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22
위기 (3)
사이먼은 원래의 자리로 가기 위해 도망쳐 왔던 방향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쨌든 다시 돌아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급하게 가다가 몬스터에게 둘러싸이는 것은 그리 좋은 방도가 아니기에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사이먼이 길을 찾은 것은 다시 5일이 흐른 뒤였다. 방향을 조금 잘못 잡아 헤맨 것도 있고 몬스터를 피하느라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피한다고 피했어도 몬스터의 예민한 청각이나 후각을 피하지 못해 몇 번이나 혈전을 벌였다. 빠르게 정리를 하거나 숫자가 많으면 도주하였다.
사이먼은 길을 발견했지만 길 위로 움직이지 않고 숲속으로 들어가 길을 따라 움직였다. 길 위로 가다가는 아직도 몬스터가 길 주변에 많아 몬스터에게 습격을 받을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몬스터를 죽이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소란이 일어나면 몬스터가 모여들고 그러면 혈로를 열어야 했다.
몬스터 무리가 있으면 멀리 우회하여 이동을 했기에 상단 행렬이 이틀 정도 이동한 거리를 역시 5일이나 걸려서 드와인 강의 나루터에 당도했다. 그 사이에 아무리 피해도 역시 몇 번의 전투를 해야 했다.
나루터에 당도하자 마침 배가 대기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무사히 탈출해서 돌아오는 용병이 있을지 몰라 손님이 오지 않아도 반대편으로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이먼이 돌아온 것은 무려 그 일이 있은 지 14일이나 지난 후였다. 그렇기에 사이먼이 돌아온 것이 알려지자 많은 주목을 받았다.
어떻게 돌아왔는지 많은 주목을 받았다. 더구나 같이 실종이 된 사람들의 가족이 사이먼에게 실종된 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다.
사이몬은 그저 몬스터를 피하려고 도주했고 오래지 않아 혼자가 되었다는 사실과 그 후부터 몬스터를 피하여 어렵게 탈출했다는 것만 말했다.
C급 용병 대부분이 실종된 상황에서 초보용병인 D급 용병이 무사히 돌아왔으니 어떻게 돌아왔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보름 가까이 산속을 가로질러 살아나온 것이니 당연했다.
사이먼은 계속되는 질문에 그저 몬스터를 최대한 피하고 피할 수 없으면 죽기 살기로 싸웠고 역부족이면 도망을 쳐서 살았다는 말만 했다. 사전에 아버지 크라인 덕분에 여러 개의 포션과 음식물을 준비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하여 좀 더 능력에 대한 의심을 지웠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살아 돌아온 것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사이먼은 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크라인이 근무하는 곳으로 찾아갔다. 크라인은 별로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저번에 나타났던 오거가 나타났다니 어떻게 된 것이냐?”
“대규모 오크의 습격을 받아 싸우고 있었는데, 그나마 고위급 용병들의 활약으로 승기를 잡아가고 있었는데 오거가 난입했습니다.
고위급 용병들도 전투를 하는 상황이고 대부분 상당히 지친 상황이라 바로 오거에게 대응을 못했습니다. 전열이 무너지고 난전이 벌어지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지휘부에서 퇴각을 하려고 한군데로 집결을 하였고 그 와중에 절반 이상의 용병이 모이지 못하고 죽거나 도망쳤습니다.
고위급 용병들과 호위를 받던 상인들을 제외한 상단의 일꾼들도 대부분 다 흩어졌고요. 물론 일부는 소규모 무리로 고립이 되기도 했고 말입니다.
저도 그 과정에 10여 명과 함께 고립이 되어 합류하지 못하고 산속으로 도주를 했습니다. 산속으로 도망을 쳤지만 뿔뿔이 흩어져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추격을 떨치고 다시 길로 나왔지만 다른 용병은 발견하지 못했고 다시 한 번 오크에게 포위될 상황에 처해 도주를 했는데 중간에 오거를 만나 산속으로 무작정 도망을 쳤다가 어렵게 떨쳐내고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몬스터를 만나 몇 번이나 죽을 상황에 처하기도 했지만 어떻게든 이기고 나온 것입니다.
용병길드에는 중간에 오거를 만난 것은 말하지 않고 그저 몬스터가 나타나면 무조건 숨고 피하면서 도망쳐왔다고 말했습니다.”
사이먼의 말에 크라인은 이해한다는 표정이 되었다. 오거를 만나서 도망쳤다고 하면 이런저런 일로 귀찮게 할 수가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B급도 혼자서는 탈출이 어려웠을 것 같구나. 어쨌든 오거가 준동을 한다니 걱정이구나.”
“제 생각에 그 오거를 잡으려면 A급 용병 다섯은 모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영지의 기사단이 나서지 않으면 잡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니 앞으로 적지 않게 골치를 썩일 것 같습니다. 허벅지에 꽤나 큰 흉터가 있는 것이 아버지를 공격했던 놈 같습니다.”
“어쨌든 그놈을 제거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러니 너도 조심해야 한다.”
크라인은 사이먼이 돌아온 것에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무리 사이먼의 실력이 좋아도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를 만나면 당할 수 있기에 그동안 마음을 졸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 몬스터 토벌대가 결성이 되어 작전이 시작될 것인데 참여할 것이냐?”
“D급이 참여해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그저 영지에서 몬스터 사냥이나 할 생각입니다. 몇 달 후에 승급을 하면 다른 곳으로 갈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지. 여기서는 오거가 잡힐 때까지는 상행에 참여하는 것도 위험할 것이다. 어떻게든 다른 영지에서 용병을 불러올 것이지만 앞으로 걱정이긴 하다.”
영지를 근거로 활동하던 100명 가까운 용병이 죽은 상황이니 상행을 나가는 자체가 곤란한 지경이었다. 그러니 영지의 상황도 좋지 않을 수가 있었다. 자칫 영지가 고립이 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었다.
사이먼이 등급이 낮으니 문제가 없지만 실력이 있다고 알려지면 억지로 참여해야 할지도 몰랐다. 계속 영지에 있다면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
왕족은 보통 왕실직영지에 대리영주로 나가는 것이 일종의 관례였다. 그러나 대리영주의 직책은 당대에 한하고 일정 연령이 되면 은퇴라는 명목으로 물러나야 했다.
세리카나 지역도 왕실직영지를 관장하는 대리영주가 파견이 되어 있었다. 현재의 대리영주는 선왕인 세일러 3세의 이복동생인 파일러 후작이었다. 일찌감치 왕위 계승을 포기하고 중립을 선언한 덕분에 계승전쟁의 와중에 목숨을 부지했고 이후에 전대 대리영주가 물러나자 그 자리를 차지할 수가 있었다.
이제 나이가 56세로 앞으로 4년 후면 대리영주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가 대리영주에서 물러나도 왕인 아일라 2세의 사촌인 아들들이 대부분 자작이나 남작의 작위를 받고 소영지의 대리영주로 나가 있기에 큰 걱정은 없었다. 그러나 손자 대가 되면 그저 평범한 귀족이 되고 몇 대가 지나면 왕족이지만 왕족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평범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뭣이라? 오거가 나타나서 상단 인원 200여 명이 몰살을 당했다고? 더구나 작년에 나타나서 난리를 쳤는데 여태 해결을 못하고 이번에 다시 나타났다고?”
왕실직영지는 대영지의 대리영주를 주지사라고 칭했다. 대영지이지만 왕실직영지다보니 대영주대리란 칭호대신에 주지사란 칭호를 별도로 사용했다. 그 이유는 대리영주이지만 다른 대영지와 달리 직할영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영주의 역할을 수행하는 대리영주는 실제 영주의 역할을 하지 않고 휘하에 존재하는 30여 개의 소영지의 영주를 감독하는 역할만 수행했다.
“그렇습니다. 1년 전에 피오르드 자작령에서 토벌을 요청했지만 실제 그 지역을 관할하는 애슐리 영지에서는 사실상 방치한 것으로 압니다. 대신에 그 길을 주로 사용하는 피오르드 자작령에서 오거를 추적했지만 녹음이 우거지면서 철수를 했는데 이번에 다시 출몰하여 준동한 것입니다.”
세리카나 주의 주지사 휘하에서 부지사를 맡고 있는 알스하임 백작이 상황을 보고했다. 사실상 세리카나 지역의 모든 행정을 총괄하는 실질적인 행정가이기도 했다.
왕실직할영지의 경우에 주지사는 명목상의 대표에 불과하고 왕실에서 직접 임명한 전문 행정관료 출신의 부지사가 사실상 행정을 총괄하고 있었다.
아무리 명목상의 대표라고 하지만 고귀한 왕족이고 주지사의 직책을 맡고 있기에 중요한 일은 항상 보고를 해야 했다. 아무리 명목상이라고 하지만 권한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귀찮고 왕족이라는 체면 때문에 모든 업무를 맡기는 것이었다.
“애슐리 영지의 관내라면 애슐리 영지의 책임이군. 그간의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진상을 파악하고 차후 대책을 세리카나 대영지 차원에서 강구하도록 하시오.”
자그마치 200명이 죽은 사건이라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주지사로 있으면서 하는 일 없이 있는 상황이니 이런 일이 벌어지자 뭔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 길을 이용해야 하는 피오르드 자작령은 비용을 들여서 오거 퇴치에 적극적이었지만 별로 아쉬울 것이 없어 보이는 애슐리 영지의 영주대리는 마지못해 피오르드 자작령에 장단이나 맞추면서 실질적으로 한 것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영지 내부라는 이유로 수색을 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데 은근히 제약을 가하기도 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로 인해 비용과 시간이 낭비되기도 했다.
둘 다 왕실직영지인 세리카나 직영지에 속하지만 하나는 왕실직영지이고 하나는 계승귀족인 스타니엘 자작, 정식명칭은 피오르드 자작에게 수여된 영지였다. 그러니 두 영지의 대처는 극단적으로 달랐다.
며칠 후에 알스하임 백작은 그간의 경과에 대한 대략적인 조사가 완료되자 보고를 했다. 물론 두 영지의 보고내용이 상이하여 혼선이 있었지만 무엇이 진실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애슐리 영지의 영주대리인 패닌 자작의 직무유기에 대해서 정식으로 경고조치하도록 하시오. 아울러 애슐리-피오르드 대로가 있는 산악지대에 대한 몬스터 토벌을 시행할 것이니 계획을 세워보도록 하시오. 이번 일을 초래한 허벅지에 검상이 있는 오거를 잡을 때까지 이번 추수가 끝난 다음부터 무제한으로 진행할 것이요.”
모처럼 주지사로 역할을 할 계기가 되자 나서기 시작했다. 명목상 주지사로 하는 일이 없이 빈둥거리는 입장에서 차라리 이런 일이 터진 것은 반가웠다.
사이먼은 크라인을 만나고 돌아온 이후에 한동안 집에 틀어박혀 있었다. 아직도 실종자의 가족들이 사이먼을 보기만 하면 혹시라도 자기 가족을 본 것은 아닌지 물었다. 사실 죽는 장면을 보았다고 해도 그저 모른다고 답변할 수밖에 없었다.
같이 있다가 혼자 살아 돌아온 자이기에 죄책감이 들었고 그런 일을 몇 번 겪다보니 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렵기까지 했다. 그러니 그들을 만나지 않으려면 그들의 눈에 띄지 않아야 했고 당연히 집에 틀어박힐 수밖에 없었다.
“오빠, 당분간 집에 있을 거야?”
“그래야겠지. 대규모 상행도 없는 것 같고 워낙 피해가 커서 사람들이 보기만 하면 어떻게 된 것인지 물어대고 있고.”
말은 하지 않지만 사이먼도 잠자리에 들기만 하면 그 일이 떠올라 쉽게 잠을 자지 못하고 있었다. 그냥 잊고 싶은데 보기만 하면 그 일을 떠오르게 만들어 힘들게 하고 있었다. 살아서 돌아온 입장이라 참고 있지만 그도 정상은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나, 이제 곧 서클을 만들어도 된다고 해. 조금만 마나가 더 모이면 된다고 해.”
“그래. 아주 잘 되었다. 그런데 앤더슨은 언제 왔다 갔어?”
“응, 오빠 실종된 것이 알려지고 5일 후에 왔다 갔어. 오빠는 죽지도 않을 사람이라면서 아무 걱정도 안 하더라고. 다른 사람은 다 죽어도 오빠는 어떻게든 살아나올 사람이라고 말해서 엄마 속을 뒤집어 놓았어. 왔다가 집에 하루도 머물지도 않고 그냥 점심만 먹고 떠나버렸어.”
“앤더슨답다. 잘 지낸다고 해?”
“소영주님이랑 같이 교육을 받는다고 하는데 아주 자기 자랑만 하더라고. 새로 검술도 배웠는데 그 검술을 배우면 나중에 소드마스터가 될 수 있대. 그러면 아빠나 오빠도 상대가 안 될 거래. 그러면서 내가 마법을 배운다고 하니까 마법서를 구해준다고 하던데.”
“잘 되었다. 영주님이 고위마법사라고 하니 아마 마법서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소영주님이 마법을 배운다고 하니 다 배운 마법서를 줄 수도 있겠다.”
사이먼은 쉽게 마법서를 유출하지 않을 것을 알지만 기대를 깰 수는 없어 맞장구를 쳐주었다.
‘하여간 나를 이기지 못해 안달이 났구나. 녀석한테는 내가 그렇게 만만한 것인가? 그렇다고 동생한테 질 수는 없으니 나도 더 검술에 매진해야겠다. 이번에 검술이나 좀 더 다듬어야겠다. 마나운용법도 좀 더 연구를 해보고 말이야.’
사이먼은 앤더슨이 자신을 이기려고 하는 것을 알자 동생에게 질 수 없다는 오기가 생겨났다. 나중에 앤더슨에게 지면 망신도 그런 망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가렛은 공부를 하다가 정원으로 나가서 예나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천사의 집 출신들 중에 용병이 많은데 실력 있는 용병들도 있을 것인데 그들도 조사할 필요가 있겠어요.”
“전부터 암중에 관리를 하고 있고 몇몇은 우리들과 연락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사들이나 용병들이나 어릴 때에 같이 검술을 익혔기에 상당히 유대가 강했다. 남자들은 나이가 차면 천사의 집을 떠났지만 여자들은 결혼을 할 때까지 보통 천사의 집에 남아서 애들을 살폈다.
“3대 용병대에 꽤나 많이 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그러나 용병대에 속한 자들과는 사실 그리 친한 편은 아닙니다. 어느 사이에 이상하게 변해 전대 남작님도 그들이 천사의 집에 접근하는 것을 막았지만 크게 효과가 없었습니다. 대신에 몇몇을 후원하여 자리를 잡도록 해주고 천사의 집 출신을 소개시켜 주었습니다. 지금은 3대 용병대에 가는 애들이 거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