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206
대지의 여신 마가렛 (2)
“대단하군요. 처음에는 약하기만 하던 존재가 순식간에 내가 얼마 전에 굴복시킨 세 존재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각성하다니 말이에요.”
“나도 놀라는 중이야. 하지만 권능을 발현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네가 준 포션 덕분에 위험한 상황은 면한 것 같군.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한동안 씨름을 해야 했을 텐데.”
샐리나가 생명의 포션을 주지 않았다면 사이먼이 권능을 부여하여 육체의 붕괴를 막거나 권능을 봉인해 두어야 했다.
“대지의 여신이 생겼으니 바람의 신과 불의 신이 생기면 사이먼 교단도 체계가 잡히는 것인가요?”
샐리나의 말에 사이먼은 피식 웃고 말았다. 생각지도 않은 마가렛의 각성은 놀라운 일이었다.
‘하긴 나와 살을 맞대고 사는 사람인데 당연한 것인지도.’
사이먼의 옆에서 신의 권능을 매일 접하였고 사이먼이 신이 된다고 하자 내심 불안하면서 자신도 신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샐리나를 접하면서 자신도 될 수 있다는 생각과 더불어 강한 원념을 가지게 된 것이니 이해가 되기도 했다.
마침내 ‘해신 샐리나의 서’가 배포가 되자 사도들의 반응도 사이먼의 반응과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사도들과 신도들은 이야기책으로 재미가 있다고 했고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아주 좋아했다. 아울러 세이렌이 되었다가 인간의 여자로 변하는 것에 사람들이 호기심을 보였다.
더구나 사이먼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신격을 부여하여 신으로 존재했지만 샐리나의 경우에는 중간에 신격을 획득한 것이니 사이먼 교단의 교리인 스스로 신이 된다는 내용에 부합이 되었다.
사이먼 교단에 갑자기 새로운 신이 등장하는 것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곧 대수롭지 않은 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유일신이 아니라 전신 사이먼의 휘하에 새로운 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종교학자들은 마신 트랄리온의 휘하에 삼대 마왕이 존재하는 것이나 천신 크로이엘 휘하에 칠대 천사장이 있는 것과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뭔가 달라진 것이 느껴지나?”
“네, 조금 이상해요.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어요. 그러면서 뭔가 조금 힘이 성장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이게 신도들이 보내는 일종의 염원에 반응하는 것인가요?”
“그럴 거야. 해신의 증표 같은 것을 만들어서 배포를 하면 더 구체적일 수가 있으니 한 번 고민을 해봐.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들의 경우에 해신의 증표를 사용하게 하는 것도 좋을 거야. 흉상의 경우 몬스터만이 아니라 민감한 어종들까지 쫓아버리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 물론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번거로워서 말이야.”
“생각해 볼게요.”
“급하게 할 필요는 없을 거야. 앞으로 네가 활약할 일은 많으니까. 나중에 대륙간 이동을 하려면 너의 도움이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니.”
최소 5000km 정도 되는 거리를 배로 이동하는 것은 사실상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마법을 적용하더라도 쉽지가 않았다. 더구나 몬스터 중에서 그래드 마스터급에 도달한 경우 사이먼의 흉상으로 제어가 불가능했다.
먼 바다에 사는 몬스터 중에는 그런 존재가 꽤나 있었고 그런 장거리를 이동하는데 만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 존재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샐리나가 중간에 나서서 타협을 하거나 제거해야 할 수도 있었다.
“한데 굳이 다른 대륙까지 인간이 옮겨가서 살아야 하나요? 인구가 많아서 이동해야 하는 것은 알지만요.”
샐리나는 인간의 영역을 더 늘리는 것에 다소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데미갓으로 각성을 하여 인간으로 폴리모프를 했지만 본질은 아직까지 바다의 마경이었다.
“원래 그 대륙에도 인간이 살았어. 반대쪽에 있는 두 대륙에는 인간이 살지 않았지만. 그런 것을 떠나서 중간계가 적당히 번영해야 이계의 침입을 막을 수가 있어. 물론 지성체의 숫자가 적은 것보다 이계의 존재를 인간이 불러들인 것이 문제였지만.”
“신도수가 많아져야 그만큼 신의 권능이 강해진다는 말이군요. 한데 주신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권능만 강해지면 되는 건가요?”
샐리나의 질문에 사이먼은 바로 말을 하지 않았다. 짐작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아직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건 잘 모르겠네. 나중에 알게 되면 알려주도록 하지.”
사이먼은 짐작이 되는 것이 있기도 했지만 명확하지 않기에 알려주지 않았다. 그건 나중에 때가 되어 확실해지면 말할 생각이었다.
태양의 마탑에 알 리시온 추기경이 방문을 했다. 이제 크로이엘 교단도 망했고 추기경도 아니니 대접을 할 이유가 없지만 예전의 친분이 있기에 케피라 탑주가 만나기로 했다.
“어떻게 지내십니까?”
케피라 탑주는 기세등등했던 알 리시온 추기경이 사실상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노인네가 된 것이기에 마음 한편으로 고소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 측은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든 것을 다 잊고 고향에 있는 크리안 산에 들어가서 조용히 지낼까 합니다. 휘하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신상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필요해 이제야 떠나게 되었습니다.”
크로이엘 교단이 사교로 지정이 되어 결국은 신전에서 가지고 있던 모든 재산은 왕국과 영지로 귀속이 되었다. 그나마 사제 개인이 소유한 재산은 그나마 인정을 받을 수가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뭐라 말을 하기가 참 어렵군요.”
케피라 탑주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고 눈앞에 있는 알 리시온이 측은해 보였다.
“모두 다 헛된 믿음을 가졌던 것입니다. 야수를 천사라고 생각하여 추종을 했으니 당연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망상을 깼으니 차라리 다행입니다. 그간 헛된 믿음을 따른다면서 세상에 적지 않게 해악을 끼친 것 같습니다. 특히나 태양의 마탑과 왕립 마탑에 속한 마법사들에게 거짓된 사실을 강요했던 것을 생각하면 민망하고 면목이 없소이다.”
알 리시온이 이렇게 방문을 한 이면에는 크로이엘 교단에 속했던 자들에 대한 탄압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명시적인 처벌은 면했지만 암묵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었다. 여기에 각 영지나 상인길드나 용병길드의 탄압으로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었다.
여기에 마탑마저 가세하면 그들은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자칫 인간 사냥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었다. 영지의 공권력을 피해 이루어지는 각종 폭력이 여전히 인정되는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었을 것입니다. 이후에 더 이상의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않으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당한 것이 있기에 되돌려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이렇게 찾아와서 자비를 구하는 것을 보니 안쓰러웠다. 그래도 자신이 거느리던 사람들을 위해 굴욕스러울 수도 있는데 와서 매듭을 짓는 것을 보니 그간의 미움도 가라앉는 것 같았다.
“우리 마탑에서는 크로이엘 교단의 일을 언급하지 않을 것입니다. 굳이 들추어서 좋을 것이 없는 일이니 말입니다. 조용히 파장이 없이 정리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그 정도가 최선이었다. 조용히 묻히도록 해주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았다. 원한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분란을 키우면 결국 상처만 더 키울 수 있었다.
알 리시온 추기경은 꿋꿋하게 왕립 마탑을 방문하였고 그 후에는 용병길드까지 방문을 했다. 이런 행보 덕분에 사제들에 대한 공격이 확실하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악명을 날리던 사제들의 경우에는 죽음을 당하거나 린치를 당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허상이었다니 허무합니다.”
오렐리어스 후작을 찾아와서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하는 알 리시온은 떠나기 전에 그렇게 자신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그나마 이렇게 마무리를 지어 불필요한 희생을 줄인 것이 다행입니다. 다 추기경께서 조기에 수습한 덕입니다. 앞으로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할 것이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오렐리어스 후작도 더 이상 크로이엘 교단의 일을 들추는 것이 득이 아니라 생각하여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생각은 없었다.
케피라 탑주는 왕립 마탑의 바로나 탑주를 만났다. 현안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장 크로이엘 교단의 몰락으로 인해 그들에 대한 처우를 결정하여 왕실과 협의해야 했다.
“우리 태양의 마탑은 크로이엘 교단의 일은 더 이상 어떤 책임을 묻지 않고 덮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알 리시온이 찾아와서 잘 마무리를 해달라고 부탁을 하더군요. 그들이 한 짓이 있기에 이번에 분풀이를 하고 싶기도 하지만 이미 재기할 수 없을 정도로 몰락한 상황이니 그냥 깨끗하게 덮어버리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굳이 들추면 여기저기 이상한 말이 나올 것이고 적지 않은 후유증이 생길 것입니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크로이엘 교단의 일에 협조한 귀족이나 기사, 마법사가 드러나는 것이었다. 그로인해 그들마저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그 후에 벌어질 혼란은 심각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폐하께서 크로이엘 교단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기에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바로나 탑주는 아일라 2세가 대대적인 조사를 할까 염려를 했다.
“사르디안 부탑주가 이번에 사이먼 후작을 만나서 이 문제에 관해 논의를 했는데 굳이 크로이엘 교단에 관련된 것을 조사하여 문제를 키울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번에 입궁을 하여 양대 마탑이 공동으로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케피라의 말에 바로나 탑주도 동의를 했다. 사실 조사를 하면 왕립 마탑에 속한 마법사도 상당수가 골치 아픈 상황에 직면할 수가 있었다. 신전에 협력한 것은 마탑이나 왕실을 배신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다.
“그보다 내가 이번에 만나자고 한 것은 사이먼 교단에서 발간한 ‘해신 샐리나의 서’에 관해서입니다. 전에 발간한 ‘전신 사이먼의 서’도 문제지만 이번 경전은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담고 있습니다.”
“알고 있소이다. 새로운 대륙이 셋이나 더 있다는 것도 문제이고 드래곤 레어가 있으며 그곳이 전대 드래곤 로드의 레어라는 것도 문제이며 여기에 해신 샐리나란 존재가 데미갓 이상이고 폴리모프 마법까지 사용한다는 점은 실로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을 수가 없소이다.”
일반 기사들까지는 ‘해신 샐리나의 서’를 그냥 즐거운 동화처럼 받아들일 수 있지만 고위 마법사들은 그 내용을 그냥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면 실로 엄청난 내용을 추론할 수가 있었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세상에 미칠 영향은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었다.
“경전은 꼭 진실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거짓을 함부로 이야기하지는 못합니다. 언령의 힘이 적용되기에 최소한 일면의 사실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그 내용이 거짓이 없는 사실이라면 세상은 사이먼 교단에 의해 움직이게 될 것입니다.”
케피라는 걱정이 가득한 어조로 말을 했다. 크로이엘 교단 대신에 사이먼 교단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었다.
“휘하의 존재인 해신 샐리나가 폴리모프를 사용했다면 전신 사이먼은 오래 전부터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사이먼 교단이 등장할 때 나타난 각 국의 사도들은 전신 사이먼의 화신일 것입니다.”
바로나 탑주도 경전에 담긴 것을 분석한 보고서를 몇 번이나 보았기에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그도 추론한 것을 한 가지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국인들 일부가 트라칸 반도로 이주를 하지만 오래지 않아 대륙인들이 트리플아일랜드대륙으로 이주를 할 것입니다. 그런 시대가 오면 사이먼 교단이 새로운 대륙의 주인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태양의 마탑에서는 신대륙으로의 이주까지 예측을 했다. 전신 사이먼에 해신 샐리나가 나서면 아무리 바다의 몬스터가 강해도 항해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워프게이트를 설치한 배를 중간에 띄우면 워프로도 신대륙에 갈 수 있소이다. 적으면 세 개, 많으면 다섯 개 정도를 중간에 만들면 가능할 수도 있소이다. 가는 길에 섬이라도 있으면 그것을 이용할 수도 있고 말입니다.”
그들은 해신 샐리나의 서에 나온 내용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이는 다른 마탑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이런 분석이 왕실이나 귀족들에게 알려지면서 사이먼 교단에 대해서 함부로 할 수가 없도록 했다.
마가렛은 종종 사이먼을 따라 엘칸토르의 레어에 갔다. 아직 어린 아이가 있기에 그들을 보살펴야 했다. 때문에 많은 시간을 낼 수는 없었지만 시간을 내려고 노력했다. 레어에 신력이 퍼져 있기에 수련에 도움이 되었다.
그곳에서 검술을 수련하고 마나를 키우는 노력을 했다. 전에 운이 좋아 반쪽짜리 마스터가 되었지만 아직 온전한 마스터가 되지를 못했다. 그런 상황이라 여전히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고 있었다. 깨달음과 몸 상태의 괴리가 여전히 컸다.
그런 마가렛의 옆에는 소환이 되어 온 땅의 상급 정령이 존재하고 있었다. 정령친화력이 상승하여 마침내 상급정령과 계약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반면 최근에 샐리나는 물의 최상급 정령과 계약을 하였다. 이제 정령친화력이 최고 수준에 다다라 있었다. 물론 정령왕은 자신이 감당할 능력이 있어야 소환이 가능했다. 아직 그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반면 최근에 사이먼은 정령왕을 소환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굳이 정령왕을 다시 소환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왜냐하면 정령왕이 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것을 사이먼의 권능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번거롭게 소환하여 사역할 의미가 없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