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26
집을 떠나다 (2)
“내가 몇 번을 정리하려고 했지만 세자궁의 경비를 담당하는 탓에 어쩔 수가 없었지. 그자야 내 소관이 아니고 폐하께서 알아서 하시겠지. 그러면 퇴직한 기사들 대부분은 조용히 몸을 사리고 있겠군.”
근위기사 중에 상당수가 새로운 왕이 즉위하자 근위기사를 그만두고 물러난 상황이었다. 실력은 좋지만 나이가 50대에 이른 자가 부지기수였으니 세대교체가 필요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항상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었기에 실력은 여전했다.
“소나기는 피하라고 괜히 옆에 있다가 휘말리기 싫어 대부분 자작님이 떠난 후에 왕도를 떠났습니다. 저도 왕도를 떠나 여행을 한지 몇 달이 지났습니다.”
아일라 2세가 즉위하고 기존에 나이가 있는 기사들은 대부분 퇴직을 했는데 그들이 왕도를 떠나 있다는 말에 한숨이 나왔다. 이런 고위 기사들이 왕도를 떠나면 왕의 힘이 그만큼 줄어드는 면도 있었다. 이런 기사들은 물러난 이후에도 수련을 계속하면서 암중에서 왕실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였다.
“애꿎은 사람들이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몰라 걱정이군. 더구나 선왕폐하를 모셨던 사람들이 덤터기를 쓰는 사태가 벌어질까 걱정이 되는군.”
스타니엘 자작은 자신이 떠나올 때에 지금과 같은 사태가 벌어질 것을 이미 예견했지만 막상 닥치자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변방의 오지로 밀려난 늙은이였고 다시 아수라장에 들어가서 진흙탕 싸움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앤더슨은 사이먼이 실종되었다는 말에 걱정이 되어서 케인스와 갤러스 총관에게 사정을 말하고 집으로 갔다. 집으로 가서 어머니를 만났지만 사이먼의 실종으로 실의에 빠져 있어 그나마 같이 걱정을 하였지만 결국 위로를 한다면서 약간 어깃장을 놓는 말투로 사이먼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더구나 애니카가 마법을 배우는 것을 알게 되자 놀라고 말았다. 그런 것을 아버지 크라인이나 어머니가 한 것이 아니라 사이먼이 했다는 것에 조금 화가 났다. 자신은 애니카에 대하여 어떤 것도 하지 않았는데 형이 나선 것이니 패배감이 느껴졌다.
앤더슨은 결국 점심만 먹고 영주관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집에 있으면 계속하여 어머니 엘레나의 푸념을 들어야 할 것 같았다. 그나마 애니카에게 마법서를 구해줄 수 있으면 구해주겠다고 말해 조금 체면치레라도 할 수 있었다.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영주관에 돌아와서 그런 말을 할 처지가 아니라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 사이에 사이먼이 멀쩡한 모습으로 보름만에 돌아왔다는 사실을 들었다. 마음은 어떻게 돌아왔는지 궁금하여 가보고 싶었지만 굳이 사이먼에게 그런 관심을 보이는 것이 싫어 그냥 가지 않았다.
대신에 자신이 애니카에게 소드마스터가 될 수도 있다고 자랑을 했던 것이 생각나서 어느 누구보다도 검술에 매진했다. 왠지 사이먼이 살아 돌아온 것이 단순히 운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최근에 마법에 대해서도 조금 관심을 가지고 마나에 대해 알게 되면서 마나고갈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아버지 크라인이 회복한 것이 그저 운이 좋아 회복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결국 사이먼 형이 이미 그 때 마나소드가 아니라 엑스퍼트에 도달했다는 말이지. 그러면서 감쪽같이 속이고 있었다. 그 나이에 엑스퍼트가 되었다고 알려지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 감추고 있었겠지. 나는 그것도 모르고 까불었으니 아무 생각 없이 사는 놈으로 알고 아버지가 회복되어도 알리지 않은 것이다.’
앤더슨은 사이먼이 엑스퍼트라고 생각하자 마음이 급해졌다. 그렇기에 어느 누구보다도 아그리스에게 많은 것을 배우려고 했다. 앤더슨이 검술 수련에 열중하자 아그리스도 귀찮아하지 않고 잘 가르쳐 주었다.
“뭘 그렇게 검에 목숨 건 사람처럼 쉬지도 않고 수련만 하는 거야?”
케인스가 궁금한 표정으로 무슨 사정이 있는지 물었다. 앤더슨은 귀족가의 도련님답지 않게 성격이 좋은 케인스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는 사람이 싫은 사람은 없었다.
“그냥 검술이라도 열심히 배워야 할 것 같아서요.”
“형의 복수라도 해주고 싶은 거야?”
“아뇨. 형이 저보다 더 강한데요. 그리고 아버지도 있고요.”
“그럼 왜 그렇게 검술 수련만 하는데?”
“사실 형에게 항상 졌거든요. 여기서 검을 열심히 익혀 커서는 이겨보고 싶어서요.”
앤더슨은 케인스에게 함부로 말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만 사실대로 말을 했다.
“하긴 누군가 목표가 있으면 열심히 할 수 있지. 그런데 마법을 배우는 애들이 문제야.”
“왜요?”
“재능이 별로 인지 나보다 마법을 훨씬 못하는데 그저 가르치는 것만 적당히 하고 마는 것 같아. 그렇게 해서 나중에 나를 제대로 도와줄지 걱정이야.”
마법에 재능이 있다고 해서 선발이 된 자들은 케인스가 2서클이 되었지만 고작 1서클 마법 중에 기초적인 것만 익히고 있었다. 그럼에도 절박하게 익히지 않고 있었다. 마나가 아직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면서 그저 마나가 늘기만 기다리면서 빈둥거리기 일쑤였다. 물론 마나를 축적하기 위해 마나명상을 힘쓰지만 절박하게 익히는 기색은 아니었다.
“그거야 도련님이 마법을 직접 익히고 재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들이 배우는 속도가 느려 답답하게 느낄 수가 있을 것입니다. 집에 가보니 마침 여동생이 마법을 익히고 있었습니다.”
“아, 여동생이 있다고 했지? 마법을 익힌다고?”
“네, 얼마 전에 1서클이 되었다고 합니다. 동네 마법 상점에서 배웠다고 합니다.”
앤더슨은 그렇지 않아도 마법서를 얻기 위해 기회를 보던 참이라 애니카가 마법을 익히는 사실을 말했다. 그래야 마법서를 얻을 기회가 생길 것 같았다.
“마법상점이면 3서클 마법사에게 배우는 것인가? 그러면 제자가 된 것이겠지?”
“그게 형이 3골드를 주고 마법의 기초를 가르쳐 달라고 의뢰했다고 합니다. 용병들은 그런 식으로 마법을 배우기도 합니다.”
앤더슨은 애니카가 제자가 되지 않은 것이 이상해서 어떻게 된 것인지 물었고 사이먼이 3골드를 마법사에게 주기로 하고 기초마법을 가르치도록 의뢰한 내용을 들었다. 아울러 그렇게 한 이유가 나중에 스승에게 얽매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도 들을 수 있었다.
“아, 용병들은 그렇게 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동생이면 나이가 두 살은 어릴 것인데 재능이 있는 것 같군.”
“마나친화력이 높다고 합니다. 보라색은 아니지만 남색 중에서도 보라색에 가깝다고 하였습니다.”
케인스는 그 말에 흥미로운 표정이 되었다. 흥미를 보이는 것이 일단 마법서를 달라고 말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된 것 같았다.
스타니엘 자작은 기회가 될 때마다 케인스나 앤과 같이 식사를 했다. 그렇게 하면서 그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었다.
“앤더슨의 여동생이 마법을 배운다고 합니다. 고작 열두 살인데 벌써 서클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열두 살인데 서클을 만들었다고? 빠르구나. 누구의 제자라고 하더냐?”
“동네 마법 상점을 하는 용병 마법사에게 3골드를 주고 기초를 배우기로 했다고 합니다.”
“하긴 크라인 경이 용병을 했으니 시시한 마법사의 제자가 되어 마법을 배우면 나중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가는 것을 알고 사전에 문제가 될 것을 예방한 것인가? 나중에 마탑이나 마법아카데미에 보낼 생각인가?”
스타니엘 자작은 대충 왜 그렇게 했는지 이해를 했는지 혼잣말을 했다.
“그게 크라인 경이 한 것이 아니라 앤더슨의 형이 있는데 그 형이 검사를 하고 돈도 내서 했다고 합니다.”
“아, 사이먼이라던가? 얼마 전에 실종이 되었다가 혼자 돌아왔다고 했지? 제법 실력이 있는 것 같군. 동생의 마나친화력을 검사하고 돈을 들여서 그런 식으로 가르칠 생각을 했다니 기특하군.”
스타니엘 자작은 마법 수련에 열중이지만 최근에 그렇게 한다고 해서 마법이 느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일상의 생활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고 영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최근 가장 큰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이먼에 관해서 들었다. 더구나 기사로 서임한 크라인의 아들이니 관심을 가졌다.
“한데 마나친화력이 보라색에 가까운 남색이라고 합니다. 옛날에 아버지가 감별기로 검사할 때 저도 그 정도가 나왔는데 그 정도면 대단한 것이 아닌가요?”
“마나친화력이 중요하지만 마법은 지능이나 지혜가 높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배워도 답보상태에 빠질 수가 있다. 좀 더 지켜보다가 재능이 있다면 내 제자로 들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스타니엘 자작은 재질이 뛰어나다는 말에 키워볼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또한 어떻게 하는지 살펴볼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한데 애들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냐? 애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별로 없다면서?”
“행정을 배우는 애들은 좀 답답하고 마법을 배우는 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앤더슨이 그나마 말을 붙이면 피하지 않고 같이 이야기를 하는 편입니다.”
“신분의 격차라는 것은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앤더슨이란 애가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다른 애들은 그저 말을 하면 ‘네, 네’만 하고 맙니다. 반면 앤더슨은 무례한 것은 아닌데 생기가 있습니다.”
“재능의 차이일 수도 있지. 가장 그 아이가 재능이 뛰어나지.”
“그것보다 뭔가 해보려는 생각이 다른 것 같습니다. 검술로 형을 이기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두 살 많은 형에게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고 커서는 꼭 이기겠다고 합니다.”
“하하, 재미있는 아이구나. 형이 뛰어난 것 같구나. 벌써 용병이 된 것 보면 주관이 뚜렷한 것 같다. 크라인 경은 아이들을 잘 키운 것 같구나.”
스타니엘 자작은 한 번쯤 기회가 되면 사이먼을 불러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이먼은 겨울 내내 북쪽의 산지에서 몬스터 사냥을 했다. 종종 크라인과 같이 정찰을 겸해 사냥을 나가기도 했다. 실력 확인을 위해 대련을 하던 크라인은 사이먼의 실력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은 것에 놀라고 말았다.
무리를 하면 어떻게든 이길 수는 있겠지만 그도 손해를 보지 않고는 불가능해 보였다. 아들과 사생결단을 낼 수는 없으니 이제 힘으로 사이먼을 어떻게 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어느새 마나의 양도 중급은 되는 것 같고 기술도 다 터득한 것 같다. 더구나 마나를 응축하여 폭발시키듯이 사용하는 것마저 터득했구나.”
크라인은 사이먼에게 특별히 알려준 것도 아닌데 혼자 기술을 사용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신기해서 감탄을 했다.
“아버지가 사용하시는 것을 몇 번 봤으니 그 원리만 알면 따라할 수 있죠.”
사이먼이 그렇게 말을 했지만 사실 이런 기술을 터득하는데 도움이 된 것은 마법을 익히면서 마나의 운용능력이 증가하고 이름도 모르는 검사가 기록해놓은 수련 기록을 참조한 덕이었다.
사이먼의 검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그 수첩에 적힌 내용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냥 사소하게 기록한 것일지라도 단순한 내용이 아니었다. 검술을 수련하는 가운데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네 덕분에 이번 겨울이 무사히 지나가는 것 같다. 이번 겨울이 가장 위험한 시기였는데 잘 넘겼다. 나도 편하게 지냈던 것 같다. 네가 잡은 몬스터만 공식적으로 수백 마리이고 잡아서 사체를 버린 것까지 고려하면 실제로는 수천 마리라 생각한다. 그들이 뭉쳐서 한꺼번에 전진기지로 몰려왔다면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크라인도 사이먼이 북쪽의 산지를 다니면서 사전에 몬스터를 사냥한 덕분에 몬스터가 대규모로 몰려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작년에 비해 고용한 용병의 수준이 낮아진 탓에 걱정이 많았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세리카나 지역의 주지사가 애슐리 영지 인근에서 대대적으로 몬스터를 토벌하자 실력 있는 용병들이 그곳으로 떠나갔다. 더구나 영지에 있던 용병이 100여 명이나 죽거나 실종되자 실력 있는 용병이 부족해졌다. 결국 의뢰대금도 오르자 전에 있던 용병은 계약을 마치면 떠났고 대신에 갓 용병이 된 하급들이 그 자리를 채운 상황이었다.
“한 달 후에 세리카나 지역의 주도인 세로스로 갈 생각입니다. 한동안 그곳에서 활동을 할 것입니다. 이제 날도 차츰 풀려가는 것 같습니다.”
이미 사이먼이 집을 떠나는 것은 가족들 모두 알고 있었다. 단지 그 시기가 언제일지 정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앞으로는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으로 실력이 오르는 것도 한계가 있겠지. 이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실력을 키워야겠지.”
그러면서 용병대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주었다. 크라인이 오지에 오게 된 직접적인 이유가 바로 수도의 용병대와의 갈등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곳에 용병대가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다. 용병대에 속한 용병은 보통 자신이 의뢰를 선택하지 못한다. 용병대에서 배정하면 따르는 것이 보통이다.
그게 하고 싶다고 해서 하고, 하기 싫다고 해서 안 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나는 용병대에 가입하기를 거부했다.
한 번 용병대에 가입하면 아무리 옳지 못한 일이라도 용병대에서 결정하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런 것이 싫어 가입을 하지 않았다. 한데 싫다는 사람을 꼭 굴복시켜야 직성이 풀리는 자들이 있다. 거부하는 자체를 용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