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58
권능 획득 (3)
“중간계의 수호자라면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런 명칭이 생소했지만 그 역할에 대해서 물었다. 데미갓을 그런 식으로 지칭하는 것 같았다. 외계의 침입자를 상대해야 하는 것은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데미갓이 아니라면 차원을 이동하는 자를 상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기다려라, 마왕이 나타날 때까지. 그렇지 않으면 그냥 인간으로 조용히 살아야 한다. 마왕을 제거한 후에 크로이엘의 인정을 받은 후에야 너는 나에게 와라. 마왕을 제거하면 크로이엘은 너를 인정해줄 것이다. 당장은 서로 부딪칠 일이 없으니 말이다. 그 전에는 의미가 없다.”
사이먼은 고민이 되었다. 신성마저 상실해가는 데빌론의 상황이 보였기 때문이다. 마왕이 마왕의 권능을 잃고 그 아래 마족으로 변하고 있었다. 물론 도와줄 수도 있지만 사이먼에게는 의미 없는 일이었다.
“나중에 보자.”
또한 데빌론을 흡수하려고 하면 흡수할 수 있지만 그것이 의미가 없는 행위라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 강해질 것이지만 그것은 오히려 자신에게 독이 될 것이 분명했다. 전에는 그것을 알지 못했지만 이제는 알 것도 같았다.
차라리 늦더라도 자신 스스로 수련하여 신성, 즉 권능을 키우는 것이 나았다. 너무 과도한 힘의 흡수는 오히려 독이 될 수가 있었다. 아울러 그것을 마신 트랄리온이나 주신 크로이엘이 알게 되면 강림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사이먼은 자신의 새로운 신분인 호세 마리아노의 이름으로 마련한 저택의 집무실에서 휘하에 거둔 다섯 개의 조직에서 올린 각종 정보를 열람하고 있었다.
‘단순히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 생각이었는데 너무나 규모가 거창해지고 말았다.’
로바니아에서도 커다란 세력을 장악하자 사이먼은 원하는 정보 이상을 수집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막상 그런 조직을 만들자 다른 목적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 전신 시몬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린다.’
사이먼은 종교에 대해서 고민을 하다가 제국에서 일종의 포교를 하기로 했다. 본격적인 종교가 아닌 유사 종교로 출발을 하기로 했고 자신의 신격을 얻기 위해 소문을 이용하기로 했다.
신이 되기 위해서는 권능을 키워 신격을 얻는 것도 필요하지만 한편으로 신도가 필요하기도 했다. 휘하의 권속이 많을수록 신의 힘이 그만큼 강해졌다.
그러나 자신이 신이라고 한들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하려면 뭔가 기술적인 조작이 필요할 것 같았고 고심하여 그 방안을 마련하였다.
“제국이 로크 왕국을 통합해야 그것을 바탕으로 에카테리나 왕국까지 진출을 할 수 있는데 사이먼 후작이 문제입니다.”
앤들러스 형제 중에 형인 프라다 앤들러스가 그렇게 사이먼이 원하는 말을 했다. 제국의 사람이라 결국 제국 중심의 사고관을 가지고 있었다. 제국이 왜 이겨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승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었다.
“흠, 제국인의 입장에서야 그렇지만 무도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사실 그의 강함을 닮고 싶네. 그는 전신 시몬의 화신이 아닌가 싶네.”
사이먼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자신이 구상한 것을 언급하였다. 신으로서 신격을 형성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인간을 신이라 하면 믿지 않을 것이기에 다른 방법으로 신으로 만들어야 했다.
“전신 시몬이요?”
“어디선가 그런 신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군. 내 생각에는 사이먼 후작이 전신 시몬의 환생일 것이라 생각하네.”
암흑가의 제왕으로 등장한 호세 마리아노가 사이먼이 전신 시몬의 화신이라고 말하자 심복이기를 자처하는 두 형제는 바로 전신 시몬에 대해 물었다.
“전신 시몬은 검과 마법을 익혀 반신의 경지에 들었고 종국에는 전신이라는 신이 되었다고 하네. 사이먼 후작은 이름도 비슷하고 거기에 무위마저 초인의 경지를 벗어나 이제 반신의 경지에 들었으니 그럴 것이라 생각하네.”
앤들러스 형제는 반신반의한 표정이지만 호세 마리아노에게 반박하지는 않았다. 다음날 사이먼은 자신의 모습을 본뜬 흉상을 하나 만들어서 전신 시몬의 동상이라고 하여 응접실 한구석에 놓았다.
물론 여기에는 자신의 권능을 최대한 부여하여 신기로서 작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가 직접 권능을 부여했으니 당연히 일반적인 성물보다 성력이 강했다.
이런 일은 제국만이 아니라 로크왕국과 에카테리나 왕국에서도 같이 진행이 되었다. 그 나라에도 호세 마리아노처럼 그가 활동하기 위해 만든 신분이 있었다.
“전신 시몬의 흉상이다. 듣기에 전신 시몬의 힘이 자연스럽게 깃들어 있다고 한다. 그의 가호를 받으면 수련이 잘되고 진전이 빨라진다는 말도 있다.”
사이먼은 호세 마리아노의 권위를 빌어 전신 시몬을 자신의 휘하 조직에 알리기로 했다. 크로이엘 교단이 있기에 처음부터 사이먼 자신을 추종하는 종교로 나서는 것은 이단으로 몰려 포교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 살아있는 사람을 신으로 추종하는 것은 사이비종교로 분류를 했다.
일반 종교의 포교는 문제가 없지만 사이비종교는 법으로도 엄금을 했다. 처음부터 사이비종교로 탄압을 받지 않도록 우회할 필요가 있었다.
“신전에서 신상을 접하는 것처럼 느낌이 이상합니다. 진짜 신상인 것 같습니다.”
“진짜로 전신 시몬이 있는 것입니까?”
사이먼은 두 형제가 뭐라고 하건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저택에서 일하는 자들이나 앤들러스 형제나 앤들러스 파의 인물들은 전신 시몬의 존재를 긍정하기 시작했고 흉상에 권능을 부여한 사이먼은 그것을 차츰 느낄 수가 있었다.
신앙의 첫 번째 단계인 존재의 긍정이 진행이 되었다. 권능을 지닌 존재로 인정을 받는 것이 시작이었다. 신으로 인정을 한 이후에야 믿음의 단계로 접어들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신의 권능을 보이는 이적의 단계로 접어들면 믿음의 단계로 넘어가지만 자칫 잘못하면 사이비종교로 오인 받을 수 있기에 섣불리 시도할 수가 없었다.
사이먼은 어떻게 하면 존재의 긍정을 굳건한 신앙으로 바꿀까 고민을 했다. 신격을 얻기 위해서는 신으로 대접해 주는 신도가 있어야 가능했다. 그렇지 않으면 데미갓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물론 그렇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지만 막연하게 그럴 것 같았다.
로바니아에는 무려 2만 명에 가까운 인원이 전신 시몬의 존재를 알게 되었지만 사비올라와 로칸시티에는 조직이 그리 크지가 않아 알게 된 자들은 고작 500여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제국과 두 왕국의 암흑가는 모든 소문의 근원지였고 차츰 전신 시몬의 존재와 사이먼이 전신 시몬의 환생이자 화신이라는 이야기가 급속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아울러 무도를 추구하는 검사나 싸움에 자신이 있는 자들을 중심으로 전신 시몬을 추종하는 무리가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암흑가에는 그런 사람이 넘쳐나는 곳이기에 더욱 빨리 전파가 되었다. 아울러 그 화신이라는 사이먼에 대하여도 막연한 동경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제국에서는 네 명의 초인이 단 한명에게 패배한 것이 내내 자존심이 상했는데 사이먼이 전신 시몬의 화신이라는 말에 오히려 그 사실을 더욱 쉽게 받아들였다.
인간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화신에게 이길 수는 없다는 논리가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네 명의 초인이 패배한 것은 당연하고 그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논리였다. 그것으로 상처 입은 그들의 자존심을 회복하려고 했다.
반면 사비올라나 로칸시티에서는 사이먼이 전신 시몬의 후신이기에 네 명의 초인을 이기는 것은 당연하며 그런 사이먼이 있는 이상 제국의 야욕은 달성될 수 없다는 이야기가 퍼져나갔다. 같은 이야기이지만 각국의 상황에 맞도록 약간씩 다르게 전파가 되었다.
이렇게 하여 전신 시몬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기지의 사실로 만들어 나갔고 여기에 더불어 사이먼을 전신의 화신이나 환생으로 자리매김하여 종교화의 초기 단계를 위한 신격화의 작업이 진행되었다.
전신 시몬과 사이먼을 분리한 것은 살아있는 인간의 경우에 신격을 획득하기가 쉽지 않기에 전략적으로 분리를 하였다. 가상의 존재에 신격을 부여하고 일체설에 입각하여 나중에 그 자리를 사이먼이 다시 차지하는 우회 전략을 취한 것이다. 물론 이름도 사이먼의 고어인 시몬으로 하여 나중에 현재의 발음법인 사이먼으로 정정할 생각이었다.
앤더슨은 스타니엘 자작의 휘하에서 기사로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생활을 해야 했다. 거기서는 정해진 일만 하면 되었기에 생활이 단조로웠는데 엘칸토르 영지에 오면서 하루하루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일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방벽 주변에 몬스터 사냥터를 만들고 사냥을 하도록 하는데 차라리 조금 더 멀리 사냥터를 운영하면 방벽은 좀 더 안전하지 않을까요?”
주로 크라인과 같이 일을 하는 편이었고 최종적으로 크라인의 승인을 받아서 일을 했다. 몬스터 사냥에 대하여도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것이 많았다.
“그럴 수도 있지만 그만큼 몬스터 사냥을 하는 용병들이 위험해진다. 몬스터가 갑자기 많아지면 사냥기지를 비우고 철수하여 방벽을 수비하고 그러는 사이에 증원이 되어 증가한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사냥기지가 방벽에서 멀어지면 그들이 철수하기 어려워지고 고립을 당할 수도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아주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또한 너무나 넓게 사냥터를 유지하는 것은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하나는 너무 사냥터가 넓어 사냥꾼이 위험해 지는 문제가 있다. 다른 한 가지 문제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걸려 있고 함부로 언급하기 곤란한 면도 있으니 생각해 보아라.”
앤더슨은 간단히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는 말에 고개만 가로 저었다. 몬스터 사냥기지 하나에도 여러 가지 복잡한 면이 존재했다. 영지를 운영하는 것은 그런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모든 것을 결정해야 했다.
“그리고 앞으로 한두 달 후면 너나 나나 정신없이 움직여야 하니 그 동안 영지의 행정이나 운영에 대해 많이 알아두어라.”
“추수가 끝나고 날이 차가워지면 역시 이곳도 몬스터가 많아져 출동해야 하나요?”
앤더슨은 아직 겨울을 지내지 않았기에 겨울에 진행되는 몬스터와의 전쟁을 잘 몰랐다.
“영지가 독립영지가 되면서 기사를 100명 넘게 충원했지만 그렇게 많은 숫자는 아니다. 보통은 영지 곳곳에 흩어져 영지 경비병을 지휘하고 있지만 몬스터가 늘어나는 가을이 되면 총 20명의 기사를 하나로 모아 다섯 개의 기동대를 편성하고 휘하에 200명의 강한 병사를 배속시켜 다섯 군데에서 대기하도록 하고 있다.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할 경우 그들이 방벽에 대기하고 나도 출동을 하여 싸운다.”
“형은요?”
“출동을 하기는 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나서지 않는다. 언제 영지를 비울지 모르고 전쟁에 나갈 수도 있기에 돕지 않고 가급적이면 기사들과 용병들의 힘으로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형이 없어도 영지가 유지되도록 한다는 말이군요. 한데 형이 몬스터와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
앤더슨은 사이먼의 실력이 궁금하여 크라인에게 물었다.
“수백 마리의 몬스터가 몇 번의 공격에 정리가 되었다. 몬스터를 몰고 온 마스터급 몬스터인 오거가 단 한 칼에 쓰러지더구나. 마스터들도 버거워할 몬스터를 너무나 쉽게 정리를 했다. 기세를 내뿜으니 몬스터가 두려움에 떨고 그 자리에 얼어붙어 칼질을 해도 도망을 치지 못하더라.”
크라인의 말에 앤더슨은 믿어지지가 않아 멍한 표정이 되었다. 사이먼이 강하다는 소문이 들려도 과장이 된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런 말을 냉철한 크라인에게 들으니 더욱 믿어지지가 않았다.
“너도 수련에 집중하여라. 벽을 넘는 것이 어렵겠지만 보다 많은 것을 배우려고 하다보면 어느 순간 한 단계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크라인의 말에 앤더슨은 멍한 표정이 되어 고개만 끄덕거렸다. 아직 엑스퍼트 상급인 앤더슨은 마스터는 되어야 영지를 개척할 수 있어 보였다.
사이먼은 달라진 자신의 능력 때문에 매사에 조심했다. 수련을 하면서도 전보다 더 조심을 하였다. 자칫 생각만 잘못해도 재난이 벌어질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권능의 크기를 키우면서 조절하는 능력을 향상시켜야 했다. 그것을 위해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노력했다. 지금은 마가렛이 아이를 낳기 위해 산실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그 소식을 듣고 온 어머니 엘레나와 장모인 조안이 산실 안에 들어가 있었다.
“걱정할 것 없다. 애가 타겠지만 느긋하게 기다려야 할 것이다. 나도 너를 낳는다고 할 때는 무척 조급했지만 앤더슨을 낳고 애니카를 낳는 것을 볼 때는 크게 적정을 하지 않았다.”
크라인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을 했다.
“그렇게 되겠죠.”
사이먼은 마음을 다스리면서 말을 했다. 마음의 평화가 깨진 상황에서 말을 내뱉다 보면 권능마저 이상하게 발현이 되는 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조심해야 했다.
사이먼은 그저 무념무상의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했고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자 마침내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사이먼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산실 안의 기척을 살폈다. 아이나 엄마나 모두 건강했다. 사이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자 산파가 밖으로 나와서 아들이라는 것을 알리고 아이나 산모, 둘 다 모두 건강하다는 말을 전했고 사이먼은 안으로 들어가서 정화를 전개하면서 아이에게 축복의 마음을 전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