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6
각자의 길 (1)
스타니엘 자작이 6서클 마법을 익히는 와중에도 영지 개척 작업은 계속 진행이 되었고 가끔 시간을 내서 상황을 보고받았다. 방벽작업은 겨울이지만 많은 인원을 동원하자 빠르게 진행이 되고 있었고 방벽작업이 끝난 곳은 이주민이 살 집을 짓고 경작지의 일부를 개간하기 시작했다.
이런 개척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당장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어야 했다. 영지에서 1년간 거두는 세금에 필적할 규모의 자금이 투입이 되어야 했다. 그런 자금이 풀리자 상인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워낙 오지에 있는 영지이기에 인근 영지에서 오는 정도였다.
“개척지에는 총 일곱 개의 거점 마을을 만들 계획입니다. 그 마을마다 100명가량의 방벽을 경비하는 경비병을 운용할 생각입니다. 또한 몬스터 사냥 캠프를 인근에 설치하여 사전에 몬스터를 소탕할 계획입니다.”
아르센 기사단장이 영주관을 방문하여 현재 상황을 보고했다.
“봄이 오면 경작지를 개간해야 하니 그 전에 방벽 작업이나 이주민들의 주거지 작업을 마무리 짓도록 하게. 그리고 내가 전에 말했듯이 숙련된 용병을 경비대장으로 선임할 생각인데 후보자들을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하도록 하게. 그들이 원한다면 기사로 서임할 것이니 그것을 활용하면 능력 있는 자들을 회유하는데 도움이 될 거야.”
“알겠습니다. 용병 중에 정착을 원하는 자들이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기사 작위까지 준다면 자유기사들이 대부분 응할 것입니다.”
“하지만 용병들은 돈을 더 많이 벌기를 원하기도 하고 어디에 얽매이기를 싫어하는 경우도 있으니 강압하는 것은 좋지 않네. 그러니 굳이 싫다는 자들까지 강압하지는 말게.”
스타니엘 자작은 굳이 원하지 않는 자까지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여 끌어들이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런 경우가 종종 발생해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귀족들은 거절을 당하는 것 자체를 참지 못해 앙갚음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무리한 행위로 서로 원한이 쌓여 나중에는 가문이 멸문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거절에 앙심을 품고 대상자와 가족에 앙갚음을 하고 그로 인해 원한에 사무친 용병의 보복이 이어지는 일도 벌어졌다.
“그리고 파라이라 남작이 다른 영지와 협의하여 농노를 계속 이주시킬 것인데 외부에서 사람이 들어오면 영지의 치안이 불안정해 질 수가 있으니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도록 하게. 특히 암흑가의 인물들이 발호하지 않도록 내부단속을 철저히 하게. 기사와 경비대가 제 역할을 하면 그런 자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지만 허튼 짓을 하는 순간 영지는 엉망이 되고 마니 그 점을 유의하게.”
스타니엘 자작의 지적에 아르센 기사단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냥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유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럴 가능성 자체를 사전에 발본색원하라는 의미였다.
크라인은 아르센 기사단장을 만나서 총 일곱 개의 마을과 인근에 있는 관문을 책임질 경비대장을 새로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말을 하는 이유는 크라인이 자격이 되니 지원하라는 권유였다.
“영지의 기사로 서임해준다는 말입니까?”
“그러하네. 기사가 되면 수입은 용병의 절반도 되지 않겠지만 언제까지 용병으로 떠돌 수는 없지 않은가?”
아르센의 말에 크라인은 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거절을 해도 귀족의 체면이 있기에 그 자리에서 할 수는 없었다. 그럴 경우 적당한 구실을 만들어야 했다.
“일단 보름 정도 여유가 있으니 생각을 해보게. 물론 그 전에 일곱 자리가 다 채워지면 하고 싶어도 어려우니 빨리 대답을 해주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크라인은 얼마 전에 죽을 위기를 넘긴 상황이라 은퇴를 할지 고민 중에 있었다. 아직 은퇴할 나이는 아니지만 더 용병 생활을 한다고 해도 돈을 조금 더 버는 것 외에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러니 관문 경비대장을 하라는 것은 상당히 끌리는 제안이었다. 거기에 덤으로 기사로 서임을 해준다고 하니 신분도 보장이 된다고 할 수 있었다. 더구나 아무리 자신은 용병을 했지만 자식들은 보다 나은 신분을 물려주고 싶기도 했다.
평민이 기사가 된다고 해도 바로 귀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3대가 연속적으로 기사가 되면 그 때는 준귀족으로 대우를 받고 그 후에 가끔씩 한두 명이 기사만 되어도 일종의 기사가문으로 남을 수가 있었다.
아들인 사이먼이나 앤더슨을 보면 충분히 대를 이어 기사가 될 자질은 충분했다. 그 이후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더구나 영주인 스타니엘 자작을 보면 그 밑에서 기사를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았다.
“저는 용병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한 곳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요.”
사이먼은 크라인의 말에도 용병을 하겠다는 말을 했다.
“내가 기사이니 너는 실력만 되면 쉽게 기사로 서임이 될 것이다. 굳이 힘들게 용병을 할 이유가 없다.”
“용병이 위험하다는 것은 압니다. 그러나 아버지 옆에서 영지병이 되거나 몬스터를 사냥하는 용병으로 남는다면 검술에서 발전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용병이 되더라도 우리 영지에서 다른 영지로 왕복하는 일을 한다면 다를 것도 없다. 상단호위란 몬스터와의 전투, 산적들과의 전투의 연속일 뿐이다. 수련할 시간도 부족하다.”
“알고 있습니다. 만일에 아버지가 영지에 정착을 한다면 이번 기회에 활동하는 지역을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영지의 기사로 있다면 편리한 점도 있겠지만 불편한 상황도 자주 벌어질 것입니다. 등급이 오를수록 저도 불편하고 아버지도 불편할 것입니다. 용병 등급이 오르면 나중에 다른 곳으로 갈 생각입니다.”
“영지를 아예 떠나겠다는 거냐?”
“아버지가 용병으로 있어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아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득이 되기도 하지만 용병 같이 험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그리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이먼의 말에 크라인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이먼은 기사단에 수련기사로 들어갈 처지도 아니었다. 수련기사가 되려면 최소한 2~3년은 기사단의 시동으로 훈련을 받고 그 후에 지금의 나이에 수련기사가 되어야 했다.
사이먼의 상황에서 그런 것은 불가능했다. 나중에 A급이 되어 용병을 그만두고 기사로 서임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도였다. 그렇게 하려면 용병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어디로 갈 생각이냐?”
“아버지가 영지에 정착하는 것을 보고 난 다음에 결정할 것이지만 서부나 남부로 갈까 합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한 것은 없습니다. 이번에 교대를 하면 길드에 가서 의뢰를 받을 생각입니다. 몇 번 의뢰를 하면서 여기저기 다녀보고 어떻게 할지 결정할까 합니다. 용병은 근거를 옮기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니 차차 결정할 생각입니다.”
사이먼의 말에 크라인은 말을 하지 않고 왜 저런 생각을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수도 출신인 크라인이 오지인 피오르드 영지에 온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다.
‘고아원 출신들이 나로 인해 피해를 받지 않기를 바랐지. 더구나 고아원 출신 선배 용병들도 부담이 되기도 했고. 용병등급이 올라도 여전히 선배노릇을 하려고 하는 경우도 많았고. 맘에 들지 않아도 치고 박고 싸울 수도 없었으니. 아울러 거기서 알던 모든 사람들과 얽혀 내 뜻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것도 싫었고.’
크라인은 사이먼이 자신을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그러했다. 어쩌면 성향이 아주 비슷했다. 더구나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남에게 잘 말하지 않았다. 그런 것도 상당히 비슷했다. 그렇기에 서로 필요한 말이 끝나면 할 말이 없어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크라인은 아르센 기사단장에게 제의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하고 피오르드 영지에 정착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근무지는 영주님이 면담을 한 다음에 정해준다는 말입니까?”
“그러하네. 형식적이겠지만 최종적인 등용여부도 영주님이 판단을 하실 것이네. 그러나 자네의 경우에는 결격사유가 없으니 무난히 기사서임을 받을 것이네. 면담은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질 것이니 그렇게 알게. 달리 원하는 것이 있는가?”
“없습니다. 하지만 딸린 식구가 있으니 그 부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크라인은 팔로스 마을에서 새로 개척한 영지로 가족들을 데리고 가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렇게 하려면 충분한 토지를 확보해야 했다. 아울러 그곳이 안전하다는 확신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경비대장이라면 반드시 가족을 데리고 가야할 수도 있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상황을 보면서 결정할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네. 경비대장이 가족을 데리고 있는 것이 모두에게 믿음을 주겠지만 지금은 황량한 곳에 데리고 갈 상황은 아니니. 식구를 데려가더라도 어느 정도 개척이 진행되고 안정이 된 후일 것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네.”
사실 경비대 문제로 인해 기사단 내부에서도 말이 많았다. 영주인 스타니엘 자작이 외부에서 기사를 영입하여 배치한다고 하자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일부는 개척지의 일부를 봉토로 받을 수 있기를 바라기도 했다. 그 문제로 술렁거리기도 했지만 위험한 곳에 식솔들이 이주하는 문제로 인해 유야무야 사라지고 말았다.
며칠 후에 크라인은 영주관으로 불려가서 스타니엘 자작을 만났다. 전에 한 번 안면이 있기에 그리 긴장된 분위기는 아니었다. 지원자들을 한 사람씩 면담하는 것 같았다.
“용병 길드의 자료를 보면 용병이 처음 된 것은 왕도인 사비올라이던데 어떻게 해서 이런 오지까지 온 것인가?”
스타니엘 자작은 크라인에 대한 신원을 확인하다가 사비올라 출신이라고 해서 그 사실에 주목을 했다. 스타니엘 자작도 얼마 전까지 수도에 있었으니 더욱 궁금하기도 했다.
“제가 고아 출신입니다. 물론 어릴 적에 아버지나 어머니가 있었지만 두 분이 변을 당하고 한순간에 길거리를 떠돌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라면 30여 년 전인데 혹시 계승전쟁에서 변을 당한 것인가? 기사 집안이었는가?”
크라인의 나이를 보면 그 시기일 것 같아서 물었다. 혹시라도 기사출신이라면 서로 원한 관계가 있을 수도 있었다. 그것은 서로 피하는 것이 좋았다.
“계승전쟁에 휘말린 것은 맞지만 평민이었습니다. 부모님이 외성의 상인지구에서 장사를 했는데 주변에서 전투가 벌어지게 되어 휘말렸고 가게 겸 집에 불이 났습니다.
부모님과 여동생 하나는 변을 당하고 저만 운 좋게 살았지만 모든 것이 다 사라지게 되어 한순간 거지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친분이 있던 상인이 천사의 집이란 고아원에 보내주어 그곳에서 자라게 되었습니다.”
“천사의 집이라? 그곳은 스타리안 남작부인이 운영했던 고아원이 아닌가?”
“나중에 용병이 된 후에야 그분이 실질적으로 운영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한데 왕도에서 용병으로 활동하면 돈을 벌기가 좋았을 텐데 왜 이곳까지 온 것인가? 오히려 지방에서 활동하는 용병들은 등급이 오르면 어떻게든 왕도로 옮겨 오는데.”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습니다. 외성의 시장구역만 보면 화도 나고 말입니다. 왕도를 떠나 여기저기 떠돌다가 결혼을 했고 그러다가 몬스터 사냥에 참가를 했는데 여기가 오지라도 살기가 괜찮은 것 같아 옮겨 오게 되었습니다.”
크라인은 사실을 말했지만 전부를 말 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자세한 사정을 다 말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내가 수도에 있을 때에 스타리안 남작부인과 제법 친분이 있었네. 서로 나이도 비슷했고 말이야. 이미 나이가 있어 몇 년 전에 고인이 되었지만 말일세. 천사의 집 출신 용병들이 꽤나 많지. 원생들이 용병이라도 하라고 애들을 제법 체계적으로 가르쳤던 것으로 아네.”
“그렇습니다. 저도 아홉 살에 들어가서 6년 이상 검술 훈련을 했습니다. 나중에야 천사의 집이 네 곳이나 더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크라인은 천사의 집이 가진 진실한 얼굴을 어느 정도 알지만 모른 척 말을 했고 스타니엘 자작도 그에 대하여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 부분은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었다.
“한데 아들이 어린데 벌써 마나유저라고 들었네.”
그런 말에 크라인은 사이먼을 말하는 것인가 하다가 어리다는 말에 사이먼이 아닌 앤더슨을 말하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앤더슨은 마나유저가 되자 온 동네에 자기의 성취를 자랑했다. 그 덕에 사이먼은 오히려 소드댄서로 소문이 나게 되었다. 어린 동생은 마나유저가 되었는데 두 살이나 나이가 많은 사이먼은 되지 못한 것이 다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동생보다 못한 형이 된 사이먼의 고난이 시작되기도 했다.
“둘째 애가 마나친화력이 좋은지 일찌감치 마나유저가 되었습니다.”
“이번에 재주가 좋은 아이들을 모아서 영지에서 일할 일꾼으로 만들어 보려고 하는데 그 애를 보냈으면 하네.”
“그 애가 철이 없어서 영주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염려가 됩니다.”
“아이는 아이다워야지. 시간이 흐르면서 철이 들고 재능을 꽃피우는 것이지.”
크라인은 앤더슨이 걱정이 되었지만 영주가 원하는 상황에서 보내지 못한다고 할 수가 없었다. 거기서 예상과 달리 잘 풀릴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