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83
마적과 광산노예 (1)
“영지에 정령친화력을 가진 자들이 그리 많지가 않은 것 같은데 우리가 사는 세상의 정령력이 약해서 그런가요?”
“인간 자체가 정령친화력이 그렇게 높은 존재가 아니야. 지금은 멸종했지만 정령친화력은 엘프가 뛰어나지. 그들이 사라진 상황이라 정령력을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아.”
사이먼의 말에 마가렛은 의아한 표정으로 보았다. 엘프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동화나 설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였다. 지금은 드래곤과 마찬가지로 사라진 존재였다.
“‘가온의 서’에 나왔잖아. 엘프가 마족과 천족의 침입에 휘말려 사라지게 되었다고. 그들이 멍청하게 행동하지 않았다면 마족이나 천족이 드래곤이나 엘프를 멸족시키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거야. 드래곤이 멸족하면서 그들마저 멸족을 하게 되었지.”
“무슨 일이 있었어요? 가온의 서에는 그런 내용은 없었던 것 같은데.”
“거기에 인간의 치부나 다른 아인종의 치부는 적지 않고 결과만 적었는데 그들은 마족이나 천족과 싸우지 않고 방관을 했지. 그것이 인간과 드래곤의 일이라고. 결국 그들은 드래곤이 멸족되면서 사실상 제일 먼저 멸종을 당하고 말았어. 마족이나 천족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정령들이니 그들이 가장 먼저 멸종시킨 거야. 결국 그들은 인간계에서 일어난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하다가 자신들마저 멸종을 당했지. 인간계만의 일이 아니라 중간계 전체의 일인데 말이야. 그러면서 정령술이 인간계에 퍼지지 못하게 막았고 인간 정령사를 제거하였지. 자신들만 정령을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을 가졌다고 생각하였지. 실로 오만한 존재들이야. 어쩌면 자업자득일 수도 있어.”
사이먼은 엘프의 멸종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그들의 이기심이 결국 그들을 멸종시키는 원인이 된 것을 알았다.
‘정령친화력이 높은 자들은 마나친화력도 높고 마력 친화력이나 성력 친화력도 높다. 흑마법사나 사제나 마법사나 정령사가 될 소질이 높은 자들이다. 정령사가 될 수 있는 자들이 소환마법사가 되었으니 결국은 엘프들을 공격하여 멸종을 시켰다고 할 수 있다.’
정령사가 되었다면 소환마법사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령사의 자질을 가진 자들이 소환마법사가 되었으니 그 대가를 치룬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정령사는 마법사나 사제와 달리 높은 수준에 이른 정령사가 낮은 수준에 이른 정령사를 바로 파악할 수가 있다. 정령의 향기라고 정령을 계약하면 알 수가 있다. 그들은 정기적으로 정령의 향기를 감지하여 인간 정령사가 등장하면 제거를 했다.’
엘프의 인간 정령사 말살은 인간과 엘프의 관계를 극도로 험악하게 만들었고 결국에는 인간세상에서 정령사가 존재할 수 없도록 했고 엘프와 인간이 서로 공존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 그나마 엘프기 아닌 존재가 정령을 부릴 수 있었는데 그들은 바로 드래곤들이었다.
마적과 광산노예
사이먼은 플라스콘 제국의 움직임을 모를 수가 없었다. 특히나 골란 황무지와 가장 가깝게 인접해 있는 팰리스 영지에서 진행되는 음모의 진상을 파악하고 있었다.
사이먼은 각 지역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을 저절로 감지할 수가 있었다. 인간이 많이 모이거나 강자가 움직이면 그것을 멀리서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럼에도 달리 문제를 삼지 않고 있었다. 그들이 어떻게 하는지 자못 궁금했고 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놓은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일의 중심에 엘피노 부족이 존재하고 있었다.
골란 황무지 동쪽과 남쪽 끝부분에 엘피노 부족으로 구성된 500여 명의 전사단을 곳곳에 주둔시켜 놓고 있었다. 그들 중에 상당수는 바람의 정령과 계약을 한 자들이었다. 그들을 이용하여 경계부분을 정찰하도록 하여 제국 방면에서 적이 침범해 오는지 살피고 있었다.
물론 사이먼은 팰리스 영지에서 기사 200명에 정예병사 1만으로 어용 마적단이 구성되어 산악훈련을 진행하는 것을 알고 그들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제국에서 골란 황무지를 개척할 인력이 부족한 것을 알고 인력을 보내준다고 하니 고맙게 받아들여야지. 저들도 몇 번 시도를 하다가 실패하면 그만두겠지.’
플라스콘 제국에서도 떳떳하지 못한 것을 알기에 마적단으로 위장을 하려는 것이니 그들이 실종이 되더라도 아무런 말을 못할 것 같았다. 사이먼은 인간 세상의 일이라 생각하여 인간의 법도에 의거하여 일을 처리하기로 했다.
권능을 이용하여 정신조작을 할 수도 있고 직접 물리력을 행사하여 다 죽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를 않았다. 어쩌면 오만한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갖기도 했지만 가급적이면 그런 힘으로 파괴적인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들에 의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면 영지와 무관한 마적단이라고 발뺌을 할 것이다.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 그렇게라도 도발을 하지 못한다면 곧 전면전이 벌어지겠지. 이런 식으로 국지전을 벌여 제국의 야욕을 발산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이먼은 인간 세상의 일은 인간의 방식으로 해결하고 싶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면 사용하겠지만 인력으로 해결이 가능하면 굳이 나설 생각이 없었다.
사이먼은 사도인 에크론 미우엘로 화신하여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가급적이면 휘하의 교도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 하려고 했다. 자신을 추종하는 교도들의 희생을 원하지 않았다.
경계를 강화한 덕분에 제국 방면에서 마적단이 출몰하여 몰려오는 것을 보고받았고 사전에 구성해 놓은 전투 병력을 이동시켜 싸울 준비를 하도록 했다. 희생 없이 이길 수 있도록 준비를 해나갔다.
“부족장께서 나서 주셨으면 합니다. 제국의 팰리스 백작이 휘하의 군사를 마적으로 위장시켜 침략을 해오는 중입니다.”
마스터인 스로빙엔에게 군사 5,000명의 지휘를 맡겼다. 그들은 사이먼 교도 2000명, 용병 2000명, 엘피노 부족 1000명으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참여한 용병들도 사이먼 교도가 대부분이었다. 용병들도 돈을 보고 나서는 것이 아니라 신념에 의해 전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사이먼이 나서도 될 일이지만 일단 인간의 일은 인간의 방식으로 처리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직접 그들을 처리하지 않았다. 마음만 먹는다면 그들을 모조리 죽일 수도 있고 잠재울 수도 있지만 그것은 인간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직은 사이먼이 신적인 능력을 보일 시기가 아니었다. 크로이엘 교단과 전면전을 벌이기에는 그의 세력이 너무나 약했다. 사이먼 교단이 확고하게 종교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전면전을 벌어 중간계에서 축출할 생각이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그 점을 유념하여 무리한 공격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전에도 몇 번 제국에서 이곳을 침범하여 저들의 땅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우리의 힘으로 막아냈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상황이 좋습니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 저들에게 보여줄 것입니다.”
엘피노 부족은 침략자들을 몰아내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사용했다. 이런 오지에 제국이나 대영지 차원에서 군사를 투입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어쨌든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침탈을 당하지 않고 이겨냈다. 그들이 사용한 방법은 지형을 이용한 매복 공격과 몬스터를 유인한 상잔 같은 방식이었다.
사이먼은 크라인이 내민 서류를 검토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간 준비한 것은 바로 새로운 조선소였다.
“엘그란데 강 하구에 인접한 트랑코 장원과 게리아 장원의 영역에 조선소를 세운다는 말이군요.”
트랑코 장원은 엘그란데 강의 하구에 인접한 장원이고 게리아 장원은 트랑코 장원의 서쪽 엘그란데 강의 하구 북쪽에 위치한 장원이었다.
“일단 그 두 곳에서 어선을 제작할 생각이다. 강과 바다에서 사용하는 배가 다르니 따로 만들어야지. 그 후에 조선공이 숙달되면 순차적으로 화물선을 만들고 여객선을 만들 생각이다. 강과 바다에서 운항하는 배가 다르니 그것도 고려하여 진행할 생각이다.”
그간 엘칸토르 영지는 지속적으로 조선소를 만들어서 해안가에 어선을 보급하여 어업을 해오고 있었다. 곡물이나 육류만 먹는 것보다 생선도 같이 먹는 것이 좋기에 정책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었다.
“엘그란데 강에서 배를 운행하면 화물의 수송이 용이해질 것도 같다. 또한 해안가는 비교적 안전한 편이니 화물선을 운영하여 수송을 할 예정이다.”
사이먼이 영지일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일은 크라인이나 몇몇 행정 관료가 주도하는 편이었다. 사이먼은 주로 중요한 일만 몇 가지 보고받고 결정을 해주는 정도였다. 여기에 종종 마가렛이 관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화물선이 어느 정도 확충이 되면 한 번 크로니아로 운항을 할 수 있는지 검토할 필요도 있어 보이네요. 이왕에 배를 만들 거면 좀 더 활용하도록 하죠.”
사이먼의 말에 크라인은 지도를 보면서 뭔가 계산을 하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이라면 그런 이야기가 허황되게 들릴 수가 있지만 사이먼은 다를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 가려면 해양몬스터가 문제이다. 거대한 해양몬스터가 나타나서 배를 공격하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배에 방어할 수단을 장착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방도가 있습니다. 연구해 보면 나오겠죠.”
사이먼의 말에 크라인도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마법을 사용하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그렇게 해도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검토할 필요는 있었다.
“그보다 크라니아 영지에서 지속적으로 조선공을 빼오면 문제가 될 것 같은데 말이 없나요?”
“거기에서 대략 500명가량을 데려왔지만 적당히 크라니아 자작과 타협을 한 덕분에 문제가 없다. 거기서 여러 가지 물건을 사오기도 하니 말이다.”
“아, 옷감을 주로 인근에서 구해오는 건가요?”
“그렇게 하니 그들도 이득이라 우리에게 협조하기로 했다. 여기에 옷감의 재료를 키울 장원을 몇 개 조성했지만 우리 영지에서 필요한 양을 조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부근에서 지속적으로 사람을 데려올 생각이다.”
“크로니아 영지에서 여기로 뱃길을 여는 것은 크게 반대할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거기가 글리스콘 대영지 산하이죠? 글리스콘 후작도 협조적이니 문제는 없겠군요.”
사이먼이 초기에 방문을 하여 협조를 구했던 영지이기에 크게 문제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거기에 가려면 몇 개 섬에 있는 해적들을 재차 토벌하고 아예 주둔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해적들로 인해 문제가 될 것이다.”
“뱃길만 열리면 사실 해적들도 힘을 쓰지 못합니다. 항로를 개척할 때 아예 토벌하고 그곳에 병사를 주둔시키도록 하죠.”
사이먼은 그곳의 섬을 자신이 차지할 생각을 했다. 크라니아 영지를 비롯한 인접한 영지에서 사실상 그 섬에 대한 영유권을 포기한 상황이었다. 그곳에서 해적이 있기에 그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그 섬과 연관이 없다고 천명하고 있는 상황이니 점령하여 차지해도 문제가 없었다.
육지에 인접한 곳에 있는 섬을 차지하고 그곳을 근거지 삼아 인근 영지와 무역을 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도 같았다.
‘아울러 혼타직할령에 있는 마가렛의 스타리안 영지도 반납하지 않고 그냥 차지할 수도 있지.’
사이먼은 그곳을 엘칸토르 영지의 본토 거점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야 트라칸 반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에 곤란한 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힘을 앞세워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니 걱정할 것은 없지.’
사이먼은 트라칸 반도의 일부 지역을 항구로 개발하고 그곳을 거점삼아 개척을 하는 방안도 생각하기로 했다.
팰리스 영지군은 샌디안 사막을 횡단하여 골란 황무지로 진입을 했다. 1만 대군을 가로막을 존재는 그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영지병에게 지속적으로 샌디안 사막의 마적들이 골란 황무지 방면으로 도주했다고 전파를 하여 그들이 로크 왕국을 침략하는 것이 아니라 마적토벌을 한다고 믿게 하였다.
또한 골란 황무지에 들어간 이후에는 마적들이 골란 황무지에 근거지를 마련하고 샌디안 사막을 통해 팰리스 영지를 약탈했고 그 배후에 로크 왕국이 존재한다고 하여 그들의 행위가 정당함을 강변했다.
이런 그들의 목적은 로크 왕국에서 개발한 광산을 접수하여 운영하는 것이었다. 하나라도 접수를 하면 음으로 양으로 지원을 하여 거점을 만들고 인근의 광산을 하나둘 빼앗아 종내는 모두 차지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점령을 한 후에 제국과 무관한 마적단의 소행이라 시치미를 떼면서 직접 토벌을 하여 차지하라고 할 계획이었다.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군사를 증원하여 로크 왕국과 국지전을 치룰 계획이었다. 사전에 이미 광산의 위치를 파악해 놓았기에 그들은 거침없이 진격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사막을 벗어나면서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온간 방법을 동원하여 습격해 오는 자들 때문에 자잘한 희생이 끊이지를 않았다.
심지어는 몬스터를 상처 입혀서 유인해 오기까지 했다. 몬스터를 정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그렇게 할 때까지 적지 않은 피해를 입기도 했다. 때로는 매복에 당해 속수무책으로 화살을 맞기도 했고 심지어는 산사태까지 나서 피해를 입기도 했다.
사막을 벗어나 대략 열흘 정도면 목표로 한 광산에 당도해야 했지만 방해를 받는 통에 보름이 지난 시점에도 절반을 가지 못하고 발목이 잡혀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