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21
위기 (2)
오크들도 놀랐지만 상단행렬에 있는 용병들은 난데없는 오거의 출현에 혼비백산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오크와 겨우 호각지세를 이루는 상황에서 난데없는 오거의 난입은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왔다. 더구나 오거는 1년 전에 나타났던 전적이 있으니 모두 놀라고 말았다.
오거의 공격목표는 오크가 아니었다. 바로 인간들이었고 그로 인해 지친 용병들은 오거의 난동과 오크의 공격으로 삽시간에 전열이 무너졌다. 전열이 무너지자 상황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절망적으로 변해갔다. 더 이상 어떻게 버틸 수 없었다.
“이곳으로 뭉쳐라.”
용병대장을 맡고 있는 A급 용병 파일러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기에 자신을 중심으로 모이라고 했다. 결국 하나로 뭉쳐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야 그나마 전멸을 면할 것 같았다.
사이먼은 한 무리의 용병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는데 오거가 난입하자 한쪽에 고립이 되고 말았다. A급 용병이자 용병들의 대장을 맡고 있는 파일러의 외침을 들었지만 바로 합류할 수는 없었다. 사이먼이 속한 무리도 후퇴를 하려고 했지만 다른 자들이 물러나면서 더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
빈 공간에 오크가 밀려들면서 합류하기에는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사이먼이 속한 10여 명의 인원은 고립이 되어서 오크들에게 둘러싸이고 말았다. 그나마 포위가 약해 보이는 방향은 일행이 뭉쳐있는 방향이 아니라 반대방향이었다.
결국 그들은 합류하는 것을 포기하고 반대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 그냥 있거나 반대로 움직이다가는 전멸을 당할 것 같았다.
오크는 두 무리로 나눠서 공격을 하기 시작했고 오거도 역시 상단행렬을 향해 공격을 했다. 사이먼이 속한 무리는 무려 20여 마리가 넘는 오크에게 공격을 당하자 숲속으로 쫓겨 갈 수밖에 없었고 공격을 피하다보니 하나둘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나무들이 있기에 나무를 피해서 이동하다보니 같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사이먼의 일행이 도망치자 근처에 있던 오크들마저 도망가는 인간들을 잡기 위해 합류하면서 사이먼도 도망을 칠 수밖에 없었다.
도망을 치던 용병들이 하나둘 오크들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더 이상 도망가지 못하고 격렬하게 전투가 벌어졌다. 포위된 용병들은 죽지 않기 위한 저항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이먼도 도주를 했지만 결국 근처에 있던 오크들이 몰려들면서 전투를 벌여야 했다.
사이먼은 죽을 수는 없는 일이라 결국 본신의 실력을 사용하여 오크를 베고 다시 도망쳤다. 그의 실력으로 오크에게 포위되거나 오거에게 붙잡히면 죽을 수밖에 없기에 일단 벗어나는 것이 상책이었다.
숲속에서 오크는 집요하게 쫓아왔고 기를 쓰고 탈출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사이에 그는 깊은 숲속에 혼자 남아 있었다.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했지만 아직도 오크가 여기저기 있는 상황이라 일행이 도망친 방향으로 크게 우회하여 이동을 했다.
험한 산길을 가다보니 두 시간 정도 시간이 흘렀고 길에 당도해도 일행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각종 몬스터가 곳곳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한 자리에 있다가는 또 다시 몬스터에게 포위될 수가 있기에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러나 운이 없는지 십여 마리의 오크 무리가 나타났고 사이먼은 다시 쫓기기 시작했다. 더구나 그는 길옆에 있었고 오크는 그 뒤쪽에서 나타난 상황이라 길을 건너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그가 향하는 방향은 산의 외곽이 아니라 산의 중심부를 향하는 방향이었고 오크들은 세 마리 정도씩 무리를 지어서 그가 옆으로 도망치지 못하도록 넓게 추격하고 있었다.
사이먼은 앞에 나타나는 한두 마리의 몬스터는 한 번 공격하고 도망을 쳤다. 그렇게 하자 따라 오던 오크들과 그들이 충돌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크가 서너 마리가 모인 상황이니 다른 몬스터는 도주를 했다.
사이먼은 도망치는데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체되어 포위되면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포위를 당하면 뒤가 불안해져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고 지치는 순간 끝장이 났다. 그것을 알기에 오크 한두 마리는 겁나지 않지만 도망을 쳤다.
그렇게 도망을 치던 사이먼은 기겁한 표정이 되었다. 그가 도망가는 방향에 오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오거는 인간을 습격하여 적당히 분탕질을 치고 사냥감을 적당히 챙겼다. 인간들 상당수가 도주를 했지만 더 이상 쫓아가지 않고 자신이 사냥한 사냥감을 챙겨서 한쪽에 가서 적당히 식사를 한 후에 임시 거처로 삼은 동굴로 돌아갔다.
그런데 아직도 몬스터들의 소란이 가라앉지 않아 주변이 부산스러워서 동굴 밖으로 나와서 소리가 난 방향으로 움직였다. 오거가 나타난 곳은 사이먼이 쫓겨 가는 방향이었고 둘이 마주치게 된 것이다.
사이먼은 오거가 나타나자 방향을 돌려서 도망을 쳤다. 오크가 쫓아오지만 오거를 향해 달려들 수는 없었다. 사이먼이 방향을 바꿔서 도망을 가자 오거도 사이먼을 발견하고 쫓아왔다. 오거가 쫓아오자 오크들도 사이먼을 포기하고 도망을 쳤다. 괜히 오거 근처에 있다가 죽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거는 오크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인간에 대한 적대감이 훨씬 컸다. 그렇기에 사이먼을 쫓아왔고 사이먼은 결사적으로 오거에게서 도망을 쳤다. 그나마 오거는 덩치가 큰 탓에 사이먼이 나무 사이로 도망을 치자 바로 잡히지 않을 수 있었다.
오거는 꼭 사이먼을 잡을 생각은 없었지만 도망을 치고 있기에 본능적으로 쫓고 있었다. 사이먼은 오거에게 잡히지 않아야 했기에 도망을 쳤고 자칫 잡힐 위기에 처하면 준비한 마법을 이용하여 공격을 하면서 피하였다.
오거는 처음에는 본능적으로 쫓았지만 사이먼이 마법을 사용하여 간간이 공격하자 성이 나기 시작했고 그렇게 되자 포기하지 않고 사이먼을 쫓았다. 사이먼은 마법을 사용하면서 차츰 어떻게 해야 오거의 추격을 따돌릴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그간 익히기만 하고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던 각종 마법을 떠올릴 수가 있게 되었다.
오거를 사냥할 수는 없지만 도망을 치는 것이라면 사용할 마법이 많았다. 사이먼은 오거가 쫓아오는 이유가 소리 때문인 것을 알자 소리를 제거하는 마법을 전개했다. 그럼에도 쫓아오자 냄새를 제거하는 마법도 다시 전개를 했다.
그렇게 해도 쉽게 오거의 추격을 따돌리지 못했지만 몇 번의 시도 끝에 결국 성공을 했다. 그러나 오거는 사이먼의 흔적을 찾아서 추격을 해왔다.
아무리 냄새제거 마법을 전개했어도 일시적으로 냄새가 퍼지는 것을 막은 것이지 냄새 자체를 제거하지는 못했다. 사이먼이 이동을 한 후에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마법이 사라지면서 그 냄새가 퍼져나가니 오거의 추적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었다.
오거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쫓아오는 것을 알기에 한 자리에 있지 못하고 수풀을 헤치고 도망을 쳤고 점점 산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사이먼은 오거에 쫓겨 이틀이나 도주를 했고 데마린 산맥에서 남쪽으로 뻗어 나온 산맥의 중심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오거가 사이먼을 쫓아서 다른 대형 몬스터의 영역에 나타나자 그 영역의 주인인 몬스터가 오거에게 접근했고 오거는 새로이 강자가 나타나자 결국 다시 자신의 영역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사이먼은 오거를 떨쳤지만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아울러 그 때부터 시시각각 온갖 몬스터의 공격을 받아야 했고 도망을 쳐야 했다.
상처를 입으면 힐 마법을 운용하여 치료를 했고 그렇게 해서도 다 치료가 되지 않으면 준비해둔 포션을 사용하여 최대한 몸의 상태를 최상으로 만들었다.
그나마 사이먼은 의뢰를 수행할 때면 아버지에게 받은 마법 배낭을 착용한 덕분에 물과 음식은 충분했다. 아버지 덕분에 이런 대비라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피오르드 영지는 길버트 상단이 몬스터로 인해 전멸을 당하다시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난리가 나고 말았다. 250명이 넘는 인원이 가서 고작 10명의 상단 간부, 10여 명의 직속 호위무사와 30여 명의 용병만 탈출하였으니 당연했다.
거기에 운송하던 모든 상품을 상실했으니 길버트 상단은 엄청난 손해를 입어 망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더구나 죽은 용병과 인부들의 보상금이 만만치가 않아 재산을 전부 처분해도 그것도 다 마련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200명에 가까운 용병과 상단의 일꾼들이 죽거나 실종이 되었으니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실종이 된 자들은 사실상 죽었다고 봐야 했다. 더구나 1년 전에 출몰했던 오거의 등장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니 더더욱 흉흉할 수밖에 없었다.
애슐리 영지로 가는 길은 몬스터로 인해 사실상 폐쇄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 영지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야 했다.
“사이먼은 실종이 되었지만 안전할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요.”
크라인도 그 소식을 듣고 집에 잠시 방문을 하여 엘레나를 다독거렸다. 사이먼이 그 상단을 호위한 것을 안 엘레나는 혼비백산한 상황이었다. 자식이 변을 당했으니 오히려 멀쩡한 것이 이상했다.
“당신도 그 오거에게 당해 죽다 살아났잖아요. 당신이 기사가 되었을 때 사이먼도 용병을 그만두게 했어야 해요.”
“엄마, 오빠는 안전할 거예요. 용병들 대부분이 산속으로 흩어졌다고 하니 살아서 돌아올 거예요.”
애니카는 사이먼의 실력을 알기에 걱정이 되었지만 돌아올 것이라 믿었다. 사이먼은 혼자서 어지간한 몬스터는 사냥할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오거에 대항을 하지 않고 피하는 것이라면 가능했다. 오거가 아니라면 사이먼이 죽지 않을 것 같았다.
“사이먼의 실력은 나와 비슷한 실력이니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요. 그 정도 실력이라 내가 용병이 되어도 그냥 둔 것이요. 그런 실력이어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은 신중한 성격이니 위험하지 않을 것이요. 당신이 맘 편히 먹고 기다리면 돌아올 것이요.”
크라인은 살아 돌아온 용병에게 사이먼이 실종된 상황에 들었다. 크라인일지라도 그런 상황에서는 쉽게 합류하기 어려워보였다. 차라리 약한 쪽으로 탈출하여 몬스터의 시선을 피한 후에 복귀하는 것이 생존가능성이 높았다.
사이먼이 실력을 보이지 않으려고 일행과 같이 도주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기에 실종이 되었어도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 믿고 있었다. 물론 오거에 당할 수도 있지만 무모하게 싸우지 않고 피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사이먼이 어떻게 당신과 비슷한 실력이에요?”
엘레나는 크라인의 말에 믿지를 못하고 큰 소리를 쳤다.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위로를 하는 것 같아 짜증이 난 것이다.
“엄마, 아빠 말이 맞아요. 사이먼 오빠가 어떻게 아빠를 치료했는데요? 오빠는 엑스퍼트에요.”
“엑스퍼트라고?”
엘레나도 용병의 아내라 용병계에 대하여 대략 알고 있어 엑스퍼트가 무엇인지는 알기에 놀란 기색으로 반문을 했다.
“그래요. 아빠를 치료하려면 최소 엑스퍼트가 되어야 가능해요. 이미 작년에 엑스퍼트였고 그러니 아빠도 오빠가 용병이 되도록 했죠.”
애니카는 사이먼이 죽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일단 기다려 보도록 합시다. 그렇다고 사이먼이 엑스퍼트니 하는 이야기는 절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시오.”
엘레나는 크라인이나 사이먼이 좋은 일을 외부에 알리려고 하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사실상 친정식구들에게 알리지 말라는 말이라 더 화가 났다.
저번에 크라인이 회복이 다 되고 난 이후에나 그 사실을 알린 것으로 인해 은근히 서운해 하는 기색이었는데 다시 그들에게 함구를 하라니 뭔가 자존심이 상했다.
“알았어요. 비밀은 모르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겠죠.”
엘레나는 앤더슨이 마나 유저가 되었을 때 그 사실을 알리면서 주변의 사람들이 부러운 표정을 지을 때 으쓱한 기분을 느꼈다. 나중에 일이 해결되고 사이먼이 엑스퍼트가 되었다고 알리면 다시 한 번 부러운 시선을 받을 것 같았는데 자랑을 못하게 하니 답답했다.
오거를 떨치고 난 다음날 다행히도 작은 동굴을 하나 발견하여 그나마 잠을 잘 수가 있었다. 잠을 자기 전에 일루전 마법을 전개하여 동굴을 감추고 알람 마법까지 전개한 다음에 동굴 앞에 각종 마법진을 그리고 인챈트를 하여 자다가 기습을 당해 죽는 사태를 예방했다.
사이먼은 이틀간 워낙 고되게 이동을 한 덕분에 그 동굴에서 이틀의 시간을 먹고 싸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잠을 자면서 보내었다.
그 덕분에 피로가 거의 다 풀렸고 동굴에서 나올 때는 몸 상태가 대부분 회복되었다. 언제까지 동굴에 숨어 있을 수는 없었다.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기 위해 모든 지식을 동원하여 주변을 탐색했다.
‘산의 중심에 들어와 있군.’
사이먼은 습격을 받았던 곳에서 걸어서 이틀거리에 있는 지역을 대략 가늠했다. 그런 다음 주변의 지형지물을 최대한 파악했고 북쪽과 서쪽에 높이 솟은 두 개의 산봉우리를 보면서 산악지대의 중심에서 조금 남동쪽에 있다는 사실을 대략 가늠할 수 있었다.
‘어디를 가더라도 몬스터를 피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인데 어디로 가지. 그렇다고 이대로 잠적을 하는 것은 가족들이 너무나 걱정을 하게 만드는 일이고 나중에 다시 세상에 나올 때 문제가 될 것 같은데.’
사이먼은 그대로 잠적하는 것도 고려를 했지만 그것은 적절한 방법은 아니었다. 어쨌든 지금은 산을 벗어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급선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