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51
신세계를 예비하다 (1)
“지금 로크 왕국과 제국의 문제는 우리 에카테리나 왕국이 주도할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 자네는 어떻게 전망을 하는가?”
“두 나라에서 어떻게 하는지 보고 결정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특히 제국에서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할 것입니다.”
“나는 제국의 인구가 최근 100년 사이에 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네. 물론 우리 에카테리나 왕국이나 로크 왕국도 그렇게 증가했지만 말이야.
왕국은 아직 포화상태에 이르지 않았고 로크 왕국은 포화상태에 도달했네. 하지만 제국은 포화상태를 지나 폭발할 수준일세. 인구가 많아지니 어딘가 새로운 땅을 개척하려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침략주의로 흐르는 것이지.”
“결국 인구가 늘어나서 문제라면 전쟁밖에 답이 없지 않습니까? 농사지을 땅이 그냥 솟아나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사이먼은 다소 냉소적인 어조로 말을 했다. 아무리 고민을 해도 전쟁을 막을 수가 없고 막으면 오히려 더 문제가 심각해질 수가 있어 사실상 대책을 세우는 것을 포기한 상태였다.
“오래지 않아 로크 왕국의 국경에서 피 터지는 전쟁이 일어날 것이네. 그 방향이 제국 쪽일지 우리 왕국 쪽일지 그것만 정해지지 않은 것이라 생각하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그 내부에서 싸우는 수도 있겠지만요. 우리 왕국이나 제국이나 반대편에서 싸우기 위해 로크 왕국을 놓고 암중에서 싸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전쟁을 막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네. 막으면 안으로 힘이 응축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니 말일세.”
“저도 그쪽 일은 관심을 끊고 지금은 영지를 개척하는데 주력할까 합니다. 지금 제가 어떻게 해서 왕국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내일 당장 전쟁에 나가도 문제가 없도록 개척한 영지를 안정시키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사이먼은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깊은 이야기를 하기에는 너무나 민감한 부분이 많았다. 그렇기에 함부로 자신의 의견을 입 밖으로 말할 수가 없었다.
신세계를 예비하다
사이먼은 플라스콘 제국의 황도인 로바니아의 한 여관에 딸린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현재는 사이먼의 모습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그런 모습으로 제국의 동태가 궁금하여 살피러 온 것이다. 사이먼의 모습을 아는 자가 있을 수 있기에 조심스러웠다. 또한 그가 변장한 신분으로 활동할 필요가 있기도 했다. 그래야 사람들과 관계를 가지면서 조직을 만들 수가 있었다.
‘이봐. 이번에 아주 좋은 건수가 있는데 나 좀 도와줘.’
어디선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 사람이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사이먼은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가늠하며 주의를 기울였다. 그가 식사를 하는 식당이 아니라 객실 쪽에서 들려왔다.
‘무슨 일인데?’
‘크락손 자작님 알지?’
‘그야 네놈이 뭐라도 얻어먹을 것이 없는지 쫓아다니는 대상이 아니냐?’
두 사람은 평민으로 보이는데 한 사람은 상인으로 보였고 한 사람은 용병이나 기사인지 엑스퍼트 중급 수준은 되어 보였다.
‘그분이 델리슨이란 상인을 어떻게든 없앴으면 한다.’
‘델리슨이라면 꽤나 큰 규모의 상단을 운영하는 자가 아니냐? 그를 제거하고 그 노인이 결국 군부의 곡물납품권을 따내려는 것 같구나.’
‘그거야 우리는 모르는 일이고 성공만 하면 델리슨이 운영하는 황도 내의 상점을 모두 인수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한다.’
사이먼은 순간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귀를 기울였다. 아직 이른 저녁 시간인데 여관의 방안에서 은밀하게 진행되는 대화였다. 상당히 철저한 자들인지 마법장치를 이용하여 대화가 외부에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한 후에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범죄를 모의하는 것 같았다.
‘하여간 너는 욕심도 많다. 델리슨이란 자는 그 배후에 오르시안 자작이 있는 것을 알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손을 쓰자는 것이냐?’
‘그저 안면만 있지 실제 오르시안 자작과는 무관한 관계이다. 오르시안 자작의 성향상 누구의 뒷배를 봐줄 사람이 아니다. 물론 억울한 일을 당한 것을 알면 나서겠지만.’
‘그렇기는 하지만 델리슨이란 자가 갑자기 변을 당하면 사건을 파고들 수도 있다.’
‘증거만 없애면 되지. 나나 너는 그자와 무관한 관계이니 달리 의심을 받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미궁에 빠져 미결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알았다. 하여간 너도 조심해라. 이번 일은 내가 해결해 주겠지만 너는 절대 모르는 일이라고 해라. 크락손 자작에게도. 나중에 네가 덤터기를 쓸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일수록 치사한 면이 많다.’
‘그거야 당연한 것이지. 그냥 적당히 분위기만 띄우면서 암묵적인 수준에서 대가를 챙기고 끝내야지.’
그들의 대화를 듣던 사이먼은 어이가 없었다. 남의 목숨 알기를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런 자들이 많다면 제국도 그리 좋은 나라는 아니었다.
‘한데 오르시안 자작을 왜 크락손 자작이 노리는 거냐? 달리 접점이 없어 보이는데.’
‘그 속을 내가 어떻게 아냐? 아마도 윗선에서 오르시안 자작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겠지.’
‘결국 로미노스 후작과 라이오넬 백작의 다툼이란 말이냐?’
‘그럴 가능성이 크지. 라이오넬 백작이 전쟁불가론을 외치는 것이 문제겠지. 굳이 전쟁을 대비하는 것을 막을 이유는 없는데 준비마저 반대를 하는 판이니 미운 털이 박힌 것이야.’
‘전쟁준비가 한두 푼 드는 것도 아니고 결국 준비를 하면 전쟁을 해야 하니 당연한 말 아니냐? 전쟁 준비를 하면 결국 전쟁상인들이 배를 불리는 일인데 군부대신 루미노스 후작을 따르는 전쟁상인들로서는 싫은 것이겠지.
괜히 이런 다툼에 끼어들어 너만 죽어나는 것 아니냐?’
‘지금이 기회야. 폐하께서도 전쟁에 뜻이 있는데 라이오넬 백작 때문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 일단 라이오넬 백작만 어느 정도 제어한 후라면 일은 제대로 진행이 될 것이고 막대한 자금이 이동할 거야. 그렇게 하려면 시전에 그 수족들을 쳐내야지.’
‘하여간 너도 걱정이다. 나야 무식하게 검만 쓰는 존재이지만 너는 더 위험한 일을 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전쟁을 하더라도 승산이 있어야 할 것 아냐?’
‘승산이야 위에서 알아서 만들겠지. 에카테리나 왕국도 뇌물이면 나라도 팔아먹을 자들이 수두룩하다고 하더라. 이번에 그것을 노려 뭔가 해볼 것 같던데.’
상인이 조금 소리를 높여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 범죄와 직접 관련이 되지 않은 이야기라 그런지 목소리가 커졌다. 물론 마법장치가 있기에 목소리가 외부에 퍼지지는 않을 것이니 상관은 없었다.
사이먼은 자신과 관련되어 벌어졌던 일이 제국에 그런 식으로 알려진 것을 알게 되자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돈을 써서 일단 사이먼인가 하는 그랜드 마스터를 군에서 확실하게 쫓아낸다는 말이지?’
‘이미 절반은 쫓아낸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몇 가지 일만 더 하면 군부와 서로 원수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던데. 꼭 힘으로 할 것이 아니라 수단이야 많지. 돈으로 안 되는 것이 없지.’
‘그렇기야 하지만 그래도 전쟁이 터져 막상 나라가 망할 판국이 되면 다시 튀어 나올 수도 있잖아.’
‘그럴 상황이 되기 전에 적당히 타협을 할 생각인 것 같던데. 물론 그 때도 뒤로 여러 가지 거래를 하겠지. 그러면서 그에게도 뭔가 도움을 주어 굳이 에카테리나 왕국에 얽매일 필요가 없도록 해주면 되지 않을까 하더라고.
그거야 잘 모르지만.’
‘라이오넬 백작은 그런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겠군.’
‘사실 꿈같은 이야기지. 실제 그렇게 하려면 쉽지가 않지.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봐.’
‘너야 감이 좋으니까 그렇게 말한다면 가능성이 있겠지. 그러니 저들 편에 붙었겠지만.’
‘어느 정도 성과는 있지만 결국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지. 나야 적당히 돈을 벌고 인맥을 건지면 그만이야.
그들이 성공하건 실패하건 사실 의미가 없어. 내가 보기에 에카테리나 왕국은 시간이 흐르면 제국을 능가할 수가 있으니 굳이 로크 왕국을 어떻게 할 이유가 없지. 그렇기에 지금 돈을 먹는 자들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지. 사실 사이먼이란 자가 나서기만 하면 승리할 수가 있는데 걱정할 것이 없지.’
‘돈을 받고 나라에 손해되는 일을 하는데도?’
‘그게 크게 손해되는 일이 아니니까 이왕에 할 거 돈을 받은 거야. 돈을 받는 안 받든 그들은 했을 일인데 돈까지 덤으로 주니 그냥 받은 거지.’
‘그게 무슨 이야기지?’
상인이 갑자기 앞뒤가 다른 말을 하자 검사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사이먼도 그 말에 약간 혼란이 왔다. 앞의 말과 미묘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군부 인사들을 매국노라고 했다가 다시 그렇지 않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사이먼이란 자가 로크 왕국에 통감으로 있으면 에카테리나 왕국에 득이 된다고 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니야. 로크 왕국에서 나라의 기강이 제대로 서는 사태가 벌어지는 거야. 그런 일은 에카테리나 왕국 입장에서 좋은 일이 아니지.’
‘그러면 에카테리나 왕국에서라도 그를 등용을 하면 되잖아? 그러면 역시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랬다가 왕실이나 군부 인사들 다 쫓겨나거나 죽어나갈 걸. 지금도 오렐리어스 후작 하나로도 힘든데 그보다 더한 인사가 왕실에 있으면 아주 어렵지.’
‘그 정도야?’
‘적당히 공돈도 생기고 그래야 살맛이 나지. 그게 다 살아가는 요령인데 그런 것도 못하면 무슨 재미야? 에카테리나 왕국에서는 사이먼이란 자는 전쟁에나 필요한 인간이래. 그 외에는 절대 관직이나 군부의 일을 맡기면 안된다고 한다더라.’
‘그러면 로크 왕국에 보내도 되잖아. 그자가 그렇게 피곤한 인간이면.’
‘로크 왕국은 남의 나라이니 적당히 할 수밖에 없으니 도움이 될 것이고 에카테리나 왕국은 자기 나라이니 더 할 것이니 문제라는 것이지. 사실은 왕국에 도움이 되겠지만 일단 자기들이 살기 위해서이지만.’
‘그러면 그 영지 사람은 아주 피곤하겠다.’
‘그런 자들만 데려다가 쓰고 적당히 통제를 하니 다르지. 거기에 귀족은 별로 없어 적당히 중간에 챙겨먹을 자들도 없는 상황이고. 시간이 흐르면 그것 때문에 진통이 생길 것 같지만 자기 영지에서는 그가 왕이나 마찬가지인데 누가 나서겠어.’
사이먼은 듣다가 자기 자신에 대한 품평으로 이야기가 흐르자 그것까지 듣고 있었다. 내용이 조금 이상했지만 자신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제대로 들을 수가 있었다. 타국인의 입장에서 평가하는 것을 들으니 새롭게 느껴졌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되었다.
불현듯 자기 자신을 전쟁에나 필요한 인간이라고 정의하는 것에 기분이 그리 좋지가 않았다. 원리원칙에 충실하고 부정부패를 용납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그것으로 인해 자신을 기피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라이오넬 백작도 문제야. 그도 사람이 고지식해서 문제이지. 굳이 쓸데없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데 많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고.’
‘그건 네 생각이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전쟁 준비하면 그 돈이 다 제국의 사람들에게서 나올 것인데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괴로움을 당할지 생각을 못하냐?’
검사가 정론에 입각하여 반문을 했다.
‘그게 아니지. 그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야. 즉, 사실상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야. 그러니 생각할 필요가 없어. 정작 중요한 것은 귀족이나 상인들이지. 그들이 사실 제국이라고 할 수가 있지. 그런 사람들을 어렵게 만들면 제국 전체에서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
상인의 말은 상당히 비약이 삼한 표현이었다.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보충 설명이 많이 필요해 보였다.
‘너도 뭔가 조금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렇게 따지면 옳은 소리 하는 사람은 다 사라져야 하는 것 같다.’
검사가 논쟁하기 귀찮다는 식으로 말을 건넸다. 상인의 말이 어이가 없는, 억지소리라는 반응을 보였다.
‘혼자서 옳은 소리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꼭 옳은 소리는 아니라는 말이지. 설사 옳은 소리라도 진짜 옳은 소리는 모두 득이 되는 소리를 말하는 것이지.’
사이먼은 전형적인 자기중심적인 상인으로 보이는 자가 라이오넬 백작마저 욕을 하자 그에 대해서 부쩍 궁금해졌고 이번 일에 개입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이먼은 한동안 마음이 울적했다. 화근이 될 헬로이안과 흑마법사들을 모두 제거했지만 대량학살을 했다는 점에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마음 한구석에 그 증거가 될 네 명의 인물을 살린 것이 걸리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죽이는 것은 더 마음이 불편했다.
‘지금 당장은 여기가 문제인데.’
사이먼은 동굴로 들어갔다. 이제는 마법진이 있는 동혈로 가는 것은 눈을 감고 갈 정도로 익숙했다. 동굴 안에 들어가서 마법진의 중앙에 자리했다.
‘잘 있었나?’
사이먼은 괴물에게 언령으로 말을 붙였다. 아울러 자신의 기세를 끌어올려 그것이 밖으로 드러나게 했다.
‘네 놈은 올 때마다 강해지는 것 같구나. 이제 인간의 한계마저 벗어나기 시작했구나. 하지만 아직 멀었다. 아직은 데미갓도 되지 못했다. 뭔가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