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82
데빌론의 소멸 (2)
‘신의 감옥이 신의 갑옷이 된 것인가? 마신의 권능이지만 데빌론의 권능마저 흡수하니 저절로 그 운용법을 깨닫게 된 것인가? 신의 권능이란 것도 데미갓의 권능을 압축한 것에 불과한 것인가? 불완전한 반쪽짜리 마스터의 오러 블레이드가 온전한 마스터의 오러 블레이드로 변모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는 것 같구나.’
사이먼은 마신이나 천신이 일반적인 데미갓과 본질적인 면에서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신의 권능이라는 것이 데미갓의 권능과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단지 조금 더 정제되고 조금 더 강력한 것이 다를 뿐이었다. 그러나 그 차이는 대단해서 뭔가 계기가 있어야 변화가 되었다.
‘하지만 반쪽짜리 마스터와 온전한 마스터가 엄연히 다르듯이 데미갓과 신은 그 위력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같은 조건으로 싸워서는 데미갓 열이 달려들어도 온전한, 신격을 갖춘 신을 이기기 어려울 것 같다.’
신의 전쟁은 물리적인 것만 사용하여 싸우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신의 전쟁은 전쟁이면서 전쟁이 아니기도 했다. 정신과 의지와 영혼마저 서로 공격하면서 싸우는 것이니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은 의미가 없었다. 그것은 정신과 의지마저 모조리 동원하는 총력전일 수밖에 없었다.
‘마왕 데빌론이 데미갓이라면 나는 데미갓과 신의 경계에 있는 것인가? 신의 감옥을 수습하였지만 온전한 신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것 같다. 아울러 천신 마르시아노를 흡수한 크로이엘이나 마신 엘퀴놈을 흡수한 마신 트랄리온도 여전히 데미갓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인가? 그렇기에 중간계를 초토화시켰지만 차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두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인가?’
마신 트랄리온은 마왕 데빌론을 흡수하지 못해 온전한 권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예상이 되었다. 아울러 천신 크로이엘도 역시 마르시아노의 권능을 흡수했지만 온전하게 흡수하지 못한 것 같았다. 아직은 전대 신의 권능에 미치지 못한 상황으로 보였다.
마신이나 천신이 중간계를 침입하여 역소환 된 탓에 권능의 손실이 발생한 것 같았다. 그것으로 인해 중간계가 파괴되었지만 중간계에 그 권능이 잔존하게 되어 마신이나 천신이 완전하게 힘을 회복하지 못한 것 같았다.
‘드래곤의 결계가 중간계에 있는 마신이나 천신의 권능을 붙잡아 그들이 회수할 수 없도록 한 것인가? 그 덕분에 크로이엘 교도는 신성력을 사용할 수가 있고 흑마법사들은 마족을 좀 더 용이하게 소환할 수준에 도달할 수가 있게 된 것이겠지. 어쩌면 그들은 권능을 회수하기 위해 교도들을 만들어 권능을 부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신이나 천신의 권능이 중간계에 흩어진 것으로 인해 크로이엘 교단의 힘이 강해졌고 흑마법사들의 힘이 강해진 것이라 생각하자 몰락의 시대 이전의 기록과 현재의 상황이 다른 것이 이해가 되었다.
‘내가 중간계에 흩어진 마신의 권능과 천신의 권능을 전부 회수한다면 크로이엘이나 트랄리온보다 더 강한 권능을 보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드래곤의 로드보다도 더 강한 권능을 획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 시간과 깨달음이 주어진다면 그렇게 되겠지.’
사이먼은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주변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동혈에 있는 마법진은 마왕 데빌론이 사라지자 힘을 잃고 그저 특이한 형태의 문양으로 변하고 말았다. 마왕 데빌론이 사라진 상황이라 그 원천이 되는 공간의 틈이 사라져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물론 사이먼이 필요하다면 달리 개조를 할 수도 있지만 굳이 그렇게 할 이유는 없었다.
‘마신 트랄리온을 한 번 강림시켜봐? 그렇게 해서 역소환을 시키면 뭔가 될 것도 같은데.’
사이먼은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가능성이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한 번 정도 시도해 보고 싶기도 했다. 물론 마신이 강림을 시킨다고 응할 리도 없었지만.
사이먼이 밖으로 나와 기존의 은신처로 갔고 그곳에서 마가렛에게 연락을 했다. 마왕 데빌론의 동굴은 여전히 사이먼이 설치한 권능의 결계가 작동하고 있어 외부와 마법통신이 불가능했다. 당장 그곳의 결계를 거둘 필요는 없었다.
“그간 어떻게 지냈어요? 너무나 연락이 없어 제가 두 번이나 연락을 했는데요.”
“수련을 하다가 몰입의 상태에 들어서 이제야 깨어났어. 그동안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거야? 조금 전에 깨어났는데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가 없네.”
사이먼의 말에 마가렛은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지 걱정하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연락을 시도했지만 마법통신 자체가 먹통이 되어 버렸다.
“이제 20일이 지났어요. 수련이 길어질 것은 알았지만 너무나 연락이 없어서 연락을 했는데 아예 신호조차 가지 않아 걱정을 했어요. 수련을 마쳤다니 다행이네요.”
연락이 되지 않으면 표시가 되도록 했기 때문에 연락 자체가 되지 않아서 걱정을 했던 것 같았다. 크로이엘이나 트랄리온도 감지하지 못하도록 결계를 친 곳에 들어가 있었기에 마법통신이 연결되지 않은 것이다.
“집이나 영지에 특별히 문제되는 것은 없지?”
“네, 급한 일은 없어요. 세론이 가끔 당신을 찾는 것 외에는 없어요.”
아들인 세론은 사이먼을 상당히 따르는 편이었다. 사이먼의 기운을 느끼는지 사이먼이 집에 있으면 다가와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사이먼이 일 때문에 밖으로 나가 집에 없을 경우 가끔 찾는 편이었다. 그 덕분에 사이먼은 자주 마가렛을 동행하고 다녔다. 세론이 사이먼과 떨어지기를 싫어하니 같이 다녀야 했다.
“조금 더 정리하고 바로 갈게. 수련하면서 깨달은 것을 아직 다 수습하지 못했으니. 이제 연락이 될 것이니 급하면 바로 연락해.”
사이먼은 명상을 하여 이번에 흡수한 것들을 정리하려고 했다. 그래서 바로 집으로 가지 않았다. 내내 꺼림칙하게 느껴지던 마왕 데빌론을 깨끗하게 정리하게 되어 마음이 홀가분했다. 그를 정리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간단하게 정리가 되었다.
물론 생사를 넘나드는 영혼의 전쟁을 벌였지만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전에 헬로이안을 정리할 때의 경험이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만일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마왕 데빌론의 영혼이동을 접했을 때에 당황했을 수도 있었다. 그 때의 경험이 있기에 쉽게 정리할 수가 있었다.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대비를 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사이먼은 자리에 앉아서 이번에 얻거나 깨우친 것을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권능을 흡수했지만 마왕 데빌론의 기운은 상당히 독특했다. 아울러 데빌론의 기억 상당부분을 역시 흡수했기에 새로 알게 된 것들을 정리했다. 신의 비밀에 관련된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럴 것이라 짐작한 것들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사이먼은 자리에 앉아서 세상을 관조했다. 세상은 중간계만이 아니었다. 그 이면에 존재하는 새로운 공간이 있었고 그것이 감지가 되었다. 그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는 분명 그의 능력이 상승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흐릿해. 아직 명확히 알 수가 없어. 그저 마계이다, 천계이다, 정령계이다, 그런 느낌만 느껴져. 그리고 다른 하나의 세계가 더 느껴지는데 그것이 어떤 세계인지 느낄 수가 없다. 같은 공간에 다른 세계가 공존하는 것인가?’
분명 같은 공간에 세계가 겹쳐져 있었다. 이는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물질이 같은 공간에 존재할 수 없다는 일반적인 법칙을 정면으로 거슬리는 현상이었다.
이런 것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지만 마왕 데빌론의 기억에는 그리 생소한 것은 아니었다. 차원이 같은 공간에 존재하고 있었다. 하나의 차원이 다섯 개의 아차원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렇게 본다면 다른 차원이 물리적으로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옆, 아니면 같은 공간에 있다고 할 수가 있었다.
‘이게 차원인가? 아니지 아차원이라고 했지. 하나의 차원이 다섯 개로 분할되어 있다고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벗어나야 새로운 차원이라고 했다.
차원이 달라지면 시간의 제약을 벗어날 수가 있다는 것인가? 하지만 내 능력으로 다른 차원의 존재가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차원이동은 불가능하다.
도와준다고 해도 그저 강림을 하는 것이지 아예 이동은 불가능하다. 마왕 데빌론처럼 완전히 차원이동을 하려면 중간계에 있는 본체마저 소멸을 시키고 타계에 강림해야 한다.’
사이먼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중간계로 눈을 돌렸다. 중간계도 아직 알 수가 없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감지하기에는 시야가 너무 좁았고 그의 능력이 미치지를 못했다.
‘과거와 미래까지 살피는 것은 아직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인가? 현재도 제대로 살피는 것이 불가능하다. 굳이 다 알아야 할 이유는 없지만.’
사이먼은 신이라도 한계가 존재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의 능력이 전에 비해 나아졌지만 확실하게 달라진 것은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차원을 감지할 수 있게 된 것은 확실히 달라진 것이었다. 그러나 감지할 수는 있지만 그저 인식하는 정도이지 제대로 느끼거나 그곳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었다.
‘중간계 내부에서도 한계가 존재하는데 차원을 넘나드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보다 더 명확하게 감지할 수는 있고 내 수준이 높아지면 소환이나 강림을 하는 방식으로 이동도 가능하겠지. 아니면 마왕데빌론처럼 영혼이동을 통해 아예 이동을 할 수도 있겠지.’
사이먼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차원을 감지하는 것을 종료하고 자신의 내부를 관조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본능적으로 다른 차원에 있는 존재들이 자신을 감지하지 못하도록 자신의 존재감을 지웠다. 굳이 꼭 그렇게 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발동이 되었다.
그건 마왕 데빌론을 흡수하면서 얻게 된 능력 같았다. 일종의 자기보호를 위한 능력 중에 하나인 것 같았다. 사이먼은 자신의 몸 안에 존재하는 두 가지의 이질적인 기운을 감지했다. 하나는 마왕 데빌론에게서 흡수한 마왕의 권능이었다.
‘마왕이나 천사장 같은 데미갓을 전부 흡수하는 것은 그냥 그가 가진 권능만이 아니라 영혼마저 흡수를 하는 것이군. 마왕 데빌론이 영혼 이동을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권능을 흡수하면 그저 아무런 저항을 못하고 흡수되는 것이 보통인데 그는 역으로 저항하고 내 영혼을 흡수하려고 한 것이니 그 점에서 다르다.’
사이먼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왕의 권능을 자신의 권능에 흡수시켰다. 다행이라면 영혼에 담긴 데빌론의 지식이나 기억이 있어 그의 권능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게 되었기에 흡수하는 것이 훨씬 용이하다는 점이었다.
그동안 중간계에 강림한 삼대 마왕이나 칠대 천사장들의 권능은 그저 권능의 일부만 흡수했기에 일종의 기운에 불과했는데 이번에는 데빌론의 전부를 흡수해서인지 새로운 권능까지 확보가 되었다.
‘일종의 정신조작능력이나 의지조작, 여기에 영혼조작 같은 능력을 새롭게 확보한 것 같군. 신도들을 홀려 복종시키는데 아주 유용한 수단일 것도 같군. 거기다가 신의 감옥을 조작하는 능력이라니.’
사이먼은 신의 감옥을 조작하는 능력을 새롭게 터득한 것이 놀라웠다. 생각 외로 신의 감옥을 조작하는 능력은 대단한 권능이었다.
‘하지만 신의 감옥은 그 자체로 권능의 덩어리이다. 그렇기에 마신의 권능에 의해서 강탈을 당할 수도 있다. 마왕 데빌론이 마신 트랄리온을 피해 도주한 것은 신의 감옥을 이용해도 마신의 권능에 저항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이먼은 신의 감옥을 자신의 권능으로 흡수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권능을 흡수하여 자신의 권능으로 변환을 시켜야 진정으로 자신의 것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내 능력이라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도록 한다. 지금 당장 변환시키려고 하면 몇 달의 시간이 필요하다.’
사이먼은 당장 급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시간을 두고 진행하기로 했다. 그냥 몸 안에 담고 있어도 그 권능이 그의 몸에 적응을 하여 변환이 이루어질 것도 같았다.
사이먼이 한 달 가까이 영지를 비웠지만 초여름이라 그리 큰 일이 없었다. 영지에 복귀한 이후에도 영지 순시를 하는 것 외에 특별히 하는 일이 없이 보내었다.
“영지 순시를 하는 이유가 있어요?”
“내게 권능이 있는 것은 알 거야. 권능을 이용하여 영지민이나 농작물을 한 번씩 살피고 있어. 영지 전체에 권능을 뿌리는 것도 방법인데 그렇게 하면 필요 없는 것들까지 무성해지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에 다 돌면서 직접 강화를 하는 것이야. 잡초나 몬스터마저 강화되면 골치 아파지지. 아직은 보지 않는 상태에서 권능을 부여하는 것은 서툰 편이라서 말이야.”
사이먼이 모든 영지를 살피는 것이 이상하여 마가렛이 물었다. 그렇게 구석구석 영지를 살피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수백 개에 달하는 장원을 돌아보려면 하루에도 이삼십 개의 장원을 살펴야 했다. 그렇게 다니려면 상당히 시간이 빠듯했다.
처음에는 무조건 따라 다녔지만 지금은 요령이 생겨 머물기로 한 곳으로 이동을 하여 사이먼을 기다렸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도 힘이 들었다.
사실 이런 영지 순시는 권능의 부여도 있지만 정령사의 자질을 가진 자를 찾는 작업이기도 했다. 또한 영지 곳곳에 산적한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런 사이먼의 행보에 영지 내부에서나 외부에서도 의아한 기색이었지만 사이먼은 묵묵히 한 바퀴 순시를 했다.
“정령을 소환하여 유지하는데 힘들지 않아요?”
마가렛은 사이먼이 최상급의 4대 정령을 전부 소환하여 다니는 것을 보면서 부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힘들지 않아. 마나야 그 정도 소진해서는 크게 무리한 것도 아니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