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61
사이먼 교단 (2)
알 리시온 추기경은 목걸이를 보면서 이를 뿌드득 갈았다. 누구의 소행인지 바로 알 수가 있었다. 그렇게 경고를 했는데도 따르지 않고 마침내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사이먼이 했다고 증명할 길이 없었다. 더구나 이런 모든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사이먼과의 연관성을 증명해야 했다.
설사 연관성을 증명해도 그것이 왕국이나 각 영지에서 정한 법도를 어겼다는 것을 밝혀야 하는데 단순히 크게 가격도 나가지 않는 목걸이를 팔았다고 하여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우상숭배와 관련이 있다고 해도 처벌할 근거가 없었다.
이단이라고 하여 파문을 하는 것은 오히려 더 도움을 주는 행위가 될 수가 있었다. 자칫 신전이 무리하게 행동하여 명분만 상실할 수도 있었다. 그런 의미라면 마법사들도 모두 이단으로 지정하여 파문을 하여야 했다. 간단한 마법 아티팩트도 판매를 금지해야 했다.
“무슨 생각이란 말인가? 이면에 설마 내가 모르는 그 어떤 것이 존재한다는 말인가?”
알 리시온 추기경은 신을 추종하는 존재이지만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 광신도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사이먼이 신의 증표라고 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지게 된 것이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 스스로 신성을 품어 권능을 발휘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흑마법사의 무모한 발악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찌 인간이 데미갓이 된다는 말인가? 이는 교리에 합치되지 않는 사실이다. 뭔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알 리시온 추기경은 크로이엘교의 교리에 오류가 없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사이먼 후작의 경우에는 교리와 어긋나는 면이 많았다.
‘마법사나 흑마법사나 검사나 모두 궁극에 이르면 신에 준하는 수준이 될 수가 있고 그런 존재를 데미갓이라고 한다. 인간이 신이 되는 것, 이 사실은 교리에서는 결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실 크로이엘 교단에서 데미갓은 그분의 권속 중에 앞에 선 칠대 천사장들뿐이다.’
알 리시온 추기경은 교리를 의심하는 것은 신성력의 감소로 이어지기에 두려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인간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인력으로 막을 수는 없었다.
‘데미갓이 나중에 진정한 신이 될 수도 있는 것인가?’
크로이엘 교단의 교리는 주신은 크로이엘이고 마신은 트랄리온이라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어떻게 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단, 하나의 예외는 오직 창조주인 가온의 의지에 의해 신성을 부여받는 것이 유일했다. 그러나 스스로 데미갓이 되는 경우가 발생하니 그런 절대적인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흑마법사인 헬로이안의 농간일 수도 있고 사라진 사악한 종자가 돌아오기 위한 계략일 수도 있다. 하지만 흑마법사가 권능을 모방할 수는 없다. 권능을 가진 존재에게 거리상의 제약은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인간 세상에서 대적할 존재는 사실 없다고 봐야 한다.’
결국 교단의 능력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로이엘의 계시를 사이먼에게 전달했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분명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사실상 제제할 방도가 마땅치가 않았다.
‘문제는 전신 시몬이라는 이름이 세간이 퍼져 이제 전신 시몬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고 믿는 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더욱 교묘하게 시몬이란 이름이 사이먼이란 이름의 고어라는 사실마저 퍼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알 리시온 추기경은 신의 조건은 세 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신성과 신도가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 두 가지가 있다면 마지막 신을 받드는 교단은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생각했다. 한 번 종교로 형성이 되면 쉽게 무너지 지가 않았다.
‘시몬을 믿는 자들이 생겨나고 시몬교단마저 형성이 된다면 신이 되는 모든 조건이 달성이 된다.’
그 순간 사이먼이 무엇을 노리는지 알게 되었다. 자신을 믿는 시몬 교도를 양성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시몬교도가 융성하게 되면 사이먼의 권능은 그만큼 커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크로이엘 교단은 위축될 수가 있었다. 궁극적으로는 시몬 교단과 크로이엘 교단이 세상을 놓고 격돌할 수도 있었다.
‘더 심각한 것은 종교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전신 시몬을 추종하는 자들은 보통 용병이나 기사처럼 무력을 지닌 자들이 많았다. 그들에게 어떤 제재를 가하려고 하면 결국 반발이 일어날 것이고 끝내 종교전쟁이 벌어질 수가 있었다.
지금까지 크로이엘 교단은 수도 없는 사이비종교를 처리하여 왔지만 이번처럼 실체를 가지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서 세를 확장하는 경우는 없었다.
보통 사이비교주가 있었고 대부분 사악한 마법사나 흑마법사가 그런 일에 나서고 혹세무민하여 교도들의 재산을 갈취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걸 경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 보통이었고 처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너무나 조직적이고 어떤 금전적인 이득을 노린 것이 아니라 그저 전신 시몬의 존재만 부각시키는데 주력하면서 달리 어떤 불법이나 반인륜적인 행위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 신전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물론 교도들에게 허위이고 이단이라고 선언했지만 그것은 신전 안에서나 통용되는 이야기였다.
교황은 제국이나 로크 왕국, 에카테리나 왕국에서 보고된 전신 시몬의 출현으로 인해 고심을 하고 있는 가운데 기도실에서 기도를 하다가 계시를 받게 되었다.
‘사악한 존재가 신성을 범하려고 하고 있다. 성전에 나서 사악한 자를 불태워야 한다.’
교황은 계시를 받은 후에 오히려 암담해졌다. 누가 사악한 존재인지 적시하지 않고 성전에 나서라고 하니 더욱 근심이 커졌다. 그렇다고 하여 그냥 방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결국 계시를 받았다고 밝히고 전신 시몬을 추종하는 무리를 이단으로 선포하여 추종하지 말 것을 알리고 신도들 사이에 이에 대한 언급 자체를 금하도록 했다.
아울러 이단심판관을 동원하여 성전에 나서도록 했다. 성전에 나서는 이단심판관에게 내린 명령은 더욱 구체적이었다. 전신 시몬을 말하거나 그 증표를 가진 무리는 사악한 존재이니 모조리 불태우라는 명령이었다.
이단심판관들에게 내린 명령은 사실상 제국이나 각 왕국의 법을 무시하라는 명령이나 마찬가지였다. 왕국군이나 영지의 경비병을 대동하지 않고 누구도 함부로 폭력을 행사할 수가 없는데 이런 행위는 암흑가의 인물과 이 단심판관의 정면적인 대립으로 이어지게 하였다.
“누구 맘대로? 댁들이 경비대요?”
이단심판관들이 들이닥치자 레드고블린의 조직원들이 모여 있는 막사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권능이 부여된 물건을 찾는 것은 이단심판관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그들에게 당한 조직원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 결국 레드고블린 조직원들의 심기도 편치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경비대도 대동하지 않고 쳐들어 온 것은 이단심판관들의 실수였다. 사실 경비대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어떤 지침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경비대가 움직일 수는 없기에 거부를 했다.
이단심판관들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단자들을 처단하기 위해 나섰고 결국은 암흑가의 인물들이 저항을 하는 통에 칼부림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나 둘 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서로 살상을 하는 정도의 일은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런 일이 세 나라의 왕도에서 벌어지게 되면서 난리가 나고 말았다. 이단심판관들의 논리는 분명 크로이엘 교도의 교리에 의하면 정당했지만 각 국의 법도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었다. 쳐들어가서 숫적 열세에 의해 결국 붙잡힌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경비대가 영주나 정당한 절차에 의해 법을 집행하는 것을 제외하고 어떤 자도 먼저 폭력을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었다. 설사 암흑가의 조직일지라도 명백한 불법행위가 없는 이상 권리를 보장해주어야 했다.
그런데 이단심판관이 무작정 나서서 폭력적으로 살해하려고 하거나 억압을 하였으니 법적으로는 보호를 받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암흑가는 한 번 약점을 잡으면 야비할 정도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이 그들의 습성이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자 친분이 있던 귀족들까지 움직여서 압박을 했다.
더구나 이단심판관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떳떳하게 생각하고 있기에 그 모든 것을 당당하게 밝히고 말았다. 그러니 세속의 경비대로서도 처리하기가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한 마디로 이단심판관의 행위는 그저 증표 하나를 착용하고 있다고 무조건 죽이거나 붙잡아 가려고 한 불법행위였다.
세상에 가장 야비한 존재들이 바로 암흑가의 인물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먼저 공격하다가 붙잡혀 경비대에 끌려간 상황이 벌어졌으니 이단심판관을 지휘하는 신전으로서도 난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속의 법도를 가지고 달려드는 암흑가의 인물을 종교의 잣대로 대응을 하니 그들의 행위는 광신도에 의한 난동이 되고 말았다.
결국 신전에서는 온갖 방도를 동원하여 세속의 법도에 따라 보상을 하고 나서야 이단심판관을 경비대에서 꺼내올 수가 있게 되었고 신전은 그저 작은 목걸이 하나를 가지고 사람을 죽인다고 헛소리를 하는 집단이 되고 말았다.
사이먼은 수련실에 앉아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세 나라의 이단심판관의 활동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세속의 법도를 무시한 행위로 인해 암흑가의 인물들이 현재 유리한 국면을 조성했지만 그것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당장 롤랑 사제의 요청에 답을 해야 한다.’
사이먼은 크로이엘 교단의 요구에 응할지 아니면 응하지 않을지 결정해야 했다. 사이먼이 전신 시몬의 환생이고 화신이라는 것에 대하여 사이먼의 입장을 밝히라는 것이 그 요지였다. 그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말을 하라는 요구였다.
신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결국 신성의 하락을 가져오는 일이었다. 데미갓도 그런 것이 적용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한 마디로 사이먼에게 거짓말을 하건 아니건 신이 되려는 의지 자체를 버리라는 통첩이었다.
‘이는 건방지기 짝이 없는 행위이지. 영주에게 그런 요구를 하다니. 굳이 대답할 가치가 없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그런 요구를 한 것은 크로이엘 교도를 움직일 명분을 쌓기 위해서이다.’
사이먼이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간단했다. 그냥 그런 것에 대해 응답할 이유가 없다고 거부하면 되었다. 그러나 그 후에 사이먼에게 온갖 압박을 가할 것이 분명했다. 신도들을 이용하여 이단이라 성토하면서 영지민을 선동할 수도 있었다.
‘후후, 그렇게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 오히려 그렇게 해준다면 다행이지.’
사이먼은 바로 영지의 중요 관리와 기사들을 불러 모아서 신전에서 행한 요구사항을 밝혔다. 이는 아군을 만들기 위함이고 명분을 쌓기 위함이었다. 아울러 신전과 연관이 되지 않기 위한 방도였다.
사이먼은 왕국과 귀족의 법도를 내세워서 크로이엘 교단에서 자신에게 부당한 요구를 한다고 공표를 했다. 이런 것에 답할 의무가 없다는 내용을 그 자리에서 말해 비공식적으로 거부하는 것을 공표하였다.
신전은 사이먼이 답할 이유가 없다는 내용으로 사실상 거부를 하자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압박을 하였지만 사실 의미가 없는 짓이었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신전이 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신전이 사이먼을 압박하기 위해서 귀족과 기사들을 설득하려고 했는데 그들도 신전의 입장에 동조하기보다 반대의 입장에 섰기 때문이다. 왕국의 법도와 어긋나게 개인의 종교마저 관여하는 것은 과도한 간섭이기 때문이었고 그들도 그런 상황에 직면할 수 있었기에 동조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에카테리나 왕국의 왕실이나 귀족은 이 일에 대해 개입하지 않으려고 했다. 사이먼을 두둔하여 신전과 척을 지기도 싫었고 그렇다고 신전에 동조하여 사이먼과 대립하는 것도 두려웠기 때문이다.
신전에서 신도들에게 사이먼이 이단이라고 말을 해도 그저 그런 이야기를 하는가 보다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미 몇 번 이상한 소문이 났던 것으로 인해 교단에 대한 불신감만 커지게 되었다.
여기에 은근히 크로이엘 교단이 제국에 교황청을 두고 있고 그곳에서 발원한 것을 이유로 제국에서 사이먼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이상한 음모를 꾸몄고 그것에 교황청마저 동조하여 탄압한다는 소문마저 돌아 에카테리나 왕국의 신도들마저 교단에 대한 불신이 커져갔다. 신앙과 국가라는 선택에서 신앙보다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엘칸토르 영지에서 롤랑 사제의 영향력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영주인 사이먼을 압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오히려 사이먼에게 그런 요구를 했다는 자체가 알려지면서 신전의 무례함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더구나 왕실이나 귀족이나 신전의 요구사항을 듣게 되면서 반응이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신전에서 신도들에게 그런 요구를 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하나의 영지를 다스리는 영주에게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은 실로 무례한 요구였다.
이런 일을 용납할 경우에 자신들도 그런 상황에 직면할 수가 있다는 사실에 대놓고 성토하지는 않아도 사이먼이 했던 것처럼 그런 자리를 만들어서 입장을 밝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일이 벌어지니 신전의 상황은 더욱 곤혹스럽게 변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크로이엘이 아닌 전신 시몬을 믿을 것이다.”
이단심판관의 행위에 반감을 가진 자들이 총두목인 호세 마리아노의 부추김에 의해 마침내 시몬교도가 되겠다고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홧김에 서방질이라고 이단심판관과 신전에 대한 반감이 마침내 배교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종교라면 교리가 존재해야 했고 경전이 있어야 했기에 종교로서 기틀을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것을 알기에 사이먼은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