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75
마왕 데빌론 (3)
사이먼의 말에 세 명의 초인들은 놀라는 표정이 되었다. 오래 전에 사이먼이 그런 일을 했다면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을 사전에 알고 있는 것이 당연했다.
그들을 제압한 후에 사이먼은 수호의 징표에 있는 종속의 인을 제거할까 하다가 제거하지 않고 약간 개조를 하여 필요할 경우에는 사이먼이 조정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물론 그런 것 외에 약간의 제약마저 가해 놓았다.
“수호의 징표를 제거하는 것보다 일단 개조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크로이엘의 권능에 반응을 하지만 실제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도록 만드는 것이 아직은 좋을 것입니다. 그래야 크로이엘 교단에서도 바로 알지 못할 것입니다.”
아직은 마탑이 크로이엘 교단과 정면으로 대결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었다. 물론 에카테리나 왕국에서 허튼 짓을 하지는 않겠지만 왕국의 귀족들 중에 어떤 사람이 있을지 몰랐다. 종교에 미친 자들의 행동은 예측이 불가능했다.
“개조가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주게. 자네에 대한 살의가 강하게 치밀어서 그 이유를 고민하다가 결국 알게 되었네. 바로나 탑주와도 연락을 하여 확인하였고 여기 있는 레오먼트 자작에게도 연락을 하여 결국 그 사실을 확인할 수가 있었네.”
수호의 징표가 매개체가 되어 크로이엘의 분노가 그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사이먼에 대한 분노로 나타나 살의를 품게 만들었다. 그들이 초인의 경지에 도달했기에 바로 잠식이 되지 않은 것이다. 만일에 마스터수준이었다면 사이먼을 죽이기 위해 움직였을 것이 분명했다.
“일단 제가 수호의 징표를 개조하겠습니다. 그러니 몸 주변이 흐르는 기운을 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사이먼이 말을 하자 각기 자신의 영역을 해제했다. 그렇게 하자 사이먼은 바로 권능을 끌어올려 세 사람의 수호의 징표와 공명을 하여 전에 자신에게 했던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한참 시간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이먼의 작업이 끝나자 세 사람의 표정이 훨씬 편안해 보였다. 그들이 사이먼을 마주하자 더욱 살의가 강하게 일었는데 마침내 수호의 징표를 손보고 나자 그런 생각이 사라져 마음이 편안했기 때문이다.
“이 수호의 징표가 하는 일이 겉으로 드러난 것과 드러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흑마법이나 악기나 사기에 잠식이 되지 않고 몸을 건강하게 해준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기능은 아주 악랄합니다. 하나는 바로 크로이엘에게 종속되도록 합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좋지 않은 것은 바로 초월의 경지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그 대상자를 제약한다는 것입니다.”
사이먼의 말에 그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하고 말았다. 8서클 엑스퍼트의 경지에서 아무리 노력을 해도 마스터의 경지가 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수호의 징표 때문이라고 생각하자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플라스콘 제국의 초인들은 종속의 인만 제거했습니다. 굳이 그들의 족쇄를 풀어줄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세분에 가해진 제약은 모두 제거를 했습니다. 만일에 그것 때문에 경지가 오르지 않았다면 아마도 오래지 않아 경지에 오를 것입니다.”
사이먼은 그들이 8서클 마스터가 되더라도 두렵지가 않기에 그런 제약을 해제했다. 9서클에 오를 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그 때가서 생각하면 되었다. 아울러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자신은 권능을 획득한 상황이니 그 차이는 컸다.
또한 중간계에 데미갓이 하나라도 더 느는 것은 나중을 위해서도 좋았다. 마계나 천계에서 중간계에 침입을 한다면 그 때에 아군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혹시 몰락의 시대 이전에 만들어진 서적이나 유물이 있습니까? 그 시대의 유물이 있다면 살펴보고 싶습니다.”
사이먼은 마탑에 그런 자료가 있을지 몰라 두 사람에게 확인을 했다. 신전에서 구하지 못한다면 마탑에서 구하고 싶었다. 제국이나 로크 왕국의 마탑도 살펴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두 마탑에 몰래 들어가서 살필 수도 있지만 정당하게 살펴보고 싶었다. 물론 그런 과정을 통해 신전에 대한 경계심을 일깨워주고 싶기도 했다.
“몇 가지 유물이나 서적이 있지만 그것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분석을 하지 못하고 있네. 한 번 마탑에 들린다면 살필 수 있도록 해줄 것이네.”
케피라가 그렇게 약속하자 바로나 탑주도 역시 그렇게 약속을 했다.
“공간의 검을 익히신 것 같은데 시간에 대한 것은 아직 터득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레오먼트 자작은 사이먼이 관심을 보이자 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사이먼도 마스터들과 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가르침을 주는 입장이다 보니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물론 레오먼트 자작과의 대화도 이미 대부분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제법 새로운 내용도 꽤나 되었다.
또한 이렇게 공식적으로 왕국의 초인들과 교류를 하는 것은 나중을 위해서도 필요했다.
교황청에 있는 자들 중에 신분이 모호한 자들은 이단심판관이나 그 배후에 있는 침묵의 사제단에 속한 자들이었다. 그들은 신분을 속이고 교황청을 비롯한 신전 주변에 머물고 있었다.
“수호의 징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변질이 되고 말았습니다.”
교황은 기도실에서 나와서 교황청의 주요 인사를 모아 놓고 그 사실을 밝혔다. 크로이엘 교단에서 수호의 징표가 무슨 기능을 하는지 제대로 아는 자는 드물었다. 추기경들 중에서도 교단의 핵심에 드는 자들만이 진실을 알고 있었다.
“수호의 징표는 크로이엘님의 의지를 지상에 설파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한데 누군가 변조를 한 탓에 제국이나 에카테리나 왕국, 로크 왕국의 수호의 징표가 모조리 변질이 되고 말았습니다. 심지어는 땅 끝에 있다고 하는 뮤턴 왕국의 아리안츠 후작에게 부여된 징표마저 변질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일부 교직자들의 얼굴에 분노하는 기색이 어렸다. 그들은 수호의 징표가 가지는 의미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들은 가장 중요한 일을 위해 예비해둔 존재들이었다.
“크로이엘님이 심판의 날이 되면 지상에 강림하기 위한 안배를 해둔 것인데 그런 자들이 사라진 것이니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기 짝이 없습니다.”
콘스탄틴 총무대신의 말에 누구도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던 자들은 앞날에 대한 걱정이 생겼고 몰랐던 자들은 그런 사실을 몰랐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상황이었다.
그들이 초인들에게 신성수호기사라는 명목으로 수호의 징표를 부여해 주는 것은 바로 크로이엘의 강림을 위해 예비해둔 준비라는 것이었다. 그런 자들이 모조리 규제에서 벗어난 것은 실로 충격이 아닐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크로이엘 교단과 세속의 권력이 충돌할 경우 최소한 중립을 지키고 필요하다면 한손 거들도록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런 자들이 모조리 이탈한 것은 그들의 힘이 그만큼 약화된 것을 의미했다.
그들에게 부여된 종속의 인이 발동되면 그 대상자는 이지를 상실하여 크로이엘의 의지에 의해 모였다. 그 후에 그들을 크로이엘이 강림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었다. 물론 단 하나만 강제각성을 통해 데미갓의 경지에 들고 나머지는 그 과정에서 모든 힘을 잃고 희생이 되었다.
사실 이런 것은 신성력을 매개체로 하여 진행이 되지만 사실상 흑마법이나 마찬가지였다. 실로 악독하기 짝이 없는 방법이었다. 이를 위해 신성수호기사라는 명목으로 수호의 징표를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크로이엘이 한 번도 지상에 강림한 적이 없기에 그런 것은 결코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물론 천신 마르시아노나 마신 엘퀴놈이 강림했지만 그 방법에 대하여는 비밀에 붙였기에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그저 소환마법사 중에 데미갓이 탄생하여 천신과 마신의 강림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지 지상의 초인들을 희생시켜 강제로 데미갓을 탄생시키고 그들을 이용하여 중간계에 강림한 것은 비밀에 붙인 것이다.
사이먼은 신성수호기사에게 제약이 가해진 것을 알게 되자 몰래 다니면서 그런 제약을 해제했다. 전에 여행을 다녔던 것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각 나라의 왕도에 갔었기에 바로 이동을 할 수가 있었고 그 덕분에 수호의 징표를 가진 자들을 빨리 찾을 수가 있었다.
원칙대로라면 사정을 설명하고 개조를 하거나 제거를 해야 했지만 사이먼은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제압을 한 후에 개조를 했다.
대부분 슬립마법에 당한 상황에서 개조를 했기에 그런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굳이 대상자들에게 그런 사실을 설명하여 혼란을 초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수호의 징표 덕분에 슬립마법이 효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지만 사이먼은 수호의 징표를 너무나 잘 알기에 제일 먼저 징표부터 제압을 했기에 슬립마법이 효과를 발휘했다.
“중간계에서 크로이엘님의 권능이 점점 축소되어가고 있는데 나중에는 아예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난감하기 짝이 없습니다.”
총무대신 콘스탄틴의 말에 추기경을 비롯한 교직자들의 얼굴에 곤혹스러운 기색이 어렸다. 최근에 불신자들이 신성력을 상실하면서 대대적으로 추기경을 비롯한 교직자들이 교체되었는데 지금 남아 있는 자들은 광신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신앙이 투철했다.
“지금까지와 다르게 이단자들에 대하여 철퇴를 가해야 합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크로이엘님의 광휘가 세상에서 사라져 악도들의 세상이 도래하고 말 것입니다.”
전과 다르게 과격한 대응을 주장하는 자들이 많았고 전이라면 그런 제안 자체를 하지 못했을 것인데 반대하는 자는 없고 대부분 다 동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수호의 성자인 엘콘라드님은 그나마 무사한 것 같습니다. 그분이 계신 이상 방도를 강구하는 것이 어려울 것은 아닐 것입니다. 어쨌든 방도를 강구할 것입니다.”
콘스탄틴은 그렇게 말을 하여 불안해하는 성직자들을 안심시켰다.
에크론 조직이 골란 고원의 개발에 주력하는 동안 사이먼도 골란 고원에 가서 상황을 직접 진두지휘를 하고 있었다.
“동부 지역으로 진출을 하려고 하는데 엘피노 부족과 대립을 하고 있습니다.”
골란 고원에 사람이 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골란 고원에는 원주민인 고산족들이 살고 있는데 그들 중에 가장 큰 부족이 골란 고원의 동부 지역에 거주하는 엘피노 부족이었다.
거친 황무지와 고원 지대에 사는 부족답게 부족 모두가 몬스터 사냥에 능했고 험준한 지역에 살다보니 모두가 상당한 전투력을 발휘했다.
그것을 알기에 고산족들을 만나면 충돌을 하지 않도록 했다. 그들과 충돌하면 골치가 아프기에 차라리 적당히 협상을 하여 대가를 제공하는 것이 나았다.
“엘피노 부족을 내가 마나보도록 할 것이니 방문시점을 잡도록 하시오.”
에크론으로 변한 사이먼은 현재 골란 고원 중심에 위치한 도라슨이란 광산도시에서 머물고 있었다. 그가 거점을 옮겨가자 조직의 수뇌부도 상당수 이동한 상황이었다.
“그들을 만나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현재 골란 고원의 사업을 총괄하는 판티악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사이먼이 직접 만나야 할 정도로 중요한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장 숫자가 많은 부족이지만 고작 1만 명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 골란 황무지에 대략 3만 명가량의 원주민이 살고 있는데 그들을 끌어들여 앨핀 농장에서 일하게 하고 광산지역의 경비원으로 이용할 계획이다. 앞으로 몇 개의 광산을 더 개발해야 하는데 외부에서 경비원을 데려오는 것도 한계가 있고 앞으로 그들과 협력할 것이 많을 것 같다.”
그렇게 말을 했지만 사실 그 속내를 전부 밝힌 것은 아니었다.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고 사전에 그들을 정탐한 결과 그들 부족은 다른 부족과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그들은 어느 누구보다도 높은 정령친화력을 가지고 있었다. 고산지대에 살기에 그렇다고 할 수는 없었다. 다른 부족들도 있지만 그들은 그렇게 높은 자들이 없었고 높은 자들이 종종 있는데 그들은 보통 엘피노 부족 사람과 혼인을 한 경우였다.
이는 엘피노 부족이 특별하다는 것이며 그 이유를 그들의 혈통에서 찾을 수가 있었다. 그들은 다른 고산족보다 키가 큰 편이고 외모도 달랐다. 물론 일반적인 플라스콘 제국이나 루크 왕국의 사람들과도 달랐다. 이는 그들의 조상 중에 특별한 사람이 있다는 의미였다.
그 이유가 궁금하여 조사를 하다가 정령족이라 불리는 아인종이 있으며 그들이 엘프라고 불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울러 정령족과 인간이 결혼하여 낳은 혼혈인을 엘피노라 불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엘프도 인간도 아닌 존재이기에 따로 무리를 지어서 산속 깊은 곳에 마을을 이루고 살았는데 그 중에 한 마을이 살아남아 지금까지 이어 온 것 같았다.
‘그들에게 정령술을 전수해 주어 정령력을 보다 확실하게 높이도록 한다. 또한 그들이 이 지역을 주도하는 세력으로 육성하여 이곳을 노리는 자들을 물리치도록 한다. 아울러 로크 왕국에 가세하게 하여 로크 왕국의 전력을 보다 높인다.’
사이먼은 숫자가 그리 많지 않을지라도 그들이 정령을 이용하여 도움을 준다면 이 골란고원을 노리는 외부 세력을 확실하게 물리칠 수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울러 그들을 사이먼 교단으로 끌어들여 확실하게 장악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려면 내가 나서서 확실하게 힘의 우위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힘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먼저 아군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하려면 사이먼이 직접 나서는 것이 최선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