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20
위기 (1)
“일단 애쉬톤 산에서 사냥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의뢰 실적도 나쁘지 않고 사체의 가격도 좋아 오히려 상단 호위를 하는 것보다 소득이 많습니다. 거기에 집에 있을 수 있고요. 그간 많지는 않지만 돈이 조금 모였는데 다시 그것도 보태도록 할게요.”
“알았다. 본격적인 개간 작업은 아직 시작을 못했지만 이번 가을에 추가로 다른 영지에서 이주민을 데려온 후에 개간을 할 예정이다. 한데 네 분위기가 조금 바뀐 것 같은데 뭔가 달라진 것이 있는 거냐?”
크라인도 사이먼에게 일어난 변화를 정확히는 모르지만 달라진 분위기를 감지했다. 전과 느낌이 달라진 것이라 이상함을 느낀 것이지만 그런 것을 보면 크라인보다 수준이 높은 검사나 마법사는 이상함을 알아차릴 것 같았다.
“사냥을 하고 산에서 마음껏 수련을 하니 몸이 조금 변한 것 같습니다. 많이 달라졌습니까?”
사이먼은 혹시라도 문제가 있을 정도인지 궁금해서 물었다.
“전에 비해 뭔가 탁한 느낌이 들고 조금 모호한 느낌이 든다. 네 상태가 잘 파악이 되지 않는구나. 강한 느낌이 엑스퍼트 수준은 분명한데 그 수준을 알기 어렵구나. 대신에 네 존재감이 그만큼 커진 것이니 앞으로 수준을 숨기기가 쉽지 않겠다.”
“일단 가을에 등급 조정을 할 때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좀 더 수련을 할 생각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다시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경지가 높아지면 좋은 것이죠.”
사이먼은 크라인이 엑스퍼트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하자 불안하면서도 안심이 되기도 했다. 일단 크라인에게 마법을 익히고 있다는 것을 들키지 않았으니 그 수준의 검사에게는 정체가 드러나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혹시나 해서 마법 상점에도 들러 애니카의 마법 수업에 대해 대화를 했는데 마법사인 리튼은 사이먼의 변화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그가 느끼지 못했다면 3서클 마법사는 파악하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애니카가 마침내 마나를 감지하였고 리튼으로부터 마나를 모으는 법에 대해서 배웠다. 마나가 어느 정도 모여야 마나서클을 만들 수가 있으니 다시 한 번 일정 수준의 마나를 모을 때까지 마나 명상만 하게 되었다. 그나마 열흘에 한 번 정도씩 리튼에게 가서 마나의 양을 점검받기로 했다.
사이먼은 매일 두 시간 정도 사냥을 하는 것 외에는 나머지 시간은 수련을 했다. 가급적이면 수준이 높은 검사나 마법사들을 만나지 않도록 주의를 했다. 자주 만나면 그들이 이상함을 눈치 챌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먼은 특별히 익히는데 문제가 없는 2서클까지의 마법은 다 익혔다. 일부는 특별한 시약이나 재료가 있어야 했고 치료계열 마법처럼 특수한 조건이 되어야 전개가 가능한 것도 있었다. 그 후에 3서클의 마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3서클만 되어도 마나유동이 심하기에 결국 더 많은 주의를 해야 했다.
대신에 흑마법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서 전개를 했다. 음의 마나가 가득 차있기에 마법 전개도 용이했고 마나의 유동이 외부에 퍼져나가지 않아 들킬 염려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동굴이 있기에 흑마법을 전개할 수가 있었지만 그곳에서는 일반적인 마법은 전개가 거의 불가능했다.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마나의 소모가 극심했다.
보통 마법을 익히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지만 사이먼은 머릿속에 마법에 관련된 것이 들어 있기에 그리 어렵지가 않았다. 더구나 헬로이안이 무의식중에 마법을 전개하는데 있어서 어렵거나 문제가 되는 점에 대하여도 기억전이를 해놓은 탓에 저절로 그런 부분을 주의했기에 그리 어렵지가 않았다.
보통 마법사는 마법을 익히다가 실패하면 그 원인을 모르기에 무작정 반복하면서 원인을 찾는다. 반면 사이먼이 실패할 경우에는 바로 명확한 이유를 알기에 그 부분만 주의하면 되었다. 그래서 습득하는 속도가 빨랐다.
그렇기에 하루에만 서너 개의 마법을 익히기도 했다. 그렇게 마법을 익히니 숫자가 많아도 해도 한 달 가까이 익히자 3서클의 흑마법까지 대부분 다 익히게 되었다.
‘이제 마법진이나 인챈트를 배워야겠지.’
사실 마법에서 마법을 익히는 것보다 더 어려워하는 것이 마법진이나 인챈트분야였다. 그 분야는 암기력과 이해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결코 대성할 수 없는 분야였다. 고위마법사가 되기 위해서는 이 분야에 정통해야 가능했다. 고위마법은 단순히 감각적으로 마나를 운용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마법을 이해하고 정밀하게 마나를 운용해야 가능했다.
사이먼은 마법진을 외우고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기에 유리했다. 그저 생각만 하면서 그 내용만 반추하면 저절로 정리가 되어갔다. 그러나 실제 실험을 하기에는 재료도 없었고 장비도 없었다. 그저 생각을 하면서 좀 더 자세히 숙지하려고 했다.
문제는 이렇게 지식을 꺼내다보면 머리가 엄청 아프다는 것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도 적응이 되었다. 그 증거로 그 두통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이럴 경우 몸 안에 있는 마나가 머리로 몰려갔고 그러면 머리에 난 열이 가라앉으면서 통증도 줄어들었다.
‘이번에 마나서클을 이루는 기본적인 마나를 아예 변화시켜야 하는데.’
사이먼은 항상 흑마법사의 상징인 마나서클을 변화시킬 궁리를 하고 있었다. 마나와 마법에 대해 알면 알수록 마나 서클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만 더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마나서클에 양의 마나를 가미하는 것도 사실상 한계가 있었다.
‘마나 서클을 이루는 기본적인 마나는 음의 마나이다. 즉 마나서클은 흑마법사의 것이라는 의미이다. 매일 양의 마나를 덧씌우는 탓에 외부로 그 특성이 드러나지 않는 것에 불과하다. 만일에 마법을 많이 사용하거나 며칠이 지나도록 양의 마나를 덧씌우지 않는다면 원래의 흑마법사의 것으로 돌아가고 만다.’
위장은 할 수 있어도 본질은 바뀌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일 그렇게 하면 성질이 바뀔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해서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는 의미는 언제까지나 흑마법사로서의 제약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잠적을 할 수밖에 없다. 적절한 때를 골라서 떠나야 한다. 제기랄, 결국 흑마법사의 낙인을 어떻게든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인데.’
마음 같아서는 마나서클을 부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마나가 역류해 자신의 목숨마저 장담하지 못하기에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검술을 익혀 마스터가 되면 문제가 해결 될까? 아니면 마법의 경지가 높아져 8서클이나 9서클이 되면 가능할지 모르잖아. 무작정 어떻게 될 것이라 생각하면서 잠적해야 하는 것인지?’
사이먼은 자신을 흑마법사로 만든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원한을 불태웠지만 아무 것도 달라질 것이 없었다.
사이먼은 사냥을 나가지 않고 모처럼 용병길드 팔로스 지점에 들렀다. 그간 몬스터 사냥을 하면서 사체처리소에서 확인받은 사냥 실적을 길드에 신고하여 자신의 의뢰실적으로 올리기 위해서였다.
물론 사체처리소에서 실적을 집계하지만 최종적으로 정리는 본인이 가서 확인해야 처리가 되었다. 그것을 용병길드에서 사실 여부를 조회하여 반영했다.
“이렇게 많이 사냥하면 일반 의뢰보다 영지에서 의뢰한 몬스터 사냥이 실적이나 골드 양 쪽 모두 유리한 것 같아.”
사무원인 앤이 대단하다는 듯이 신고를 받으면서 평을 했다. 물론 그것은 D급의 기준이었다. C급만 되어도 일반 의뢰가 의뢰대금이 더 많았다. 물론 너무 사냥을 많이 하면 주목을 받기에 약간 많은 정도로 조절을 하기도 했다.
“이번에 길버트 상단에서 드리코나 영지로 가는 상행을 구성하기로 했어. 호위할 용병을 조금 많이 모집한다고 하는데 거기에 참가하면 어때?”
“사람이 모이지 않나요?”
보통 사무원인 앤이 권유를 하는 경우는 아주 조건이 좋아 놓치기 아까운 의뢰도 있지만 대부분 모집하는 인원보다 참가하는 인원이 모자랄 경우였다.
“워낙 대규모라서 사람이 약간 부족해. 더구나 가는데 보름이나 걸리고 오는데도 그 정도 걸리기에 실적이나 의뢰 조건도 아주 좋아. 문제는 가는 길이 상당히 험해 인원이 부족하면 위험이 더 커지니 가급적이면 많은 인원이 참여하면 좋지.”
“드라코나 영지는 애슐리 영지를 지난 후에 알파인 강을 건너지 않고 서쪽으로 가는 길이죠? 그 길은 상당히 몬스터가 많은 길인데 위험하지 않나요?”
“위험도가 B급이라 수행 시에 신용도가 높아. 의뢰 대금도 높고. 더구나 애슐리 영지에서 용병이 추가로 투입이 되니 신입용병이라면 다른 용병과 안면을 익히기 위해서도 참가하는 것이 좋아. 그래야 나중에 자연스럽게 다른 영지의 용병들과 같이 일을 하기가 좋아.”
“그러면 참가를 하죠.”
그렇지 않아도 너무나 혼자 사냥을 하고 수련만 하니 지루한 면이 있어 조금 변화를 줄까 생각 중이었다.
“일단 팔로스 마을에서 내일 오후에 출발을 하여 영주성 인근에 있는 길버트 상단 근처에 머물다가 모레 아침 일찍 떠나. 점심 먹고 출발하니 그 때 여기로 오면 될 거야.”
사이먼은 다음날 일찌감치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섰다. 한 달 이상의 의뢰를 수행해야 했기에 애니카를 달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사이먼은 모처럼 상단 호위를 하는 의뢰이기에 긴장이 되었다. 그러나 다음날 드와인 강을 건넌 후부터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몬스터의 출몰이 잦았다. 그것은 여정이 험난할 것을 의미했다. 산악지대 초입부터 몬스터가 많아 산속을 지날 때는 더 많은 몬스터가 나올 것 같았다.
헬로이안에 의해 제압이 되어 크라인을 공격했던 오거는 세뇌가 풀리면서 도망을 쳤다. 헬로이안도 오거가 붙잡히면 세뇌한 사실이 드러날 위험이 있기에 오거가 도망을 쳐도 그냥 모른 척 놓아두었다. 그 덕분에 오거는 헬로이안에게서 벗어나 현장에서 도망을 칠 수 있었다.
도망을 치다가 허벅지에 난 상처가 악화되자 멈춰서 지혈이 되기를 기다렸다. 지혈이 되자 자신을 억압하던 두려운 존재가 생각나서 다시 깊은 산속으로 도망갔다.
그렇게 산속으로 도주한 덕에 스타니엘 자작이 오거를 잡기 위해 수색을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크라인에게 입은 상처는 오러로 인한 상처이기에 재생이 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러니 한동안 찾을 수가 없었다.
그가 도망 간 곳은 다른 대형 몬스터인 트롤의 영역이었다. 트롤은 하나하나는 오거의 상대가 되지 않지만 보통 서너 마리가 가족을 이루고 있어 오거도 함부로 싸울 수는 없었다. 그들이 강하게 저항을 하자 견디지 못하고 오거는 다시 이동을 하여 원래 자신의 영역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자신의 영역으로 가서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기를 기다렸다.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존재에 대한 원한을 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자신을 제압한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여전히 남아 있어 사람들을 피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그를 세뇌했던 헬로이안의 마나가 몸 안에서 사라지고 기억도 조금은 흐릿해지면서 그 두려움도 점점 희석이 되어갔다. 반면 인간에 대한 분노는 점점 커져갔다.
이성이 없는 오거라서 분노를 참지 못하고 주변의 몬스터를 상대로 표출했다. 그런 막연한 분노는 고스란히 영역 내에 살고 있는 오크나 고블린, 코볼트가 감당해야 했다.
광폭한 오거가 준동을 하니 그 주변에 사는 몬스터는 도망을 쳐야 했다. 그러나 몬스터는 영역이 있기에 도망을 치면 결국 다른 몬스터의 영역을 침범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인근 산의 몬스터들이 연쇄적으로 이동이 벌어졌다. 그 덕분에 몬스터의 대대적인 이동이 벌어져 산의 초입마저 몬스터가 많아지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상단 행렬이 산길로 접어들자 흥분한 몬스터의 공격을 받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약한 몬스터가 공격해 왔지만 점점 강한 몬스터가 이동을 해왔다.
특히 몬스터를 죽이다 보니 혈향이 퍼지면서 계속하여 몬스터를 끌어 모으게 되었다. 영역을 잃어 먹을 것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 굶주린 몬스터는 혈향에 이끌려 모여들었다.
혈향에 취해 흥분한 몬스터가 공격을 해오고 그런 몬스터를 처리하고 이동을 하니 점점 이동 속도가 느려졌다. 그러다보니 싸우는 횟수가 많아지고 상단을 호위하는 용병들도 지쳐갔다. 더구나 부상을 당한 자들이 증가하니 전력도 약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상단의 수뇌부와 고위용병들도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지만 이미 어떻게 하기에는 너무나 깊숙이 들어온 상황이라 결국 뚫고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오거는 자신의 화풀이 대상이 된 몬스터 무리가 자신을 피해 이주를 하자 그 자리에 있지 않고 그들을 따라서 이동을 했다. 자신의 영역에 있는 몬스터가 떠나면서 당장 사냥감이 사라지니 먹이를 찾아 따라갔다.
오거도 뭔가 심상치 안은 일이 벌어지는 것을 감지했다. 그렇기에 혈향을 따라 이동을 했고 큰 무리의 오크가 인간의 무리를 공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오크 무리는 자신의 영역 안에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웃한 영역이나 마찬가지였다. 오크의 영역에는 오거도 함부로 들어가지 못했다.
오크가 무서운 것은 아니지만 워낙 숫자가 많이 그들과 전투가 벌어지면 귀찮았기 때문에 평소에는 건들지 않고 그냥 두었다. 그러나 최근에 오거가 분노하면서 난동을 부리자 주변에 있는 몬스터가 사라지면서 결국 그들도 공격하였다.
먹을 것이 없으니 가장 가까운 그들을 공격했다. 워낙 집요하게 공격을 하자 그 등쌀을 이기지 못하고 오크마저 외곽으로 도망을 친 것이다.
그런 오크가 인간과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자 자신을 제압했던 인간과 자신에게 부상을 입혔던 인간에 대한 분노가 강하게 일었다. 흑마법의 세뇌가 사라지고 대신에 인간에 대한 강한 분노만 남은 오거였다.
오거는 오크와 접전을 벌이는 것을 보자 전에 상처를 당할 때의 상황이 떠올랐고 그러자 자신도 모르게 흥분을 하여 포효를 내지르면서 전장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