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72
가온의 서 (3)
사이먼은 대략 30분 정도 지난 후에야 본격적으로 싸우기 시작했다. 사실 그 시간 동안 시간을 끌면서 포위망을 탈출하려고 했지만 결국 포위망에 갇혀 정면 대결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경비대가 출동을 하여 주변을 봉쇄하고 일부 마스터들까지 나서서 로바니아의 사람들을 대피시켰다. 사이먼이 어쩔 수가 없어 피하는 통에 경비대의 인원 수십 명이 죽거나 다치기도 했다.
사이먼은 천사장들을 향해 권능을 끌어올려 공격했다. 천사장들은 일대일로 싸우면 상대가 되지 않을 수준이었지만 그 숫자가 일곱이나 되니 사이먼도 피하거나 막는데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이 사이먼에게 크게 피해를 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자신은 급할 것이 없으니 적당히 피하거나 막으면서 상대를 했다.
그들은 마왕에 비해서는 절반의 힘 정도 밖에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왕에 비해 약하기도 하지만 차원의 결계가 강화되자 더욱 약해진 것 같았다. 오히려 그랜드 마스터인 제국의 로코스 공작이 더 강한 것 같았다.
‘결계가 강화되어 신성력이 감소되었다더니 저들의 상태가 그리 좋지가 못한 것 같은데.’
사이먼은 상대를 하다가 미소를 지었다. 상대가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나쁠 것이 없었다. 강하게 권능을 끌어올린 다음에 방어에 주력하면서 공간의 검을 전개할 준비를 했다.
마침내 약간의 여유가 생기자 정면에 있는 천사장을 향해 득달같이 공간의 검을 전개하여 공격을 했다. 아울러 언령마법을 전개하는 방식으로 권능에 의지를 담았다. 순간 상대를 소멸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아서 검을 내리그었다.
사이먼이 방어를 하면서 모든 공격을 막아냈다. 천사장들은 재차 공격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사이먼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깜짝 놀라 사이먼을 찾으려고 했다. 그 순간 사이먼이 자신들의 동료를 향해 공격을 하자 그들도 다급하게 공격을 했지만 이미 사이먼의 공격이 동료를 베고 난 이후였다.
사이먼은 공격을 마치자 바로 검을 회수하여 몸을 회전시키면서 휘둘렀다. 가볍게 휘두르는 것 같지만 절대방어의 의지를 담았기에 여섯의 천사장이 행한 공격은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그 사이에 사이먼에게 공격을 당했던 천사장은 양단이 되면서 소멸하고 말았다. 강림이 해제되면서 역소환된 것이다.
사이먼은 적절하게 공방을 하면서 기회를 엿봤다. 시간은 사이먼의 편이었기에 급할 것이 없기에 서두르지 않았다. 강림을 해제한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시간이 길게 남지 않았다. 강림을 해제하는 것도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고 그 시간이라면 충분히 제거할 수가 있었다.
사이먼과 공방을 하는 천사장과 그것을 지켜보는 크로이엘은 분통이 터졌지만 사실상 공격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차원의 결계가 너무나 강해 예상보다 투사할 수 있는 힘이 너무나 적었다. 공방이 벌어지기 전에는 그것을 실감하지 못했는데 사이먼과 부딪친 이후에 절감했다.
크로이엘은 강림하여 싸우는 천사장들에게 자신의 권능을 투사하고 싶기도 했지만 함부로 그런 행위를 할 수도 없었다. 자신의 권능 절반 정도는 투사를 해야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였다. 그렇게 하다가 천계 내부에서 자칫 반란이라도 일어날 경우에 자신이 소멸을 당할 수도 있었다.
천계에서 천사장이 이인자라고 하지만 그런 천사장들을 능가하는 천족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권능이 약해진 상황에서 그런 자들이 반란을 일으키면 전대 천신인 마르시아노처럼 당할 수도 있었다.
천사장들은 무리할 정도로 공격을 하였지만 사이먼을 어떻게 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그렇게 공격을 하다가 빈틈을 노린 사이먼에게 다시 하나의 천사장이 당하고 말았다. 여섯일 때에는 천사장들이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었지만 다섯이 되자 사이먼을 상대하는 것이 역부족인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사이먼은 천사장을 하나하나 제거해나가기 시작했고 마침내 싸운 지 30분이 지나면서 강림한 모든 천사장을 제거했다. 그들이 싸운 곳은 엉망이 되고 말았다. 거대한 저택 세 곳이 완전히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그들의 전투가 벌어지기 직전에 그 안에 사는 사람이 대피를 했지만 완전히 대피를 했다고 할 수는 없었다.
전투가 끝나자 사이먼은 공간이동을 전개하여 바로 떠나졌고 로바니아는 그 일로 인해 난리가 나고 말았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그런 엄청난 일을 저지른 자들을 추적할 단서나 물증이 없기에 황도 로바니아의 경비를 담당하는 자들은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었다.
황제인 르펜 1세는 로바니아에서 벌어진 천사장의 강림을 보고받고 어이가 없었다. 황도 로바니아를 초토화시킬 일을 서슴없이 벌인 크로이엘 교단의 소행이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전투가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서 일어나 황궁까지 그 여파가 미치지는 않았지만 황제의 안위마저 아랑곳하지 않고 일을 벌인 것이니 그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그런 일을 벌이고도 크로이엘 교단은 자신들과 무관한 일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침묵의 사제단이 행한 일이니 당연히 그들은 모르는 일이었다. 강림한 천사장에 대해서도 그들의 정체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는 태도였다.
그들이 천사장인지 여부에 관해서는 잘 모른다는 입장이니 추궁을 해도 달리 의미가 없었다. 노기를 발산할 길이 없으니 미칠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물증도 없이 신전을 공격할 수는 없었다.
“신전에서 벌인 일인데 모르는 일이라고 시치미를 떼니 이걸 어떻게 해야 합니까?”
황제인 르펜 1세는 무작정 신전으로 쳐들어가 사제들을 잡아올 수도 없는 일이라 분통이 터져 대신들을 보면서 물었다. 하지만 명확한 물증이 없으니 그렇게 할 명분이 없었다.
“저들이 모르는 일이라고 하고 현재는 아무런 증거가 없는 상황입니다.”
경비대를 책임지고 있는 스탁턴 백작이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했다. 현재 일어난 난동을 직접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담당자였다. 누구건 범인을 잡아다 대령을 시켜야 했지만 가장 유력한 혐의를 가진 신전이 발뺌을 하니 난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환이나 강림은 사전에 정보를 입수하고 그 현장을 덮치지 않는 이상 사후에 범인을 색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신성력을 사용하여 강림을 했지만 그것으로 신전에서 했다고 할 증거는 되지 못합니다.”
너무나 커다란 변고가 발생한 상황이라 황립 마탑의 탑주인 포트란이 은거를 깨고 나와 의견을 말했다. 천사장의 강림이 벌어지자 그도 황궁의 안위가 염려되어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 대적자가 에카테리나 왕국의 사이먼 후작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사실이요?”
르펜 1세는 이미 여러 사람들에게 보고를 받은 상황이었다. 여러 가지 심증과 추정을 거쳐 그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신전에 책임을 묻지 못한다면 그에게라도 물어야 했다.
“이 또한 포트란 마도사의 의견대로 아무런 증거가 없는 실정입니다. 대전의 중간에 멀리서 참관을 했지만 대전이 끝나고 정확히 나와 포트란 마법사를 바라보았고 그 시선에 도저히 저항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가 누구이건 그 당사자를 색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입니다.”
로코스 공작마저 이번 일을 덮고 지나갈 것을 권했다. 그들이 보기에 더 이상 천사장의 강림은 불가능했고 신전의 일은 시간을 두고 처리해나가는 것이 현명했다. 아직은 신전이건 사이먼이건 적대적인 일을 벌이는 것은 실이 더 많았다.
“흐음, 이번 일은 그저 천재지변이 났다고 생각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 같소이다. 몰락의 시대 이전에 드래곤이 출현하여 난동이 벌어지면 그랬다고 하는데 그것과 같은 것이요?”
황제인 르펜 1세는 황제가 되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가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흑마탑에서 이루어진 마족소환과 마왕의 강림이 있은 지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다시 천사장이 강림하는 사태가 벌어지니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사람들 사이에 세상이 멸망할 징조라는 말까지 돌고 있었다.
“그러면 이번 일에 사이먼 교단이라는 곳은 관련이 없는 것이요? 호세 마리아노란 자가 제국의 있는 사이먼 교단을 책임지는 사도라고 하던데 말이요?”
르펜 1세는 누구에게라도 책임을 묻고 싶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에 대해 실익이 없다면서 실무자들이 만류를 하고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 그 화살을 사이먼 교단으로 돌리고 싶었다.
“폐하, 그들에 대해 조사는 해도 되지만 문제 삼을 수 있는 증거가 없는 상황이라 직접적으로 어떤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포트란이 재차 증거 부족을 이유로 만류를 했다. 신전과 적대적인 상황이 되었는데 사이먼 교단마저 적으로 돌리면 황실의 안위마저 위태로울 수가 있었다. 그것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것 또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었다.
천사장의 강림에 전신 사이먼의 강림으로 이어질 소지가 컸다.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그렇지 않아도 곤란한 상황인데 더 어려운 지경에 처할 수가 있었다.
르펜 1세도 바보가 아니기에 포트란이 말하는 바를 알고 있었다. 굳이 어려움을 자초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좋았지만 떨어진 황제의 권위를 되찾을 방도가 필요했다.
“차라리 신전에 이번과 같은 마왕의 강림을 막을 수 있는 조치를 취해달라고 부탁을 하시옵소서.”
포트란의 말에 그나마 황제는 미소를 지었다. 신전을 마왕의 무리로 칭하는 것에서 그나마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렇게나마 신전에 분풀이를 하고 싶었다.
황제인 르펜 1세는 포고령을 발표하였다. 황도인 로바니아에 마왕이 강림하여 난동이 일어났다고 한 후에 향후에 마왕의 강림을 방지할 수 있도록 방어마법진이나 방지 결계를 만드는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그 포고령에 덧붙여 각 마탑과 크로이엘 교단, 그 외에 능력 있는 자들에게 그를 예방하는 방도에 대해 협조를 구하겠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제기랄, 황제가 우리를 마왕의 무리라고 칭하다니!”
교황의 얼굴에 분한 기색이 어렸다. 최근에 그런 기색을 자주 보이는 교황이었다. 주신 크로이엘의 사도로서 기도실에서 매일 크로이엘과 접신하는 상황이라 자신도 모르게 크로이엘의 분노에 잠식이 되고 있었다.
크로이엘은 천사장이 강림하여 실패를 하고 사이먼을 처리할 수가 없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었다. 그런 신의 분노가 교황에게까지 전염이 되어 교황도 동일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신전에 천사장의 강림에 대해 문의를 하였고 신전의 입장에서 그 사실을 시인할 수 없기에 부인을 했는데 황제가 그것을 알고 마왕의 무리라는 말로 복수를 해온 것이다. 황제라 할지라도 곤란한 문제는 그냥 적당히 모른 척넘어가 주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이런 황제의 조치에 세간에서 칠대 천사장을 마왕으로 인식을 했고 그로 인해 크로이엘 교단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일부 신도들마저 소문에 좌우되어 신전에서 마왕은 아닐지라도 이상한 존재를 소환했다고수군대고 있었다.
교황청에 상주하는 추기경들은 교황이 노기를 표출해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 대부분은 천사장의 강림이 있기 전까지 그 사실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 그에 대해 뭐라고 말을 하기도 어려웠고 일부 추기경의 입장에서 그런 일에 대해 말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진행한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이번에 천사장의 강림은 크로이엘님의 신탁에 의거하여 진행이 된 것입니다.”
총무대신 크리스틴이 교황을 대신하여 설명을 했다. 그 자리에 있는 자들은 교단이 행한 일을 알고 있기에 부인할 수가 없었다.
“악도가 로바니아에 출현하였고 그에 대한 퇴치를 위해 천사장들이 강림을 한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천사장의 강림으로 악도를 쫓을 수가 있었습니다.”
총무대신은 일방적으로 패배한 것이지만 거짓을 말해서 그나마 체면이라도 차리려고 했다. 총무대신은 순서가 바뀌었지만 전투가 끝난 후에 사이먼이 떠나갔기에 자신이 완전히 거짓을 말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총무대신의 말에도 추기경들의 불편한 심기가 풀린 것은 아니었다. 황도인 로바니아에서 천사장의 강림을 시도한 것 자체가 심히 문제가 많은 조치였다. 그것을 알면서도 강행한 것은 신에 대한 믿음마저 흔들어 놓고 있었다.
신이나 교단이 인간을 중시했다면 그런 희생이 있는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을 강구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방어를 하는 것이 아닌 선공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더욱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크로이엘님이 신계의 주신이고 인간이 사는 중간계의 침입자이기에 인간의 생명 따위는 관심이 없다. 그렇기에 흑마탑의 제물이나 로바니아의 참사를 일으킨 것이다.’
현재 ‘가온의 서’를 읽은 신도들은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크로이엘에 대한 믿음마저 버리는 자들도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추기경들이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크로이엘 교단의 교리는 인간에 대한 배려보다 신의 영광과 신에 대한 헌신을 강조하는 상황이기에 이런 이야기를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저 신을 위한 희생은 당연하고 그렇기에 인간 세상에 대규모 피해가 벌어진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논리였다.
“이번 일로 로바니아에서 200명가량이 죽었고 100여 명이 다치는 불상사가 있었지만 이는 악도를 퇴치하기 위한 불가피한 희생입니다. 이에 대하여는 더 이상 언급을 하여 크로이엘님의 존엄을 훼손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우매한 인간이 신의 뜻을 재단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교황이 나서서 재차 신의 뜻을 강조하자 그 자리에 있는 추기경들은 마음속에 뭔가 무거운 것이 들어앉은 기분이 들었다. 무조건적인 신앙만으로 왜곡된 진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가 않았다. 그들 대부분은 사이먼 교단에서 발간한 ‘가온의 서’가 사실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동안 진실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크로이엘에 대한 믿음만으로 외면을 하였지만 서적을 읽고 이번에 불상사를 일으킨 천사장의 강림을 겪으면서 그 모순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는 신앙에 대한 확신을 흔들어 불신으로 이 어지게 하고 있었다.
“인간의 잣대로 크로이엘님의 의지를 판단하는 우매한 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사악한 악도들이 날뛰고 있고 그들이 획책하는 기도에 휩쓸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교황의 말에 누구도 반박을 하지는 않았지만 싸늘한 분위기는 여전히 풀리지가 않고 있었다. 아울러 상당수의 추기경들과 대신관들이 신성력을 상실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고 그들은 스스로 믿음이 부족함을 자인하고 사퇴를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말단 사제들에게까지 전염병처럼 번지기 시작하면서 크로이엘 교단은 뿌리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성직자들이 믿음을 잃고 신성력을 상실한 것이 알려지면서 신도들마저 이탈을 하기 시작했다.
신전에 다니는 신도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보통 신전에 나와서 예배를 드리는 신도는 귀족이거나 평민 중에서도 상류층에 해당이 되는 자들이었다. 그런 자들 절반 가까이가 이탈을 하니 신전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상실을 했다.
더구나 의무처럼 무조건적인 믿음을 강요받던 평민이나 농노, 노예들이 전신 사이먼을 추종하는데 동참하기 시작하자 크로이엘 교단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축소되기 시작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