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65
흑마탑의 몰락 (3)
알 리시온 추기경은 흑마탑이 완전히 붕괴되고 흑마법사와 탑주인 릴케온이 모조리 실종이 되고 흑마탑의 만행이 만천하에 알려지자 입장이 곤란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흑마탑에 대한 마탑과 왕실의 토벌주장을 막아온 상황에서 그들의 악행이 공개가 되었으니 신전에서 그들의 악행을 비호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더구나 왕실에서 흑마탑의 악행을 비호한 자들이 있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면서 그간 흑마탑에 관련된 문제에 관여한 자들을 추적하기 시작하니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신전에 우호적인 자들이 그 일로 인해 입장이 곤란해지면서 정치적인 영향력이 극도로 축소되기 시작했다.
신전의 입장을 대변하던 열혈신도들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자 그들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그간 신전에 관련된 일이 생기면 두 손을 걷어 부치고 나선 상황이라 여기저기서 미운털이 박힌 상황이니 그냥 지나가지 않았다.
노예사육장이 밝혀지면서 인륜을 저버리는 짓을 한 것은 소환마법사나 일반 흑마법사나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들을 암중에서 비호한 것으로 인해 신전이 입장이 난처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노예의 문제이기에 마탑에서는 양해를 한 것이 아닙니까? 한데 지금에 와서 입장을 바꿔 모르는 일이라는 식으로 발뺌을 하면 우리만 곤란해 지지 않습니까?”
알 리시온 추기경은 바로나 탑주를 보면서 항의를 했다. 마탑에서 입장을 바꿔 비난하는데 동참하자 힘의 균형이 무너져 일방적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소환마법사들의 경우 제물을 이용한 소환은 향후 금지할 것이라 말을 했고 그렇기에 석년의 흑마법사 토벌에서 제외가 된 것이 아닙니까? 그 사실을 신전에서 보증한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한데 여전히 그들은 인간을 제물로 이용하여 소환을 한 것이 아닙니까?”
바로나 탑주의 말에 알 리시온 추기경은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흑마법사의 토벌을 할 때에 소환마법사를 제외하면서 신전에서 내세운 조건이 있었는데 흑마탑에서 인간을 제물로 사용하는 것은 금지하기로 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노예의 경우에 인간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여 암묵적으로 최소한의 소환은 인정하기로 했었다. 그것에 대하여 양해를 한 것이라는 말이지만 마탑은 모른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흐음, 왕립 마탑의 입장이 그렇다면야 어쩔 수가 없지만 이단과의 전쟁은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이단과의 전쟁이라니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인륜을 저버린 무리가 또 있다는 말입니까?”
바로나 탑주는 슬쩍 옆에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케피라 탑주를 보면서 반문을 했다. 크로이엘 교단에서 이단이라 할지라도 인륜을 저버린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경우 마탑은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내보였다.
알 리시온 추기경은 바로나 탑주의 말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 되었지만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마탑이 흑마법사의 토벌에 나선 것은 크로이엘 교단에서 주장하는 죄목 중에 단 하나 반인륜적인 범죄자들을 처단하기 위해서였다. 그 외의 것은 항상 죄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신의 신성을 넘보는 것이 죄가 아니라는 것입니까?”
알 리시온 추기경은 화가 나서 바로 그런 질문을 던졌다.
“왕국의 법도에 신이 되겠다고 노력하는 것을 처벌하는 조항은 없습니다. 물론 혹세무민하여 재산을 가로채거나 인신을 구속하면 처벌을 받지만 말입니다. 신이 되려고 한다고 처벌한다면 모든 마법사들도 경지를 높이려고 하고 검사들도 경지를 높이려고 하는데 그런 노력 자체가 죄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
알 리시온 추기경은 상대가 마법사라는 것을 잊고 말을 한 사실을 깨닫고 난감했지만 이미 내뱉은 말이었다. 신성을 범하는 문제는 항상 마법사와 신관의 입장이 달랐다.
마법사는 누구라도 신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고 그것은 죄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오히려 인간이라면 향상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반면 크로이엘 교단은 그런 생각 자체가 불경한 것이라면서 금기시하고 있었다. 신도들에게도 항상 크로이엘에 대한 복종심을 강조하면서 그의 도구로 사용되어지는 것에 대하여 영광스럽게 알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차이로 인해 항상 신전과 마탑은 협조를 하면서도 대립을 하고 있었다.
전에 흑마법사의 토벌을 하면서 신전은 흑마법사가 신성을 넘보는 문제를 제일 큰 죄로 적시하려고 했지만 왕실과 마탑의 반대로 인해 결국 인륜을 저버린 범죄만을 단죄하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면 사이먼 교도에 대한 마탑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알 리시온 추기경은 바로 그 문제를 제기했다.
“그 문제는 크로이엘 교단에서 나설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법에 누구도 어떤 종교를 가지건 자유이고 그 종교가 인륜을 저버리는 일을 하거나 세상의 법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허용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알 리시온 추기경은 케피라 탑주가 일반론을 펼치면서 반박을 하자 결국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고작 10브론즈도 되지 않은 목걸이를 50브론즈에 파는 것은 사기죄가 아닙니까?”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30브론즈짜리 목걸이를 10실버를 받는 것은 아니니 그리 비양심적인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순간 알 리시온 추기경은 얼굴이 빨갛게 변하고 말았다. 크로이엘 교단에서 판매하는 ‘신앙의 목걸이’의 가격이 10실버인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 목걸이도 원가를 따지면 고작 30브론즈 정도면 제작이 가능했다. 물론 대신관이 성력을 부여했지만 그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거야 본 교단에서 신도들에게 주는 것은 신성력이 부여가 된 것이 아닙니까?”
“내 듣기에 사이먼 교에서 파는 것도 고위 흑마법사가 마나역류를 할 정도로 파사의 기운이 깃들어져 있고 마법사나 검사의 경우 활력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바로나 탑주가 그렇게 한 마디를 던졌다. 물론 신성력을 가진 사제가 지닐 경우 신성력의 감소나 붕괴가 일어나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그것을 말할 경우에 알 리시온 추기경이 발작을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마탑의 경우에도 각종 마법 아티팩트를 파는데 사실 원가로 따지면 10배, 100배의 이득을 보기도 합니다. 다 그게 마법사의 공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 마법사들도 천하의 사기꾼일 것이고 세상에 많은 공인들이 다 그런 경우가 될 것입니다. 검장의 경우에도 원가야 고작 3골드인데 명검이라 하여 몇 백 골드씩 받기도 하니 말입니다.”
케피라 탑주가 말을 하자 알 리시온 추기경은 자신들의 우위가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전처럼 마탑이 신전이라고 하여 양보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확연히 드러났다.
마법사들은 원래부터 신을 추종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대부분 신의 존재는 인정하지만 스스로 신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기존에야 그런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는데 이제는 아예 대놓고 말을 하고 있었다. 신전의 권위가 그만큼 추락했다는 반증이었다.
흑마탑이 사라진 에카테리나 왕국에서 알 리시온 추기경의 입장이 곤란했지만 그리 문제는 아니었다. 이미 흑마탑이 사라졌으니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제국의 교황청에 있는 교황과 각 추기경들의 입장은 실로 곤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노예사육장 문제를 어떻게 합니까? 이 문제로 인해 마탑에서 흑마탑의 만행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말입니다.”
노예라고 하여 인간이 아닌 것은 아니었다.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교황청의 입장도 난감한 상황이었다. 암묵적으로 소환마법사들이 제물을 사용하여 소환하는 것을 용인하여 왔지만 공식적으로는 금지하여 왔다.
그것을 마탑에서도 알고 있었고 지금까지 문제를 삼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에카테리나 왕국에서 흑마탑이 무너지고 노예사육장이 공개되자 입장을 바꿔서 토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결국 교단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모든 흑마법사를 다 토벌하겠다는 것이 황실과 마탑의 입장입니다.”
교황은 황실과 마탑에서 신성을 범하는 문제는 인간의 법에 저촉이 되지 않기에 처벌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면서 흑마탑의 문제에는 바로 나서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이 오만하게 신이 되겠다든지, 다른 사악한 신을 추종하는 것이 훨씬 더 큰 죄라는 입장인데 세속에서는 그것을 죄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 세속의 법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그들의 입장에서 주신 크로이엘과 마신 트랄리온을 제외한 어떤 신도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흑마탑에서 소환을 위해 노예를 희생하는 것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니었다. 미천한 존재가 신의 영광을 위한 도구로 희생이 되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오히려 사이먼 교도들을 다스리는데 황실과 마탑이 공동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들은 신성을 넘보고 크로이엘의 존엄을 훼손하는 존재로 용서할 수 없는 이단자들이었다.
“이단자들의 처단은 미적거리면서 신을 추종하는 마신의 사도는 겁도 없이 토벌하겠다니 세상의 종말을 고하려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교단의 입장은 그들의 죄상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기에 달리 논할 수가 없다고 하면 될 것입니다.”
교황이나 교단 중심에 있는 자들은 신을 위한 거룩한 헌신은 영광스러운 일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렇기에 마신을 위해 제물이 되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며 크로이엘의 영광을 위해 역시 모두가 헌신하는 것도 당연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찮은 노예를 신의 사도를 소환하는데 희생시키는 것은 크게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흑마탑이 인륜을 저버리는 행위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세상을 지탱하는 한축인 마신을 부정하는 행위는 응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단정하듯이 교황이 말을 했지만 몇몇 추기경의 표정은 그리 밝지가 않았다. 그들도 자신들이 이율배반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상당수는 크로이엘 교단의 교리가 너무나 비인간적이고 냉혹하며 모든 것이 크로이엘 중심으로 되어 있는 것을 절감하고 있었다.
“에카테리나 왕국의 흑마탑에서 마왕의 강림이 이루어졌지만 역소환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로크 왕국이나 제국에서마저 역소환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세상을 지탱하는 한축이 완전히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마계의 영향력이 감소하여 중간계에 신계의 영향력마저 감소하는 일이었다. 이는 결국 사제의 신성력 감소로 이어질 수가 있었다. 그렇게 되면 크로이엘 교단의 위축을 불러올 수가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악신이 탄생할 전조라고 봅니다. 사악한 종자를 몰아낸 이후에 지상에 그런 악신은 존재하지 않았는데 이런 변란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지금부터 악신을 처단하는데 교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악신이 주신의 신성을 침범하기 위해 꾸민 모략일 것입니다.”
교황의 얼굴에 광기마저 어리고 있었다. 교황의 이런 언행은 크로이엘의 권능이 발현하는 것이기에 주신 크로이엘의 뜻이라고 할 수가 있었다. 멀리 신계에 있는 크로이엘은 자신의 사도인 교황을 통해서 모든 것을 살피고 있었다. 그렇기에 교황은 반쯤 크로이엘의 의지에 침식이 되어 광기를 내보이고 있었다.
플라스콘 제국 흑마탑의 노예사육장은 에카테리나 왕국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폐쇄가 되었고 그곳에 있던 노예를 모조리 살해하고 깨끗하게 청소하여 죄를 은닉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런 후에 흑마탑에서는 지금 당장은 사육장에 노예가 없으니 자신들의 죄가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저런 자들이 신의 사도라니!’
사이먼은 그 사실을 알게 되자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 제국의 일은 제국에 맡기려고 했던 당초의 생각을 버리고 직접 응징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뻔뻔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내가 중간계의 수호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저런 행위를 용납할 정도로 나는 자비롭지 못하다.’
사이먼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검을 빼어들고 사방에 자신의 권능을 퍼뜨렸다. 그런 권능이 공간을 장악하자 흑마탑에 있는 자들 중에 고위 마법사들은 이상함을 깨닫고 결국 그동안 모아 놓은 인혈을 이용하여 마족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사이먼은 몰래 침투하여 흑마법사를 제거할 수 있지만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서 마족을 소환하도록 했다. 소환된 하급마족이 몰려나오자 사이먼은 검을 휘둘렀다.
전에는 하급 마족도 처리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한칼에 한 마리의 마족을 처리해 나갔다. 열 마리 가까운 마족이 동시에 나타났지만 빠르게 정리를 했다.
그렇게 하급 마족이 모두 사라지자 이제 중급마족이 나타났다. 이미 에카테리나 왕국의 흑마탑이 무너진 것을 알기에 제국의 흑마탑에서는 사전에 마족을 소환할 수 있도록 만전의 준비를 해놓아 마족들이 훨씬 빠르게 소환이 되었다.
‘제국의 흑마탑은 마왕 리바돈을 추종한다고 했던가?’
마왕 리바돈은 거미형태의 마물로 강림이 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물론 그것이 사실인지 확인을 할 수는 없었다.
‘마계는 셋이란 숫자를 너무나 좋아한다. 세 마왕은 트랄리온이 마왕일 당시에 삼공작이었다고 했던가? 마신의 자리에 트랄리온이 오르고 두 마왕 중에 엔비론은 흡수를 했고 데빌론은 도망을 쳤다고 했지.
그 덕분에 마신이 크로이엘에 비해 조금 약하다고 했다. 그들은 그 당시에 권능을 획득하지 못한 드래곤들을 처치하는데 악명을 떨쳤다고 했다. 나중에 마왕 트랄리온이 마신이 되고 기존의 두 마왕이 사라지면서 그들이 세 마왕의 자리에 올랐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