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204
제국인의 이주 (3)
“그렇게 결정할 것이라 추측하는 이유는 무엇이요?”
“일단 왕국에서 이주민을 데려가는 것은 사실상 한계가 있습니다. 매년 10만 명 정도, 많아야 20만 명 정도일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트라칸 반도의 개척속도가 너무나 늦어집니다. 그렇기에 사이먼 후작은 대략 50만 명 정도를 2~3년 사이에 받아들이고 그 후에는 매년 10만 명 정도를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이먼 후작은 트라칸 반도 전체를 다 자신의 영지로 개발하려고 할 것입니다.”
오렐리어스 후작은 단언하듯이 이야기를 했다. 사이먼은 상당히 합리적인 인간이었고 이득이 있는 경우에 크게 문제가 없다면 좋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단지 사이먼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은 다들 어렵다고 하는 일을 너무나 쉽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다수가 그런 정도로 정할 것이라 예측했는데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소이다. 이렇게 해도 왕국에 문제가 없소이까?”
“사실상 사이먼 후작이나 엘칸토르 영지에 대하여는 통제하거나 달리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저 왕국과 왕실에 적대적이지 않으면 다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스스로 통제할 능력이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그렇다면 정식으로 의견을 개진하도록 하시요.”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고 생각한 아일라 2세는 사이먼에게 제국의 제안을 통보하고 의견을 물었다.
사이먼은 제국의 요청을 받자 엘칸토르 영지민으로 일정 수의 제국민을 받아들일 수가 있다는 의향을 표명했지만 이주 후에 제국에서 어떤 관여도 하지 못하도록 단서를 달았다. 또한 제국에서 오는 모든 인원을 다 받는 것이 아니라 엘칸토르 영지에서 필요한 인원만 받을 수 있다고 명시를 하여 인구 폭탄을 투하할 여지를 없앴다.
사이먼이 정식으로 일정 수의 이주민을 수용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자 에카테리나 왕국의 외교부도 그 회신 내용을 그대로 제국에 송부하였다.
에카테리나 왕국이 중간에 낀 상황이지만 사실 왕국의 중앙 부처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더구나 사이먼에 대한 통제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사이먼 후작이 일부 인원을 받아들인다고 했지만 전적으로 그들의 사정에 따라서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당장 후속조치를 위한 협의를 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전문가를 협상 대표로 보낼까 합니다.”
라이오넬 백작의 보고에 르펜 1세는 에카테리나 왕국에서 보내온 외교 문서를 몇 번이나 살폈다. 제국의 황제로서야 무례하기 짝이 없는 답변서였다.
“그렇게 하시오.”
르펜 1세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허락을 했다. 마음 같아서는 전쟁이라도 불사하여 오만무도한 에카테리나 왕국과 엘칸토르 영지를 징치하고 싶었지만 그럴 능력이 없었다.
“그보다 마족들을 소환했던 자들은 찾지 못한 것이요?”
르펜 1세는 크로이엘 교단에서 천족을 소환했지만 마족을 소환했다고 지칭하여 그들을 흑마법사로 격하시켰다.
“마탑들이 공동으로 동공을 정밀 조사하였는데 그곳에서 마력과 신력이 동시에 일부 검출이 되었고 사이먼 교단의 사도들이 사용하는 신성력의 흔적도 발견되었다 하옵니다.”
“결국 사이먼 교단에서 그들을 먼저 색출하여 제거했다는 말이요?”
“그랬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황립마탑의 포트란 마도사가 전한 소식에 의하면 마력이나 신력이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초월적인 존재가 강림을 할 경우에나 나타날 수 있는 것이라 합니다.”
“마왕과 천사장이 동시에 소환되었다는 것이요?”
“그 정도가 아닌 천신과 마신의 흔적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습니다.”
순간 르펜 1세가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이 되었다. 천신과 마신의 강림이라니!
“아직 조사 중이고 확실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그럴 것이라는 포트란 마도사의 개인적인 소견입니다.”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커다란 소란이 발생하여야 정상인데 아무런 징후도 없지 않았소?”
“초월적인 존재들이라면 결계를 만들어서 중간계에 가해질 충격을 없앨 수 있다고 합니다. 만일에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사이먼 후작의 능력이 데미갓의 단계를 벗어나 신의 단계로 접어들었을 것입니다.
이번 일을 사실상 촉발한 일도 그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크로이엘 교단에서 신성력을 사용하는 사제들이 대부분 사라진 것도 사이먼 후작이 신의 경지에 올랐기 때문일 것이라 추정하고 있었습니다.”
“사이먼 후작이 건재하다면 결국 마신과 천신마저 역소환을 시켰다는 의미가 아니요?”
사이먼이 살아있는 것 자체가 바로 그 증거였다. 그러니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번 흑마탑의 말살처럼 역시 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이먼이 자신의 공이랄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여전히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그저 상황을 유추하여 추정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렇게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명성이 오르지 않지만 한편으로 불필요한 책임 논쟁을 피할 수가 있었다.
“흑마탑의 말살과 마왕의 역소환, 천사장의 역소환, 이번의 일까지 인간으로서는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해나가고 있는 상황이요. 더 이상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니 앞으로 어떻게 할지, 참.”
르펜 1세는 황제인 자신이 초라해지는 느낌이 들었기에 탄식을 했다. 아예 밝히고 군림하려고 하면 나을 수도 있는데 하나도 명확한 것이 없으니 알아서 기어야 했다. 그것이 더 자존심을 상하게 하였다.
“이번 일을 처리할 특사로 황립아카데미의 교수인 토크리안 남작을 임명할까 합니다. 에카테리나 왕국을 방문하고 엘칸토르 영지까지 방문하여 실무 협상을 마무리 지었으면 합니다. 물론 협상이 마무리 되면 외무대신을 에카테리나 왕국에 보내어 최종적으로 각종 협정을 맺도록 할 예정입니다.”
라이오넬 백작은 이주정책을 최초로 제기한 토크리안 남작에게 협상을 맡기기로 했다. 분명 다른 누구보다 확실하게 이주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남작이라니? 대표는 백작을 임명하고 그를 자작으로 승작시켜 부대표로 임명하시오. 실무 협상이라도 남작을 대표로 보낸다면 그것은 상대를 무시하는 처사라 받아들일 것이요.”
르펜 1세는 외교적인 관례가 있기에 그런 조치를 지시했다. 아무리 제국이라도 남작의 작위를 가진 자가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그리 좋지가 않았다.
제국의 사신이 5일의 여행 끝에 로크 왕국을 거쳐 에카테리나 왕국의 왕도인 사비올라에 입성을 했다. 외무성의 자문위원인 플리온 백작이 대표를 맡았고 토크리안 자작이 부대표를 맡았다.
왕궁에 들러 국왕인 아일라 2세를 알현하여 그들이 온 이유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그런 후에 구체적인 사안은 국정을 총괄하는 오렐리어스 후작에게 설명을 해야 했다.
“왕국의 입장은 저번 강화협정에 의거하여 두 나라 사이의 우호적인 관계가 훼손되지 않고 상호 이익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매사를 처리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이주의 건도 양국의 이익이 충돌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를 원합니다.”
플리온 백작이 설명을 하자 오렐리어스 후작이 그 의미가 애매모호하게 대답을 했다.
“여기 있는 페르난도 자작이 이번 일을 담당하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인 일은 여기서 아무리 논의해도 의미가 없기에 엘칸토르 영지와 협의해야 할 것입니다. 먼 길을 오시느라 힘이 들었을 것인데 오늘은 영빈관에서 쉬시고 내일 엘칸토르 영지를 방문하도록 하십시오.”
오렐리어스 후작은 간단히 페르난도 자작을 소개하고 접견실에서 사실상 축객령을 내렸고 페르난도 자작이 그들을 숙소로 안내했다.
국왕이나 오렐리어스 후작의 태도는 상당히 무례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다른 나라에 제국의 사신으로 가서 그런 대접을 받았다면 난리를 피울 일이지만 전쟁에서 사실상 패전을 한 상황이고 아쉬운 것은 그들이기에 참아야 했다.
“나중에 말씀을 드리는 것보다 지금 말씀을 드리도록 하지요. 현재 엘칸토르 영지에서 내세운 조건들이고 이것에 대하여는 협상의 대상이 아닙니다.”
페르난도 자작은 숙소에 당도하자 일정에 대해 설명한 후에 협상 전에 알아야 할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실무 협상이라고 할 것도 사실 없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확답을 들어야 하는 일이기에 일단 이야기를 했다.
“이주를 개시하기 전에 우선 필요한 선행 작업이 있습니다. 바로 항구를 총 3개 정도 개항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주민이 육로로 이동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해상으로 운송을 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 것입니다.”
“아울러 제국에서 배에 승선하기 직전까지 모든 조치를 취해 주어야 합니다. 아울러 이주민에 대한 몇 가지 조건이 있는데 그것에 대하여 말씀을 드릴 것입니다.
55세 이상의 노인은 20세 이상 40세 이하의 부양자가 없다면 이주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10세 미만의 아이들의 경우에는 부모가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장애가 있는 경우도 55세 이상의 노인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될 것입니다.”
한마디로 노인만 잔뜩 보낸다거나 어린 고아들만 보내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제약을 두지 않으면 그런 일이 벌어질 여지가 많았다.
“그런 정도야 충분히 고려하여 선정할 것입니다.”
부대표인 토크리안 자작도 그런 정도의 조건은 당연한 것이기에 바로 받아들였다.
“상식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보다 개항할 항구에 대하여 아는 것이 있습니까?”
플리온 백작은 개항할 항구에 대하여 관심을 보였다. 사실 제국에서 대표로 임명이 되고 출발을 하기 전에 해안가 영지에서 자신의 영지에 항구를 만들기를 원하는 영주들로부터 적지 않은 로비를 받은 상황이었다.
심지어 라고스 섬을 점유한 것으로 인해 적대적이던 뮤리안 영지까지 자신의 영지에 항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제국은 잉여 인구의 이주도 중시하지만 바다를 통한 무역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항구 세 개 정도를 지정하여 수송한다는 것만 통보된 상황입니다.”
페르난도 자작은 플리온 백작의 질문에 역시나 하는 생각을 했다. 왕도 사비올라도 현재 엘칸토르 영지에 진출하지 않던 상단까지 제국과의 무역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것은 제국도 마찬가지인지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페르난도 자작의 인솔로 플라스콘 제국의 협상단이 엘칸토르 영지를 방문하였다.
“영주님께서는 영지개척의 일을 현장에서 지휘하고 계신 상황이라 모든 일은 영주님의 부친이시고 대리영주를 맡고 계신 크라인 자작님께서 주관하실 것입니다.”
영주관 옆에 딸린 영빈관에 숙소를 배정받은 그들은 레스비 준남작의 안내를 받아 영주관 내에 있는 공식 접견실로 안내가 되었다.
“어서 오십시오. 대리영주를 맡고 있는 크라인입니다.”
크라인이 앞으로 나서서 그들을 맞이하였다.
“이분은 플라스콘 제국의 외무성 자문위원을 맡고 있고 이번 협상의 대표를 맡고 있는 플리온 백작입니다. 아울러 여기 있는 분은 부대표를 맡고 있는 토크리안 자작입니다.”
페르난도 자작이 나서서 소개를 해주었고 각자 인사를 했다.
“일단 논의에 들어가기 전에 기본적인 몇 가지 사항을 먼저 설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레스비 준남작, 말씀을 하시오.”
크라인은 사이먼이 자리에 없는 것에 대하여는 달리 언급을 하지 않고 바로 용건을 이야기했다.
“영지의 대외업무를 맡고 있는 레스비 준남작입니다. 우선 영지의 상황부터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후에 향후 계획된 영지개발계획을 말씀드리고 그에 따른 외부인의 이주계획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레스비는 그 자리에 온 세 사람에게 두툼한 서류를 한 부씩 나눠주고 영지의 현황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특이한 것은 현재 개발이 완료된 곳에 대한 개간을 추가적으로 진행한다는 점이었다.
“우선 앞으로 2년 사이에 에카테리나 왕국에서 20만 명, 제국에서 50만 명을 이주시켜 알레그로스 평원까지 개척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그렇게 말을 하고 자세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설명을 하는 것은 제국에 돌아가서 설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제국에서 오는 이주민은 바다를 통해 수송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1500명을 수송할 수 있는 배 10척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항구는 뮤리안 영지의 에코라온, 레지오스 영지의 레드코스트, 남부는 하로나 영지의 그리스콘을 기항지로 할 생각입니다. 그곳이 그 지역의 중간 지점이고 배를 대기가 용이한 곳이라 판단됩니다.”
레스비는 아예 개항할 항구를 지정하였다. 제국에서 여러 곳이 기항지로 거론되고 있지만 제국에 맡기면 불필요한 논쟁이 발생하고 이상한 곳이 선정되어 일이 어렵게 될 소지가 있었다.
“아울러 이주민의 선정에 대하여는 1차로 각 영지에서 이주신청자를 받은 다음 이주자에 대하여 선정 작업을 했으면 합니다. 선정 작업은 각 영지와 본 영지에서 파견한 감독관이 공동으로 진행을 했으면 합니다. 그래야 항구로 온 이후에 승선하지 못하는 인원이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상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