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4
용병이 되다 (4)
“엄마는, 형이 얼마나 나쁜데. 형이 제 맘대로 하면서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막 때린단 말이야.”
“맞을 짓을 하니 그렇지. 이제 형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네 아버지도 네가 말 안 들으면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전처럼 네 맘대로 행동하면 안 돼.”
엘레나는 사이먼의 행동이 전부 맘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전처럼 생각 없이 살 수는 없었다. 그동안 크라인에게 모든 것을 의존했지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구나 결혼한 이후에 친정식구들과 같이 살면서 집안일을 상당부분 의존했지만 크라인이 쓰러지자 친정식구들은 그저 평범한 농사꾼에 불과했고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대신 집안을 이끌어 간 것은 어린 사이먼이었다. 사이먼이 강하게 중심을 잡고 이끌어갔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무 것도 못하고 크라인이 죽도록 방치할 수도 있었다.
크라인이 살아난 것은 사이먼이 온갖 노력을 다해서 방법을 생각하고 보살폈기에 가능했다. 그것을 보면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사이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엘레나마저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자 앤더슨은 잔뜩 골이 난 표정이었지만 막상 어떻게 할 방도가 없기에 툴툴거리다가 결국 형과 아버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마가렛은 정원을 거닐고 있었다. 뒤에는 여느 때처럼 예나가 따르고 있었다.
“저번에 교단과 마탑이 회합을 가졌고 헬로이안이라는 흑마법사를 반드시 색출하기로 합의를 했다는 보고를 했는데 그에 대한 다른 정보는 없나요?”
“이미 50년 전에 사라진 사람을 쫓는 것이라 사실 불가능한 일입니다. 먼저 사건을 일으키지 않으면 색출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단지 이번 일은 교단이 왕국 내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인 행위로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예나의 대답에 마가렛은 한동안 말이 없이 정원을 걸었다. 예나에게 보고를 받을 때에는 좁은 방보다 탁 트인 정원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 쪽이 유리할 것 같습니까?”
마가렛은 질문을 툭 던졌다.
“신전은 귀족들과 유대가 강합니다. 각 영지에 신전을 세우려면 영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신전이 노리는 것은 귀족들이 아니라 왕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왕실직할영지 때문이군요.”
“그렇습니다. 왕국이 개국한 이후에 왕실직할영지는 북부와 서부를 개척한 덕분에 지속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스타리안 영지도 왕실직영지에 속한 소영지입니다. 거기는 주도에만 신전이 건립되어 있고 휘하의 소영지에는 신전을 건립하지 않을 상황입니다. 헬로이안을 핑계 대는 이유는 그곳까지 그들의 힘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왕실의 반응은요? 각 영지마다 신전이 들어서면 신전으로 골드가 빠져나가니 달갑지 않을 것 같은데요?”
“신전이 아직까지 그런 요구를 하지 않고 있어 공식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반대할 명분이 없어 고심 중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신전을 세울 자금의 지원은 하지 않을 것이라 합니다. 하더라도 부지를 내주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처럼 귀족이 영주로 있는 10여개의 소영지는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니 상당부분 신전건립에 돈을 보태야 할 것 같습니다.”
순간 마가렛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에카테리나 왕국의 사람 대부분이 주신 크로이엘을 믿는 신자였고 마가렛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전을 건립하는 것에 호의적일 수는 없었다. 대부분의 영주가 마찬가지였다.
영지에 신전이 생긴다면 득도 있지만 영주로서는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거치적거리는 존재가 영지에 있는 것이니 달갑지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신전을 세우는 돈을 내야 하니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다.
“추기경이 차기 교황이 되기 위해 교세를 확대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이 문제가 공론화되면 왕도가 한동안 소란스러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타니엘 자작의 동향은 어때요? 우리의 일을 너무나 잘 아는 분이어서 걱정이 되어요. 그분이 했던 역할이 있기에 영지에 내려가 있어도 걱정이에요.”
마가렛의 말에 예나의 얼굴도 그리 좋지가 않았다. 스타니엘 자작이 있는 이상 그들의 정체는 언제 드러날지 몰랐다.
“스타니엘 백작령에서 집안의 손자뻘인 아이를 영지의 후계자로 같이 데려갔다고 합니다. 아가씨와 나이가 같다고 합니다.”
왕녀라는 호칭은 외부에 새어나가면 좋지 않아 항상 아가씨로 부르기로 했다.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 주시해야 할 거예요.”
“그분은 전대 스타리안 남작부인과도 친분이 깊은 분입니다. 그러니 어떤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입니다. 나중에 위기가 닥치면 그분의 영지로 가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습니다.”
혹시라도 마가렛의 목숨이 위태로우면 스타니엘 자작에게 도움을 요청하도록 지침을 받은 예나였다.
크라인은 용병들의 예비소집에 가서 결국 용병을 인솔하는 책임을 맡게 되었다. 크라인을 제외하고는 고위 용병이라고 할 수 있는 자가 고작 B급 용병 세 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C급과 D급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그 책임을 크라인이 맡을 수밖에 없었다.
용병들은 기사인 하이든이 직접 나서지 않고 크라인에게 대장을 맡기는 것을 더 반겼다. 기사인 하이든보다 같은 용병이 인솔하는 것이 더 편했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새벽에 관문 앞에 모인 용병들은 관문 밖으로 나갔고 그들은 하루를 이동하여 그들의 목적지인 프라실러 계곡의 끝에 당도했다.
“영주님, 여기는 영지 출신의 A급 용병인 크라인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부상을 당해 치료를 하느라 이번에는 늦게 참여를 했습니다.”
크라인은 목적지에 당도하여 장벽작업을 하는 현장에 마련된 영주의 처소로 안내가 되었고 인사를 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는 세 명의 B급 용병도 같이 갔지만 크라인만 소개를 했다.
“저번에 출몰한 오거를 상대하다가 큰 부상을 당했습니다.”
그 옆에서 기사단장인 아르센이 첨언을 했다. 영지의 기사들은 다 크라인과 안면이 있는 상황이었다. 서로 아주 친하지는 않지만 모를 수가 없었다.
“아, 그 때 경이 몸을 돌보지 않고 막은 덕에 큰 피해가 없이 퇴치했다고 들었네. 앞으로도 피해가 예상되어 그 오거를 추적하고 있는데 근거지를 발견하지 못해 처리하지 못하고 있네. 상처가 심해 포션을 사용해도 마나고갈에 빠졌다고 들었는데 상처가 다 나은 것 같군. 후유증도 거의 없어 보이고.”
스타니엘 자작도 그 당시 사고에 대해 들었기에 관심을 보였다. 사실 크라인이 영지 개척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온다고 해서 어떤 상황인지 궁금하여 불러온 것이다. 너무 노골적일 것 같아 다른 용병까지 불렀지만 궁금한 것은 크라인의 상태였다.
크라인도 눈앞에 있는 영주를 보면서 그냥 5서클 마법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A급 용병으로 활동하다보면 부득이하게 고위마법사와 일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까지 접한 5서클 마법사와 그 느낌이 달랐다.
“겉으로 보기에는 심한 상처 같았지만 빨리 손을 쓴 덕분에 회복이 빨랐습니다. 아직 나이가 많지 않아 그런지 마나고갈 현상도 빨리 극복한 것 같습니다.”
크라인은 영주가 마나고갈에 대해 관심을 보이자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이 대답을 했다. 마법사가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기에 괜히 이상한 대답을 하여 호기심을 자극하여 귀찮은 일을 자초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자신의 부상을 실질적으로 치료한 사이먼에 대해서 왠지 알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나의 흐름을 보면 큰 상처를 입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이군. 여기는 몬스터가 많아 생각보다 일이 쉽지가 않은 상황인데 어쨌든 그대가 큰 힘이 되어주었으면 하네.”
다행히 스타니엘 자작은 더 이상의 호기심은 보이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쉽게 치료될 상처는 아니었다. 크라인도 사이먼이 어떻게 자신의 상처를 치료했는지 궁금했다. 사이먼이 말을 하지 않기에 궁금해도 묻지 않고 있었다.
크라인은 계곡 끝을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앞으로 가서 전진기지를 설치한다는 말에 얼굴이 굳어갔다.
스타니엘 자작을 만나고 나오자 아르센 기사단장을 비롯한 몇몇 기사들과 같이 자리를 했고 결국 이번에 모집한 용병과 기존이 모집한 용병 일부를 합쳐 양쪽으로 나뉜 계곡으로 전진하여 적당한 곳에 기지를 만들어서 사전에 몬스터를 토벌하려는 계획을 설명해주었다.
“동쪽으로 난 계곡을 따라 5km 정도 가면 방어하기 적당한 지형이 나오는데 크라인이 용병들과 같이 그쪽을 맡아주었으면 합니다. 병력은 150명을 붙여주겠습니다. 초기야 힘들겠지만 일단 기지를 건설하고 나면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크라인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터무니없는 임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 정도의 어려움은 항상 존재했다.
“그렇게 하지요.”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쉬운 일만 할 수는 없었다. 용병의 일이란 것이 대부분 그런 일이었다. 상단을 따라 다니는 것도 언제 몬스터 무리와 조우하여 고전을 치를지 모르는 일이었다.
“내일 아침에 오늘 온 용병들과 일부 용병이 합류하면 출발하면 될 것입니다. 보급을 해야 해서 통행로도 개척해야 하니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 후에 기지를 세울 곳에 당도하면 100명 정도의 인부를 더 지원하여 방벽과 전진 기지를 빨리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크라인은 달리 이의를 제기할 필요가 없기에 그들에게 지침을 듣고 자신에게 할당된 숙소로 갔다. 숙소는 통나무로 만들어진 것으로 비를 맞지 않고 바람만 들어오지 않는 정도라 창고나 다름이 없었다. 침낭을 바닥에 깔고 잘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라도 잘 곳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상단을 호위할 경우에는 노숙을 하기 일쑤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됩니까?”
사이먼은 일이 그리 쉽지 않아 보여서 그렇게 물었다. 크라인이 간 사이에도 몬스터가 몰려와서 전투가 벌어졌다. 물론 그들이 바로 전투에 투입이 되지는 않았지만 워낙 소란스러워서 다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저녁식사를 하고 난 다음에 오늘 도착한 용병들에게 일정을 말해 줄 것이다. 요점만 말하면 우리는 전진기지에서 몬스터를 막을 것이다. 위험한 임무이지만 아주 못할 일은 아니다. 항상 이 정도 위험은 감수하는 것이 용병이다.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것이다.”
“알았어요. 이미 용병이 되기로 할 때 각오한 일이니까요.”
사이먼은 적당한 기회가 되면 집을 떠날 생각이었다. 가능하면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갈 생각이었다. 이대로 집에 있다가는 자신만이 아니라 가족들까지 위험할 수 있었다. 그럴 생각으로 용병이 되었다.
흑마법사가 된 순간 적당한 순간이 되면 집을 떠나 잠적을 할 생각이었다. 자신이 사라지면 아무리 흑마법사라는 것이 밝혀진다고 해도 증거가 없으니 그저 낭설로 치부할 수 있었다. 그 정도는 크라인이 대처할 것이라 생각했다.
영지에서 준비한 식사를 하고 난 다음에 크라인은 용병들을 한자리에 모은 다음에 앞으로 할 일을 설명해 주었다. 용병들은 그런 일은 항상 하는 일이기에 반발을 하지는 않았다. 단지 자신들이 머물 기지를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더 관심을 보였다.
사이먼은 용병들이 위험한 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자 용병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실감할 수가 있었다. 또한 아버지 크라인이 얼마나 위험한 일을 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자신도 매번 그런 일을 하면서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다음날 아침 150여 명의 인원이 모이자 방벽을 나서 동쪽의 작은 계곡으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몬스터 토벌을 해야 하지만 그것보다도 나중에 전진기지에 보급품을 보내야 하기에 길을 같이 내야했다.
적당히 평평한 곳은 그냥 지나가고 짐을 가지고 움직이기 곤란한 곳만 손을 보면서 진격을 했다. 간간이 오크나 고블린 무리가 나타나서 소규모 전투가 발생하기도 했지만 그 정도는 전위를 책임진 자들이 대부분 정리를 했다.
고작 5km이지만 계곡을 파헤치면서 길을 만드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거기다 고도가 조금 높아지면 지면이 얼어 있었고 그늘진 곳은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어 작업이 아주 힘들었다.
결국 차가운 날씨에 노숙을 하는 것은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기에 출발지로 철수했다. 낮에 양쪽 계곡을 토벌한 덕분인지 밤에 몬스터의 출현이 전날 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새벽에 일부 몬스터가 몰려온 것 외에는 조용했다.
무려 3일에 걸쳐서 작업을 해서야 목표로 한 지점에 당도했다. 그러나 너무 늦은 시간이라 결국 다시 철수를 했고 다음날이 되어서야 일부를 지원받아 기지의 방벽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용병이 무조건 싸우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작업도 해야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일반적인 작업자에 비해 그 일당이 몇 배나 더 높았지만 어쨌든 작업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크라인은 작업을 하기도 하지만 급하면 짐도 지고 산길을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업을 하면서도 정찰병을 운용하여 경비를 하였고 생각보다 많은 몬스터가 몰려와서 작업을 중단하고 대대적인 전투도 하루에 한두 번씩 할 수밖에 없었다. 기지를 만드는 작업이 3일에 걸쳐서 진행이 되었다.
먼저 통나무를 두 줄로 박은 다음에 그 사이를 흙과 자갈로 채워 높은 방벽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에 그 아래쪽에 통나무로 집을 만들어 생활할 공간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