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55
신세계를 예비하다 (5)
“제국의 규모가 엄청나군요. 인구 때문에 결국 전쟁을 하는 것인가요?”
“그럴 가능성이 높아요. 우리 에카테리나 왕국이 전쟁을 원하지 않아도 그들은 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요. 그러니 우리 에카테리나 왕국의 힘이 커질 때까지 로크 왕국을 지원하여 제국의 팽창을 막아야 할 것이요. 시간이 흐르면 로크 왕국도 강해질 것이고 그러면 나아질 것이요.”
“곤혹스러운 상황이군요. 어떻게 피할 수도 없는 일이겠어요. 그러면 계속 전쟁터에 나가야겠군요.”
“제국의 도발은 시간이 갈수록 강해질 것이고 그것을 막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나도 답답합니다. 결국 전쟁에 나가 살육을 계속해야 할 것이니 말이요.”
사이먼은 이것이 신성을 키우지 못하게 하려는 시련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를 많이 말살할수록 그 업보는 쌓이고 신성이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 같았다.
사이먼은 호세 마리아노로 변장을 하고 챈스 패거리의 본부를 살피고 있었다. 남작가의 셋째 아들인 챈스 로필담은 플라스콘 제국의 중앙 기사아카데미를 졸업하고 한때는 중앙기사단의 기사로도 복무를 했던 자였다.
그러나 성정이 흉폭한 탓에 민간인을 폭행한 것 때문에 기사단에서 쫓겨났고 그 후에 암흑가에서 검을 쓰면서 살아가는 자들과 교류를 하면서 차츰 그쪽 세계의 강자가 되어갔다.
그나마 귀족의 자제이기에 귀족의 대접을 받았고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저택마저 하나 마련하여 칼을 쓰는 자들을 끌어 모아 지금은 챈스 패거리라는 해결사 조직을 이끌고 있었다.
그가 직접 개입한 일은 극소수이고 개입을 했다고 해도 증거를 남기지 않아 무사할 수가 있었다. 물론 억지로 짜 맞추면 걸려들겠지만 그는 여러 명의 귀족들과 연관이 되어 있기에 경비대도 함부로 그를 건들지 못했다.
저택에 머무는 자들은 고작 20여 명에 불과했지만 그들이 동원할 수 있는 제법 실력 있는 자들은 200명이 넘었다. 그들의 주요 고객은 상단이나 귀족들이었고 그들이 청부한 일을 수행하는 것으로 조직원들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청부만이 아닌 악행을 저질러서 자금을 모으기도 했다. 그들이 하는 악행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배후가 없는 중소상단의 약탈이었다.
“러프, 알아보라는 것 알아 봤어?”
챈스는 그 앞에 있는 얍삽한 얼굴을 가진 자에게 물었다.
“물론이죠. 한데 제법 귀찮은 구석이 많은 것 같습니다. 호세 마리아노란 자는 보지 못했는데 제법 실력이 있는 자 같습니다. 조직원 100명가량 있는 중소 조직은 그냥 하루저녁이면 굴복을 시키는 실력자라고 합니다. 최소엑스퍼트 상급은 된다고 합니다.”
“뭐야? 그러면 마스터라도 된다는 말인가? 그런 자가 왜? 요사이는 용병계도 마스터가 나타난다고 하더니 이제 암흑가마저 마스터가 등장하는 거야?”
플라스콘 제국의 용병계도 벌써 마스터가 7~8명가량 등장하였다. 이미 기사들도 마스터가 속출하는 상황이니 그들도 그리 높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챈스는 이런 상황에서 암흑계에서 갑자기 등장한 호세 마리아노란 자가 수상했다. 그는 귀족이기에 마리아노란 성의 유래를 알고 있었다.
마리아노 가문은 길베르 대영지에서는 제법 유명한 검가이었다. 그 가문은 일정 수준에 이른 검사들에게 마리아노란 성을 사용하게 했다. 그렇기에 사실 용병 중에서도 마리아노란 성을 사용하는 자들이 있었다. 용병은 사용해도 되지만 범죄를 저지를 경우 징벌을 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암흑가 인물이 마리아노란 성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에이, 이거 그동안 용돈을 제법 쥐어 주면서 대접을 한다 했더니 이번 일로 인해 완전히 피바가자를 쓰는 것 같군.”
“하지 않을 것입니까?”
“할 수가 없잖아. 마리아노란 성은 쉽게 쓰는 것이 아니야. 그자가 암흑가의 일을 하면서 그런 성을 쓰는 것은 두 가지의 의미가 있지. 하나는 마리아노란 성을 쓸 자격이 있는 검사이고 두 번째는 암흑가에서 써도 마리아노가문에서 제지할 사람이 없다는 의미야. 즉, 마리아노 가문에서 그를 이길 실력자가 없다는 의미이지.”
챈스는 마리아노란 의미를 알 정도로 검사의 세계를 알고 있었다. 그러니 어떻게 할지 더 고민이기도 했다. 이런 암흑의 세계에서 호세 마리아노란 자가 가족을 내보이지 않는 이상 약점이 없었다. 그것을 알기에 챈스는 더욱 나서기가 꺼려졌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술러파 상단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거기다 레드고블린까지 적대적으로 변할 거요. 결국 대장이 뭔가 한 가락 해도 당할 수는 없을 거요. 더구나 귀족들까지 날뛰면 경비대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요.”
러프는 챈스에게 마음대로 할 상황이 아니라고 경고를 했다.
“둘 다 무너질 수도 있지.”
그런 말을 하는 순간 챈스와 러프는 순간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검을 빼들었다.
“제법 시류를 아는 자 같더니 지금의 행동을 철부지 같군.”
호세 마리아노의 모습으로 변한 사이먼은 그들 앞에 나타나서 그렇게 말을 했다. 챈스는 눈앞의 남자가 누구인지 순간 파악을 했는지 검을 다시 꽂더니 자리에 앉았다. 러프란 자도 눈치는 있는지 역시 검을 꽂더니 자리에서 비켜나서 챈스의 뒤로 가서 섰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하지. 이번에 가만히 있다가 다 끝나면 내 밑으로 들어와라.”
“그렇게 하도록 하겠소이다.”
챈스는 순순히 그렇게 말을 했다. 반항을 하거나 조건을 내걸 것이라 생각했는데 순순히 굴복을 하니 오히려 이상했다.
“그러면 그렇게 알고 가지. 너희들 소문이 좋지가 않아 그냥 지우려고 했는데 너희들 대화가 흥미로워서 조금 들었는데 말귀가 통할 것 같아 생각을 바꿨다. 그렇게 알고 허튼 생각하지 말기를 바란다.”
호세 마리아노가 말을 마친 후에 다시 사라지자 챈스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함부로 말을 하다가 아직 돌아가지 않고 듣고 있다면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흠, 이 정도 수준일 줄은 예상을 못했는데 최소 내가 예상한 수준보다 한 단계 이상이군.”
호세 마리아노란 자는 온전한 마스터 이상이 분명했다. 그의 집무실에는 반쪽짜리 마스터나 6서클 마법사는 감청도 불가능하고 소리 없이 접근하지도 못했다. 두 가지를 다했으니 상대는 온전한 마스터 이상이라는 말이었다.
“이 사실을 알면 근위기사단에서도 움직일 수가 있습니다.”
러프가 오히려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말을 했다. 너무나 실력이 뛰어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런 실력자가 등장하면 황궁에서 움직여 제지할 수 있었다.
“아니, 황궁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이 알 정도로 흔적을 남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레드고블린 수뇌부는 소리 없이 제거가 될 것이다.
아울러 술러파 상단은 레드고블린의 수뇌부가 사라지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협상에 나설 것이다.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똑같은 꼴을 당할 것이다. 그리고 호세 마리아노는 잠적을 하겠지. 그러면 이 사건은 다시 미궁에 빠지고 황도의 암흑가나 상계는 난장판이 벌어지고 만다.”
그렇게 말하고 챈스는 안부편지 형식으로 된 레트논 술러파 상단의 대외협력부장이 보낸 서신을 불태워버리고 말았다.
이틀 후에 레드고블린이라는 암흑가의 조직과 앤들러스 파가 합병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챈스의 예상과 달리 레드고블린의 두목인 밀러스를 비롯한 수뇌부는 순순히 항복을 했다.
물론 이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진 것은 없었다. 그들은 호세 마리아노를 총두목으로 인정하고 산하조직으로 편입이 된 것이다. 그 과정이야 어떻든 외부적으로는 평화적으로 타협이 이루어졌다.
사실 레드고블린과 앤들러스 형제파는 그 크기 자체가 비교할 수가 없지만 대등하게 통합을 하기로 했다. 물론 두 조직은 별도의 지휘체게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고 필요할 경우에 총두목의 지시에 의해 협력하기로 했다.
아울러 다시 이틀 후에 술러파 상단에서 오히려 챈들러 상단에 사과와 더불어 손해를 배상하면서 화해가 이루어지기까지 했다. 순식간에 호세 마리아노는 황도인 로바니아의 실력자 중에 하나로 부상을 하게 되었다.
다시 이틀 후에 챈스 패거리가 호세 마리아노의 친위대로 편입이 되면서 마침내 암중에서 진행된 암흑가의 쟁패가 막을 내렸다. 물론 그 사이에 레드고블린의 두목인 밀러스가 블루문의 두목과 만나서 현재의 구역을 준수하기로 약정을 하기도 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자 로바니아의 귀족과 상인들이 그동안 이루어진 변화에 주목을 했지만 사실 그들이 아는 것은 암흑가의 전쟁이 벌어졌고 서로 협의를 통해 화해를 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관리나 귀족이나 상인들은 그들과 적지 않게 연관이 되어 있기에 특별한 사건이 없이 봉합이 되자 그냥 조용히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굳이 이면 세계에서 일어난 일을 들추어서 문제를 만들지 않았다.
술러파 상단의 단주인 레노악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집무실을 빙빙 돌고 있지만 현재의 답답한 속을 풀어줄 방도가 없었다. 상황이 이상하게 꼬인 탓에 굴복을 하여 안위를 보장받았지만 그런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의 우군이라고 할 수 있는 레드고블린이나 챈스 패거리마저 호세 마리아노란 인물에게 굴복한 상황이라 손을 쓰기가 어려웠다.
만일에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경비대 같은 곳을 끌어들이다가는 어떤 일을 당할지 몰랐다. 그렇다고 유력한 귀족에게 의탁을 하여 보호를 받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 일을 하려고 하다가는 먼저 당할 수가 있었다.
‘지분의 30%마저 강탈을 당하고 말았다.’
총두목인 호세 마리아노는 몇몇 대리인을 시켜 그의 상단지분을 넘겨받았다. 물론 아직도 40% 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다른 지분의 소유자가 다들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라 문제는 아니지만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몰랐다.
‘검만 아는 싸움꾼이라 생각했는데 상업이나 행정에 대해서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단순한 암흑가의 인물이라기 하기에는 지나치게 아는 것이 많다. 쉽게 생각했다가는 오히려 모든 것을 다 빼앗기고 만다.’
호세 마리아노와 만난 것은 잠깐이지만 그의 식견을 엿볼 수 있었다. 그 자리에 있는 자들 중에 호세 마리아노의 말을 이해한 사람은 그밖에 없었다. 단순히 검만 아는 무식한 인간이 아니라 상계마저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지금의 상황이 상단을 남에게 빼앗길 수 있는 위기이지만 3대 상단으로 도약할 기회일 수도 있다.’
사실 30%의 지분을 뺏겼지만 그냥 빼앗긴 것이 아니라 대가를 지불했다. 제 가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에 근접한 가격이기도 했다. 그것을 재투자하면 상단의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거기에 레드고블린이나 챈들러 상단과의 거래를 통해 매출도 증대될 수가 있고 전보다 불이익을 당할 여지도 훨씬 줄어들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3대 상단을 넘볼 수도 있었다.
사이먼은 로바니아에 그저 정보나 수집할 조직을 만들 생각이었지만 너무나 일이 커지자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다다익선이라 생각했고 나중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생각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조직을 정비해 나갔다.
‘적국인 제국의 심장부에 이적단체를 하나 결성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로바니아를 난장판으로 만들 수 있다.’
사이먼은 별다른 의심을 받지 않으면서 비밀기지를 확충해 나갔다. 암흑가의 조직에서 비밀기지를 만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에 그런 기지를 확충하는 것을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곡물을 사재기할 필요가 있어.’
전쟁을 하려면 곡물이 필요했다. 역으로 말하면 곡물의 가격이 오른다는 것을 의미했다. 더불어 곡물의 가격이 오르면 전쟁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그만큼 비용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했다.
‘아울러 무기를 만들려면 금속도 필요하지. 역시 그것도 적절하게 구매를 하여 이득을 취할 필요가 있지.’
사이먼은 자신이 확보한 제국 재무성의 채권을 환전할 필요도 있어 그것을 꺼내어서 투자를 했다. 그냥 아공간에 두어서는 종이쪼가리에 불과하기에 사용할 필요가 있었다.
사이먼은 챈들러 상단과 술러파 상단을 동원하여 물건을 매입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로바니아의 물가는 전반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자네에게 이 자금의 운영을 맡기도록 하지.”
레드고블린에서 사채를 담당하는 자를 불러 가진 자금의 절반을 넘겼다.
“주로 귀족이나 상단을 상대한다고 했지?”
“물론입니다. 아무리 못해도 100골드가 기본 거래 단위인데 평민은 감당이 불가능합니다.”
“혹시라도 악성채무자가 발생하면 알려주게.”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에게 돈을 빌려가서 떼먹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역적으로 몰려 잡혀가지 않는 이상 못받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어쨌든 자금의 규모가 더 커진 만큼 각별히 신경을 써서 문제가 없도록 하게.”
사이먼은 사채가 위험은 하지만 받을 수만 있다면 가장 확실한 치부수단 중에 하나이기에 피할 생각은 없었다. 이런 사채의 좋은 점은 사업을 확장하는 수단이 된다는 점이었다. 채무자가 돈을 꾸어 가서 갚지를 못할 경우 상단이라면 차압을 하거나 최소한 지분이라도 양도를 받았고 그렇게 하여 사업을 확장할 수가 있었다.
(끝)
영지 마법사
사이먼은 헬로이안이 자신을 흑마법사로 만들었던 것을 기억해 내어 그 방법을 응용하여 마법사들에게 서클을 두 개씩 만들어 주었다. 물론 흑마법사의 마나 고리가 아니라 일반 백마법사의 마나 고리였다.
마정석을 사용하면 되기에 크게 무리가 가는 일은 아니었다. 사이먼은 그들을 등장시켜서 얻을 득이 클 것이기에 서둘렀다. 시간이 더 가기 전에 그들을 등장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들은 마법을 빠르게 익혀 나갔다. 5서클까지는 직접 마법을 수련했던 자들이기에 잠재의식에 그런 기억이 있는지 빠르게 마법을 익혀 나갔다. 고작 3개월 만에 3서클을 마스터하였고 4개월이 지나자 모두 4서클 엑스퍼트가 되었다.
그들의 나이가 20대 중반이기에 그들 나이에 맞는 성취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빠른 것은 마찬가지였다.
“너희들의 수준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지만 지금이 사람들 앞에 나타나기에 적당하다.”
그들은 기억을 삭제한 상태에서도 자신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만큼 이름에 대한 강한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이름은 원래대로 치렌, 그리안, 스플리아, 레모스로 부르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주군.”
사이먼은 일반적인 가신이 부르는 호칭인 주군이란 이름을 사용하도록 했다. 영주님이란 호칭보다 그런 호칭을 사용하게 하여 사이먼 개인에게 속한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넬론 경, 여기는 내 가신인 네 명의 마법사이니 내가 준비해 놓으라던 거처로 안내해 주게.”
사이먼은 그들을 위해서 마법실험실을 갖춘 저택을 마련하도록 했고 마법사의 도움을 받아서 얼마 전에 완공이 되었다. 그들은 출처 불명의 마법사로 등장을 하게 되었다.
사이먼은 자신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마법사가 생겼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 그들에 대하여는 그저 자신이 아는 마법사에게 부탁을 받아 맡기로 했다는 설명으로 넘어갔다. 그렇다고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따지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의 등장으로 마탑들은 긴장을 했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는 않았다. 20대 중반의 4서클 엑스퍼트는 상당히 뛰어난 마법사이기는 했지만 그런 존재가 없는 것은 아니었고 그보다 더 어린 케인스 같이 더 일찍 그런 수준이 된 마법사도 많았다.
사이먼은 이들을 위해 하이드 마나 마법이 걸린 반지를 만들어 주었다. 그들의 서클이 어느 정도인지 7서클의 마법사가 아니라면 알아 볼 수가 없도록 해놓은 것이다. 나중에 서클이 올라갈 경우에도 서클을 낮춰서 알려지도록 안배를 한 것이다.
물론 8서클 이상의 마법사가 작정하고 나서서 검사를 하면 사이먼이라도 감추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런 경우에야 어쩔 수가 없었다.
마탑에서는 그들에 대해 상당히 관심을 보였지만 그저 사이먼의 말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알아낸 것은 같은 마법사의 밑에서 공부를 하다가 사이먼과의 친분 때문에 온 것만 알려졌고 사람들은 그들의 이름만 알 수가 있었다.
그들은 이미 사이먼에게 5서클 마법까지 기억전이대법으로 주입을 받은 상황이기에 마법의 성취는 빠르게 이루어질 것이 분명했다.
사이먼은 그들이 수련을 해야 한다는 명목 하에 간단한 일을 시켰다. 영지를 개척하는데 매일 두 사람씩 번갈아서 지원을 해주도록 했다.
그들은 다른 마법사들과 달리 시키는 일에 대하여는 아무리 귀찮은 일이라도 불만이 없이 수행을 했다. 그들에게는 마법사의 자존심 따위는 없었고 사이먼의 명령이 모든 것이었다. 그렇기에 다른 마법사가 기피하는 잡일이나 공사장의 일을 주로 수행했다.
그들이 가세하면서 영지개척은 상당히 빠르게 진척이 되었다. 나무뿌리를 제거하는 일도 디그 마법을 사용할 경우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그러나 마법사에게 그런 일을 시키면 화를 내기 마련이었다.
고작 2서클 마법이지만 저서클 마법사는 몇 번 사용하지 못하고 마나고갈 상태가 되었고 고서클 마법사는 그런 일에 마법을 사용하라고 하면 자신을 무시한다고 화를 내기 일쑤였다.
4서클 마법사인 그들은 2서클 마법인 디그를 30회 정도 쉬지 않고 사용할 수가 있었다. 둘이 번갈아서 사용을 하면 오히려 일하는 사람들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연속적으로 작업을 할 수가 있었다. 더구나 공사장에서 필요한 각종 마법을 사용하여 작업을 보조해 주니 3~4배는 빨리 진행이 된 것이다.
이런 사이먼의 지시를 따르는 마법사들은 빠르게 마나홀이 확장되어 영지에 온지 고작 두 달이 지나지 않아 모두 5서클의 마법사가 되었다. 마나고갈이 될 정도까지 저서클 마법을 연속으로 사용하니 빠르게 서클이 올라간 것이다.
사이먼은 그들에게 4서클 마법까지만 사용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들이 4서클 마법사로 알려진 상황이니 한동안 그런 상태로 있도록 할 생각이었다.
그들은 사이먼의 지시에 무조건 순응하는 편이라 굳이 그렇게 하는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태양의 마탑의 트라칸 총지부에서는 그간 진행된 일을 가지고 지부장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제2의 마탑 건립을 목표로 지부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지에 이상한 마법사가 나타난 것은 예상하지 못한 일입니다.”
트라칸 반도에 설치된 지부 중에 가장 먼저 생긴 제2지부 지부장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을 했다. 지부장은 보통 5서클 마법사가 맡고 있었다.
“그들 수준이 4서클 정도라고 했는데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사르디안이 불만이 있어 보이자 대수롭지 않는 일이라는 표정으로 이유를 물었다.
“그게 그들이 공사장에서 인부들과 같이 일을 하고 있는데 잡부나 다름이 없이 온갖 일을 다 하고 있습니다.”
“잡부처럼 일을 하여 마법사의 권위를 완전히 추락시키고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의 경우에는 일이 있으면 건건이 출장을 나가는데 그들은 하루 종일 공사장에서 디그 마법부터 경량화마법까지 사용하지 않는 마법이 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3 지부장도 불만이 있는지 역시 동조를 했다.
“그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이기에 하루 종일 마법을 사용한다는 말입니까? 저서클 마법이라도 사용할 수 있는 마나에는 한계가 있는데 말이요?”
사르디안의 질문에 마법사들이 달리 말을 하지 않고 눈치만 보았다.
“내가 살폈는데 하이드 마나가 걸린 물품을 사용하는지 수준을 알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총부지부장을 맡고 있는 에거드 장로가 그렇게 말을 했다. 6서클 엑스퍼트가 알 수 없다는 것은 7서클 이상의 마법사가 만든 하이드 마나가 걸린 마법물품을 사용한다는 의미였다.
“흠, 그렇다면 5서클 정도라는 말일 수도 있는데 이십대 중반의 나이에 5서클이라면 대단한 것이 아니요? 하지만 마법사의 경우에는 외모로 나이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실제는 40대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르디안은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기에 그렇게 말을 했다. 40대라도 20대의 외모를 가진 마법사가 많았다.
“한데 어디 출신인지 마법만 보아서는 알기가 애매합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마법을 보면 왕립마탑의 마법 같기도 하고 일부는 우리 마탑의 마법 같기도 합니다.”
에거드 장로가 그렇게 말을 했다. 그는 지부장들의 불만이 많아지자 직접 공사장에 가서 한동안 염탐을 하기까지 했었다.
“같은 마탑의 마법도 마법사마다 다 다른데 전개한 마법을 보고 사승을 파악하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있다고 하여 무슨 큰 문제가 없다면 굳이 문제를 일으킬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그들이 하는 일은 공사장에서 하는 일인데 우리가 그런 일까지 하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사르디안은 지부장들이 가진 불만을 알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가지고 문제 삼기도 애매해 모른 척 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우리는 영지의 일에서 소외가 될 수가 있습니다.”
태양의 마탑의 지부장들로서는 자신들이 마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우위를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까 걱정이 되었다.
“전속마법사가 있는 영지도 꽤나 있으니 그것은 문제가 아니요. 이 문제는 더 이상 거론하지 마시오.”
사르디안은 그런 것과 경우가 조금 다르지만 더 이상 논란을 만들기 싫어 거론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버렸다. 하지만 역시 자신이 나서서 확인할 필요가 있어보였다.
오렐리어스 후작은 사람을 보내어 사이먼의 의중을 듣고 싶어 했다.
“저번에 로크 왕국 주재 통감을 교체하여 상황을 반전시킨 계책을 제안했다고 들었습니다. 평소 만나고 싶었는데 오늘에서야 만나게 된 것 같습니다.”
사이먼은 오렐리어스 후작의 보좌관인 페르난도 자작이 찾아오자 그렇게 인사를 했다. 그도 통감부임의 건과 그 후에 진행된 전쟁에서의 기여한 바가 커서 자작으로 승작을 했다.
“사실상 그런 생각은 어느 정도 정세판단만 한다면 생각할 내용이었습니다. 그런 일을 처리할 능력을 가진 유능한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한데 무슨 일로 나를 찾아온 것입니까?”
사이먼은 페르난도 자작의 방문이 의외라서 그 용건을 물었다. 물론 현안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긴 하지만 제국이나 로크 왕국의 상황이 다급한 것은 아니었다.
“현재 사비올라의 상황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로크 왕국과 아국의 관계도 악화일로에 있습니다.”
통감으로 나간 자부터 주재관들이 엉망이니 원성이 자자하고 양국 관계가 좋지 못했다.
“그거야 통감의 부적절한 처신이 문제이니 적절한 인사로 교체하고 주둔군의 문제도 역시 일벌백계하는 식으로 수습책을 만드는 등의 적절한 대응을 하면 해결이 될 것입니다.”
부당한 처사를 강요하는 가운데 그냥 로크 왕국이 순응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한 일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런 것을 알면서도 시행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달리 방도가 없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실행할 의지가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왕국의 많은 사람이 그것을 알면서도 고치려고 하면 오히려 반발하는 실정입니다.”
사이먼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자신이 나설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건 단 한 사람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였다.
“그런 문제는 차치 하고 제가 온 것은 앞으로 전쟁이 날 경우 어떤 역할을 하실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야 작전계획을 수립하여 단계별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내 처지를 안다면 간단합니다. 사실 전쟁이 날 때 대제후가 되어 있다면 더 행동에 제약을 받겠지만 개인적으로 왕국의 영토가 침공을 당한다면 바로 참전을 하도록 하죠. 그러나 그 절차는 적절하게 밟아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참전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이먼은 마음 같아서는 그냥 다른 대제후들과 같이 행보를 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왕실에서 받은 호의가 크다고 생각하여 그 정도로 대답을 했다.
“그러면 영토가 위험한 상황이 되면 현재 데모닉 백작이 맡고 있는 사령관의 자리나 그에 상응하는 자리를 마련하여 출정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우도록 하겠습니다.”
사이먼은 다시 전쟁에 나가야 하는 것이 내심 마음에 걸렸지만 그것이 그의 본분이라는 생각에 감수하기로 했다.
아울러 페르난도 자작이 현재 계획하고 있는 작전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그 작전을 본다면 가급적이면 로크 왕국과 동맹을 맺어 제국을 상대하는 것이었지만 사실 그 부분은 그리 실현 가능성이 높지가 않았다.
사이먼은 사르디안이 찾아오자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 모습에 사르디안은 먼저 어떻게 말문을 열어야 할지 몰랐다.
“마법사를 가신으로 받아들였다면서요?”
그 방도를 고심해도 적당한 방법이 없어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들어갔다.
“지인으로부터 그들을 거두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스승 밑에서 마법만 배우느라 세상 물정을 몰라 제게 앞날을 부탁한다고 해서 거두기로 했습니다. 적당히 독립할 시점이 되면 독립을 시켜야겠지요.”
“5서클 마법사를 키웠다면 그 스승도 상당히 고명한 마법사 같습니다.”
사르디안은 스승이 누구인지 궁금하여 혼잣말을 하듯이 툭 말을 던졌다.
“저도 그분의 경지를 잘 모릅니다. 지금이야 마법사의 경지도 얼추 맞추지만 십여 년 전에 만났을 때야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그저 그들 편에 서신만 보내와서 그들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사이먼은 그렇게 신비주의 전략을 취하기로 했다. 그런 수준의 고위 마법사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것이 이상하지만 세상의 마법사 중에 숨겨진 마법사도 많았고 그런 괴짜 마법사가 하나둘도 아니니 그렇게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사이먼이 그런 마법사를 알고 있다고 해도 그리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가신으로 5서클 마법사가 넷이나 들였으니 어지간한 일은 외부의 도움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허공에 마법을 전개하는 것보다 그것이 효율이 높을 것도 같고 영지에 도움도 될 것이니 한꺼번에 두 가지 득을 볼 것 같습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5서클 마법 정도에 불과하니 그리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막상 받아들였는데 그 스승의 부탁대로 마법을 어떻게든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하여 공사장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라는 지침도 있었고 말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