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37
독립 영지 (3)
“이번 출정을 하면서 뭔가 보상을 해주기로 했지만 별로 해줄 능력이 없네. 혹시라도 원하는 것이 있는가?”
오렐리어스 후작이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마도 아일라 2세가 직접 만나기가 부담스러워서 그의 의중을 파악하라는 심부름을 보낸 것 같았다.
그가 사비올라에 돌아왔지만 그가 알현신청을 하지 않은 면도 있지만 역시 한 번도 부르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둘은 서로 만나지 않고 있었다.
“특별히 원하는 것은 없지만 한 가지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순수하게 귀족이 개척한 영지의 경우 왕실직영지의 부지를 공여 받아 개척했다고 해도 독립영지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가능합니까? 오래 전에 페리어 트 대영지가 그렇게 해서 혼타직할령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압니다.”
사이먼의 말에 오렐리어스 후작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사이먼이 개척영지를 받을 때 각종 혜택을 받았지만 그것은 통상적인 지원이지 특별한 혜택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사이먼이 그렇게 주장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가능할 것이네. 이번 논공행상을 하는 과정에서 자네의 뜻을 알리도록 하겠네. 다소 논란은 있겠지만 자네의 공이 크기에 통과가 될 것이네. 적당히 분위기를 조성해 주겠네.”
오렐리어스 후작은 사이먼의 공을 깎으려고 혈안이 된 군부를 통해 아일라 2세를 설득할 생각이었다. 슬쩍 운만 떼면 그들이 알아서 분위기를 조성할 것 같았다. 군부에서 보직을 맡을 것처럼 전하면 타협을 하려고 할 것 같았다.
“제가 사비올라에 계속 머물 것처럼 행동하면 됩니까?”
“그렇게 하게. 자네가 통감에서 물러나겠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군부에서 계속 그 자리에 있을까 걱정하여 결국 후작으로 승작시킨다는 명목 하에 물러나게 한 것이네. 그러니 당분간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을 것이네.”
사이먼은 자신이 영지에 내려가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군부와의 관계에서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생각하여 그런 의사를 절대 내비치지 않았다. 대신에 아버지인 크라인이 대리영주가 되어 영지를 관리하기에 공직에 계속 나서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 로크 왕국의 각 부서에 실무를 총괄할 관리를 한 명씩 파견했으면 좋았을 것인데 다소 아쉽군.”
오렐리어스 후작은 사이먼이 반대한 것이 아쉬운지 재차 언급을 했다. 행정 부처에 왕국의 관리를 파견하여 아예 로크 왕국을 장악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사이먼은 그것이 명분이 없는 일이라고 반대하여 결국은 관철시키지 못했다.
“그건 오히려 역효과만 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당장 힘으로 겁박하여 밀어붙이면 따를 것이지만 그것이 두 나라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는 아국이 로크 왕국의 종주국 수준의 권리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 이상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사이먼은 오렐리어스 후작이나 왕실이 노리는 것을 알면서도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오렐리어스 후작은 구원을 하지 않아 위기를 초래한 것에 대한 대가로 그 부분을 요구하기를 바랐지만 사이먼이 반대하여 관철시키지 못한 것이다.
“그러면 이 상태로 만족하자는 말인가?”
“전쟁은 아직도 몇 번 더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 전에 전제조건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지만 말입니다.”
사이먼은 오렐리어스 후작을 보면서 묘한 어조로 말을 했다. 그 말에 오렐리어스 후작이 묘한 표정이 되었다. 사이먼의 말에서 뭔가 이질적인 느낌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군.”
사이먼의 말에 오렐리어스 후작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말에서 오렐리어스 후작과 연관이 있다는 어조였기 때문이다.
“이번에 제가 승작을 하지만 결국에는 영지로 내려갈 것입니다. 다들 원하지 않을 것이고 내 개인적으로도 사비올라에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내려가지 않으려고 해도 군부에서 편하게 내려갈 수 있도록 알아서 조치를 취할 것이겠지만요.”
사이먼의 말에 오렐리어스 후작의 얼굴이 곤혹스럽게 변했다. 사이먼이 다시 낙향을 하겠다고 하니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버티면 결국은 그에게 양보할 수밖에 없을 것인데 남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가 떠나면 이제 더 이상 국왕인 아일라 2세가 마음대로 움직이기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전제조건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그것과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인가?”
“저번 전쟁과 이번 전쟁을 통해 가장 힘이 강해진 곳은 군부입니다. 엄밀히 말해 저도 군부에 속해있다고 할 수도 있고 말입니다. 그런 군부가 강해지면 결국 발언권이 강해질 것입니다. 그것이 앞으로 적지 않은 전쟁의 원인이 될 것입니다.”
사이먼의 어조에 깃든 약간의 시니컬한 분위기를 오렐리어스 후작이 감지를 했다. 그것이 자신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외교나 군사적인 분야는 앞으로 군부가 관장할 것입니다. 내정도 상당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것입니다.”
사이먼의 말에 오렐리어스 후작도 무슨 의미인지 깨달았는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번 전쟁 전까지 오렐리어스 후작이 모든 국정을 총괄했지만 앞으로 그런 권한을 누리기 어렵다는 말이었다. 그 대신에 군부가 그런 역할을 하려고 할 것이란 의미였다.
“자네 말대로 하면 군부가 나서서 국정을 좌지우지하고 그것을 폐하께서 용인하신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폐하께서는 전쟁을 하기만 하면 이긴다고 생각하고 군부도 전쟁이 나면 어떻게든 이길 것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겁이 없어진 것이죠. 자신들이 잘 나서 전쟁에서 이겼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번에는 아예 두번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주역을 제외하고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보이고 싶어 할 것입니다.”
사이먼의 말에 오렐리어스 후작의 얼굴이 하얗게 변하고 말았다. 다음에 전쟁이 나면 사이먼을 부르지도 않고 전쟁을 한다는 의미였다. 또한 오렐리어스 후작의 입김도 배제할 것이란 말이었다.
“자네 말은 우리 에카테리나 왕국이 대패하여 로크 왕국에서 축출이 된다는 말인가?”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하지만 지금 사비올라의 분위기를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그 전에 누군가 나서서 수습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건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가장 간단한 예가 제가 통감에서 물러나는 과정입니다. 막대한 돈이 로크 왕국의 귀족들로부터 나와 사비올라로 유입이 되었습니다.
그 돈의 용도가 무엇인지 알 것입니다. 앞으로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입니다. 더구나 통감부도 군부에서 관장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그 폐해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고 그로 인해 로크 왕국에서 아국에 대한 반감은 하늘을 찌를 날이 올 것입니다.”
사이먼은 단정적으로 말을 했다. 오렐리어스 후작도 아일라 2세를 알기에 그 말에 반박을 하지 못했다. 최근 왕실 분위기가 이상하게 흐르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뭔가 대비책이 있기에 그런 말을 하는 것 같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게.”
사이먼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마음의 정리를 끝내고 말을 꺼냈다.
“일이 터지면 누군가 수습해야 합니다. 군부 인사 중에 그럴 역량을 가진 자는 없습니다. 그 일은 결국 후작님과 제 몫이 될 것입니다.”
사이먼의 말에 오렐리어스 후작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런 역할을 하고 그런 역량을 가진 사람은 둘밖에 없었다. 만약 두 사람이 방치를 하면 에카테리나 왕국이 로크 왕국이나 다름이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었다.
“나중에 그런 상황이 온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제가 판단하기에는 머지않아 그런 상황이 벌어질 것 같은데 말입니다. 물론 당장 1~2년 사이는 아니고 짧으면 3년 길면 5년 후 정도가 될 것입니다.”
“나도 그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기는 했지만 설마 했는데 자네마저 그렇게 예상을 한다면 현실이 되겠지. 그러면 어떻게 대비하자는 것인가?”
“공을 노리는 자들을 위해 지금 파견되어 있는 부대를 원위치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나중에는 불가능할 것이지만 지금은 그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래야 국경이라도 사수할 수 있습니다.”
“알았네. 그렇게 하지. 그 후에는 왕실의 일에서 손을 떼고 적당히 왕의 안식처 일만 하면 되는가?”
“그것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왕의 안식처도 절반가량은 군부에 내주어야 할 것입니다. 과감히 넘겨야 할 것들은 넘기고 꼭 필요한 자들을 추려 정예화를 시켜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인데 그 이후의 일도 대비해야 합니다.”
“그 이후라니, 또 무슨 일이 있는가?”
“어쩌면 진짜 위기는 그 때일 것입니다.”
순간 오렐리어스 후작의 얼굴에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 어렸다. 그 얼굴에는 설마 그런 일이 벌어질까 하는 표정이었다.
“이번에 외양상으로 제가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후작님을 제외하고 누구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로크 왕국의 토르가 3세도 문제지만 진짜 문제는 아국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사이먼의 말에 오렐리어스 후작의 얼굴에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사이먼이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졌어도 진짜 나서야 할 사람이 나서지 않았기에 그런 상황이 벌어진 것인지도 몰랐다. 아니라고 믿고 싶은데 그럴 것이 예상되었기 때문이었다. 사이먼의 말대로 된다면 자신의 생사마저 불투명한 상황에 이를 것 같았다.
“그렇군.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그건 잘 생각하셔야 할 것입니다. 나는 그 때를 대비하여 제 영지를 키울 것입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다시 영지로 내려가면 끝일 것입니다. 설마 영지까지 쫓아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렐리어스 후작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사이먼의 예측이 사실이라면 대비가 필요했다.
속 좁은 아일라 2세가 자신을 위기에서 구한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기보다 그 민망함을 제거하기 위해 오히려 제거하려고 나설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일라 2세의 그런 성향은 오렐리어스 후작도 잘 알고 있었다.
사이먼은 이런저런 말이 많았지만 후작으로 다시 승작을 했다. 왕실에서 왕족이 아닌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작위는 후작이 가장 높은 작위였다. 공작으로 오르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하려면 귀족회의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러니 왕실에 속한 상황에서는 더는 작위가 오르기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작위가 올랐어도 그저 명예만 오르는 것에 불과했다. 단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호위로 기사를 20명 더 고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 외에 특별히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사이먼은 이번에도 상당한 양의 돈을 받게 되었다. 군부 일각에서 그 돈마저 욕심을 내려고 하다가 비난의 여론이 일자 마지못해 지급을 했다.
사이먼이 워낙 그간 노획한 물자에 대하여 자세히 정리하고 알뜰하게 관리하여 처분을 했기에 그에 대하여는 법에 정한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에 대해 농간을 부리려다가 난리가 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몇 가지 비리가 터져 나와 그런 일을 시도한 자가 낙마를 하기도 했다.
사이먼은 전과 달리 공을 세운 것에 걸맞은 자리를 마련하라는 압박을 했다. 그가 세운 공적이라면 군부대신이나 왕국군 총사령관을 할 수도 있고 나이가 너무 적어 문제가 있다면 이에 버금가는 근위기사단장이나 사비올라 수비대장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정 그것도 문제라면 군부대신 휘하에 있는 감찰국장을 맡아도 되었다.
사이먼이 잔류하는 것에 대하여 군부에서는 반대를 했다. 그렇게 하다가 사이먼이 태도를 바꾸지 않자 사이먼을 달래 쫓아낼 방도를 강구했고 그 방안을 누군가 슬쩍 언급하자 바로 공론화를 시켰다.
바로 엘칸토르 영지를 독립영지로 지정하는 것이었다. 사이먼이 손쉽게 등용이 되고 작위를 받고 대신의 자리를 요구하는 것도 사이먼의 개척영지가 왕실직할령에 속해 있기 때문이었다.
만일에 왕실직할령에 속한 영지가 아니라면 사이먼이 사비올라에서 관직에 나서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즉 사이먼이 일반 대영지같이 왕실직할령에 속하지 않으면 귀족의 법도에 의해 그런 자격이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물론 영지의 영주가 아니라면 등용이 가능하지만 사이먼은 영지의 영주이기에 그 직책을 벗어나기 전에는 중앙의 관직에 나설 수가 없었다.
그들에게 독립영지는 대단히 좋은 제도로 보였다. 현재의 곤란한 상황을 타개할 묘책이었다. 선심을 베푸는 척하면서 사이먼의 개척영지를 독립영지로 만드는 정책을 밀어붙였다. 영지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필요한 일이었다. 인구 10만이 넘어 자작령 규모가 된 상황이니 독립영지로 지정해도 문제는 없었다.
독립영지란 대영지 규모는 아니지만 대영지나 같은 위치의 독립된 영지를 의미했고 인구가 50만이 되어 백작령의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면 대영지로 승격이 되었다.
사이먼은 먼저 군부 인물들이 독립영지로 지정받을 의향이 없는지 타진을 하는 상황이 되자 만족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자신의 뜻대로 오렐리어스 후작이 움직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아일라 2세도 군부에서 독립영지로 지정해 주라는 의견을 개진하자 수용을 하기로 했다. 굳이 독립영지로 지정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었지만 사이먼에게 그런 혜택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여론이 일자 결국 승인을 했다.
결국 왕실과 군부에서 먼저 사이먼이 독립영지 지정신청을 하면 받아주겠다는 의향을 보였다. 그렇게 하여 독립영지가 되는 일종의 혜택을 받고 작위에 걸맞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포기했다.
사이먼이 독립영지를 지정해 달라고 먼저 요청했다면 왕실에서 절대 승인을 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군부에서 먼저 제기한 것이라 아일라 2세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대두되었지만 승인을 해주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