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69
정령을 부르다 (2)
사이먼이 정령친화력을 가진 사람을 찾아낸 지 3개월 만에 마가렛을 제외하고 첫 정령사를 배출할 수가 있게 되었다. 첫 정령사는 브리앙이라는 나이 열여섯이 된 소년이었는데 불의 하급 정령 샐러맨더를 소환했다. 이후에 하루나 이틀의 간격으로 하급 정령사가 탄생하기 시작했다.
하급 정령을 소환한 정령사는 영지 개척 작업에 마법사와 같이 투입이 되었다. 기존의 마법사들과 더불어 그들이 가세하자 영지 개척은 더욱 속도를 냈다. 영지에 나와 있는 태양의 마탑 소속의 마법사들은 정령사가 등장하자 모두 놀람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신전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정령력의 증가가 신성력의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신족이나 마족은 정령을 소환할 수가 없고 오직 중간계의 존재만이 정령을 소환할 수가 있었다.
또한 마족이나 천족을 소환하는 소환마법사는 정령을 소환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정령은 마족이나 천족과 공존할 수가 없다는 의미였다.
그러니 그들은 정령계의 존재가 달갑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과 상극이니 정령을 소환하지 못하도록 하고 싶었다. 그러나 달리 명분이 없기에 적극적으로 방해하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정령력은 인간의 영력을 강하게 해주는 면이 있기에 이계의 신인 크로이엘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면도 있었고 나중에 정령력이 상승하여 상급정령 이상의 정령을 소환할 경우 신족이나 마족에 버금가는 강함을 보일 수가 있기에 껄끄럽게 생각했다.
“정령사가 탄생한 이상 정령 소환도 아카데미에서 가르치도록 합니다. 마법처럼 특수학과로 재능을 가진 자를 색출하여 입학시키도록 합니다. 이미 정령을 소환할 수 있을지라도 정령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도록 입학이 가능하도록 할 것입니다.”
사이먼은 정령사들이 하급 정령의 소환이 가능해지자 마침내 아카데미의 과정에 정령학까지 포함을 시켜서 개설하기로 했다. 교수요원은 따로 두지 않고 정령을 소환할 수 있는 12명의 정령사가 학생 겸 조교로 학습을 도울 수 있도록 했다.
반면에 정령을 소환하게 되자 마탑은 상당한 관심을 보이면서 엘칸토르 영지에 사람을 보내 그 실상을 조사를 하도록 했다. 사이먼은 외부에서 찾아 온 마법사들이 정령을 연구할 수 있도록 협조를 했고 나중에 시간이 흘러 충분한 숫자의 정령사가 탄생하면 정령의 탑을 만들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여 마탑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정령사들이 자신들과 경쟁을 할 수도 있지만 일단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고 정령사의 재질이라고 할 수 있는 정령친화력에 대해 상당히 관심을 보였다. 정령을 소환하여 친화력이 있는지 검사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에 아쉬워했다.
더구나 마법사의 경우에 정령친화력을 가지면 정령사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상당히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령력과 마법이 공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마법사들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 서적에 마법과 정령이 공존할 수가 없다는 기록이 있었지만 정령을 소환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마나가 사기나 악기에 오염이 될 경우에 정령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신성력의 기운에 오염이 되어있는 경우는 따로 간단히 언급했다.
카리스타 후작은 정보를 수집하는데 상당히 공을 들이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어느 누구보다 로칸시티에서 벌어지는 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촉각에 사이먼 교단이 잡혔고 만나서 서로 협조할 여지가 있다는 생각에 교단을 책임진 사도에게 먼저 만남을 요청했다.
‘사이먼 교도라? 결국 세상의 질서가 다시 붕괴하는가?’
카리스타 후작은 단순히 사이비종교가 출현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도 한 때 역사적인 진실을 알기 위해 자료를 모으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고대의 검술을 발견하여 그것을 토대로 새로운 검술을 만들고 휘하에 전수하여 기사단과 병사들의 실력을 높일 수가 있었다.
카리스타 후작과 에크론은 ‘해 뜨는 언덕’이란 고급 음식점에서 만남을 가졌다. 수행원들이 따라왔지만 식사를 마친 후에 독대를 하게 되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하겠습니다. 사이먼 교단에서 로크 왕국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말고 이 난국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었으면 합니다.”
에크론으로 화신한 사이먼은 카리스타 후작의 말에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로크 왕국의 사람으로 분장을 한 상태였다. 하지만 근본은 로크 왕국 사이먼 교단의 수장이기도 했다. 이 두 가지 입장을 적절히 조화하여 처신을 할 필요가 있었다.
“사이먼 교단은 로크 왕국뿐만이 아니라 제국과 에카테리나 왕국에 걸쳐 전신 사이먼님을 따르는 신도들이 모인 조직입니다. 왕국의 어려움이야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을 앞장서서 타개할 수는 없습니다. 교단이 나섰다가 그로 인해 더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카리스타 후작은 크로이엘 교단의 실수로 인해 더 상황이 어려워졌던 것을 알고 있기에 달리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종교가 나서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컸다.
“대신에 전쟁이 나지 않도록 다른 나라의 교단과 협조를 할 수는 있습니다. 우리가 전신 사이먼을 추종하지만 전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종결하는 전신 사이먼을 따르는 것입니다. 우리는 전쟁이 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사이먼의 말에 카리스타 후작이 한동안 말이 없었다. 전신 사이먼을 추종하는 무리가 에카테리나 왕국의 사이먼 후작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접근을 한 상황이었다. 그의 목적은 사이먼이 로크 왕국의 정세에 개입하여 전쟁에 휩쓸리지 않도록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전쟁을 반대한다면 어떤 방도라도 있다는 말입니까?”
카리스타 후작은 무슨 방도가 있는지 물었다. 현재 상황에서 전쟁을 막기가 쉽지 않았다. 단지 믿을 수 있는 것은 강력한 무력으로 제국의 도발을 억제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지금의 상황이 왜 벌어졌는지 그 이유부터 살펴야 합니다. 그것을 모른다면 결코 해결방도를 찾지 못할 것입니다.”
에크론으로 변한 사이먼이 로크 왕국의 잘못에 대해서 신랄하게 지적했다. 아울러 에카테리나 왕국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지금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결국 지금의 상황이 우리 로크 왕국이 잘못하여 초래가 되었다는 말이군요. 그렇다면 그 해결방도는 무엇입니까?”
“로크 왕국이 굳건하게 제 위치를 지킬 힘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왕실부터 귀족, 기사, 마탑, 상인들이 하나가 되어 힘을 합쳐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상론에 가까운 이야기에 불과할 것이고 현실적으로는 강병을 기르고 그를 뒷받침할 자금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그거야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왕국은 어떻게 되건 상관하지 않고 서로 자신들의 이익만 앞세우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지만 실천을 하는 방안을 강구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자금을 모으는 방법은 한 번쯤 검토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카리스타 후작은 그들이 원래 암흑가를 기반으로 두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수가 있었다. 말은 듣기 좋게 하고 있지만 결론은 사이먼 교단에서 여러 이권을 노리고 있었다.
카리스타 후작은 실망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혹시라도 모르기에 인내심을 발휘하여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고 그들이 나온 진정한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바로 제국으로부터 할양을 받은 골란고원에서 광산을 개발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었다.
현재 골란 황무지는 개발을 하기가 쉽지 않아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그곳을 맡았다가 개발하라는 압박을 받아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자금만 투입하는 사태가 벌어질까 두려워 서로 언급 자체를 피하고 있었다.
카리스타 후작은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것을 제의하자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권을 거래하는 일이라 꺼림칙했지만 무기를 만드는데 가장 필요한 금속 재료를 확보하는 광산개발은 로크 왕국에 반드시 필요했다.
이는 돈도 벌고 왕국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었다. 결국 카리스타 후작은 에크론 미우엘이 이끄는 에크론 길드와 골란고원의 광산개발을 하는 사업에 합작하기로 했다.
정령을 소환할 수 있다는 사실이 태양의 마탑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사이먼이 마탑에 정령소환진이나 정령마나술도 전수를 해준 상황이었다.
여기에 마법사가 간이로 정령친화력을 검사하는 방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마법사의 경우에 마나친화력과 속성친화력을 검사하는 방법으로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정확한 친화력을 판별할 수가 있게 되었다.
일단 마나친화력이 높을 경우 속성친화력을 검사하였고 거기에 속성친화력이 일정수준 이상일 경우 정령친화력이 상당히 높았다. 십중팔구의 적중률을 가진 방법이었다.
사이먼은 다른 영지 출신의 정령친화력을 가진 정령사의 아카데미 입교를 허락했다. 마탑에서 정령사를 육성하기로 방침을 정했고 서로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마탑에서 정령사를 육성하도록 하는 것은 손해가 아닌가요?”
사정을 들은 마가렛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사이먼이, 엘칸토르 영지에서 정령술을 독점하는 것이 유리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최고의 정령사는 당분간, 아마 내 평생 나보다 높은 정령을 소환하는 정령사는 없을 거야. 정령술을 보급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나의 영향력을 키우는 길이 될 거야. 하지만 그런 것보다도 더 중요한 이유가 있지.”
사이먼은 말을 하다가 잠시 쉬면서 숨을 골랐다. 마가렛이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함부로 말을 하기는 그렇지만 내 역량이 그만큼 증가하기 때문이야. 엄밀히 말한다면 정령사가 증가할수록 다른 차원의 존재의 영향력이 중간계에서 감소하기 때문이지.”
사이먼의 말에 마가렛은 바로 이해를 하지 못하다가 뭔가 알겠다는 표정이 되었다. 사이먼의 능력을 어느 정도 알기에 이해를 한 것이다.
“설마 최근에 사제들의 신성력이 감소한 것과 연관이 있나요? 마계의 영향력 감소로 인해 신계의 영향력이 감소했다고 들었는데요. 정령사가 많아지면 정령계의 영향력이 증대되고 그러면 다시 신성력의 증대로 이어지지 않나요?”
“물론 그렇게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신계와 마계가 서로 대립되는 관계이지만 내가 보기에는 한편으로 상호 보완하는 관계라고 생각하고 있어.
반면에 중간계와 정령계도 서로 보완하는 관계인 것 같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중간계라고 칭하는 것보다는 어쩌면 혼돈계가 정확한 표현이고 정령계는 속성계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을 수도 있다고 봐. 그렇기에 정령계의 영향력이 강화되면 오히려 마계나 신계의 영향력은 더욱 감소할 것 같아.”
“그런가요? 신기하네요. 그런데 그것을 당신은 어떻게 알아요? 그런 내용은 한 번도 접한 적이 없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 설명해 놓은 책이 조금 지나서 나올 거야. 거기에 많은 내용이 수록이 되어 있을 것이니 그 때 그것을 읽으면 이해가 될 거야.”
사이먼은 당장 자세히 설명하는 것을 보류하였다. 나중에 책으로 읽는 것이 훨씬 명확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현재 사이먼은 그런 내용으로 책을 적고 있었다. 이는 사이먼 교단의 성립을 위한 교리와 경전을 만드는 첫 번째 과정이기도 했다.
이를 통하여 크로이엘 교단이 가진 허구성을 설파하고 교도를 보다 광범위하게 확보할 생각이었다.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니고 다른 서적도 몇 가지 더 준비하고 있었다. 최소 10여 권의 경전과 그를 요약한 교리를 가지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것을 위해 크로이엘 교단에서 발간한 경전이나 교리를 검토하여 참고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익숙한 형식을 접할 때 이해가 쉬울 것 같아 그 형식을 차용하기로 했다.
정령술을 익히게 된 브리앙은 불의 하급정령 샐러맨더와 계약을 하고 그 이후에 바람의 하급 정령 실피드마저 계약을 하게 되었다. 그는 두 가지 속성에 정령친화력을 가지고 있었다.
“정령에 대한 이해, 여기에 정령마나술을 익히고 정령소환술을 익히면 기초적인 정령술은 배운 것이 됩니다.”
브리앙은 고작 열일곱의 나이임에도 미니 아카데미에서 정령술 교사가 되었다. 농노 출신의 부모를 둔 그로서는 실로 파격적인 출세라고 할 수 있었다.
모든 미니 아카데미에 정령술을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세틀러스 평원에 있는 하나에만 그 과정이 개설되어 있어 정령술을 배우는 모든 학생이 다 그곳으로 모여야 했다. 마법의 경우에도 그곳의 미니 아카데미에 과정이 개설되어 있었다.
“모두 하루라도 빨리 정령사가 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글을 익히는 것입니다. 그 후에 기본적인 것들을 배워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정령술을 배우는 것입니다. 나는 여러분들이 하루라도 빨리 기본교육과정을 마치고 정령술을 배우는 과정으로 올라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브리앙은 새로 엘칸토르 영지와 두 마탑에서 선발되어온 2기 정령사 과정의 학생들에게 그렇게 말을 했다. 정령술을 배우기 위해서는 기본과정, 최소한 글을 읽을 줄은 알아야 가능했기에 기본과정에 대한 교육과 검정이 필수였다.
그 곳에 모인 자들의 교육 수준은 워낙 편차가 컸기에 기본과정에 대한 검정을 통해 월반시스템을 적용해야 했다. 마탑 출신의 학생들의 경우에는 미니 아카데미 과정만이 아니라 적성과정에서 배우는 수준까지 다 익힌 반면 농노 출신은 글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러니 정령친화력이 있다고 모인 학생들의 편차는 엄청나게 컸다. 이를 알기에 검정을 통해 월반을 활용하고 있었다. 늦게 들어왔어도 글을 배우고 여러 가지 책을 많이 읽은 자들은 빠르게 월반을 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