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39
결혼 (2)
“어쩌면 내가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일 수도 있네. 그나마 자네와 혼인을 한다고 하니 다행일 수가 있네. 그렇지 않았다면 불행한 결과로 귀결이 될 수도 있었네.”
아무런 권한이 없지만 아일라 2세가 나서서 이상한 혼인을 주선하면 마가렛이 따라야 할 수도 있었다. 정략이나 정치적인 의미를 두고 진행이 될 수도 있고 보복의 의미로 그런 일이 진행될 수도 있었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개입할 수가 없는 처지이니 그런 일이 벌어지면 스타니엘 자작도 괴로울 수밖에 없었다. 이번 결혼으로 그런 일을 방지할 수가 있으니 스타니엘 자작도 한시름 놓을 수가 있었다.
사이먼은 남부 혼타주의 한 곳을 살피고 있었다.
‘여기가 흑마법사의 비밀 거점일 것이다.’
사이먼은 일단 전에 봤던 헬로이안이 마음에 걸렸다. 다른 존재는 스타니엘 자작이 가서 버티고 있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지만 헬로이안이 해코지를 하려고 하면 역부족일 것 같았다.
헬로이안이 마음먹고 공격을 한다면 사이먼이 나타나서 방어할 시간마저 없을 것 같았다. 7서클이 되었어도 스타니엘 자작이 버틸 능력이 없어 보였다. 적당히 마법을 펼친 수준이 아니라 최소 영주관 정도로 철통같이 마법을 도배해야 조금이라도 버틸 것 같았다. 그렇기에 다른 조치가 필요했다.
‘외부의 일에 신경 쓰지 못하도록 그의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들어야지.’
사이먼은 헬로이안을 정신없게 만들기 위해 흑마법사의 비밀 거점을 공격할 생각이었다. 전에 왕국을 여행할 때 발견한 곳이었는데 당시에는 굳이 문제를 만들지 않으려고 그냥 놔두었는데 이제는 그곳을 들쑤실 필요가 있었다.
‘성기사로 위장을 하여 우연히 이상한 흔적을 발견한 것처럼 공격을 할 것이다. 소란이 일면 영지병이나 용병길드, 마탑, 심지어는 신전까지 개입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흑마법사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발견이 될 것이고 그러면 대대적인 흑마법사에 대한 추적이 진행될 것이다.
혼타직할령에서 함부로 흑마법사가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신전에 있는 이단심판관은 그 행적을 잘 노출하지 않기에 내가 신성력을 사용할 경우에 흑마법사들은 그들로 오인할 것이다.’
사이먼은 상당히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산지에 자리 잡은 비밀던전을 살폈다. 7서클 마법사도 쉽게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은밀하게 던전이 조성되어 있었다.
사이먼은 자신을 위장할 소품을 챙겨 입었다. 전쟁 중에 획득한 물품 중에 신전의 성기사들이 사용하는 것들도 있었다. 투구가 얼굴을 가리기에 굳이 얼굴을 변장할 필요는 없지만 혹시라도 벗겨질 수도 있기에 역시 얼굴까지 바꿨다. 그것을 챙겨 입고 산을 향하여 올라갔다.
거점에 접근하자 몇 개의 마법장치가 살벌하게 작동을 하면서 외부인이 접근하는 것을 방해했지만 사이먼은 그런 정도에 당하지 않고 오히려 파괴하면서 전진을 했다. 신성력을 끌어올려 홀리 오러를 생성하여 흑마법으로 생성된 마법을 파괴했다.
사이먼이 그들의 방어시설을 파괴하면서 접근하자 던전에 있던 자들도 침입자를 발견하고 밖으로 나와 사이먼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성기사에게 발각된 것을 알게 되자 우선 사이먼을 제거하여 그 사실을 감추려고 했다.
사이먼은 그들을 공격하다가 역부족인 것처럼 도주를 했다.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도주를 하는 사이먼을 쫓아서 흑마법사들이 산 아래로 내려왔다. 사이먼이 도주하자 결사적으로 죽이려고 했지만 그들은 사이먼을 막을 수는 없었고 결국 인가 근처까지 따라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사이먼은 소란을 피우는 것이 목적이기에 몇 번이나 도망을 치면서 인가에서 알 수 있도록 소란을 피워댔다. 흑마법사들은 홀리 오러를 사용하는 성기사가 도주하니 쫓아가서 죽여야 했지만 그것이 쉽지가 않아 결국 고위마법사들까지 출동을 했고 대단위 마법까지 사용하여 사이먼을 공격했다.
사이먼의 홀리 오러는 겉모양은 같지만 일반적인 홀리 오러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마스터급 성기사의 위력을 훨씬 상회하는 위력을 보였다. 그런 덕분에 상당한 수의 흑마법사가 피해를 입었다.
사이먼이 도주하다가 역으로 공격을 하여 유인을 하니 흑마법사들은 결국 인가근처까지 와서 소란을 피웠고 그런 소란에 영지병들이 무슨 일인지 조사를 하려고 오게 되었다.
결국 마법의 흔적을 발견하자 마법사가 동원이 되어 조사에 나섰고 순식간에 흑마법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동안 그렇게 찾으려고 해도 찾지 못하던 흑마법사들이 마침내 종적을 드러낸 것이다.
물론 사이먼은 영지병이 조사를 하는 동안에도 던전에 접근하여 공격을 하였고 마침내 영지병들과 마법사들은 던전의 위치까지 알게 되었다.
흑마법사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이 신전에 알려지자 하루가 가기 전에 신전에서 나와서 조사를 했고 마침내 흑마법사의 던전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게 되어 ‘빛의 성기사단’이 출동하게 되었다.
사이먼의 부탁을 받은 스타니엘 자작이 몇몇 기사를 대동하고 워프게이트를 이용하여 혼타로스로 갔고 스타리안 영지를 전격적으로 방문했다. 아울러 스타리안 자작부인 조안과 만나 사이먼의 청혼 사실을 전달하여 바로 허락을 받아냈다.
사전에 마가렛이 이런 사실을 조안에게 말해 승낙을 받은 일이기에 스타니엘 자작이 와서 청혼을 한 것은 일종의 요식행위였다. 이런 사실이 영지에 발표가 되었다. 전격적으로 보름 후에 결혼식을 거행하기로 했다.
“뭐라고요?”
국왕인 아일라 2세는 스타니엘 자작이 스타리안 자작령을 방문하여 사이먼과 마가렛의 혼사를 결정지은 사실을 알게 되자 자신도 모르게 고함을 내질렀다. 그간 전쟁이 일어나 방심한 사이에 그런 일이 터진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길지 몰라 귀향을 시키고 혹시라도 내응을 할까 철저하게 감시를 했는데 결국 일이 발생하고 말았으니.”
아일라 2세는 마가렛과 사이먼의 혼사를 신경 쓰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이런 일을 전격적으로 진행할 것이라 생각지 못했는데 일이 터진 상황이라 이제는 막을 수도 없었다. 왕족 명부에 등재되어 있지 않기에 왕실에서 개입할 명분이 없었다.
“스타니엘 자작이 전대 남작부인과의 친분을 내세워서 신부의 후견인을 자처하고 결혼식이 거행될 때까지 머물기로 했다고 합니다.”
오렐리어스 후작이 스타니엘 자작이 그곳에 머물기로 한 사실을 말했다.
“아울러 왕립 마탑의 워프게이트 관리를 맡은 마법사의 보고에 의하면 워프게이트 운행 시에 7서클 마법사가 사용할 경우에 나타나는 현상이 관측되었다고 합니다.”
그 보고에 아일라 2세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스타니엘 자작의 수준이 6서클이 아니라 7서클이라는 것이니 섣불리 이상한 행동을 할 수도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스타니엘 자작이 이번 일에 나선 것도 7서클이 되었기에 개입한 것으로 보였다. 물론 그것을 알기에 사이먼이 개입을 요청한 것 같았다.
“알겠소이다.”
아일라 2세는 오렐리어스 후작의 보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에 마지못해 대답을 했다. 혹시라도 이상한 일을 벌이지 말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스타니엘 자작이 그곳에 머무는 것도 그런 일이 벌어질 수가 있기에 대비하는 면도 있었다.
그런 신호를 읽지 못할 수도 있기에 7서클이 되었다는 사실을 공표한 것이고 오렐리어스 후작이 보고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 귀족과 왕실 귀족의 혼인은 사실상 금지가 되어 있는데 이 경우 어떻게 되는 것이요?”
아일라 2세는 그런 규정을 본 것 같아 그것으로 트집을 잡고 싶었다. 결혼을 막지 못한다면 그런 것으로 하자 있는 결합으로 만들고 싶었다.
“혼인이 금지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계승자의 경우에는 계승자의 자격이 상실이 되는 것입니다.”
오렐리어스 후작은 아일라 2세가 흔쾌히 축하를 해주기를 바랐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안타까웠다. 이런 일은 현재 자신에게도 닥친 일이기에 암담한 기분이 들었다.
“한데 신전에서 흑마법사가 발견되었다고 혼타 영지로 몰려가는데 무슨 일인지 알려진 것이 없는 것이요?”
국내 정보에 관하여는 군부에서 아직까지 제대로 파악을 못해 왕의 안식처보다 소식이 느렸다.
“그간 신전에서 추적하던 흑마법사의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래스터 산이라고 꽤나 큰 산 속에 던전을 만들고 숨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토벌이 될 것 같습니까?”
“흑마법사들은 도망치는데 뛰어나 이미 다른 곳으로 도주했을 것입니다.”
오렐리어스 후작은 신전의 능력으로 흑마법사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그 던전은 토벌이 되겠지만 그들을 추적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프라인은 흑마법사가 주로 머물고 있던 주된 던전이 발각되자 바로 탈출을 하여 사전에 준비한 다른 은신처로 숨어들었다. 물론 기존의 던전에 쉽게 들어가지 못하도록 온갖 함정을 발동시켜 시간을 벌었다.
“래스터 산 던전에 성기사가 난입했다는 말인가?”
“우연히 지나가던 길이었는데 외곽에 설치한 방어시설을 건드려 공격이 발동하면서 시선을 끌어 결국 입구 쪽으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어이가 없군. 그래서 그 성기사는 어떻게 되었지? 제거했나?”
“마스터급 성기사여서 쉽게 제거가 불가능했습니다. 일단 소렌틀 계곡으로 유인하여 함정에 빠지게 했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신전이 하루 후에 당도하여 그 사이에 모든 인원이 피신할 수 있었습니다.”
프라인의 말에 헬로이안의 얼굴은 그리 밝지가 않았다. 지금 대법을 치르기 위한 준비가 막바지에 도달해 있었다. 대상 중에 하나가 얼마 전에 7서클의 벽을 강제로 넘어 마침내 대법을 시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준비를 하는 상황이라 사실 외부의 일에 나설 상황이 아니었다.
“현재 혼타 지역 전역에 신전과 마탑에서 검색을 강화하는 상황이라 지금 우리가 머무는 2차 던전을 폐쇄하고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실정입니다. 신관이나 마법사에게 발각이 될 위험이 높기 때문에 당분간 숨어 지내야 할 것 같습니다.”
“대법을 치를 때도 조심을 해야 할 것 같군. 마나유동이 퍼져나가지 않도록 하려면 전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니.”
프라인이 마법통신을 이용하여 헬로이안에게 보고를 하는 그 순간 성기사로 위장을 하여 던전을 드러나게 한 사이먼은 바로 프라인이 숨은 던전의 주변에 머물고 있었다.
함정으로 유인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곳으로 쫓아가서 당해주었다. 사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성기사에 대한 의혹이 생길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아울러 흑마법사가 탈출할 것이 분명하기에 새로운 은신처가 어디인지 파악하기 위해 안심을 시키기 위해서였다.
함정은 상당한 수준이었고 다른 마스터급 기사라도 당할 가능성이 높을 정도로 치밀했다. 사이먼도 몇 번이나 아찔한 경험을 했지만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사이먼이 함정에 빠지자 안심을 하고 흑마법사들이 그들의 근거지로 복귀하자 추적을 했고 현재도 프라인의 거처 옆에 잠적해 있었다.
‘헬로이안이 여기에 없는 것인가? 마법통신이지만 워낙 은밀하여 추적이 쉽지 않다. 그러나 그자가 있는 방향을 잡아낼 수가 있었다.’
사이먼이 추적한 것에 의하면 열화의 사막 방향이었다. 그런 곳에 숨어 있기에 신전에서 추적을 해도 찾아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방향을 잡았기에 그 방향으로 조사를 하면 찾을 수가 있을 것이지만 내 수준으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 이 은신처도 사실 여기에 있다는 것을 모른다면 찾아낼지 자신하기 어렵다.’
사이먼은 신전의 사람을 이용하여 혼타 직할령에서 흑마법사가 활동하지 못하게 만든 것으로 만족을 했다. 아마 이 정도라면 헬로이안일지라도 한동안 움직이지 못할 것 같았다. 스타니엘 자작이 공격을 받으면 신전에서 나설 것이니 8서클 마스터인 헬로이안일지라도 함부로 나서지 못할 것 같았다.
두 명의 하일러 후작은 전격적으로 발표가 된 사이먼의 결혼식을 듣고 마주 앉았다.
“스타니엘 자작과 사이먼 후작이 결국 손을 잡고 왕실과 우리에게 반격을 하려는 것 같습니다.”
젊은 하일러 후작 앤디온이 결혼 발표에 대해 그렇게 평을 했다. 마가렛과의 결혼식을 왕실과 그들에 대한 반격으로 보았다.
“그만 하라고 했는데 왜 계속 그와 대립을 하려고 하느냐?”
나이 많은 하일러 후작 해몬슨이 질책 하듯이 말을 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어리석은 왕 아래에서 영웅이 왜 나오는지 아느냐?”
해몬슨이 계속 이상한 질문을 하자 젊은 하일러 후작은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가 그 질문이 모두 다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자 놀란 표정이 되었다.
“지금의 네 반응은 그를 만만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나오는 행위이다. 그가 너와 같은 수준이라 생각한다면 그건 네 착각이다.
그의 눈에는 너나 군부의 녀석들이 실로 가소로울 수가 없을 것이다. 그저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않으려고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귀찮아서 거슬려도 두고 보는 것이다. 그런 수준에 이르면 세상의 규율이나 법도가 가끔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해몬슨의 말에 화들짝 놀란 표정이 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