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94
마경 샐리나 (4)
‘알았다. 넌 나보다 더 강하기에 굳이 적대할 이유는 없다. 나중에 내가 더 강해지면 모르지만.’
사이먼은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이상한 말을 하자 어이가 없었지만 더 강해진다고 해도 이길 자신이 있기에 메모리 마법으로 글에 관한 것을 전달해 주었다.
사이먼은 책의 절반 이상이 데플라 사막에 있는 알 고리아스의 레어에 있는 서적이기에 거기에 없던 것만 한쪽으로 모았다.
‘여기 남아 있는 것들을 먼저 읽어라. 이것들은 내가 전에 읽은 것들이다. 이쪽은 나도 처음 보는 것들인데 내가 읽고 난 후에 이쪽으로 가져다 두겠다.’
‘여기 있는 것들 중에 책을 제외하고 나에게 필요 없으니 다 가져가라.’
이 장소를 말할 때는 아무 것도 필요가 없었지만 책의 용도를 알게 되자 제외를 시켰다.
‘나한테 다 준다니 고맙다. 그러나 막상 가져가도 둘 곳이 없으니 여기에 그냥 둘 것이다. 필요하다면 나중에 내가 와서 가져가지. 다시 섬으로 가자.’
사이먼은 시간이 꽤 흘렀기에 다시 섬 주변으로 공간 이동을 했다. 마경을 ‘트라칸 바다의 해신’이라고 계속 부르기가 번거로워 샐리나라는 여자 이름을 새롭게 붙여 주었다.
‘나는 트라칸 바다의 해신 샐리나야?’
‘그렇다. 나는 전신 사이먼이고 너는 트라칸 바다의 해신 샐리나이다. 너와 같이 강한 자들이 셋이나 더 있기에 그냥 해신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면 내가 그들을 다 이기면 네가 전신이 되는 것처럼 해신이 될 수 있는 거야?’
샐리나는 그 미묘한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을 했다.
‘그렇기야 하지만, 왜?’
‘내가 다른 셋을 다 부하로 만들 생각이야. 그들은 아직도 너를 만나기 전의 상태이니 나보다 다 약해. 이제 결판을 지어야 할 거 같아서.’
갑자기 명칭 하나로 전의를 불태우는 마경 샐리나라서 무서워졌다. 그런 것으로 인해 자신이 강적을 하나 만든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책에 재미있는 내용이 많은데 그것들을 먼저 익히고 그들을 부하로 만들어야지.’
해신이 되겠다는 샐리나의 결심에 사이먼은 혹시라도 나중에 주신이 되겠다고 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능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신격이 훨씬 낮은 상황이었다.
‘언젠가 힘으로 한 번 제대로 겨루어야 승부가 날 것도 같군.’
마경 샐리나의 성향을 보면 고분고분 굴복할 것 같지가 않아 보였다. 지금이야 순진해 보이지만 머리가 깨어나고 강해지면 분명 이겨보겠다고 도전할 것 같았다.
사이먼은 마경 샐리나가 책을 읽는다고 다시 레어로 가자 한동안 바다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강한 상대를 굴복시켜야 나도 강해지겠지. 그간 인간 세상에 상대할 만한 적이 없어서 나태한 면도 있었지. 주신이 되려면 해신 샐리나 정도는 가볍게 굴복시켜야겠지.’
다른 세 데미갓을 굴복시키고 ‘트라칸 바다의 해신’에서 진정한 ‘해신’이 된 샐리나와 겨루는 것을 생각하자 저절로 흥분이 되었다. 물론 둘이 싸우다가 중간계가 파괴될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압도적으로 자신이 강하면 그럴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방법은 신의 감옥이나 다른 방법을 사용하여 바로 제압하는 것이 좋겠지.’
중간계가 파괴될 정도로 싸우는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려면 가장 좋은 방법이 아예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었다. 가장 좋은 방법이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럴 경우에 적을 단숨에 제압할 방도가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신의 감옥 같은 수법이었다.
‘일단 샐리나가 얼마나 강해질지 지켜보자. 마신 트랄리온도 휘하에 3대 마왕을 두고 있고 천신 크로이엘도 7대 천사장을 휘하에 두고 있다. 나도 내 밑에 다른 데미갓을 휘하에 두는 것도 좋지.’
사이먼은 마경 샐리나를 적이 아니라 부하로 만들 대상으로 생각하자 강해지는 것이 걱정되기보다는 기대가 되었다.
‘둘 정도 더 필요한데 몬스터를 데미갓으로 만드는 것은 꺼림칙하단 말이야. 어디에 드래곤이 존재하지 않을까?’
사이먼은 어딘가 공간의 틈 속에 드래곤이 숨어 있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신의 감옥 같은 신의 권능이 담긴 물품으로 은신하고 있을 것 같았다.
‘혼자 신이 오롯이 존재할 수는 없어. 신을 받쳐주는 데미갓이 존재할 수밖에 없지. 일단 마경 샐리나를 해신으로 만들어야지. 그렇게 하려면 내가 무조건 강해져야지.’
사이먼은 마경 샐리나를 강하게 만들면서 자신은 그 보다 더 강해지기로 결심을 했다. 그렇게 하려면 당장 엘칸토르가 남긴 서적들을 연구하여 좀 더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결국 사이먼도 한동안 생각을 하다가 숙소에 갔지만 저녁이 되자 아까 갔던 레어에 다시 갔다. 아직 읽지 않은 서적의 내용이 궁금했다. 역시 먼저 와 있던 선객이 독서삼매경에 빠져있었다. 마경 샐리나가 그곳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둘은 간단히 인사를 하고 각자 독서를 하기 시작했다. 사이먼이 먼저 어떤 것을 읽는 것이 좋을지 선별을 해놓은 덕분에 샐리나는 상식을 다룬 기본적인 서적을 먼저 읽고 있었다. 그렇지가 않았다면 궁금한 것 이 많아 진도가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사이먼은 역사서 중에서 신에 대해서 이야기한 서적을 먼저 읽어갔다. 역시 예상대로 중간계의 주신은 드래곤 로드가 담당을 하고 있었다. 주신은 선대 로드가 후대 로드에게 권능을 승계하는 방식으로 이어져 왔는데 종종 드래곤의 권능을 이어받지 못하고 전대 로드가 소멸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럴 경우 데미갓에 달한 드래곤 중에서 가장 강한 드래곤이 로드로 선임이 되었고 각 종족에서 제일 강한 드래곤, 즉 장로들이 권능의 일부를 이전시켜 주었다. 그렇게 선임이 된 로드는 당대에는 약했지만 2~3대가 되면 다시 온전한 드래곤 로드의 권능을 회복했다.
‘결국 전대 드래곤 로드가 예기치 않게 소멸을 한 탓에 새로 로드로 선임이 된 것이 엘칸토르였고 그는 완전한 로드가 되지 못했고 후대에 제대로 된 권능을 물려주지 못한 것인가?’
엘칸토르의 비망록에서 그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권능을 회복하기 위한 마법진을 레어의 한쪽에 만들어 두고 로드가 된 후에 평생을 수련하면서 보낸 것이다. 그렇기에 퇴임한 후의 엘칸토르의 행적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그런 내용을 접한 사이먼은 권능을 회복하기 위해 만들었던 마법진이 있는 곳으로 갔다. 마법진을 보자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파악할 수가 있었다.
‘드래곤 로드가 된 엘칸토르나 지금의 나나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군. 이 마법진을 구성한 것을 보면 온전한 마왕의 권능을 가졌던 데빌론의 수준보다 한 단계 더 높다. 거의 신의 감옥을 만들었던 엘퀴놈의 수준이군.’
사이먼의 수준도 데미갓으로서는 상당히 높은 편이었기에 당연히 불완전한 로드에 거의 근접한 것 같았다.
‘속성력을 강화하고 아울러 정신력마저 강화시키는 마법진이다. 또한 세상에 흩어진 전대 로드의 권능을 모으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전대 로드만이 아니라 마신이나 천신의 권능마저 모을 수 있는 것인가? 모든 신의 권능, 신력을 모두 모을 수 있도록 되어 있군. 한데 엘칸토르도 결국 드래곤 로드 자리를 물려주지 못하고 소멸한 것인가?’
사이먼은 마법진에 여전히 권능의 잔재가 남아 있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 판단을 했다. 엘칸토르가 다른 드래곤에게 로드의 자리를 물려주었다면 이 마법진마저 전달을 해주고 폐쇄가 되어야 했는데 여전히 작동을 하고 있었다.
‘샐리나의 수준이라면 여기에 담긴 신력을 아예 감지하지 못하겠군. 그러나 나는 여기에 서린 신력의 거대함을 느낄 수가 있다. 설마 엘칸토르가 당시의 드래곤 로드였다니. 이 마법진으로 그가 후대에 로드의 자리를 물려주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당시의 드래곤 로드인 엘칸토르는 불완전한 로드의 권능을 가진 채 마신과 천신을 상대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 불완전하다고 해도 중간계이기에 하나 정도는 상대가 가능했지만 둘이 강림하였기에 결국 소멸을 당하고 만 것이다.
신격의 차이가 나면 숫자는 무의미했고 결국은 드래곤 대부분이 마신과 천신에 의해 소멸하는 참사가 일어나고 말았다. 물론 로드가 소멸하자 악에 받친 드래곤들이 육탄전을 벌여 강림한 마신과 천신을 소멸시켰지만 그로 인해 멸족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것이다.
‘여기에 모인 신력은 대단하다. 이렇게 거대한 신의 권능을 얻을 수가 있다니. 이건 기회이다. 이 마법진의 성능이 아주 뛰어난 것은 아니기에 알아도 효과가 없는데 수만 년의 시간이 흐르니 엄청난 성과를 보이는군. 시간의 위대함인가?’
하지만 사이먼은 마법진 안에서 거대한 신력을 느꼈지만 그것을 바로 취할 수는 없었다. 계속 마법진이 작동하면서 수만 년 동안 모아놓은 신력을 감당하기에는 사이먼이 너무나 약했다.
‘여기에 모여 있는 신력을 취하면 진짜 주신이 될 수 있겠군. 한데 너무나 강해서 가까이 갔다가 오히려 내 권능마저 빼앗길 수 있어 보인다.’
사이먼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책을 읽던 곳으로 갔다. 거기서 좀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 책을 읽어 나갔다. 그 책들을 읽을수록 자신이 짐작한 것이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이먼은 영지로 복귀한 이후에도 종종 엘칸토르의 레어에 가서 읽지 않은 책을 읽어 나갔다. 그 사이에 마가렛은 마침내 딸 리아를 낳았다. 그렇기에 사이먼은 자리를 비우지 못하고 한동안 영주관에 있어야 했다.
아들을 낳았을 때에는 자신의 분신이 생겼다는 것이 신기하고 영주의 후계자가 생겼다는 것으로 인해 가신들이 더 기뻐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딸인 리아가 나오자 사이먼은 또 다른 기분을 느꼈다. 왠지 어린 아이가 더욱 귀엽게 느껴졌다.
사이먼은 세론을 키웠던 경험이 있기에 리아를 대하는 것이 훨씬 능숙했다. 마가렛도 사이먼이 축복을 해주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편 마경 샐리나는 사이먼이 읽었기에 제외했던 책을 다 읽고 사이먼이 읽고 있던 책을 읽어나갔다. 사이먼은 이런저런 해야 할 일이 많아 시간이 별로 없었지만 샐리나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나 사이먼이 와서 적당히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이해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아 실제로 익히는 것은 속도가 느렸다. 그러나 일반적인 마법사들이 마법을 익히는 속도보다는 훨씬 빨랐다.
제국의 코앞에 있는 라고스 섬의 해군기지도 완공이 되어 세척의 경비함이 배치가 되었다.
사이먼이 통보한 기한 내에 뮤리안 영지를 비롯한 제국의 해군이 당도하지 못했다. 더구나 항해에 나설만한 모든 배가 다 침몰된 상황이라 시간을 더 주어도 나설 수가 없었다. 그러니 사이먼은 더욱 떳떳하게 그 섬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가 있었다.
제국으로서도 사이먼이 막은 것도 아닌데 바다 몬스터 때문에 당도하지 못한 상황이라 자신들의 섬이라 주장할 수가 없었다. 그냥 놔둬도 그 섬에 당도하지 못하는 상황이니 제국이나 뮤리안 영지에서 주인이라고 주장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불의 마법만 빼고 대부분의 마법을 다 익힐 수가 있었다고?’
‘응, 한데 불의 마법도 익히려고 하면 익힐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왠지 몸에서 거부감이 들어.’
샐리나는 종의 특성인지 지내온 환경의 영향인지 모르지만 화염 계열의 마법에는 취약했다. 불의 마법에 대한 내성도 그리 높지가 않았지만 그에 대항하는 수계마법이나 빙계마법이 뛰어나 그런 취약점을 보완하기도 했다.
적당히 마법을 익힌 마경 샐리나는 며칠간 보이지 않더니 사이먼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 물론 마법을 익히기 시작한 샐리나는 불완전한 폴리모프 마법을 완전하게 익혀 결국 완벽한 여자로 변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해신이 되었다.”
샐리나가 또렷한 인간의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이제 완전한 인간으로 변신을 하게 된 것이다.
“축하한다. 너와 비슷한 수준의 존재들을 굴복시킨 것인가?”
사이먼은 해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하자 바로 의미를 알아들었다. 이미 사전에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했다. 아무리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샐리나의 동정을 알 수가 있었다. 권능을 가진 존재가 움직이는 것이니 사이먼이 감지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이다. 다들 보자마자 자기들이 약하다는 것을 아는지 꼬리를 내리고 항복을 하더군.”
자연의 세계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철저했다. 죽기 싫었기에 항복하면 살려준다는 말에 그냥 굴복을 했다. 사이먼은 마경 샐리나가 다른 존재들과 싸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기대를 저버리고 모두 굴복을 한 것이다.
“이제 해신 샐리나가 되었군. 앞으로 해신 샐리나라 불러줄게. 한데 그들은 그대로 둘 것인가?”
사이먼은 샐리나의 존재감을 느끼고 있기에 그런 것이 진행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단지 부하가 된 셋의 거취가 궁금했다.
“그들의 영역에 그대로 두어야지. 그들이 사라지면 질서가 무너져 엉망이 되고 그렇게 되면 이곳마저 이상하게 변할 수가 있으니.”
샐리나도 자연의 법칙을 알게 되었기에 그렇게 대답을 했다.
“그거야 샐리나가 알아서 하면 되겠지. 그보다 샐리나는 육지에 갈 생각이 없어?”
샐리나가 완전히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를 한 후에 사이먼은 인간의 의복을 갖춰주었다. 아울러 아공간 마법을 모르기에 아공간 마법까지 가르쳐 주어 필요한 물품을 지니고 다닐 수 있도록 해주었다.
최근에는 검을 익혀 마스터 수준에 도달하기도 했다. 검술은 아직 초보 수준이지만 마나를 운용하는 것은 마스터를 능가했고 검에 엄청난 마나를 주입하여 억지로 오러 블레이드를 형성했다. 더구나 정령도 계약을 하여 물의 상급정령과 땅과 바람의 중급정령을 계약하기도 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