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33
고립무원 (3)
“엄청나군. 이 모든 것을 다 노획했다니 전쟁이 끝나면 사이먼 백작은 엄청난 부자가 될 것 같습니다.”
케피라가 마법물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 말을 했다. 다른 군수물자에 비해 부피가 작은 것이지 그것들도 큰 것은 상당한 부피를 차지했다. 다 모아놓으니 엄청난 물량이었다.
“아직 절반도 개봉을 하지 못했습니다. 열 때마다 그 안에 있는 물자가 꽤나 쏠쏠합니다. 진짜로 좋은 것은 여기에 모아 놓았습니다.”
그러면서 사이먼이 엘리오스 자작이 작업을 하는 곳으로 안내를 했다. 엘리오스 자작은 케피라 탑주가 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표했다. 6서클과 8서클은 두 서클 차이지만 하늘과 땅 차이에 버금갈 정도로 차이가 컸다.
“아공간이 적용된 것들로 해체가 쉽지 않아 보이는군요.”
케피라도 바로 그런 내용을 파악했다.
“그렇습니다. 이것들은 비밀로 암호가 지정되어 개봉할 시기에 지휘관에게 통보가 되도록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함부로 개봉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어 포로들이 알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포로들을 심문하여 알아보았지만 암호는 듣지 못하고 암호를 관리하고 통보되는 시스템만 들을 수 있었다. 한 마디로 황립마탑과 총사령부에서 반씩 암호를 통보하여 양측에서 암호를 받아야 개봉이 가능했다.
그러니 잡힌 마법사들도 암호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 안에는 중요한 마법 재료가 들어 있다고 했다. 그에 대하여 설명을 했지만 사이먼은 모른 척 했다.
“함부로 개봉하려고 했다가는 폭발할 위험도 있어 보입니다. 나중에 느긋하게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게 이 아공간의 마법구조입니다. 여기에 마나를 주입하면 열릴 것 같은데 말입니다.”
사이먼이 종이 한 장을 내밀자 케피라가 받아서 살폈다. 그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기대하지 않은 아공간 반지의 도면이었기 때문이었다.
“마법사에게 없는 검사의 초감각을 이용하면 오히려 마법진의 구조를 더 자세히 살필 수가 있습니다. 마나를 사용하지 않기에 마나간섭이 없이 살필 수가 있습니다. 여기 있는 일곱 개의 아공간 반지가 모두 같은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라면 이 자리에서 내가 간단히 해제가 가능하고 암호체계만 사라지게 되어 재활용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사이먼은 모조리 다 후방으로 보내면 그 안의 물품이 무엇인지 확인을 못해 제대로 대가를 받지 못할 것 같아 케피라를 꼬드겨서 암호를 해제하도록 했다. 사이먼이 직접 해제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마법을 익힌 사실을 알릴 때가 아니었다.
케피라는 사이먼이 그린 마법진이 워낙 자세하게 되어 있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어렵지 않게 아공간 반지에 걸린 암호를 없앨 수가 있었다. 많은 마나가 소요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방식으로 운용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케피라로서는 어렵지 않게 일곱 개의 아공간 전부를 해제했다.
그 안에 있는 물건을 꺼내었다. 군수담당관을 불러서 아공간에 든 물품을 검수했다. 마법 물품의 비밀번호를 제거하여 개봉할 때마다 그 안에 있는 물품을 검수하여 기록을 했다.
케피라도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하여 지켜보았고 나타난 물품을 보면서 그것이 제대로 사용되었다면 얼마나 곤란한 상황이 벌어졌을지 예상이 되었다.
“상급 마정석을 증폭하여 활성화 시키는 장치와 상급 마정석이라니 7서클 대단위 마법을 전개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안에서 나타난 것은 그리 부피가 큰 것이 아니라 대략 주먹보다 조금 더 큰 구형의 물체와 상급 마정석 두 개와 중급 마정석 몇 개였다.
“그런 것 같습니다. 한데 이런 장치는 아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까?”
이에 대하여 관련 기록을 보지 못한 것 같았다. 그렇기에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개발이야 했지만 단가가 엄청나게 비싸서 기밀로 해두고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각 마탑에 시제품만 있습니다. 이 활성화 장치는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못해도 십만 골드는 들여야 됩니다.”
“십만 골드 말입니까?”
상상을 하지 못할 금액이었다. 상급 마정석 하나가 5000골드에서 1만 골드 정도인데 그런 가격이라니 너무나 엄청났다. 변방에 있는 자작령 정도의 매매 가격보다도 더 높은 금액이었다.
“재료비가 그 정도 든다는 말입니다. 가격으로 따지만 그보다 배 이상이라고 보면 됩니다. 저것에 들어간 상급 마정석이 세 개나 되고 중급도 일곱 개 정도는 사용이 됩니다. 마법도 아공간 마법이 기본적으로 사용되고 이런 저런 마법이 적용되기에 8서클 마법사가 동원되어야 합니다.”
탑주인 케피라가 나서서 만들어야 하는 물품이라는 이야기였다. 결국 제국의 마탑 탑주 정도가 만든 물건이라는 말이고 모두 같은 구조라는 것은 한 사람이 만들었으니 황립마탑의 탑주 포트란이 만들었다는 말이었다.
“한데 저런 것을 가지고도 마법을 사용하지 않다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딱 한 번 있었는데 그 때 폭발을 했습니다. 거기도 이런 것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이먼은 영주관에서 제국의 마법사들이 마법을 전개하던 상황을 떠올리면서 거기서 이런 형상의 물품을 본 것이 기억났다. 마법진이 폭발한 위력이 6서클 마법사가 전개한 마법치고 엄청나서 의아했던 기억이 났다. 그냥 마정석이 폭발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기기가 폭발한 것 같았다.
“물론 마법을 전개하기가 용이하게 되어 있지만 6서클 이상의 마법사만이 사용할 수가 있고 이에 대한 통제는 아공간의 암호를 봐서 알겠지만 상당히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황궁이나 고위 귀족의 거처에도 사용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황궁은 몰라도 대귀족의 영주성 정도는 하나 정도만 사용해도 완전히 날려 버릴 수가 있습니다. 더구나 워낙 고가의 물품이라 지휘관들과 마법사가 공동으로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것을 굳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이렇게 꽁꽁 감춰놓아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아, 한 가지 더 말하면 외부에 내놓으면 마정석의 마나가 저절로 소모가 됩니다. 여기에 이 증폭용 활성화 기기는 소모품입니다. 한 번 사용하면 중지할 수도 없으며 대략 7서클 마법 10회 정도를 전개하면 끝입니다. 그러니 함부로 개봉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스크롤이나 비슷한 물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소모품이라면 이런 식으로 관리하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사이먼은 순간적으로 계산을 하고 있었다. 대략적으로 아공간 반지의 가치까지 평가하면 최소 100만 골드는 될 것 같았다. 전처럼 30% 정도만 인정받아도 대략 30만 골드는 나중에 받을 것 같았다.
“한데 그 구조가 신형인지 우리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나중에 우리 마탑도 하나 정도 인도받아 연구해야겠습니다.”
사이먼은 그 말에 초감각을 동원하여 그 물건을 검사했다. 마법진의 구성이 일목요연하게 나타났다. 워낙 작은 공간에 복잡한 구성을 하는 것이 어렵지 마법진 자체는 7서클 정도였다. 어쨌든 상당히 비싼 마법물품임에 틀림이 없었다.
일단 급한 볼일을 본 사이먼은 케피라를 데리고 다시 케피라가 묵을 막사로 안내를 했다. 전장이지만 대충 지내게 할 수는 없기에 대형 막사에 편의시설을 갖춰 놓았다.
“저들은 그랜드 마스터인 로코스 공작, 마도사인 포트란, 맥켄지, 사우로스까지 넷이나 몰려올 것인데 우리 둘로 대적이 가능할지 걱정입니다.”
케피라가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말을 했다. 사실 불리한 상황에서 대적을 하는 것은 목숨을 내놓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대등하게 숫자를 맞춘 것도 아니라 고작 둘로 상대편의 절반에 불과했다.
“당연히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싸우는 것은 저 혼자일 것입니다. 탑주님께서는 아군 진영에 남아서 저들 초인의 공세를 막아주면 됩니다. 사실 걱정이 되는 것은 휘하에 있는 아군의 안위입니다. 제가 저들에게 발목을 잡혀 있는 사이에 아군이 전멸을 당할 수도 있어 그것이 걱정이었습니다.”
사이먼의 말에 케피라는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대충 무슨 말인지 이해는 된 것 같지만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혼자 넷을 상대할 수 있다니 만용일 수 있었다.
“제 능력 중에 이런 능력이 있습니다.”
사이먼은 일종의 마나동결과 마나왜곡을 사용했다. 마법사인 케피라가 그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차츰 얼굴에 경악한 기색이 어렸다. 사이먼이 펼친 마나동결을 바로 해제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각종 수단을 동원하였어도 마나 이상을 해제할 수가 없었다.
“제 주변에서 8서클 엑스퍼트 수준의 마법사는 마법을 전개할 수가 없습니다. 세 명의 탑주가 와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로코스 공작만 상대하면 됩니다.”
사이먼의 말에 케피라 탑주의 얼굴에 어린 놀람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그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 정도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달리 어떤 이유가 있습니까? 이런 경우는 처음 접합니다.”
케피라 탑주는 두려운 기색이 역력한 어조로 물었다. 사이먼이 마음만 먹으면 8서클 마법사는 손도 쓰지 못하고 당할 수 있었다.
“제가 일종의 영역을 전개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영역만을 전개한 것이 아니라 오러 마법과 언령 마법의 원리를 일부 더했습니다.”
사이먼의 말은 사실이었지만 한 가지를 말하지 않았다. 마법사의 마나동결까지 같이 전개한 것은 말하지 않았다. 여기에 열사의 사막에서 접한 와이번의 마나왜곡 능력마저 역시 가미를 했다. 마나동결과 마나왜곡까지 전개가 된 상황에서 마법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사이먼은 자신이 전개한 마나 억제 현상을 ‘마나 이상’이라고 명명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마법사는 그저 일반인이나 다름이 없게 될 것 같습니다. 설마 저들을 다 제거할 생각입니까?”
‘무섭군. 이거 나도 마탑에 들면 이기기 어렵게 되어 있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마탑의 마법진 대부분이 작동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마탑에 난입한다면 감당할 수가 없을 것이다. 뭔가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케피라 탑주는 여전히 불안한 어조로 사이먼의 계획을 물었다. 속으로는 자신의 본진인 마탑의 안위마저 우려가 되었다. 8서클 마법사라도 그런 상황에 처하면 그랜드 마스터가 아니라 기사에게도 붙잡힐 수 있었다.
“왕국이나 제 입장을 생각하면 하나라도 강자를 제거하는 것이 득이지만 한편으로 저런 마도사가 비명횡사할 경우 마법의 쇠퇴가 일어날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아울러 각 국가 간의 힘의 균형이 무너져 세상이 혼란에 빠질 수도 있고 말입니다.”
사이먼은 기회만 되면 아예 제거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이득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들이 죽었을 때 일어날 일을 생각하면 섣불리 죽이는 것도 꺼려졌다. 아울러 같은 사람인데 적으로 만났다고 하여 무조건 죽이는 것이 최선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살려두었다가 나중에 나에게 해를 끼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으니 그것이 문제이다.’
사이먼이 악독한 마음으로 그들을 죽이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나중에 보복을 하거나 설욕을 하려고 나설까 염려가 되었다. 죽일 수 있을 때에 죽이는 것이 후환을 남기지 않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적으로 서로 전장에 섰다면 당연히 죽음을 각오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냥 죽이는 것이 제압하는 것보다 용이한 면도 있고 말입니다. 전장의 격언에 죽일 수 있을 때 죽이지 않으면 대신 내가 죽는다는 말도 있으니 말입니다.”
사이먼은 모질게 마음을 먹고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말을 했다. 적에게 자비를 베풀다가 자신이 죽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는 일이었다.
“본진을 지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어떻게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압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일부러 죽이는 것은 피하도록 하십시오. 그것이 마법계를 위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나중을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탑주가 죽으면 단지 개인이 죽은 것이라 치부할 수가 없습니다. 마탑의 복수는 질긴 면도 있습니다.”
“굳이 죽이지도 않겠지만 굳이 살리지도 않을 것입니다.”
사이먼은 그렇게 말을 하여 결의를 다졌다.
사이먼은 유일하게 군부 인물 중에 백작의 작위를 가진 데모닉 사령관을 불러서 현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군부 인물들은 사이먼에 대해 반감이 많기에 적당한 수준에서 서로 협력을 하고 있지만 이제 같은 처지에 처한 것이라 공감대가 형성될 수가 있었다.
“여기를 사수하라는 말입니까? 상부에서 정말 그런 지침이 내려왔다는 말입니까?”
3년 전에 전쟁에 참여하여 공을 세우기도 했던 데모닉 백작은 사이먼의 설명에 바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짐작을 한 것 같았다.
에카테리나 왕국군 5만 명은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을 맞게 된 상황이었다. 그런 일이 다른 사람에게 벌어진다면 그냥 불쌍하다 생각할 것이지만 막상 당사자가 되면 억울하기 짝이 없는 것이 인간이었다.
“현재 중부군은 7일 거리, 남부군은 8일 거리에 있고 제국군은 내일 정도면 듀란 강을 건널 것 같습니다. 그러면 대략 사흘거리입니다.”
사이먼의 설명에 데모닉 백작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제국에서 오는 군사들 사이에 네 명의 초인이 같이 온다는 것은 소문으로 다들 알고 있었다.
“그러면 내일 기준으로 하면 6일, 7일, 3일 거리에 적이 위치해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적들이 당도한 이후에 30만 가까운 군사들에게 공격을 당할 수 있어 보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