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41
본격적인 영지의 개척 (1)
로크 왕국의 대영주인 카리스타 후작은 모처럼 로칸시티를 방문하고 있었다. 전쟁이 터져도 1만의 군사만 국왕의 근왕군에 보내었지 더 이상 지원을 하지 않았다. 그 이상은 지원할 의사도 없었고 전쟁이 빨리 종결되어 파병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제 영지를 관리하는 것도 벅차 다른 곳에 신경 쓸 여력이 없습니다.”
카리스타 후작은 토르가 3세가 사람을 보내 만나기를 원하자 입궁을 했고 국정에 참여하라는 제안을 받자 영지 일을 핑계로 사양을 했다.
“에카테리나 왕국에서 국정을 보좌해 주기 위해 통감부가 설치되어 있지만 사실상 아국의 사정을 잘 모르기에 실정에 맞지 않는 정책이 진행되는 경우도 많아 걱정입니다.”
토르가 3세의 탄식에 카리스타 후작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오려고 했지만 참았다. 애초에 가만히 있는 에카테리나 왕국을 침범하여 지금의 사달을 초래한 면이 컸다. 그러니 누구를 원망할 일이 아니었다.
제국의 꼬드김에 넘어가 침략을 감행했고 역으로 패배하여 이제는 침략을 당해 거꾸로 속국의 처지가 되었다. 대부분의 귀족이 에카테리나 왕국에 반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보다 더한 반감을 가진 대상은 바로 이런 상황을 초래한 토르가 3세였다.
“반정에 나섰던 자들의 영지를 정리하는 문제로 인해 여러 가지 말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카리스타 후작은 토르가 3세가 행한 영지분배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 부분을 거론했다. 사이먼이 통감으로 있을 때는 모든 것이 원칙대로 진행이 되었지만 그가 떠나자 엉망이 되고 말았다.
그런 혼탁한 상황에서 토르가 3세는 비어버린 왕실의 재정을 채운다는 명목 하에 영지 장사를 하는 실정이었다. 이런 상황이니 로크 왕국의 많은 사람이 차라리 사이먼이 다시 통감으로 부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실정이었다.
통감부에서 경고를 하고 문제를 제기해도 그저 무시를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사이먼이 있을 때는 그 말이 곧 법처럼 지켜졌지만 지금은 그 정도의 권위가 없었고 통감으로 온 자도 그럴 능력이 없었다.
“어떻게 처리를 해도 문제가 된다면 빨리 정리하여 내정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그 이후에 무너진 왕국의 방어체계를 복원한 후에 현재 아국에 파병되어 있는 에카테리나 왕국군을 돌려보낼 생각입니다.”
카리스타 후작은 토르가 3세의 말에 어이가 없어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에카테리나 왕국군을 철군하게 하는 것은 말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순수하게 제국의 침략을 막는 것보다 로크 왕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
그렇기에 에카테리나 왕국군을 내보내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고 나가라고 해서 나갈 군대도 아니었다. 전쟁을 하여 축출하기 전에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의미를 알고 말하는 것이라면 경솔한 것이고 모르고서 말한다면 한심한 일이었다. 로크 왕국의 국력이 에카테리나 왕국을 압도하기 전에는 불가능했다.
다른 한 가지 경우가 있었다. 그것은 제국군이 에카테리나 왕국군을 몰아내는 것인데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로크 왕국의 처지는 제국의 속국이 되고 모든 왕국의 사람은 노예나 다름이 없는 처지가 될 것이니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모든 일이 제대로 정리가 되어 왕국의 안위가 위태롭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야 제 영지를 관리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라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해 송구합니다.”
재차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말해 토르가 3세의 간접적인 동참을 거절했다. 그러면서도 토르가 3세가 있는 이상 로크 왕국이 온전한 독립국으로 서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니 암담했다.
토르가 3세도 카리스타 후작이 영지를 핑계로 요청을 거부하자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당장 권력 투쟁에 나설 생각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현재 토르가 3세는 중앙의 관직 상당부분을 지방의 대영주들에게 할당을 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사이먼이 두 대귀족의 수족을 축출하고 관직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막은 덕분에 왕가의 독자성을 유지할 수가 있었다.
사이먼은 마가렛과 결혼식을 한 이후에 한동안 애쉬톤 산 옆에 있는 공식적인 영주관에 머물다가 같이 트라칸 반도로 이동을 하여 영지 개척에 주력했다.
사이먼은 개척지 곳곳에 자신이 사용할 저택을 마련해 놓았고 마가렛과 같이 다니면서 일정한 시간 동안 머물렀다. 영지를 개척하는 곳이 곳곳에서 진행되기에 각 지역에 가서 진행사항을 점검했다.
이주민이 거의 매일 각 영지에서 1,000여 명 정도가 도착했다. 사이먼의 결혼식이 알려지자 인근의 많은 영지에서 일종의 결혼 축하사절을 보내었고 그들은 일종의 결혼 선물로 이주민을 데려왔다. 이런 경우 모든 것을 해당영지에서 다 알아서 조치했기에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주민이 예정보다 더 많이 올 것 같군요. 그나마 내가 전쟁에 나가 세운 공으로 받은 포상이 꽤 되어 적지 않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사이먼은 임시로 세운 영주관 별관에 머물렀고 그 곳에는 마가렛도 동행하여 와 있었다.
“계획에는 6만 정도를 1차로 정착시키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3~4만 명이 더 오는 것 같아요. 그러면 안쪽으로도 장원을 조성할 수 있어 보입니다.”
마가렛이 사이먼이 작성한 계획서를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이주민을 일종의 결혼선물로 보내다니, 그런 일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같은 사람을 물건이나 가축처럼 취급하는 것 같아 받고도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요. 이주민들도 그걸 알면 기분이 그리 좋지 않을 것이고요.”
“그렇기는 하지만 우릴 돕겠다는 마음이니 그 마음을 받고 그런 경위로 왔더라도 이주민을 더 잘 살게 해주면 되는 것이죠. 그것이 지금의 법도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요.”
마가렛의 말에도 사이먼의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왠지 꺼림칙하고 좋지 못한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각 영지의 영주가 호의를 보인 것으로 생각해요. 그들이 선물을 아예 안 보낸 것도 아니니 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되잖아요.”
마가렛의 말대로 귀족들은 결혼선물 명목으로 은수저 하나라도 별도로 보냈다. 그러니 이주민을 반드시 선물이라 생각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걸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그런데 스타리안 영지를 아예 제나에게 넘기는 것이 어떨까 싶은데 당신 생각은 어때요? 원래 스타리안 남작부인의 영지였고 그 제자들에게 영지가 계승되어야 했는데 어머니와 저 때문에 우리한테 온 것이니 말이에요.”
마가렛은 영지를 제나에게 넘기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 했다. 물론 이렇게 하는 것은 약간 편법이기도 했지만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 문제는 당신과 어머니가 결정할 문제이니 알아서 해요. 문제가 없다면 그런 것도 좋은 방도 같아요. 한데 당신괴 기사들이 관리하던 ‘공주의 정원’이란 정보 조직은 어떻게 되었어요? 왕의 안식처에 모두 인계가 되었나요?”
“인계를 했지만 사실상 사람의 관계라는 것이 쉽지가 않아 여전히 연락은 하고 지내고 있어요. 정보조직보다는 그냥 서로 알고 지내면서 돕는 관계죠. 거기에 약간의 대여금도 얽혀 있어 쉽게 정리할 수가 없어요. 영지에 있을 때도 연락하면서 지내고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그들의 생계를 위한 부분이란 것은 알지만 왕실과 문제가 없도록 정리를 했으면 합니다. 정리가 어렵다면 아예 분리하여 영지에서 정보를 담당하는 넬론이나 레스비에게 협력하도록 했으면 합니다. 앞으로 사비올라의 상황이나 왕국의 상황을 어느 정도 알아야 할 것이니.”
사이먼은 사비올라와 완전히 담을 쌓고 지낼 수는 없기에 나중을 위해서 정보를 수집할 채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그냥 유지하기를 원했다.
“알았어요. 천사의 집을 왕실에서 인수했지만 사실 우리가 관리할 때보다 지원이 잘 되는 것은 아니어서 여전히 일부 자금을 지원하고 있어요. 일부 아이들을 제외하고 진로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것 같고요. 직게가 아니라고 해서인지 채용 인원이 전만 못해요.”
마가렛은 그 부분에 대하여 불만이 많아 보였다. 그만큼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아울러 여전히 그들이 개입할 여지가 많았다.
“오르시어스 마법사님께서 인접한 동쪽 산맥을 답사했다는 말이군요?”
태양의 마탑에서 파견한 6서클의 마법사가 사이먼을 찾아 왔다. 벌써 1년 전에 파견이 되어 주변의 지질을 연구했다. 태양의 마탑에서는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트라칸 반도의 개발에 협조하고 있었다.
“광산으로 개발할 가치가 있는 철광과 동광을 여러 개 발견했습니다. 보다 더 전문적인 탐사를 하여야 하겠지만 개발을 하면 괜찮은 수익을 낼 것이라 생각합니다.”
동쪽에 있는 데로니아 산맥을 탐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아버지 크라인의 도움을 받았다.
“허탕을 치지 않은 것 같군요. 그러면 공동으로 개발을 하자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오지이기에 길을 내고 광산을 개발하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영지 개척에 광산의 개발이 없이 외부에서 자원을 계속 가져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알겠습니다. 무리가 가는 면도 있겠지만 개발을 서두를 필요가 있겠습니다. 광산 개발은 마탑이 아니면 사실상 어렵기에 같이 개발을 했으면 합니다.”
이미 그와 관련된 협약은 탐사 전에 마무리가 되었기에 이번에 협의할 내용은 일종의 투자금액과 그에 따른 지분을 나누는 것이었다.
사이먼은 자신도 대략 파악하고 있던 내용이었다. 그들이 가져온 광산은 총 다섯 개였는데 사이먼이 파악하지 않은 곳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가장 채산성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 광산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이 두 곳도 탐사를 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먼저 발견한 곳이니 같은 조건에서 10%는 더 많이 가질 것입니다.”
사이먼의 말에 오르시어스 마법사는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자신이 발견하지 못한 광산을 영주인 사이먼이 별도로 찾아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탐사를 한 후에 개발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대략적인 조사결과가 있으니 참조해 보시기 바랍니다. 개발계획도 참조를 하면 될 것입니다.”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를 건네받은 오르시어스 마법사는 사이먼이 별도로 알고 있는 마법사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대영지의 대영주 정도 되면 사적으로 친분을 갖고 있는 고위마법사가 있기에 놀라운 것은 아니지만 사이먼도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주로 태양의 마탑에서 광산 개발을 주도했지만 왕립마탑이나 궁정마법단에서 비슷한 조건으로 광산을 개발하기도 했다. 한 군데 마탑에 독점적으로 사업권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궁정마법단은 두 마탑에 비해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사이먼이 찾아낸 광산을 알려주고 개발을 하도록 하여 균형을 맞춰주었다.
광산 개발은 인부도 필요하지만 전문적인 기술자가 있어야 했기에 일개 영지 차원에서 진행하기에는 벅찬 일이었다. 각 마탑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광산이 꽤나 있기에 그런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지가 않았다.
그들은 정해진 방식대로 빠르게 추진을 하여 본격적인 광산 개발이 진행이 되었다.
사이먼이 사냥을 나갈 때도 마가렛은 같이 따라왔다. 물론 기사도 여러 명 동행한 상황이고 제나를 제외한 네 명의 여기사들도 같이 동행하였기에 위험하지는 않았다. 사냥을 마치고 그들은 사냥기지에 마련된 거처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었다.
사이먼은 혹시라도 헬로이안이 나타나서 일을 저지를까 걱정이 되어 같이 동행을 했다. 물론 신혼이라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같이 시간을 보내려는 것으로 보였다.
“이 몬스터가 어디서 온 거죠? 어제 우리가 200마리 가까이 사냥했는데도 다시 이렇게 모여들다니 말이에요?”
“여기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침엽수림의 북쪽에 넓은 얼음의 대지, 달리 말해 혹한의 대지가 펼쳐져 있어요.
한데 대략 북쪽으로 200여 km 정도까지는 그냥 눈과 얼음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곳곳에 숲도 있고 초원도 있고요.
그러니 동물도 많이 살고 그것을 먹이로 하는 몬스터도 아주 많이 서식합니다. 그들 중에 강한 개체가 여기로 모여드는 것이죠. 그래서 여기 통행로를 유지하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에요.”
사이먼이 설명을 하자 마가렛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생각보다 위험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방벽이 무너질 수도 있는데 그러면 언제까지 이런 상태를 유지해야 해요? 항상 이럴 수는 없잖아요?”
“이 지도를 봐요. 여기 내가 계획한 것이 있어요. 총 다섯 개의 몬스터 사냥기지를 세울 것입니다. 대략 30km마다 하나씩 세울 것인데 전방으로 70km 정도 북쪽에 위치할 거예요. 물론 그곳에 이르기까지 20여 개의 몬스터사냥기지를 만들어 통행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에요.”
“이렇게 하려면 용병의 숫자가 얼마나 늘어나야 해요?”
“물론 여기에 투입하는 숫자가 많겠지만 2선에 투입되어 있는 용병들이 필요하지 않기에 지금보다 A등급 100여 명에 B등급 400명 정도로 해서 총 500명 정도만 더 있으면 될 거 같아요. 이렇게 하면 지금의 방벽은 상당히 안정이 되겠죠. 물론 이런 사냥터를 유지하려면 강자가 필요한데 얼마 전에 나한테 마스터가 된 용병들이 연락을 했더군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