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44
본격적인 영지의 개척 (4)
대영지를 수여받은 경우에 그것을 기념하여 묘역의 주인이 자신의 시조라는 것을 밝히는 작업이었다. 물론 해당 영지에는 그 영지를 수여받거나 개척한 인물을 시조로 하여 시조묘를 조성할 수 있었다.
사이먼도 나중에 이런 시조묘의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덩그마니 묘역을 조성한 당시의 앤티론 백작가의 백작이 세운 비석만 하나 세워져 있었다. 거기에 시조인 유레카의 일대기가 자세히 서술되어 있었다.
“알겠습니다. 어떻게든 하나는 세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일단 독립영지가 되었으니 내가 못하면 내 아들 대에라도 되겠지요.”
비석에 엘칸토르 가문의 시조묘라는 것을 새기는 것이 그저 요식행위이지만 상당한 의미가 있기도 했다.
‘이제 협정문이 사문이 되다시피 했지만 왕국의 왕실이 명백한 잘못을 범했을 경우에 왕가를 탄핵할 권리가 제후에게 있고 그 후에 제후회의에서 차대 왕가를 지정할 수가 있다. 물론 그것에 불복할 경우 왕국에서 탈퇴를 선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상 탈퇴는 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탈퇴가 정당하지 못하다면 제후들이 왕국의 이름으로 응징을 할 수가 있으니 왕국을 능가할 무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에 시조묘에 참배한다는 명목으로 온 이유는 이 근방의 영지를 방문하여 영지 개척 작업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이먼은 묘역에서 내려오면서 페트론에게 그렇게 말을 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럴 것이라 생각하여 3일 후에 환영 연회를 개최할 생각입니다. 가문에서 초인이 탄생했으니 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가 없지 않습니까? 근처의 대영지에서 대표를 보내 참석할 것입니다.”
페트론도 그런 것을 짐작한 듯이 말을 했다. 사실 여러 영지를 방문하여 상당한 숫자의 영지민을 이주시킬 생각이었다. 영지개발은 태양의 마탑이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상당히 빠르게 진척이 되고 있었다.
그러니 계획보다 더 빨리 이주민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연적으로 인구가 증가하기를 기다리는 것은 요원한 일이기에 당장은 인구가 많은 영지에서 분봉을 하듯이 인구를 받는 수밖에 없었다.
앤티론 백작가에서 진행된 환영연에는 주변 영지에서 상당수의 귀족이 참석을 했다. 사실 3일이면 왕국의 어느 곳이건 마음만 먹으면 귀족이라면 참석이 가능했다. 말을 타고 이틀을 달리면 대영지의 주도에 당도할 수 있고 그러면 워프게이트를 이용할 수가 있었다.
사이먼은 그 자리에 만나는 귀족들과 트라칸 반도의 개발을 하는 것을 화제로 이야기를 했고 참석한 대귀족이나 일반 귀족들은 대부분 사이먼에게 적당한 수준의 이주민을 보내기로 약조를 했다.
장원의 개발은 동쪽에 있는 산 쪽으로 방벽을 만들고 그 후에 이주민이 정착할 마을을 조성하고 그 후에 경작지를 조성하는 순서로 진행이 되었다.
보통 사이먼은 인부를 고용하여 마을이 들어설 곳을 벌목하여 방벽을 만들고 마을을 만드는 일까지 한 후에 이주민을 입주시키고 경작지는 이주민들을 시켜서 조성했다.
이런 작업을 하는 동안 방벽의 동쪽 산악지대에서는 몬스터 사냥이 지속적으로 진행이 되었다. 물론 방벽 안쪽의 숲속에서도 역시 몬스터 사냥을 했다. 그렇게 하기에 장원은 숲속에 세워져도 크게 안전을 위협받지는 않고 있었다.
“대단한 넓이로군요. 이 정도 면적이라면 나중에 여기에 대영지 두 개는 들어설 수 있어 보입니다.”
사르디안과 같이 세틀러스 평원을 살피던 케피라는 그렇게 평가했다. 사시사철 동안 눈이 녹지 않는 동쪽의 높은 산위에 올라서 서쪽의 평원을 보니 지평선 끝에 서쪽 바다가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넓은 평원이었다.
“바다 쪽이 아닌 이 산 아래로 장원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만 이렇게 방벽을 겸한 장원을 만드는 것이 나중에 개발할 것을 고려하면 유리해 보입니다. 현재 매일 각 영지에서 1000명 가까이 이주민이 유입이 되는데 한 달 사이에 3만 명은 족히 오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 가면 연말이면 인구 50만에 달해 대략 대영지의 조건을 충족시킬 것 같습니다.”
“대영지의 조건이야 그렇지만 바로 대영지로 인증을 받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요. 대영지의 영주는 제후의 자격을 갖는 것이니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특히 대영주들이 제후회의에서 제후로 인정을 해주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케피라는 바로 통과를 시키지 않을 것이라 전망을 했다. 물론 조건이 되지만 그 조건을 맞추어도 제후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그저 독립영지에 불과했다.
“이 넓은 트라칸 반도를 혼자 개발하도록 욕심 많은 자들이 그냥 놔두지 않을 것인데, 그에 대하여 말이 많을 것인데 그가 아무리 강자라도 이겨낼까 걱정입니다.”
케피라는 사람의 심리를 알기에 그렇게 말을 했다. 특히 왕실에서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것이기에 걱정이 되었다.
“아마 왕실이나 군부가 나서서 왕실직할령을 개척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곳의 몬스터가 워낙 강해 쉽지가 않을 것입니다.
몬스터 웨이브가 자주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그것을 막아낼 역량이 없다면 영지개척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이달에만 해도 세 번이나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했습니다. 마스터급 몬스터가 포함이 되어 있고 중급 몬스터가 수백 마리에 하급몬스터가 수천 마리가 몰려오는 상황이라 막아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사르디안은 자신이 가세해도 사실 쉽게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낼 자신이 없어 보였다. 8서클 마법사라도 자신이 없을 정도로 몬스터가 몰려오는 곳에 영지를 개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이먼 후작은 여기를 개발하는데 주력할 것입니다. 다른 곳에 도울 여력이 없을 것이니 각기 자신들의 영역을 확보해야 하는데 당분간 영지를 개척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사르디안은 그러면서 침엽수림에서 일어난 일을 말하였다. 사이먼의 통제에 반발하여 일부 용병사냥꾼들이 사냥기지를 만들었지만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하여 몰살을 당했다는 말이었다. 사이먼이 구원했다면 살았을 것인데 끝까지 외면했던 사실을 언급했다.
“잔인한 것 같지만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억센 용병들을 다룰 수 없을 것입니다.”
케피라 탑주의 말대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영지를 개척하고도 사실상 빼앗기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었다. 물론 사이먼의 무위라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어쨌든 그런 정도로 강격하게 나가는 것이 통제하는데 용이했다.
“그러면 왕실에서 욕심을 내다가 크게 당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더구나 이곳을 개척하려고 하면 엄청난 자금이 소요될 것인데 그럴 바에는 차라리 본토를 좀 더 개발하는 것이 유리할 것입니다.”
사르디안이 그런 말을 하자 케피라는 묘한 표정이 되었다. 그것이 논리적으로는 맞지만 인간의 욕심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욕심 많은 여러 귀족들이 트라칸 반도에 진출하여 엄청난 손실을 입을 것 같았다.
사이먼은 스타니엘 자작을 만나러 방문을 했다. 애니카가 어느새 영주관의 안살림을 책임지고 있었다.
“벌써 애가 애를 낳았다니, 시간 참 빨리 간다.”
애니카가 아이를 안고 있자 그렇게 말을 했다. 그가 전장에 나가 있는 사이에 애를 낳아 벌써 걸어 다니기까지 하고 있었다.
“오빠도 빨리 애나 가져요. 이 녀석 뒤치다꺼리를 하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시간이 가요.”
애니카는 그렇게 말을 했다. 마가렛은 스타니엘 자작과 인사를 하고 난 다음에 애니카를 따라서 갔고 곧 스타니엘 자작과 케인스만 남았다.
“내가 긴히 보자고 한 것은 나도 영지를 개척하는 일에 나설까 해서일세.”
“수련을 하신다고 하시더니 생각을 바꾸신 것입니까?”
갑자기 영지를 개척한다는 이야기에 의아한 표정이 되어 두 사람을 보았다. 결혼이 끝나고 돌아올 때만 해도 모든 것을 케인스에게 맡기고 마법에 열중한다고 했었다.
“왕실직영지에 속해 있는 상황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아예 독립 영지가 되려고 하네. 날 껄끄러워하는 왕립마탑이라면 그런 조치를 취해줄 것이라 생각하네.”
스타니엘 자작이 7서클이 되었으니 무조건 장로로 선임을 해야 하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 8서클이 되면 자동으로 차대 탑주가 될 수가 있기에 잔뜩 경계를 하고 있었다.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사이먼은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하니 의아했다. 그가 아는 한 어떤 문제가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
“특별한 문제는 없지만 현재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해 보여서 말일세. 더구나 트라칸 반도를 왕실에서 노리고 있는데 그 일이 실패하면 이쪽으로 방향을 돌릴 것 같은데 그런 상황이 되면 자칫 드와인 강 건너부터 시작할 것이고 영지가 고립이 될 수가 있어 선점을 하려고 말일세.”
“제가 도울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런 일이라면 자신이 따로 도울 일이 없어 보였다. 물론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데마린 산맥에는 최근 살펴본 바에 의하면 마스터급 몬스터가 없었다.
“이주민을 데려올 생각일세. 그러면 자네 영지에 가야할 이주민을 중간에 가로 채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네.”
“세라가티 왕실직영지에서 모집을 할 것이 아닙니까? 앞으로 각 영지에서 먼저 보내지 않는 이상 왕실직영지에서 이주민을 받을 생각은 없습니다.”
사이먼은 거리가 멀어도 각 대영지에서 이주민을 받을 생각이었다. 아직 개척할 공간이 많은 왕실직영지에서 인구를 받는 것은 왕국 차원에서 보면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었다. 더구나 그런 것이 나중에 왕실에서 어떤 요구를 할 빌미가 될 수 있기에 피하려고 하는 중이었다.
“더구나 나나 케인스나 모두 실전이 필요한 시점이니 그런 일을 겸하여 수련을 할 생각이네. 실전에 익숙해지면 그 후에 조용히 수련을 할 생각이네. 그리고 기사들도 수련을 독려하여 벽을 깨도록 할 생각이네. 영지에 엑스퍼트 상급은 많은데 누구하나 벽을 넘은 기사가 없으니 그들에게도 실전을 겪도록 하여 계기를 마련해줄 생각일세.”
사이먼은 엑스퍼트 상급에서 벽을 넘기 위한 조건이 생사의 기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쉽지가 않았다.
“직접 나서시면 어렵지 않게 이룰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용히 있을까 했는데 자네가 왕성하게 개척을 하니 나도 나서기로 했네. 물론 여기 있는 케인스가 의욕을 가지고 추진한다고 하니 같이 나서는 것일세.”
사이먼은 나이가 많은 스타니엘 자작이 개척에 뛰어들 정도라면 에카테리나 왕국의 귀족 상당수가 영지 개척에 나설 것 같아 한편으로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로 기대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케인스가 나가자 분위기가 다시 무거워졌다. 앞서 말한 것은 대외적으로 밝히는 이유에 불과했다.
“왕실의 분위기나 군부의 분위기나 이곳 세라가티 지방의 분위기를 봐도 상당히 좋지가 못하네. 자네를 도외시하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고 있네.”
사이먼이 개척 영지를 받고 다시 독립영지로 지정을 받은 것이 왕실이나 군부에서 원한 조치임에도 오히려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래서 뭔가 대응을 하시기 위해 영지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입니까?”
사이먼도 자신 때문에 스타니엘 자작마저 고립이 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내밀하게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커다란 흐름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면도 있고 영지가 척박한 탓에 사실상 지난 10년간 투자한 것에 비해 성과가 그리 큰 것이 아니네. 그래서 이번에 아예 좀 더 영지를 확대하고 추가적으로 수익을 올릴 방도를 강구할까 생각 중이네. 이대로 가면 가진 몇 년 후에는 재산을 모두 탕진하여 빚만 남을 것이네.”
“그러면 달리 방도가 있습니까?”
영지에서 적자를 보면 적자를 줄이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었다. 아무리 재산이 많더라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다. 영지 차원에서의 적자는 한 해에 몇 천, 몇 만 골드에 이를 수가 있었다. 그렇게 몇 년간 적자가 지속되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영주는 빚더미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저쪽으로 진출하여 광산을 개발하려고 하네.”
“역시 저쪽에 있는 산을 확보하실 생각이시군요.”
사이먼도 전에 철광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바로 이해를 했다. 단지 사이먼이 개발할 곳이 아니기에 모른 척 하고 있었다. 스타니엘 자작도 그냥 넘어가기에는 재정 상태가 심각해 방도를 강구하기로 한 것이다.
케인스에게 그냥 넘겨주면 빚더미에서 헤어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직접 개발을 하실 것입니까?”
“우리 영지에는 작지만 철광이 하나 있지 않은가? 그곳에 잇는 인원들은 내가 수도에서 섭외해 데려온 자들이니 충분히 개발할 능력이 있네.”
“그러면 이쪽도 확보를 하여 개발을 하시지요.”
사이먼은 지도에서 북쪽 관문 밖의 서쪽 전진 기지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여기를 개발하여 사냥꾼 마을로 만들고 이쪽의 산을 개발하면 제법 쓸 만한 동광이 나올 것입니다. 그 광산에는 구리만이 아니라 주석이나 금, 은 같은 자원도 있고 코롤마늄이라는 마법금속도 있을 것입니다.”
사이먼의 말에 스타니엘 자작은 멍한 표정이 되었다. 자신이 분명 주변을 다 탐사했는데도 그런 사실을 몰랐는데 사이먼이 확정적으로 말하니 이상한 것이다.
“내가 한 번 조사를 해 보겠네.”
사이먼이 허튼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적으로 믿지 못해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나중에 봤을 때는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재차 확인을 했다.
(끝)
고대 유적
사이먼은 자신이 명명한 프라시오스 산맥의 중심에 있는 프라시오스 산을 탐사하고 있었다. 트라칸 반도에는 동쪽이나 서쪽이나 해안가에 평야가 펼쳐져 있고 해안가에서 300여 km 정도 안쪽에 해발 3,000m 정도 되는 꽤나 높은 산들로 이루어진 산맥이 있었다.
그러나 동쪽의 산맥은 중간에 낮은 구릉지로 바뀌다가 데플라 사막에서 500여 km 북쪽에서 완전한 평야 지대로 바뀌어 광활한 평원을 이루고 있었다.
동쪽과 서쪽 산맥 사이의 중앙에는 해발 500m 가량의 고원이 펼쳐져 있었다. 평원이라고 하기에는 구릉이 많지만 산지라고 하기에는 평평한 지형이었다. 더구나 고원 지대 곳곳에는 빙하에 깎여 형성이 된 여러 개의 호수가 있어 항상 대지를 촉촉이 적셔주고 있었다.
이 중앙의 고원지대를 흐르는 앰플리안 강은 동남쪽의 뉴트라칸 평원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그 강은 북쪽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흐르다가 동남쪽의 뉴트라칸 평원을 적셔주고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앰플리안 강은 지류가 많았다. 고원을 흐르는 두 줄기의 강은 뉴트라칸 평원의 중간에서 합류를 했다. 또한 프라시오스 산맥의 남단 구릉지에서 발원한 수많은 지류는 뉴트라칸 평원의 북부 지대를 거쳐 역시 하나로 합류를 하여 뉴트라칸 평야를 관통하여 두 줄기의 강이 합류하는 곳에서 100여 km 하류 지점에서 역시 합류했다.
또한 데플라 사막의 초원지대에서 우기에만 물이 흐르는 수많은 와디들이 하나로 모인 데플라 호수에서 발원한 데플라 강은 그 아래 강 하구 지점에서 앰플리안 강과 합류를 했다.
프라시오스 산맥은 동쪽에 위치한 1500km 길이의 산맥으로 북쪽에 있는 프라시오스 산이 가장 높았다. 프라시오스 산은 고위도에 위치했기에 여름에도 해발 300 이상은 눈이 녹지 않아 만년설을 자랑했고 높이도 7000m는 족히 되었다.
사이먼은 프라시오스 산을 조사하다가 그곳에서 얼음 속에 있는 제작 연대를 알 수 없는 금화 하나를 발견했고 그것 때문에 조사를 하다가 그곳에 한 때는 따뜻한 지방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추운지방이 따뜻한 지방이 되고 바다가 땅이 되기도 하며 역으로 땅이 바다가 되기도 한다더니 그 말이 사실인 것 같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초감각을 운용했다. 초감각이 만능은 아니지만 조사를 하는데 상당히 유용했다. 물론 마나를 이용하여 스캔을 할 경우 보다 더 확실했지만 장시간 조사를 할 때는 그것이 더 유용했다.
‘오래된 던전 하나 정도 있을 것도 같은데.’
사이먼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눈 위를 조사해 나갔다. 눈이 쌓여 있기에 눈 아래 무엇이 있는지 제대로 살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눈과 얼음을 투과하여 지표면을 대충 살필 수는 있었다.
사이먼은 한동안 눈과 땅을 구분하느라 애를 먹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눈이나 얼음을 무시할 수가 있게 되었다. 눈을 무시하고 접하는 땅의 모습은 헐벗은 돌산이나 아무런 생명체도 살지 않는 사막을 보는 것 같았다.
한동안 그렇게 산을 탐사하던 사이먼은 눈을 반짝였다. 하나의 산이지만 사실은 두 개로 갈라진 산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산 중간에 얼음이 빈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마치 땅이 뒤집힌 탓에 지하 동굴의 입구가 위로 드러난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동굴에 물이 차면서 얼음이 얼게 된 것 같았다. 그러나 얼음이 가득 채워지지 않아 입구 쪽만 얼었고 일부는 빈 공간이 있었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형상이지만 나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다. 한 번 안을 탐사해볼까?’
사이먼은 우선 라이트 마법과 에어쿠션마법을 전개하였다. 어두운 곳에 들어가면 라이트 마법은 반드시 필요했다. 아울러 공기가 없지는 않겠지만 지하에 유독가스가 있을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반경 5m 정도의 공기를 압축하여 쿠션처럼 만든 다음에 같이 이동을 시켰다.
그렇게 한 다음에 빈 공간을 향해 이동을 했다. 사이먼의 마법은 마법이면서 마법이 아니었다. 언령 마법과 일반 마법을 같이 전개하는 것 같으면서도 검술의 공간의 검 원리마저 가미가 되었다.
그렇게 공간을 이동하면서 탐사를 했고 몇 번이나 외부에 나왔다가 들어갔다 하면서 조사를 했다. 사이먼은 탐사를 하면서 머릿속에 하나의 공간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건 분명 인간이나 지적생명체가 머물렀던 거주지나 다름이 없다.’
사이먼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탐사를 했지만 인간이 머물렀던 흔적이라는 것만 발견했지 그 외에 특별한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잔뜩 기대를 했지만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사이먼은 눈이 쌓인 고산 지대를 다니면서 그런 탐사를 해나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빙하에 의해 지형이 변형되거나 빙하에 의해 거대한 암석이 깨진 일종의 크랙인 크레바스도 종종 발견이 되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한 지역에서 동굴을 발견했다. 역시 지형이 변형되어 상하좌우가 마음대로 틀어져 있었고 군데군데 막힌 곳도 있었다.
‘이건 마치 마법사의 던전 같다.’
사이먼은 마침내 뭔가 제대로 된 문명의 흔적을 발견하자 기대가 되었다.
‘지형이 뒤집히면서 안에 있는 유물은 아래쪽에 매몰이 되고 말았다. 중력에 의해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것이 저 아래에 추락하였고 그 위를 암석부스러기나 토사가 쌓여 모든 흔적을 다 감추고 말았다.’
‘근처에 던전을 하나 만드는 것도 방법일 것 같군.’
사이먼은 마침내 자신이 생각했던 것을 발견하자 기분이 좋았고 암석지대를 파서 지하에 동혈을 만들었다. 그렇게 한 이유는 발굴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 지역에서 발굴을 하는 것보다 이곳에 토사를 가져온 다음 바닥에 뿌려서 유물이 있는지 살피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
사이먼은 수평이던 동굴이 거의 수직으로 바뀌면서 하부에 쌓인 토사를 조심스럽게 파낸 다음에 그것을 아공간에 담은 다음 그것을 자신이 만든 지하 공동에 펼쳤다. 초감각부터 마나스캔, 각종 감지마법을 이용하여 살펴나갔다.
토사를 퍼낼 경우 동굴이 무너질 수가 있기에 토사를 퍼낼 때마다 적당히 강화마법 같은 마법을 전개하여 붕괴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
위에 자리한 토사에서는 별로 나오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몇 번 파내는 것을 반복하고 나자 온갖 잡동사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워낙 오래 전에 토사 속에 파묻힌 것이라 대부분 부식이 되어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것이 없었다.
‘목재로 된 것들인데 지금의 가공 수준이나 크게 차이가 없는 것 같아. 그렇다는 것은 문명 수준이 괘나 되는 것 같은데. 더구나 철로 만들어진 것들도 종종 눈에 띄는데 몰락의 시대 이전에 있었던 것 같아.’
워낙 추운지방이라 부식이 쉽게 되지 않을 것인데도 다 부식이 된 것을 보면 시간이 만만치 않게 흐른 것 같았다. 연금술의 기번으로 분석을 하자 최소 2500년 이상이 흘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건 사람의 뼈이군. 지금 살고 있는 사람의 뼈나 차이가 없는 것을 보면 그 당시에 살던 사람이나 지금 살던 사람이나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인데 놀랍군.’
사이먼은 동굴에 살고 있던 지성체가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된 유해를 분석하여 확인할 수가 있었다. 또한 마침내 온전한 형태의 함을 발견하면서 그 인류가 마법을 사용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가 있었다.
수천 년이 지났는데도 함에 남아있는 마법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었다. 일종의 영구마법진이 존재하고 있었다. 문양처럼 보이는 것이 일종의 마나를 집적하는 마법진이었고 보존마법에 마나를 공급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반영구적으로 마법이 작동하여 여태까지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건 지금의 마법수준 보다도 더 높은 것인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런 생활용품에 마법을 사용한 것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마법진은 지금의 것이나 형태가 상당히 유사했다. 이는 지금의 마법이 고대에 존재했던 마법과 같은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건 마나석을 이용한 것인가?’
마정석이 아닌 마나석을 이용한 것 같았다. 지금도 마나석이 생산이 되고 있지만 마정석보다 훨씬 성능이 좋지가 않아 사용이 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 사용이 된 마나석은 중급 마정석 수준은 되어 보였다.
‘꽤나 마나석의 순도가 높은 것 같은데. 이 정도 마나석이 출토되는 광산이 있다면 대단할 수도 있겠는데. 이 근처에 그런 광산이 있었나?’
사이먼은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 그냥 고개를 흔들었다. 일단 상자를 한쪽으로 빼놓았다. 그 후에 다시 커다란 가구 하나를 건졌다. 책장으로 보였다. 역시 보존마법이 걸려 있었다. 사이먼은 조심스럽게 마법을 해제했다. 봉인 마법이 걸려 있어 책장을 열기 위해서는 암호의 해제가 필요했다.
물론 책장은 목재가 아닌 금속으로 되어 있었다. 금속도 재질이 단단해 보였고 더구나 강화 마법이나 경량화 마법이 걸려 있어 억지로 손상을 주기도 어려워 보였다.
‘마스터급이나 되어야 흠집이라도 낼 것 같군. 마법을 알지 못하면 마스터급이라도 단시간에 손상을 줄 수도 없군. 거기다 위치고정마법까지 적용이 되었던 것 같군. 지진이 발생하면서 바닥에 손상되어 통째로 기반까지 같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을 것 같군.’
가구보다 몇 배나 더 큰 암석이 가구에 붙어 있었다. 그것은 여전히 위치고정 마법이 작동을 한다는 이야기였다. 사이먼은 조심스럽게 마법을 해제하고 책장을 으로 보이는 가구를 열었다.
‘책이군. 책에도 역시 보존마법이 걸려있다.’
조심스럽게 꺼내서 책을 펼쳤다. 오래 된 고문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플라스콘 제국의 각 지방에서 주로 발견이 되던 플라스코니아어로 된 서적이었다.
플라스코니아어는 현대 각국에서 사용하는 모든 언어의 모태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의 문자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지만 문자의 조합이나 발성, 특히 어휘에서 지금과 확연히 달라 그것을 오랫동안 연구했던 전문가들이나 해독이 가능했다.
다행이라면 사이먼도 마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전문가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플라스코니아어를 습득할 수밖에 없어 술술 해독할 수준은 되었다. 특히 헬로이안의 지식을 전이 받은 때문인지 배우지 않은 것도 연상을 하듯이 깨우친 면도 많았다.
‘마법서이군. 대략 4~5서클 수준인데 지금의 마법과 상당히 유사하군.’
사이먼은 마법서를 읽어 나갔다. 이런 마법서를 해독하는 것은 상당히 전문적 영역이기에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사이먼으로서는 가능해 보였다. 일단 동굴에 있는 유물 발굴이 우선이므로 역시 한쪽으로 빼놓았다.
‘보존마법이 유지되고 있는 물품이 있다면 그것들이 진짜일 것 같군.’
줄줄이 책장이 출토가 되었고 무려 12개나 동일한 형태의 책장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책의 숫자만 해도 하나의 책장에 100여 권이 들어있어 1000권이 넘는 서적을 발굴할 수가 있었다. 그 외에도 목걸이나 귀걸이 같은 액세서리 10여 점을 더 찾아냈고 마법사가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지팡이나 마법이 부여된 검도 찾아낼 수 있었다.
그 외에 청동이나 부식이 되지 않는 금속으로 된 각종 생활용품을 발견했는데 원형이 그대로 유지가 되어 있었다.
‘학자들이 봤다면 이렇게 발굴을 했다고 난리를 쳤겠지만 어쩔 수가 없지. 이렇게 하는 것이 가장 시간이 적게 걸리고 효과적이니.’
사실 사이먼이 아니라면 그런 곳에 들어가서 이런 토사를 가지고 나올 능력을 가진 사람도 없을 것이고 영원히 지하에 매몰되어 있다 사라졌을 것이 뻔했다.
사이먼은 트라칸 반도를 시간만 나면 탐사했다. 개발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각 지역을 자세히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돈을 마련할 수 있는 각종 광산을 발견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영지개척을 하기 위해서는 농경지의 개척도 필요하지만 당장 필요한 자원도 적절히 수급해야 했기에 그런 광산의 개발도 시급했다.
여기에 트라칸 반도에 산재한 고대의 유물들을 발굴하는 것도 목적이었다. 조금만 시야를 달리 하면 그런 것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단지 문제는 워낙 탐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곳에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종종 발굴이 되는 서책을 연구하면서 고대 시대의 역사나 마법을 아는 것이 재미가 있었다.
‘엘칸토르가 드래곤이었다고?’
역사를 적어 놓은 서적을 살피던 사이먼은 드래곤이었을 수도 있다는 내용을 보자 눈을 빛내었다. 드래곤이 인간의 모습으로 유희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크로니엘이 천사장으로 나온다. 마신 트랄리온도 여기서는 마왕으로 나오고 있다.’
역사인지 신화인지 모를 내용 중에 그런 내용도 있었다. 지금의 주신과 마신이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존재로 표기가 되어 있었다. 주신이나 마신이 아닌 준신, 데미 갓으로 표현이 되어 있었다.
‘아울러 드래곤도 수십 개체가 존재했던 것으로 나온다. 모든 드래곤이 대천사나 마왕에 버금가는 정도로 강했다고 한다.’
그런 존재가 존재하고 있다는 기록이 대부분이었다. 수십 권의 역사서가 위조가 된 것이 아니라면 사실이라는 말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