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31
원한 중첩 (2)
사이먼은 자신을 계속 자극하는 세티스를 주시하고 있었다. 세티스가 사이먼을 감시하지만 역으로 사이먼도 그를 의식하면서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흠, 저자가 심상치 않더니 A급 용병인 갈리아스의 지시를 받고 있군. 그나마 이번 상행에 클라리온 아저씨가 참가한 것이 다행이군.’
클라리온은 크라인과 잘 알고 지내는 A급 용병이었다. 그가 예비 모임에 나갔을 때에 만나서 인사도 했고 예비 모임이 끝난 후에 따로 만나 저녁까지 먹었다. 그렇기에 클라리온도 크라인의 아들인 사이먼을 멀리서나마 지켜보고 있었다.
‘나야 원한을 살 일을 한 것이 없으니 아버지에게 원한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단순히 원한을 가진 것이 아니라 뭔가 청부를 받은 것 같다. 단순히 개인적인 원한을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하기에는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아버지에게 원한을 갚지 못하니 나를 표적으로 삼은 것인가?’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을 했지만 의문이 들었다. 청부를 받았다면 단지 자신만 노리는 것은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를 먼저 노려 아버지를 영지에서 불러내려는 것인가? 기사 신분이라 영지 내에서 일을 벌이면 문제가 되기에 외부로 유인하려는 것일지도 모르지.’
사이먼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기에 답답했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래서 사이먼은 다른 용병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항상 혼자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피곤하기도 했지만 일단 위험을 피하려면 그런 방법이 최선이었다.
설사 무슨 일이 일어나도 증인을 만들어 두는 것이 나중에 상황을 수습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혼자 있다가 함정에 빠지면 아무리 혼자 주장을 해도 믿어주지 않을 수 있었다.
“이봐, 대련 한 번 하지?”
사이먼이 다른 사람을 방패로 내세우자 저녁 식사 후에 개인수련을 하고 있는 순간을 노려 도발을 해왔다. 캠프 한쪽에서 C급 용병 20여 명이 같이 수련을 하는 상황이었다. 대련을 하자는 것은 시비를 거는 것이지만 용병들 사이에 종종 있는 일이기도 했다.
특히나 새로 승급을 하면 같은 등급이라도 군기를 잡는 수단으로 대련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었다. 거기서 피하면 망신을 주고 응하면 이겨서 확실하게 선배 대접을 하도록 했다.
“그렇게 하지요.”
사이먼은 대수롭지 않게 응수를 했고 지루한 여정에 일종의 여흥거리가 생기자 용병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대련은 사실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 의뢰 중에 자주 있는 일은 아니기에 A급 용병 다섯 명도 전부 구경을 하려고 나왔다. 사고라도 생기면 문제가 되기에 그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았다.
‘오러를 사용하여 공격하려는 것인가?’
C급의 대련에서 오러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행위지만 그렇다고 사용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종종 대련을 하다가 엑스퍼트로 각성을 하는 경우도 있고 그럴 경우 C급일지라도 실수로 오러를 사용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대련 상대는 위험한 상황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만일에 재수 없이 급소를 공격받는다면 생명마저 위독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었다.
‘하필이면 나와의 대련 중에 각성을 한다는 것인가?’
돌아가는 상황이 그런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B급이 되어도 충분한 실력을 가진 자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등급을 올리지 않고 있었다. 이런 때를 위해서 감추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나도 불덩어리라는 것을 보여야 하는가? 굳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겠지. 마나유저라면 오러를 사용해도 한 번 정도 막을 수 있다.’
사이먼은 굳이 자신의 실력을 전부 드러낼 생각이 없었다. 그렇기에 위험한 상황이지만 오러를 사용한 공격을 피하거나 막기로 마음을 굳혔다. 한두 번 피하거나 막으면 다른 용병이 개입하여 중지를 시킬 것이니 그 사이만 버티기로 했다.
세티스는 시비를 걸어도 사이먼이 피하면서 무시를 하자 점점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수행하려는 목적이었지만 시간이 흐르자 본래의 목적은 뒤로 밀려나고 무시하는 것으로 인해 사이먼에게 분노하기 시작했다. 시비를 걸다가 상대가 제대로 반응을 하지 않으면 스스로 이성을 잃는 경우가 있는데 세티스가 그러했다.
“아직까지 누구에게도 자네가 엑스퍼트로 각성한 것을 알리지 않은 상황이니 대련을 하게. 신참의 실력을 확인하는 대련이야 종종 있는 일이니 자네의 평판은 조금 떨어질 것이지만 크게 문제는 아닐 것이네. 그 때 각성을 한 것처럼 기습적으로 오러를 사용하여 중상을 입히도록 하게. 죽여도 상관없고. 물론 그 후에 자네는 절대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반응을 하게. 지켜본 사람 모두가 분노할 정도로 뻔뻔한 태도를 보이게. 그러면 그 소식을 들은 크라인도 격분하여 영지를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네.”
“알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린 녀석이 부모 잘 만난 덕분에 좋은 검술을 배워 최단기간에 승급을 한 것이 맘에 들지 않았는데 나중을 위해서라도 확실히 제거하겠습니다.”
용병들 중에 가장 잘한 일이 싹을 보이는 후배를 꺾어놓은 것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해야 경쟁자가 사라져 대접을 받고 나중에 후배에게 밀려나는 꼴을 당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런 말을 공공연하게 말하는 자들까지 있었다.
그래서 재능 있는 후배를 보면 무조건 제거하려는 자들이 많았다. 그런 행동에 대해 비난을 하면서도 실제로 그런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는 조치에는 소극적이었다. 사실 그런 행위를 하는 자들은 독한 면이 많았고 괜히 나섰다가는 나중에 꼭 보복을 당했다.
사이먼에게 대련을 청한 세티스는 사이먼이 거부하면 온갖 조롱을 하여 나서게 할 생각이었는데 말을 꺼내자말자 바로 수락을 하자 준비한 것이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었다. 순간 뭔가 자신이 실수한 것은 아닌지 두려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이먼의 태도에서 강한 자신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이먼은 엑스퍼트이기에 마나를 검으로 보내 오러를 사용할 때보다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오러를 발현할 때 사용할 마나로 오러를 발현시키는 대신 검 내부에서 응축을 시켰다.
사이먼이 그런 기술을 사용하자 크라인은 A급 용병이나 가능한 기술이라고 놀라고 말았다. 크라인은 그런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 엑스퍼트 중급이 된 후에 가능했기 때문이다.
사실 오러를 발현시키는 것보다 오러를 발현시키지 않고 검의 내부에서 응축시키는 기술이 더 어려운 기술이기도 했다. 더구나 오러를 발현시키는 것과 달리 외부에서 마나의 유동을 감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훨씬 어려운 기술이었다.
사이먼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모르는 세티스는 살기를 풀풀 풍기면서 사이먼을 공격해 왔다. 사이먼은 먼저 수세를 취하면서 방어를 한 후에 역습을 취하였다.
세티스는 자신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 같지만 역습을 당하고 나면 공격의 리듬이 끊겨 맥이 빠지는 상황을 계속 겪자 차츰 이성을 잃고 실전보다도 더 살벌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둘의 대결을 바라보는 20여 명의 B급 이상의 검사들은 무엇인가 이상한 느낌을 들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이먼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 같지만 위험한 상황은 세티스가 더 많이 당했기 때문이었다.
사이먼이 당한 공격은 강력해 보였지만 막을 수 있어 보였고 반대로 세티스가 당한 역습은 별로 강해 보이지는 않지만 막기가 곤란했고 조금만 더 빠르거나 깊었다면 치명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티스는 점점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자신의 공격은 뚝뚝 끊기고 사이먼의 공격은 당할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사이먼이 약간 봐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더 빠르고 더 깊게 공격을 가할 수도 있지만 일부러 간발의 차이로 놓아 주는 것 같았다.
그것은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잘 알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련 당사자인 세티스는 느낄 수가 있었다. 공격이 시작될 때는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기를 쓰고 피하면 매번 피할 수가 있었다. 그러니 모를 수가 없었다. 이는 검술 실력에서 완전히 사이먼이 압도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이먼은 검술 실력만으로 세티스를 이길 수가 있어 보이지만 그가 하는 짓을 보기 위해 결정적인 순간에 약간 여유를 두고 있었다. 검술로 압도하여 적의 음모를 봉쇄하는 것은 위험을 뒤로 미루는 것에 불과하기에 준비한 것을 꺼내도록 압박했다.
세티스는 오러를 발현시키지 않고 있지만 마나소드를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양의 마나를 사용하고 있었다. 오러를 발현시키지 않고 순수하게 검술로 압도하여 결과를 내는 것이 최상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하자 더 이상 마나를 사용하여 오러를 발현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 전에 결판을 짓기로 했다.
사이먼을 향해 검을 내리긋는 세티스의 두 눈에 독기가 감돌았다. 마치 사이먼의 검을 두 동강 내고 그마저 베려는 듯이 양손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그런 세티스의 검에서 순간 반짝이는 기운이 솟구쳤다. 마침내 오러가 발현이 된 것이다. 해가 진 후였기에 너무나 선명하게 드러났다.
사람들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어렸고 일부 A급 용병이 움직였지만 세티스의 검과 사이먼의 검이 훨씬 빨리 부딪치고 말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참상이 벌어질 것이라 생각하여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큰 소리가 났고 강하게 공격을 했던 세티스가 뒤로 몇 걸음 퉁겨지듯이 물러난 후에 비틀거리기까지 했다. 반면 사이먼은 오러가 발현된 세티스의 검을 튕겨내고 뒤로 물러난 세티스를 언제라도 공격할 수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사이먼은 그냥 순순히 검을 막는 것은 너무나 온순한 대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부딪치는 순간 응축된 마나를 사용하여 세티스의 오러를 절반 이상 되돌려주었다. 세티스가 내뿜은 오러가 방향을 바꿔 그 자신을 공격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마나소드를 사용하여 오러소드를 막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튕겨낼 정도로 반탄력을 일으킨 것이 믿어지지 않는지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보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빠르게 움직인 A급 검사 클라리온이 두 사람 사이에 언제라도 개입할 수 있는 자세로 대련을 막았다.
“그만. 더 이상 겨루는 것은 금한다.”
용병대장을 맡고 있는 클라리온이 대련을 그치게 했다. 오러를 사용하여 용병들끼리 대련하는 것은 의뢰 도중에는 금하는 일이었다. 오러의 사용은 대련이 아니라 실전이기 때문에 절대 금지였다.
이는 일종의 불문율이었다. 세티스가 오러를 사용한 이상 더 이상 대련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만일에 그치지 않고 강행을 한다면 용병의 자격까지 박탈시킬 수 있는 중대한 과실이었다.
대련은 세티스가 오러를 발현시키면서 흐지부지하게 끝이 났다. 대련 중에 각성이라는 것은 드문 일이기에 많은 용병들이 세티스가 엑스퍼트가 된 것을 다들 축하해 주었다. 그러나 몇몇 고위 용병은 이번 대련에 대해 여러 가지 석연치 않은 점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세티스는 오러를 발현했지만 이득을 본 것이 아니라 상당한 손해를 보았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한동안 오러를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내상을 입은 상황이었다.
확실한 엑스퍼트 초급인 세티스에게 그 정도로 내상을 입힌 것은 사이먼이 더 높은 수준의 엑스퍼트이거나 아니라면 뭔가 마법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였다.
물론 그들도 A급 용병들 이상만 사용하는 마나응축을 떠올리기도 했지만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아예 고려하지 않았다.
세티스는 갈리아스에게 불려가서 실패한 것에 대해 질책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평판이 나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용병길드에서 중한 처벌을 당할 위험을 감수하고 일을 강행했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이 실패하고 말았다.
“오러를 발현했는데도 오히려 네가 튕겨난 것이 확실해?”
갈리아스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재차 확인을 했다.
“그렇습니다. 마치 방패를 때린 것처럼 검이 튕겨져 나왔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 내부의 마나마저 뒤틀려 한동안 오러를 사용하지 못할 내상을 입었습니다.”
세티스는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포션을 마셔 치료를 했지만 마나가 뒤틀린 것이 호전되지 않았다. 사실 오러에 당한 상처이라 쉽게 회복이 되지 않았다.
“음, 실드가 내장된 마법검이란 말인가?”
갈리아스는 혼잣말을 하듯이 세티스의 말에 반응을 했다.
“그런 마법검도 있습니까?”
“고위 마법사가 만든 물품 중에 그런 것이 있다. 물리적인 공격에는 반응을 하지 않지만 오러나 마법의 공격에는 실드가 펼쳐지는 마법검들이 있다. 공격마법이 아닌 실드 같은 방어마법을 인챈트하면 그런 효과를 발휘한다.”
갈리아스는 사이먼이 가진 검이 마법검이라 단정을 했다. 사이먼의 나이를 고려하면 가장 가능성이 높았다. 다른 가능성은 고려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언급 자체를 하지 않았다.
“그 아들이 소드댄서라고 하더니 오러만 막으면 검술로 승부를 걸어서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여 그런 장비를 마련해준 것 같다. 그 녀석을 처리하는 것도 골치 아프게 되었다.”
지금도 단순히 대련 중에 마나발현이 일어난 것이라고 하기에는 사실 석연찮은 면이 많았다. 그것을 그 자리에 있는 B급 이상의 용병들이 모를 수가 없었다. 단지 알지만 확증이 없기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어떤 일을 획책하여 사이먼을 공격하면 그것은 심증의 수준을 떠나 확신을 줄 수가 있었다.
그렇게 되면 용병길드에 신고가 들어갈 것이고 그러면 제재를 받을 수도 있고 크라인이 개입할 경우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