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25
집을 떠나다 (1)
사이먼은 전진기지 두 개를 번갈아 가면서 몬스터를 사냥했다. 눈이 오더라도 쉬지 않고 사냥을 나갔다. 악천후 속에서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훈련이었다. 물론 순수한 검사라면 활동이 불가능했지만 사이먼은 마법사이기도 했기에 추위와 눈 속에서 움직이는 것이 가능했다.
그 덕분에 눈이 내리면 전진기지로 몬스터가 몰려왔지만 전처럼 많은 몬스터가 몰려오지 않았다. 사전에 먼저 전진기지로 몰려올 몬스터를 줄여 놓았기에 오더라도 숫자가 많지 않았다.
매일 사냥을 나가서 잡은 몬스터의 숫자는 많았지만 혼자 가져올 수 있는 몬스터의 숫자는 정해져 있었다. 가장 크고 가격이 좋은 것만 챙겨서 가져오고 나머지 절반 이상은 버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크라인이 은퇴한 용병이 가지고 있던 큰 용량의 마법배낭을 구해준 덕분에 두 배에 달하는 몬스터의 사체를 가져올 수가 있었지만 여전히 버리는 양이 줄지는 않았다.
그만큼 사냥이 익숙해지면서 하루에 잡는 양이 많아진 것이다. 더구나 그곳의 몬스터의 경우 무리를 이루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몬스터 무리는 한 번 전투를 시작하면 전부 죽을 때까지 도망을 가지 않고 결사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버려둔 몬스터 사체는 다음에 찾아가면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 사이에 다른 몬스터가 처리를 한 것 같았다. 또한 그런 사체 덕분에 전에 사냥한 곳 인근에는 적지 않은 몬스터가 있었다.
사이먼은 격일로 가기에 모였던 몬스터가 어느 정도 흩어진 다음에 가서 주변에 있는 사냥감을 물색하여 사냥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기세를 죽이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몬스터는 도망을 치지 않는 속성이 있지만 또한 위기를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나 자신보다 강한 자가 나타나면 피하였다. 그렇기에 어느 순간부터 몬스터가 사이먼이 나타나기만 하면 도망을 쳤다. 사이먼의 몸에서 강한 살기가 흘러나오기에 그것을 감지하고 도망을 치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사이먼은 자신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다. 마법을 이용하여 존재감을 없애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마나를 운용하여 자신의 기운을 감추는 것이 가장 좋았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성공을 했고 그 결과 사이먼이 몬스터 근처에 가도 대부분의 몬스터가 감지를 못하였다. 전투 중에도 적당한 수준의 마나만 내보여서 도망치지 않도록 했다.
이런 가운데 사이먼은 나름대로 큰돈을 모으는 횡재를 하기도 했다. 좀 더 북쪽 산지로 가면 아이스트롤이 살고 있었는데 추위에 남쪽으로 내려왔는지 웨어울프 무리와 싸우는 것을 발견했다.
웨어울프 무리는 무려 12마리나 되었는데도 트롤 한 마리를 이기지 못하고 있었다. 30분 정도 지나자 고작 세 마리를 남기고 모조리 다 죽고 말았다.
그리고 10분이 지난 후에 크게 상처 입은 아이스 트롤만 남고 모든 웨어울프가 죽었다. 사이먼은 그런 아이스트롤을 기습적으로 공격하여 쉽게 죽일 수가 있었다. 멀쩡했다면 잡을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강한 몬스터였다.
어쨌든 그것을 팔아 무려 50골드에 이르는 엄청난 돈을 받았다. 사실 그 정도 금액은 A급 용병도 거의 반년은 의뢰를 수행해야 벌 수 있는 돈이었다.
아이스트롤을 잡은 것은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같이 가져온 웨어울프와 싸워서 죽기 직전의 상태가 된 것을 발견하여 기습하여 잡았다고 하자 대부분 지극히 운이 좋아 잡은 것으로 알게 되었다. 상식적으로 갓 C급이 된 열여섯 살의 용병이 잡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았다.
몬스터를 아무리 잡아도 시간이 며칠만 지나면 다른 곳에서 사는 몬스터가 이동을 해왔다. 특히 북쪽에 드넓게 펼쳐진 평원에서 서식하는 몬스터가 한겨울의 추위를 피해 내려오기에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의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 그들이 내려오는 방해물을 치워주는 역할마저 하는 것 같았다.
사이먼은 마법서를 구하려고 했지만 사실 구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여행을 갈 때마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알아보았지만 쉽지가 않았다. 마법서가 있어도 돈을 엄청나게 요구하였다.
그래서 결국은 자신이 직접 만들어야 했다. 마법서를 쓰면서 마법을 전개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마법서를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이먼은 사냥을 하고 돌아와서 저녁에 마법서를 만들었다. 마법서를 만들고 나서 살피면 꼭 필요한 내용을 일부 누락하였다. 그러는 과정에서 마법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깊어졌다.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모조리 검토하면서 그것을 재차 정리해야 했다.
사이먼은 한꺼번에 애니카에게 전해주는 것을 포기하고 한 가지 마법서가 완성이 되는대로 전달을 해주었다. 1서클 마법이지만 마법에 대한 설명부터 전개방법까지 자세히 정리하면 최소 10페이지에 달했다.
“오빠, 이게 마법서야? 한데 왜 오빠 글씨야?”
“마법서를 구할 수가 없어 돈을 주고 빌려서 내가 필사를 했는데 글씨를 알아보기 어려워서 다시 정리한 것이야.”
사이먼은 돈을 주고 빌려 필사했다는 말을 했다. 용병이 마법을 배우는 방법은 그런 식으로 서로 마법서를 돌려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그냥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금액을 주어야 가능했다.
사이먼은 3~4일에 하나의 마법씩 정리를 해서 애니카에게 전달을 했고 가을부터 시작하여 초봄까지 1서클 12개에, 2서클 10개를 건넸다.
“마나에 대해서 나도 알만큼 알고 있고 마법도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 이해가 안 되면 물어봐.”
사이먼은 애니카 혼자 독학을 하려면 쉽지 않기에 이해가 되지 않으면 물어 보라고 했다. 물론 그것을 고려하여 기본이 되는 별도의 설명까지 추가를 해놓았지만 마법서만 보고 익히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면 대략 3년가량은 다른 마법서를 구해 주지 않아도 될 것 같군. 이 정도 마법만 익히면 추가로 3서클 마법 다섯 개 정도만 더 익히면 마법사로 살아갈 수 있을 거야.’
사이먼은 애니카가 고위 마법사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마법사로 대접받을 정도가 되면 일단 만족이었다. 여자로 그 정도만 되면 귀족가에 시집을 갈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전해준 마법만 제대로 익히면 충분했다.
애니카는 마법을 익히지 않은 검사인 사이먼이 마법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어 놀라고 말았다. 그렇기에 몇 번 그런 일이 있자 결국 의문을 표했다.
“오빠, 이렇게 마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면 리튼 아저씨에게 마법을 배우는데 3골드나 들일 필요가 없었잖아.”
애니카는 몇 번 마법서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사이먼에게 묻다가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물었다.
“내가 아는 것은 이론뿐이야. 그러니 실제로 마법을 익히는 것은 잘 모르지. 더구나 입문은 제대로 해야 되는 거야. 그리고 아무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는데 네가 갑자기 마법을 익히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잖아. 결국 내가 가르쳤다고 하면 어떻게 마법을 아는지 귀찮게 할 거 아냐?”
“그런데 오빠는 마법을 어떻게 알아?”
“전에 마법 상점의 주인인 프라인과 꽤 친했잖아. 리튼 아저씨 이전의 주인 말이야. 사실 나도 마법사가 될까 해서 몰래 마법서를 필사했었어. 그 아저씨가 알면서도 뭐라고 하지 않더라고.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물었었고. 너한테 준 마법서가 그 아저씨 몰래 베껴놓은 것들이야.”
사이먼은 한 번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자 계속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은 한 때 마법사를 꿈꾸었던 소년이 되고 말았다. 당시에 애니카는 아주 어렸기에 잘 기억을 못하는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사이먼은 생전 처음으로 바다를 구경하고 있었다. 숲을 횡단하는 것은 위험했기에 무리하게 이동을 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강해진 것을 알기에 좀 더 먼 곳까지 진출을 했고 마침내 동쪽 바닷가에 당도한 것이다.
보통은 돌아가는 것도 만만치 않기에 전진기지에서 멀리 사냥을 가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한 번 정도 무리를 해서 숲의 끝부분에 무엇이 있는지 살피고 싶었다.
“바닷물이 짜다고 하더니 진짜로 짜군.”
사이먼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혼잣말을 하면서 탄성을 질렀다. 날이 차가워서 그런지 바닷가에는 얼음이 얼어 있었다. 바닷물이 짜다는 말이 생각나서 얼음 위로 1km 정도 걸어가서 얼음을 깨고 직접 바닷물을 찍어 맛을 보기도 했다.
어쨌든 넓은 바다를 보자 저절로 탄성이 일었다. 얼음이 얼어 빙원이 펼쳐져 있고 그 너머 수평선 근처에 파란 바닷물이 출렁거리고 있었다. 그런 광경을 보자 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사이먼은 언젠가 보았던 대륙의 지도를 떠올렸다. 조금 더 북쪽으로 가면 동쪽으로 반도가 뻗어 나와 있었다. 동쪽으로 뻗은 반도는 100여 km 정도 동쪽으로 가면 남쪽으로 휘어져 에카테리나 왕국의 동편 바닷가를 따라 반대편에 길게 뻗어 있었다.
지도에 나타난 것을 보면 그 반도의 면적이 에카테리나 왕국보다 더 넓은 것 같았다. 나중에 강해지면 미지의 땅을 한 번 여행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바다에도 몬스터가 있는 것인가?’
사이먼이 바닷가에 당도한 이후 기세를 감추지 않았기에 근처에 몬스터가 접근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얼음이 끝나는 곳의 물속에서 뭔가 나타나서 사이먼을 보고 있었다.
처음 보는 몬스터라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사이먼보다 덩치가 몇 배나 컸다. 오거보다는 조금 작지만 어지간한 육지의 몬스터보다는 훨씬 컸다.
몬스터의 피부는 검은 색이 돌면서 윤기가 있었다. 입 주변에는 긴 수염이 달려 있었다. 뒷다리는 다리가 분명하지만 앞다리는 퇴화가 된 것인지 물고기의 지느러미처럼 양쪽에 달려 있었다. 그런 몬스터나 동물은 보지 못했기에 이름은 알 수 없었다.
몬스터도 인간을 처음 보는지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뻔히 바라보고 있었다. 사이먼이 기세를 감추지 않았는데도 도망을 치지 않는 것을 보면 상당히 강한 몬스터로 보였다.
몬스터는 배가 부른지 아니면 원래 순한지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지 않았다. 사이먼을 보다가 물속으로 뛰어들어 사라졌고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에서 떠 있는 얼음 위로 얼굴을 내밀었다.
조금 멀리 떨어진 얼음덩어리에 아까 봤던 것과 같은 종류의 몬스터가 십여 마리 정도 나타났고 그들은 소리를 지르면서 상체를 세운 다음에 사이먼을 향해 날개인지 지느러미인지를 모를 것을 흔들었다. 사이먼은 한동안 바다를 바라보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느껴지자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갔다.
곧 점점 바람이 강해지면서 눈발이 휘날리기 시작했다.
스타니엘 자작은 왕도에서 찾아온 퇴직 기사 얀필드를 만나고 있었다. 그는 동료인 아그리스가 피오르드 영지에 머물자 찾아온 것이다. 물론 수도의 동향이 심상치가 않아 한동안 몸을 피할 곳을 물색하는 면도 있었다.
“왕도의 상황이 심상치가 않다는 말인가?”
스타니엘 자작은 오랫동안 왕의 핵심 측근으로 있었기에 근위기사들과 상당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실질적으로는 그의 휘하에 두고 있었다고 할 수 있었다.
“크로이엘 교단이 끊임없이 신전건립문제로 왕실을 귀찮게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용병대 문제까지 폐하의 심기를 거슬리는 상황이라 적지 않은 진통이 발생할 것 같습니다.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말썽을 부리는 용병대와 그 주변을 청소할 것 같습니다.”
“그간 선왕폐하의 비호를 받는 덕분에 일부 용병대가 설치기는 했지. 언젠가 한 번 터질 일이기도 하지. 그렇게 되면 경비대나 암흑가도 정리가 되겠군.”
“대대적으로 사정이 진행될 것 같습니다. 그간 무서운 것이 없이 설쳤던 자들에게 철퇴를 가할 것이라고 합니다. 뒤가 구린 자들이 득세를 했는데 한바탕 피바람이 불 것 같습니다.”
“4대 귀족들의 동태는 어떤가?”
스타니엘 자작이 걱정하는 것은 왕인 아일라 2세와 선왕 때의 공신인 4대 귀족의 대립이었다. 그들이 대립하는 순간 왕의 권위도 실추하고 왕실이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그들 중에 한 쪽이 아예 몰락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스타니엘 자작의 신상에도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니 그런 사태만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좋았다.
“그분들이야 주변을 잘 관리하였기에 문제가 없지만 어쨌든 이번에 정리를 하면 조금 위축이 될 것입니다. 문제는 용병대가 신전과 결탁할 조짐이 보이는 것입니다. 그 덕분에 더 모진 피바람이 불지도 모릅니다.”
가뜩이나 왕실과 척을 진 신전인데 그들과 유착을 하려고 한다면 그 분노마저 감당한다면 간단히 끝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설마 무력으로 저항을 한다는 말인가?”
“일단 용병길드에 대해서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왕실에서 거래하는 용병대도 이미 다른 용병대로 교체가 되었습니다. 경비대도 조장급 이상은 처리가 되었습니다. 무력으로 저항하다가는 더 어렵게 될 것입니다.”
“근위기사는 이번 일과 관련이 없겠지?”
스타니엘 자작은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염려가 되어 근위기사들에 대해 물었다.
“선왕폐하나 자작님이 문제가 될 자들은 계속 정리를 했지 않았습니까? 거기다가 잘 챙겨준 덕분에 그리 염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2단장인 아르토스 백작과 그 측근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폐하가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아르토스 백작이 거론 되자 스타니엘 자작의 표정이 상당히 좋지 않게 변했다. 스타니엘 자작의 반대편에 서 있는 자들 중에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자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