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98
크로이엘 교단의 몰락 (1)
사이먼은 ‘전신 사이먼의 서’를 발간하였다. 그로 인해 그 책을 읽은 사이먼 교도들 중에 상당수가 그의 사도로 각성을 하기도 했다. 그들로 인해 사이먼 교단은 교세를 더욱 확장하게 되었다. 그에 대한 믿음은 그 책으로 인해 더욱 확고해지는 경우가 발생했다.
“마침내 백작으로 승작하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피오르드 영지가 마침내 대영지로 승격하게 되면서 스타니엘 자작은 계승 작위인 피오르드 백작을 수여받게 되었다. 피오르드 영지는 이제 인구 60만 정도에 불과했지만 대영지의 자격을 갖춘 상황이었다.
겸사겸사 사이먼은 동생인 애니카도 만나보고 조카들도 보려고 방문을 하였다. 마법사인 애니카도 어느새 5서클에 다다라 있었다. 이제 나이가 서른을 앞두고 있으니 그 정도 성취가 아주 빠른 것은 아니었다.
“한데 그간 사이먼 교단에서 발간한 경전과 교리를 살폈는데 크로이엘 교단에서 가장 싫어할 내용만 담은 것 같더군.”
피오르드 백작은 뭔가 아는 듯이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사이먼에게 사이먼 교단과의 관련이 있는지 직접 묻는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 사이먼이 진지하게, 또는 장난삼아 하는 일로 추정을 하고 있었다.
“그럴 것입니다. ‘가온의 서’를 보면 알겠지만 세상이 잘못 되어 있고 그것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중간계 전체가 불행에 휩싸일 것입니다. 그냥 두면 마계나 천계의 식민지가 되고 말 것입니다. 그들의 식민지가 되면 죽어서 영혼의 안식도 얻지 못하고 종내는 영혼의 식량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러면 스스로 사라진 로드가 되려는 것이요?”
로드란 말은 군주란 의미였지만 신의 세계에서도 종종 사용되는 말이었다. 보통 주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아차원인 하나의 계를 영지로 간주하여 중간계의 영주, 중간계의 주신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피오르드 백작은 전과 달리 긴장한 기색으로 어조마저 공손하게 질문을 했다. 이제는 사이먼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 내용이 그만큼 중대한 것이었다.
“그럴 생각입니다. 누군가 마신이나 천신으로부터 이 세상을 지켜내야 합니다. 내가 그 일을 할 자격이 있을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각국에서 크로이엘 교단이 완강하게 저항을 하고 있지만 그런 것도 시간이 지나면 잦아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신과 천신이 중간계를 그들의 영지로 삼으려고 하지만 중간계는 중간계의 존재가 로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이먼은 크로이엘이 결코 주신이 될 수 없음을 강하게 피력했다. 피오르드 백작의 얼굴에 뭔가 기대하는 기색이 어렸다.
“마법사들이나 식자들도 진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절대로 그 사실을 입 밖으로 내지 못했소이다. 크로이엘 교단이 힘으로 진실을 은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야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소이다. 한데 사이먼 교단의 사도는 어떻게 되는 것이요?”
“개인적으로 성소를 꾸미고 예배와 수련을 하면 언젠가 사도로 각성을 할 것입니다. 사람에 따라 평생 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사도가 되는 것은 수련의 궁극적인 목적이 아닙니다. 진정 원하는 것은 스스로 인간의 벽을 초월하여 데미갓이 되고 신이 되는 것입니다. 모두가 인간 본연의 가능성을 최고조로 발휘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사이먼 교도의 목적입니다.”
사이먼은 자신이 모든 것을 관장하고 있지만 직접 설명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설명하고 말았다. 인성이 올바르지 못하고 사악한 자는 결코 사도가 될 수가 없었다.
이는 거칠고 사악한 기운이 사이먼의 권능 자체와 공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악인일 경우 몸 안에 있는 기운이 정순하지 못한 경우가 많고 사이먼의 권능이 득이 되기보다 실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 마법사들이나 기사들 상당수가 사도로 각성을 한 것이 화제가 되는데 사도가 되면 뭔가 달라지는 것이 있습니까?”
사도가 되면 약간의 치유력을 가지는 것 외에 특별히 좋아졌다고 알려진 것이 없어 일부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피상적으로 겉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었다.
“마법이나 검의 경지가 직접적으로 높아지지는 않지만 다른 의미에서 조금 더 강해질 것입니다. 아울러 전신 사이먼의 권능을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그것이 무슨 덕이 있을지 모르지만 없는 것보다 나을 것입니다.”
사이먼은 그렇게 말을 했다. 자신의 입으로 좋다고 말하기가 민망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아직 사이먼은 인간의 본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을 알지만 억지로 벗어던질 생각은 없었다. 그것 자체로 하나의 능력이기 때문이었다.
“전신 사이먼의 권능을 이용할 수가 있다면 그건 바로 신성력을 사용할 수가 있다는 말인 것 같소이다. 시간이 지나면 점점 그 능력이 커질 것이고 앞으로 뭔가 달라질 것 같군요. 나도 전신 사이먼의 교도가 되어 수련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모든 사도의 능력이 초급에 불과합니다. 차츰 시간이 흐르고 사도들의 수련이 깊어지면 중급도 되고 상급도 되겠지요. 그런 것보다 중요한 것은 중간계의 존재가 오롯이 자신 스스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이먼은 자신이 신이 되고 주신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그를 받쳐줄 강한 존재가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되려면 데미갓이 많이 출현해야 했다.
몰락의 시대 이전에 드래곤은 수백에 달했다. 그 중에 데미갓에 이른 존재의 숫자는 100에 달할 정도였다. 그런 숫자가 있었어도 천계와 마계가 지속적으로 침공을 하니 결국 당하고 말았다. 데미갓에 도달할 수 있는 드래곤의 숫자는 한정적인데 마족이나 천족은 무한으로 소환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천족이나 마족은 데미갓에 이르지 못한 드래곤을 주로 노렸고 그들은 합공을 당하면 당할 수밖에 없었다. 혼자 생활하는 드래곤은 그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었고 그들의 사체는 소환마법사들을 강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물론 이는 구조적인 문제에 엘프의 비협조가 원인이기도 했다. 드래곤 다음으로 강자가 많은 것이 엘프인데 그들이 소환마법에 대하여 적대적인 드래곤에 대하여 반감을 가지고 있어서 서로 협조를 하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수도 없이 많은 인간들이 소환마법사가 되어 드래곤에 대항하여 오히려 천계와 마계의 앞잡이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인간이 약했지만 엄청난 숫자가 있었고 하급 마족과 천족이라도 엄청난 숫자를 소환하자 그 힘은 무시할 수가 없었다.
물론 소환마법사들로서는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는 드래곤을 멸절시켜야 했기에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그런 선택 자체가 사실상 그릇된 일이었다. 애초에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크로이엘 교단의 사제들이 다시 소환마법사로 변화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결국 큰 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 천족을 소환하여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하기 시작하면 세상이 엉망이 될 수 있다. 그런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
사이먼은 말을 마치고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크로이엘 교단의 이야기만 나오게 되면 답이 없었는데 이제는 뭔가 가닥이 잡혀가는 것 같소이다. 하지만 그들이 순순히 모든 것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들이 어떤 꿍꿍이속을 가졌는지 모르니 항상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요.”
피오르드 백작은 크로이엘 교단이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부언을 했다. 종교에 미친 광신도들이 어떤 짓을 벌일지 예측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그들은 크로이엘과 마신의 강림을 시도할 것입니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사용할지 모르지만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그것을 막아내야만 모든 것이 끝날 것입니다.”
사이먼은 크로이엘의 강림과 마신의 강림이 동시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마신의 사도인 흑마탑이 사라졌지만 크로이엘 교단이라면 마신을 강림시킬 방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 되었다.
가온의 서에 나와 있듯이 마르시아노와 엘퀴놈의 강림이 이루어졌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뒤바뀌고 말았다. 드래곤이 그냥 방관만 한 것은 아니었는데도 결국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다시 크로이엘 교도들이 소환마법사로 변모하는 상황이 온다면 몰락의 시대 이전의 대격변이 벌어질 수가 있다. 그것을 막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이 벌어져도 막아내야 한다.’
르펜 1세는 라이오넬 백작의 설득으로 제국의 인구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문제의 출발점이 인구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인식하니 그 이후에 해야 할 일을 말하기가 쉬웠다.
“모든 문제가 인구의 증가에서 기인하는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하여 달리 좋은 수가 없는 것 아니요? 인구가 늘어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말이요?”
사실 제국에서는 그나마 개척의 여지가 있는 북부 열화의 사막 주변의 대수림을 개발하려고 했지만 그것도 몬스터의 창궐로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다. 워낙 강성한 몬스터가 많아 사실상 몬스터가 내려오지 못하도록 만든 방벽을 지키는 것만 해도 벅찬 상황이었다.
“인구는 국력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것도 적당한 수준일 때에 해당이 됩니다. 지금처럼 포화상태가 되면 인구는 재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거야 아는 사실이요. 만일에 황도 로바니아 외성 밖에 모여든 자들이 난동을 부리면 황도가 엉망이 될 수가 있다는 경고도 경비대나 황성 수비대가 늘 말하는 상황이니 말이요.”
황도의 외부에 모여든 자들은 빈민이 대다수로 그들이 폭동을 일으키면 대책이 없었다. 물론 무력을 이용한 유혈진압을 하는 수밖에 없지만 그것은 최악의 방법이었다. 그러니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단이 없었다.
“사실 로크 왕국을 침공한 부분도 어떻게든 넘쳐나는 인구를 처리하기 위한 영토를 확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초기에 로크 왕국도 그것을 알기에 동조하여 에카테리나 왕국을 침공한 면도 있고 말입니다.”
제국도 인구 증가로 인해 상황이 심각하다면 역시 로크 왕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개발할 여지가 많은 에카테리나 왕국을 노린 것이다.
“당장 전쟁을 하지 않으려면 인구 문제를 해결해야 하옵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부에서 귀족들 간에 내전이 벌어지고 불순분자들의 봉기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협상을 통해 에카테리나 왕국에서 새롭게 개척하고 있는 트라칸 반도에 이주민을 보내야 하옵니다. 그곳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개척하지 않은 곳이 많아 수백만, 제대로 개척하면 2~3천만의 인구를 수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이먼 후작이 개척하고 있는 엘칸토르 영지 말이요?”
르펜 1세도 사이먼에 관한 보고서는 주의 깊게 보기에 그에 관한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그곳에 대한 권리나 이권을 얻는 것과 별개로 무조건적으로 잉여의 인구를 이주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국은 인구 과잉으로 통제 불능의 상황에 처하고 맙니다.”
인구의 과잉은 각 영지를 어렵게 하고 지금에는 제국의 팽창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팽창을 하려는 것은 전쟁인데 전쟁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간단한 시도를 하다가 된통 혼이 나기도 했다.
“그냥 무조건 이주를 시키자는 말이요? 이렇게 되면 자칫 엘칸토르 영지의 힘이 강해지고 에카테리나 왕국이 강해져 제국을 압도할 수도 있는 것 아니요?”
“당장은 그리 염려할 것은 아닙니다. 엘칸토르 영지가 강해지면 에카테리나 왕국이 강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독립을 꿈꿀 수도 있습니다. 그 문제는 나중에 고려해도 될 것입니다. 일단 가고 싶은 자들이 떠나도록 하면 됩니다. 그러면 그리 걱정할 정도로 커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자유민은 다 떠나고 토착 영지민들만 영지에 남는 것 아니요? 자유민도 문제지만 토착 영지민들이 더 문제라고 하던데 말이요?”
영주들이 압박을 느끼는 것은 자유민의 증가 때문이 아니라 토착 영지민인 농노들의 증가 때문이었다. 자유민 대부분은 소작농들이지만 소작이 어려우면 영지를 떠났다.
그러나 영지 소속인 농노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이 영지에 매여 있는 몸이라 그냥 빈둥거릴 수밖에 없었다. 농사를 짓는데 100명이면 충분한데 그 숫자가 110명, 120명이 되니 빈둥거리는 사람이 생기고 그들로 인해 소득이 감소하는 상황에 처하고 있었다.
“그건 추가적으로 영지 단위로 토착 영지민을 정리해 나가면 됩니다. 그건 현재 에카테리나 왕국의 대영지들도 진행을 하는 일입니다. 이 경우 이주비용은 엘칸트로 영지에서 부담을 했다고 하니 적당히 국경이나 항구까지만 이동시키면 그들이 데리고 갈 것입니다.”
르펜 1세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이 모든 일은 소신이 영지행정을 관장하는 재무성 영지관리국과 협의를 하여 진행하도록 하겠사옵니다. 황실이나 중앙 정부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기술적으로 처리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라이오넬 백작은 르펜 1세의 성향을 알기에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진행할 생각이었다. 제국 차원에서 나서지만 공식적으로 처리를 하면서도 조용히 진행을 할 생각이었다.
“뮤리안 영지에서 라고스 섬 문제로 인해 사이먼 후작에게 감정이 좋지 않을 것 같은데 그에 대한 방도는 있는 것이요?”
사이먼과 관계를 개선해야 이주민을 보낼 수가 있는데 사이먼이 양보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면 제국에서 당위론으로 에카테리나 왕국이나 사이먼을 압박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상 라고스 섬을 사이먼 후작이 차지했다고 해도 뮤리안 영지에서 손실을 입은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항상 방치하던 섬이기 때문이고 그곳에 간 적도 없기 때문입니다.”
외부와 통상을 하는 것은 국가도 이득이지만 해당 영지도 크게 이득이 발생할 수가 있었다. 그러니 영지의 항구에 배가 기항을 하면 뮤리안 후작도 달리 불만이 없을 것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