을 치려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그런 성향을 알기에 조심을 하고 있었는데 역시 궁지에 몰릴 것 같으니 뭔가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을 보면 일국의 국왕으로서 조금 부족한 면이 있었다.
“자네와 통신을 한 후에 로크 왕국과 협의를 했는데 로크 왕국에서는 지원을 할 여력이 없다고 하네. 결국 후퇴를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하니 그것 또한 불가하다는 입장이었고 후퇴를 할 경우에 발생할 문제가 적지 않다는 입장이었네.”
그것이야 로크 왕국의 사정이었고 사이먼과 에카테리나 왕국에서 판단하여 결정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후퇴하지 말라는 것은 아일라 2세마저 동조했다는 말이었다. 그러면서도 후환이 두려워서 왕명이라는 것을 내세우지도 못하고 그저 로크 왕국의 사정만 핑계대고 있었다.
“그러면 여기서 움직이지 말라는 말입니까? 그냥 죽으라는 말입니까?”
사이먼은 화가 날 수밖에 없어 따져들었다. 오렐리어스 후작은 중간에 낀 것에 불과했지만 그런 터무니없는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당사자였다.
“그건 아니지만 자네가 그곳을 비우고 후퇴를 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네.”
사이먼은 오렐리어스 후작의 말에서 고약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오렐리어스 후작이 언급하지 못하고 있었다.
군부와 아일라 2세가 한통속이 되어 사이먼의 운을 시험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죽어도 좋고 운 좋게 살아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여간 속 좁은 작자들의 수작에 당한 것을 알자 기분이 좋지가 못했다.
“두 분 중에 한 분이라도 오셔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할 것입니까? 그렇지 않다면 바로 철군을 할까 합니다. 저야 언제든 탈출이 가능하지만 제가 떠나는 순간 군사들은 대항할 능력이 없습니다.”
사이먼은 아무런 지원도 없다면 굳이 시험에 응할 생각이 없었다. 최소한의 지원이라도 해주어야 장단을 맞출 생각이었다. 그들의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낸 후에 그 대가를 받아낼 생각이었다.
“태양의 마탑에서 케피라 마도사가 나선다고 하였으니 내일이나 모레쯤에 당도할 것이네.”
“그러면 일단 기다리도록 하지요. 너무 늦어 나 혼자 탈출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지금까지 했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상황에서 내가 옥쇄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겠지요?”
단순히 헤슬리아의 상실이 아니라 그곳에 있는 10만 이상의 군대가 궤멸을 당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 그런 사태는 두 번의 전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번에는 제국군이 아닌 아군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상황이라면 희망이 없으니 탈출할 수 있다면 탈출하게. 한데 케피라 마법사가 가더라도 위험한 것은 매한가지가 아닐지 걱정이네.”
오렐리어스 후작이 8서클 마법사가 하나 가세한다고 하여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걱정했다.
“벌써 2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로코스 공작과 포트란 대마도사, 2년 전에도 그 둘을 상대하여 대등할 것이라고 했는데 하나 정도 더 가세해도 상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이먼은 괜한 호기를 부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상대하기 어려우면 마법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몬스터를 정리하면서 실험을 했는데 충분히 상대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터급 몬스터 30여 마리와 그랜드 마스터에 필적하는 우두머리를 상대로 하여 생사를 건 전투를 한 것은 그에게 충분히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사이먼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기로 했다. 먼저 움직이는 쪽이 불리했다. 평원에서 무작정 움직이는 것은 사실 위험했다. 숨을 수도 없지만 일정한 공간을 장악하면 상대도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했다. 지평선 너머로 숨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것만큼 완벽한 은신이 없었다.
사이먼은 평원에서 군사를 움직이면서 그런 이치를 깨달았다. 그런 이치를 깨닫자 평원에 알맞은 전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사이먼은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풀고 나자 그간 초조했던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 것을 느꼈다. 그동안 자리를 비우기에는 상황이 좋지 못해 방문할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사실 방문할 상황은 아니지만 혹시라도 마지막일 수도 있기에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아 조금 무리해서라도 방문을 했다.
“여기가 생각보다 가까워서 오는 것이 그리 어렵지가 않네요.”
“하긴 사막 너머이니 직선으로 가면 그렇게 멀지 않겠네요. 한데 지금 상황이 어때요?”
사이먼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말을 해주었다. 그걸 들은 마가렛의 표정은 그리 좋지가 않았다.
“하여간 왜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는 대범했다는데 오라버니는 그렇지가 않으니. 저러다가 오히려 배신을 당할 수도 있을 텐데.”
마가렛은 끊임없이 불신을 하는 아일라 2세의 행태에 탄식을 했다. 일종의 의심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니면 피해망상이나 뛰어난 자에 대한 질투라고 할 수도 있었다.
“군부가 그러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사실 아쉬울 것이 없는 상황에서 그래야 할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사이먼의 탄식에 마가렛은 그저 고개만 끄덕이면서 안타까워했다.
“이번에는 달리 처신을 할까 생각 중이에요. 저번에 개척영지를 받고 내려갔더니 군부에서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한 자리 차지할까 고려중입니다. 물론 나에게 좋은 자리를 줄지 모르지만요.”
“이길 자신은 있어요?”
“내가 여기 어떻게 오는 것 같아요?”
사이먼은 대답하는 대신에 슬쩍 마가렛에게 물었다. 마가렛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거죠? 이것을 직접 만든 거죠?”
마가렛이 목걸이를 앞으로 내밀면서 물었다. 마가렛도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요. 대략 8서클 마법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렇기에 8서클 마법사도 나만의 방식으로 상대를 하면 무력화가 가능합니다. 사실 내가 상대할 존재는 그랜드 마스터인 로코스 공작 하나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아무리 초인들을 이긴다고 해도 30만에 가까운 제국군을 10만으로 상대하는 것은 쉽지가 않을 것인데요.”
“그래서 고민이요. 내가 아무리 날뛰어도 30만에 달한다면 평원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휩쓸리고 말 것인데 말이요.”
“각개격파를 해야죠. 어느 하나를 골라 먼저 싸워 전멸을 시켜야죠. 한 곳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면 무조건 이길 수 있을 것 아니에요?”
사이먼은 셋을 한꺼번에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 각기 하나씩 상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러면 어디가 좋을까? 다른 두 곳은 대결을 피하겠지만 제국에서 오는 군사는 적의 주력이 있고 강자가 넷이나 있기에 피하지 않을 것 같군요. 더구나 제국에서 오는 자가 먼저 당도할 것도 같고 말이요.”
“하긴 그렇겠네요. 그러면 그들을 제일 먼저 처리하면 어떤가요? 그들을 처리하면 사실상 전쟁은 끝이 날 것 같은데요.”
네 명의 강자를 사이먼이 이기면 제국으로서도 더 이상 전쟁을 강행할 수가 없어 보였다. 전체적인 사기가 저하될 것이고 더 전쟁이 길어지면 역으로 제국을 침공할 수도 있었다.
“그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군요. 그보다 이번 전쟁이 끝나고 난 후에 영지에 내려간 다음에 혼인을 추진할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다들 반대하지는 못할 것 같은데요.”
사이먼의 말에 마가렛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당신이 네 명의 초인을 이기고 돌아간다면 혼인을 한다고 해도 반대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스타리안 영지는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사이먼은 마가렛의 말에 역시 한동안 생각을 정리했다.
“굳이 이 영지에 연연할 필요가 있을까요? 반납하고 적당한 보상을 받으면 될 것 같은데요. 물론 아쉽지만 나에게는 트라칸 반도가 있으니 그곳을 개발하면 되죠.”
마가렛은 영지를 포기할 결심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어려울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과정에 내가 마법을 사용할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제발 그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만 바란다.’
사이먼은 그런 행위가 벌어진다면 그 누구라도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토르가 3세의 표정에는 뭔가 기대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패전을 하여 퇴각을 한 것 치고는 여유가 있었다.
“헤슬리아에 있는 군사를 구원해야 합니다.”
토르가 3세는 알커스 백작의 주청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3일 거리까지 적이 퇴각한 상황이었다. 그들이 퇴각한 것은 다행이지만 그들의 목적이 후방에 있는 아군을 협공하기 위한 것임을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방도가 없소이다. 우리가 쫓아간다고 하여 3일 차이를 극복할 수는 없습니다.”
토르가 3세는 굳이 그 군사를 구원할 생각이 없었다. 군사 12만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그 중에 5만은 에카테리나 왕국군이었고 7만도 각 영지에서 급하게 끌어 모는 오합지졸이었다. 그들이 패배하여 사라졌다고 해서 로크왕국이 크게 타격을 입는 것도 아니었다.
토르가 3세의 말에 결국 헤슬리아에 나가있는 군사를 구원하는 것은 더 이상 논의가 되지를 못했다. 암암리에 그 사실을 거론할 경우에 사람을 보내 입단속을 시키기까지 했다.
“이번 기회에 에카테리나 왕국의 사이먼 백작과 제국의 로코스 공작이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둘 다 죽으면 좋겠지만 어느 하나라도 죽으면 그나마 나을 것 같으니 말입니다.”
현재 제국의 침입을 막기 위한 로크 왕국군 총사령관을 맡고 있는 엘카인 후작이 본심을 내비쳤다.
“제국의 로코스 공작은 나이가 많아 그리 문제가 아니지만 사이먼이란 자는 아직 나이가 어려 나중에 어떤 경지에 들지 모릅니다. 그자만은 이번 기회에 제거하는 것이 왕국의 앞날을 위해서는 좋을 것입니다. 제국에서 초인 네 명을 한꺼번에 동원하여 그자를 제거할 것이라고 합니다.”
크라시온 대영지의 대영주인 크라시온 공작이 맞장구를 쳤다. 현재 둘 다 흔들리는 왕실의 상황을 감지하고 향후 벌어질 권력투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토르가 3세의 옆으로 모인 상황이었다. 다들 군사를 3만 이상 동원하여 전후에 그 공을 인정받아 중앙에 진출할 생각이기도 했다.
“마탑의 이가레스 후작이 구원하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고 하지만 이곳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절대 움직이면 안 됩니다.”
엘카인 후작이 사이먼을 구원할 능력이 있는 이가레스 후작이 움직이지 못하게 막았다.
“3개 방면에서 대략 30만 가량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랜드 마스터에게 군사의 숫자는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10만 이상의 부하를 버리고 탈출하면 그 자체로 큰 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살아서 돌아오더라도 에카테리나 왕국에 엄중 항의하여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못하게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10만의 군사를 잃은 죄를 물어야 합니다.”
그들은 사이먼이 탈출하는 것은 막지 못하지만 그가 지휘하는 10만이 넘는 대군을 잃은 사실을 빌미로 하여 처벌을 요구할 계획이었다. 토르가 3세도 사이먼에게 당한 것이 많다고 생각하기에 역시 동조를 했다.
결국 로크 왕국에서는 사이먼을 구원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사이먼이 스스로 고립이 될 위치에 들었기에 핑계를 댈 거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때맞춰서 당도한 것 같습니다. 제국은 두 노인이 제 때 오지를 않아 10만이 궤멸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사이먼의 말에 케피라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사실 느긋하게 움직일 생각이었지만 오렐리어스 후작이 워낙 닦달을 하는 통에 빨리 움직인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며칠 있다가 올 생각이었다. 그렇게 엉덩이가 무겁게 움직이다가 제국군은 일이 틀어진 경우가 있다니 듣는 입장에서 민망했다.
“워낙 위험하다고 하여 다른 마법사는 아예 동행을 하지 않은 상황이네.”
“잘 하셨습니다. 7서클 마법사도 초인의 대결이 벌어지면 사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에카테리나 왕국군이 주둔하고 있는 곳으로 안내를 했다. 그런 다음에 제국군에게서 노획한 마법물품을 보여주었다. 궁정마법단에서 파견된 마법사들이 있지만 각종 보안장치를 해제하지 못한 상황이라 그것들을 열지 못해 6서클의 마법사인 엘리오스 자작이 와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했어도 사실 몇 가지 물품은 암호를 풀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가장 값이 나가는 것일 수도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