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81
데빌론의 소멸 (1)
마왕 데빌론은 사이먼이 나타나자 놀란 표정이 되었다. 그간 반년 가까이 나타나지 않았기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던 참이었다. 더구나 최근에 외부의 기세마저 완전히 차단이 되면서 더욱 답답했던 참이었다.
사이먼이 각종 마법진과 권능을 이용한 결계를 설치했기에 외부의 기세를 느낄 수가 없었다. 마법진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세상과 소통을 했는데 그것이 완전히 차단된 것이다.
사이먼은 마왕 데빌론의 정신력을 조금이라도 약화시키기 위해 찾아가지 않았다. 자주 나타나던 사이먼이 나타나지 않으면 답답하고 조급한 마음이 생길 것이고 그러면 초조한 생각이 들 것이기에 찾아가지 않았다.
더구나 주변의 기운마저 완전히 차단하여 세상에 대한 감각마저 상실한 상황이니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것 같았다.
“그간 준비를 하느라 무척 바빴다. 이제야 당신을 그곳에서 꺼낼 수 있게 되었다. 아마 결계와 마법진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외부에서 신이라고 할지라도 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크로이엘이나 트랄리온일지라도 중간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너의 권능을 결계를 만들었다면 쉽게 알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이 지겨운 곳을 벗어나 영원한 안식을 구할 수가 있게 되는 것인가?”
데밀론은 뭔가 기대를 하는 듯한 어조로 대꾸를 했다. 그것을 보더라도 뭔가 꿍꿍이속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해주려고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내 능력이 미치지 못할 수도 있으니 설사 실패하더라도 실망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떻게든 수습하여 다음 기회를 노려볼 수도 있으니.”
사이먼은 여전히 음흉한 속내를 내보이지 않고 있는 마왕 데빌론을 보면서 그렇게 대답을 했다. 사이먼은 마법진을 관조하면서 마침내 자신의 권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일단 동혈에 있는 마법진의 기능을 의념으로 정지시키면서 마법진의 봉인마저 역시 억제를 시켰다. 사실상 마법진과 봉인을 모두 정지시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 오직 마왕 데빌론과의 한줄기 연결고리만 남겨두었다.
사이먼은 관념 속에서 의념을 끌어올려 심상 속에 존재하는 데빌론을 가둔 신의 감옥을 꺼내었다. 공간의 틈에 자리한 신의 감옥과 마왕 데빌론이 마침내 마법진의 중간에 드러났다.
현실로 드러난 신의 감옥은 직경이 20여m에 달하는 거대한 구형이었고 곰과 늑대의 중간 모습의 거대한 괴수가 그 안에 갇혀 있었다.
신의 감옥에 갇혀 있는 마왕 데빌론은 상당히 기세가 약화되어 있었다. 반면에 여전히 신의 감옥은 그 기세를 뽐내고 있었다. 신의 감옥은 마왕 데빌론의 기운으로 유지가 되고 있었다. 물론 공간의 틈에서 나온 이상 굳이 마왕 데빌론의 기운을 빼앗아 갈 이유는 없는 상황이었다.
“기운을 빼앗아 가지 않으니 살 것 같군.”
“그것이 아니라 주변에 있는 마력을 다시 흡수할 수가 있으니 기운을 차린 것 같군.”
사이먼은 그렇게 말하고 신의 감옥 옆으로 갔다. 데빌론이 언제든지 신의 감옥을 회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역으로 사이먼이 그 안에 갇힐 수도 있었다. 그래서 긴장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신의 감옥을 해제하도록 하지. 굳이 자신을 가둬둘 필요가 없지 않아.”
사이먼의 말에 데빌론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사이먼이 그가 신의 감옥을 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중간계에 완전한 강림을 한 상황이기에 힘의 감소가 없기 때문이었다.
“신의 감옥을 해제할 수가 없어. 발동은 내 뜻대로 할 수 있지만 해제는 불가능해. 더구나 전대 마신이신 엘퀴놈님이 없기에 누구도 해제할 수 없어. 있다면 새로 마신이 된 트랄리온이 권능으로 다시 리셋을 하는 것밖에는.”
사이먼은 데빌론의 기색을 살폈다. 거짓이 아닌 것 같았다. 신의 감옥 자체가 신의 권능으로 이루어져 있었기에 데미갓인 데빌론의 수준에서는 제어가 불가능한 것 같았다. 발동은 가능해도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불안해.’
사이먼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근처로 다가가서 신의 감옥을 살폈다. 혹시라도 휩쓸려서 갇히는 사태가 벌어질까 두려웠지만 마냥 두고 볼 수는 없기에 다가가서 감옥을 만졌다.
‘겉으로 볼 때는 쇠창살인데 실제로는 완전히 공간을 격리하는 것인가?’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기운의 막이 안과 밖을 완전히 격리하고 있었다. 그저 쇠창살로 보이는 것은 일종의 착시에 불과했다.
“안과 밖이 분리가 되어 있군. 공간이 다른 것은 아니지만 아공간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군.”
“그렇다.”
“아울러 이것이 신의 권능인가?”
“뭐라도 느껴지는가?”
“당연한 것 아닌가? 일종의 마법진이나 결계 같은데. 일종의 무형의 공간에 만들어진 것 같군. 기운을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 고정시키다니 실로 대단한 능력인데.”
사이먼은 잠깐 동안 기운을 공간에 고정시키는 것은 가능하지만 영구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했다.
‘창조라는 것이 기운을 허공에 영구적으로 고정시키는 것이군. 그리하여 실체를 갖도록 하는 것인가? 여기에 권능마저 부여를 한 것이군.’
사이먼은 신의 감옥을 보면서 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창조가 무엇인지, 아울러 신의 권능이 무엇인지. 하지만 완전한 창조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신이라고 하지만 마신도 사실은 불완전한 데미갓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전지전능한 완전한 신은 아니라는 의미였다.
‘창조신의 권능을 모방했지만 사실은 완전하지 않다. 불완전하기에 권능의 낭비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의 감옥으로 마신 트랄리온이나 주신 크로이엘의 능력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구나 여기는 중간계이고 그들이 여기에 온다면 나와 큰 차이가 없다. 그 증거로 내가 바로 이 신의 감옥을 어떻게든 흡수하여 해체할 수가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본질을 파악할 수가 있었고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흡수하거나 해체할 수가 있어 보였다. 마계라면 불가능하지만 중간계에서는 가능할 것 같았다.
“이런 상황에서 너를 흡수하여 소멸시키는 것도 불가능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
사이먼은 데빌론에게 접근하려면 신의 감옥에 구멍을 내야 하는데 그것이 불가능해 보여 물었다. 감옥을 해체하지 않고는 서로 접할 수가 없었다.
물론 공간을 격하여 기운을 통과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또한 데빌론의 의중을 알 수 없기에 그런 사실을 알리고 싶지도 않았다.
마왕 데빌론의 변명이 무엇인지 듣고자 물었다. 뭔가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만일에 달리 방법이 없다면 다시 아공간에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공간에 집어넣는다는 것은 아공간을 새롭게 생성하는 것을 의미했다. 이것도 일종의 공간의 틈을 만드는 것이었다.
“서로 동시에 의념을 집중하면 구멍이 난다. 그런 상황에서 서로 접촉을 하면 된다. 그렇게 하여 나를 흡수하면 된다.”
마왕 데빌론의 말에 사이먼은 그의 의중이 무엇인지 대략 알 것도 같았다. 분명히 신의 감옥을 조정할 능력이 있어 보였다. 그렇기에 구멍을 내서 그를 접한 후에 감옥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것 같았다.
“알았다. 그렇게 하자.”
일단 상대를 믿어주는 척하기로 했다. 사이먼은 신의 감옥을 살피면서 해체할 경우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아울러 안에 갇혔을 경우에 탈출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염두에 두었다.
마왕 데빌론이 손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고 사이먼도 권능을 집중하여 호응을 했다. 권능을 투여하여 의념을 집중하자 마침내 구멍이 나기 시작했고 사이먼과 마왕 데빌론의 손이 만날 수가 있었다. 둘은 서로 손을 맞대었고 사이먼은 데빌론의 권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마왕 데빌론이 본색을 드러냈다. 둘이 마주한 시점에 신의 감옥은 사이먼의 몸을 타고 공간을 확장하였고 순식간이 사이먼도 신의 감옥 안에 갇히고 말았다.
“이게 뭐지? 설마 나를 가둔 것인가? 나를 속인 것인가?”
사이먼은 이럴 것이라 예상을 했지만 그런 상황이 진짜로 벌어지자 어이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대 일로 싸워서 이길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진짜로 소멸을 원한다고 생각하는가? 너를 흡수하면 마신 트랄리온에 버금가는 능력을 가질 수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기회를 놓칠 수가 없지.”
그 순간 마왕 데빌론은 신의 감옥을 탈출하여 크기를 축소 시켰고 순간적으로 그 안에 사이먼만 남게 되었다. 하지만 사이먼이 여전히 마왕 데빌론의 손에 맞닿아 있기에 신의 감옥은 마왕 데빌론의 손의 일부를 감싸고 있었다.
“놓아라.”
사이먼은 그런 마왕 데빌론을 보면서 빙긋 웃었다. 신의 감옥이 사이먼을 옥죄어 왔지만 일정 거리 이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신의 감옥이 사이먼을 압살하려고 하는 것을 느끼면서 저항을 했다.
“너와 신의 감옥, 둘 다 흡수할 생각이야.”
사이먼은 그렇게 말하고 힘을 주어 자신의 몸을 바닥에 고정을 시켰다. 신의 감옥으로 감싸인 사이먼이 바닥에 밀착을 했고 마왕 데빌론은 손에 커다란 원형의 족쇄를 찬 형상이 되었다. 신의 감옥에서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사이먼은 신의 감옥과 마왕 데빌론을 동시에 흡수하고 있었다.
마왕 데빌론이 권능을 끌어올려 신의 감옥을 움직이려고 했고 힘을 발휘하기 위해 손을 휘저었지만 권능이 먹히지를 않아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사이먼이 권능으로 둘 다 고착을 시키면서 흡수를 하는 중이라서 마왕 데빌론이 발버둥을 쳤지만 속수무책인 상황이었다.
사이먼의 권능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했다. 마왕 데빌론은 공간의 틈에서 힘을 소진한 상황이라 저항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그의 몸부림은 그저 허공을 휘젓는 것에 불과했다.
한동안 발버둥을 치던 마왕 데빌론의 움직임이 잦아들었고 20m 가까이 되던 마왕 데빌론의 몸체가 이제 15m 가량으로 크기가 줄었다. 권능이 사라지니 강림한 마왕들처럼 크기가 줄어들었다. 순간 마왕 데빌론의 몸체가 순간적으로 크기가 바르게 줄어들었고 사이먼에게 흡수되는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저항을 포기하고 아예 영혼이동을 하려는 것인가? 이제 영혼을 이동시키려는 것인가?’
마왕 데빌론의 특기가 영혼의 이동이기에 마음의 준비를 했다. 신의 감옥은 고작 10%도 흡수하지 못한 상황이라 여전히 그 형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자체에 의지는 존재하지 않지만 마신의 권능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흡수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권능의 덩어리이기에 신의 의지를 능가하는 의지가 있어야 해체가 가능했고 흡수할 수가 있었다.
반면 마왕 데빌론은 겉만 거대했지 그 권능은 사이먼의 권능에 비하면 한 줌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의지가 사라진 순간 그냥 쪼그라들었다.
대신에 사이먼은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았다. 역시나 마왕 데빌론은 영혼을 이동시켜서 아예 사이먼의 영혼을 흡수하려고 들었다. 그러나 사이먼은 이미 대비를 하고 있었고 마왕 데빌론의 형상을 이미지화시켜 그 영혼을 상대해나갔다.
사이먼은 마왕 데빌론의 권능과 기운을 흡수하는 것처럼 영혼도 흡수하려고 했다. 마왕 데빌론의 영혼은 사이먼이 흡수하려고 하자 역으로 사이먼을 흡수하려고 맞섰지만 사이먼의 의지가 더 강했다.
사이먼은 마왕 데빌론의 이미지를 형상화하여 해체하려고 했다. 영겁의 시간이 흘러갔다. 둘의 싸움은 시간도 잊고 격렬하게 진행이 되었다. 사이먼은 한동안 신의 감옥을 흡수하는 것도 중지하고 마왕의 형상을 한 데빌론의 영혼과 맞서서 싸우면서 흡수하려고 했다.
마왕 데빌론의 영혼은 붙잡아서 흡수하려고 하면 차돌멩이처럼 버텼다. 그러다가 틈만 나면 도망을 쳤다. 그러나 사이먼이 뾰족한 정 모양을 한 망치의 심상을 일으켜서 충격을 가하자 마침내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그 균열이 커지자 드디어 파편이 갈라지기 시작했고 사이먼은 그 조각을 하나씩 흡수하기 시작했다.
균열을 만들기가 어려웠지 한 번 균열을 만들어서 조각으로 내기 시작하자 빠르게 흡수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흡수한 조각이 재차 결합하여 뭉치려고 하는 것에 기겁을 했다. 그러나 사이먼은 그 조각을 가루로 으깨어 흡수하려고 했고 뭉치려던 조각은 순식간에 빠르게 흡수가 되어갔다.
이런 것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의 정신세계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그저 심상 속에서 모든 것이 진행이 되었다. 서로의 의지력을 동원한 보이지 않는 전투였다. 뭉치던 조각을 가루로 만들어 흡수를 하려고 했고 조각들은 끝까지 흩어지지 않으려고 저항을 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를 시간이 흘러 사이먼은 정신을 차렸다. 덩그마니 어둠 속, 신의 감옥 속에 혼자 남아 있었다. 사이먼은 의지를 일으켰다. 그가 의지를 발현시키자 신의 감옥이 마치 신의 갑옷 헤르시온처럼 그의 몸 안으로 흡수가 되었다. 다시 그가 의지를 발현하자 다시 갑옷처럼 그의 외부에 막을 형성하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