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4
피오르드 영지 (4)
그 계곡도 암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고 바닥에는 여전히 얼음이 남아 있었다. 계곡이 암벽 틈 사이에 굽어져 있기에 계곡의 존재는 아래에서 알 수가 없었다.
바위 사이에 여기저기 바위가 아닌 흙으로 덮인 곳이 보였고 거기에 파란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그 식물이 바로 샐핀이었다. 사이먼은 그것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너무 억센 것이나 너무 연한 새순은 가치가 없기에 적당한 크기의 잎사귀만 채취를 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작업을 하자 10ℓ 용량의 자루 여섯 개가 가득 찼고 그것을 다시 마법 배낭에 넣었다. 시간은 아직 정오도 되지 않아 보였고 사이먼은 계곡의 끝으로 갔다. 그곳에는 사람 하나가 겨우 들어갈 크기의 동굴이 하나 있었다.
‘이번에 시간이 되니 자세히 살펴보자.’
사이먼은 전에도 안에 들어가 봤지만 아무런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안에 뭔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에 성능이 좋은 마법램프를 준비해 왔다. 용병인 크라인은 여행에 필요한 여분의 물건을 집에 가져다 놓았고 그것 중에 일부를 챙겨 온 것이다.
전에는 겨우 횃불 하나만 겨우 만들어서 안으로 들어가서 제대로 조사도 할 수 없었고 갑자기 나타난 절벽을 인식하지 못해 추락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자연적인 동굴이라고 하기에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기에 사이먼은 뭔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이먼이 점점 안으로 들어가자 천장이 닿지 않을 정도로 공간이 넓어졌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한기가 점점 강해져 이가 부딪칠 정도로 추위를 느끼기 시작했다.
추위를 참고 안으로 들어가자 벼랑이 나타났다. 전에도 그곳까지 갔다가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고 물러나고 말았다. 램프의 빛을 조절하여 최대출력으로 반대편을 비추자 30m 정도 떨어진 곳에 반대편 벽이 어렴풋하게 보였다. 동공은 직경 30m 정도 되어 보였다. 램프로 비춰보아도 동공은 엄청나게 깊은지 그냥 어둠만 가득해 보였다.
동공 내려갈까 고민을 했지만 그럴 능력도 없고 설사 있다고 해도 두렵기 짝이 없었다. 그렇기에 결국 돌아섰다. 대신에 뭔가 새로운 것이 없는지 살펴보았다. 나가는 방향으로 살피자 들어오면서 보지 못한 것이 보이기도 했다.
‘저기에 뭔가 있는가?’
들어오면서 보지 못했던 벽 사이의 틈이 보였다. 그곳으로 다가서 틈을 살피자 인위적으로 누군가 암벽을 파서 서랍을 만든 것 같았다. 램프로 안을 비추자 일종의 선반 같아 보였다. 끝 부분에 뭔가 있어 보였지만 팔을 뻗자 아슬아슬하게 닿는 것 같았고 잡아서 꺼내자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소책자였다. 펼쳐서 살피자 책이 아니라 일종의 메모장 같았다.
이곳에 머무는 사람이 떠나면서 챙기다가 빠뜨린 것 같았다. 다른 흔적이 있지만 제대로 된 것은 없었다. 일부러 남긴 것은 아니지만 알면서도 그냥 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추워서 안에 있다가는 얼어 죽을 것 같아 램프로 다른 것이 없는지 살피다가 책자를 주머니에 넣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 나가자 얼음이 남아 있지만 더운 곳에 나온 것처럼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동혈 안쪽이 차가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곧 동혈에서 나오는 한기가 느껴지자 최대한 동혈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을 했고 곧 계곡의 입구로 이동을 했다. 아직 한기가 가시지 않았기에 햇볕이 내리쬐는 곳으로 이동을 하여 몸을 녹였다. 그러다가 아까 찾았던 소책자가 생각나서 꺼내서 읽었다.
수련을 하면서 그 과정을 수첩에 적어놓은 일종의 훈련기록이었다. 그 주된 내용은 검술을 익히면서 느낀 것을 적어놓은 것이었다. 처음에는 느낀 것을 추상적으로 적어놓았지만 나중에는 자신이 수련하면서 구체적으로 바뀐 검술의 일부마저 언급하고 있었다.
마지막은 마나에 대하여 짤막하게 단상을 적어놓고 있었다.
‘마이너스 마나가 있다는 말인가? 저 동혈에서 나오는 한기 속에 음의 마나가 들어 있다는 말이겠지.’
사이먼은 수첩에 적힌 글을 다 읽자 그런 생각을 하였다. 순간 사이먼은 자신의 주변에 있는 기운이 감지가 되었다.
‘설마 이것이 마이너스 마나란 말인가? 마이너스 마나에 민감하면 흑마법사가 되기 쉽다는데 설마 내가 그런 것인가?’
그러나 곧 마이너스 마나와는 다른 새로운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울러 온 몸에 강한 열기가 몰려드는 것을 느꼈다. 그런 기운을 느끼자 몸 안에서 뭔가 싸늘한 기운이 요동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내 몸 안에 마이너스 마나가 있었단 말인가? 그렇기에 일반적인 마나, 즉, 양의 마나를 느끼지 못한 것인가? 마이너스 마나를 느끼자 활성화가 되면서 양의 마나도 느낄 수가 있는 것인가? 지금 몸 안으로 마나가 밀려들어와서 마나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가?’
따뜻한 기운이 들어와서 몸 안에 있는 싸늘한 기운과 섞이고 있었다. 사이먼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계곡 입구에 있는 공터에 서서 허리에 매달린 검을 빼들고 아버지 크라인에게 배운 검술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자 뭔가 따뜻한 기운이 몸 안으로 밀려들기 시작했고 몸 안에 있는 이질적인 기운을 중화시키기 시작했다.
더구나 따뜻한 기운이 몰려들자 기존에 존재하던 싸늘한 기운도 주변에 있는 싸늘한 느낌의 기운을 몸 안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두 가지 기운이 검술을 전개할수록 강하게 유입이 되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사이먼은 한동안 검술을 전개하였다. 사이먼이 검술을 전개하는 것을 멈추었을 때는 이미 해는 정점을 지나 서쪽으로 한참이나 이동한 후였다.
배가 출출한 느낌이 들어서 배낭에서 준비해 놓은 약간의 빵을 꺼내 먹고 물도 마셨다. 그렇게 하고 난 후에 다시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몸에서 일어난 반응이 뭔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마나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그런 사실은 묻히고 말았다.
“이게 마나의 느낌인가?”
아무도 듣지 않는데도 그렇게 소리를 내서 중얼거렸다. 마치 바람이 불어와서 스치고 지나가는 것처럼 따듯하고 시원한 느낌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것이 양의 마나와 음의 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에 두 마나가 동시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뜨겁고 차가운 느낌이 들었을 것이지만 두 가지 마나가 느껴지기에 그저 따뜻하고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스타니엘 백작령의 지배자인 스타니엘 가문은 영주인 백작을 제외하고도 자작과 남작의 작위를 가진 귀족이 상당수가 있었다. 대영지인만큼 그 산하에 소영지가 많았고 그 영주는 대부분 스타니엘 가문의 방계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서 더 이상 소영지를 후대에 물려주지 못하게 되면서 대영주인 백작을 제외하고 그 형제들은 그저 명목뿐인 남작의 작위만 수여받게 되었다.
그것도 당대에 한하는 단승자작에 불과해 스타니엘 가문의 영주계승은 갈수록 후대로 가면서 치열해지기도 했다. 영주가 되지 못하면 이름뿐인 귀족이 되고 후대에는 평민이 되니 당연했다. 그러니 계승을 할 시기가 되면 형제간에 골육상쟁이 벌어졌고 그런 일은 다른 영지도 비슷했다.
그런 덕분에 영주의 자식들은 성인이 되는 시기가 되면 영지의 관리들과 기사를 회유하여 계승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고 했다.
그런 덕분에 차츰 가신들의 힘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작위계승에 불만이 많은 헨리 남작은 새로 영주가 된 큰형에 대한 불만을 그의 심복들의 비리를 들추는 것으로 표출하기 시작했다. 스타니엘 가문의 혈족들은 그런 헨리의 움직임에 동조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가신들의 힘이 강해지면서 스타니엘 일족의 권위도 그만큼 약해지는 상황이니 가신들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었다.
형에 대한 불만을 그런 식으로 표출하니 백작의 심기도 불편했고 가신들은 신변에 대한 위협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가신들이 강하다고 해도 스타니엘 가문이 움직여서 비리를 들추면 무사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앙심을 품은 누군가에 의해 헨리 남작이 암살을 당하는 사태에 이르고 말았다.
영주인 앤더슨 스타니엘 백작은 혈족인 헨리 남작이 죽자 대대적인 수사를 하여 그 범인을 색출하려고 했지만 그 사건에 연루된 자들이 영주관에 있는 가신들이라는 심증이 하나둘 드러나자 결국 수사를 중단하고 말았다. 밝히려고 하면 밝힐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해 적지 않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암중에 여전히 진범을 잡기 위한 조사는 진행하고 있었고 그 사건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난 상황이었다. 현재는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단지 그 사건을 밝혔을 때에 발생할 상황이 고민스러웠다. 더구나 헨리 남작의 암살을 백작이 사주한 것으로 혈족들이 생각할 경우 심각한 사태가 초래될 수도 있어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헨리 남작의 아들인 케인스는 아버지가 죽고 난 후에 언제 아버지처럼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나마 외가와 가문의 사람들이 나서서 관심을 가져주는 덕분에 또 다른 불미스러운 일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고 있지만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그렇기에 외가인 도니언 남작가에서 보내준 기사인 세라튼에게 검술을 배우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자기가 강해야 그런 일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 깨달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레비올로 스타니엘 자작이 영지를 방문했다고 합니다.”
“종조할아버지라는 분 말씀이군요. 마법사가 되려고 영지를 떠나 왕도에서 가신 분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영주이신 백작님이 대영지의 영주이시지만 그분은 한 때 왕도에서 국왕의 자문역까지 지내신 덕분에 영지의 최고 귀빈으로 대접하신다고 합니다.”
“세라튼 경이 그런 말씀을 하시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무슨 이유인가요?”
“그분의 정식 작위명은 피오르드 자작입니다. 그 이유는 국왕직할영지인 알파인 강 북쪽의 세리카나 대영지의 소영지인 피오르드 자작령의 영주이시기 때문입니다. 하온데 그분은 마법을 연구하느라 결혼을 하지 않은 탓에 후계자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영지에 들린 이유 중에 하나가 그 후계자를 물색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기사 세라튼의 말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고 있었다. 물론 불안한 상태로 스타니엘 백작령에 있는 것보다 그런 곳에 가는 것이 나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백작의 아들만 셋이나 되고 중부인 이스리엘의 아들도 역시 둘이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런 기회를 갖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칫 그런 움직임을 보였다가 더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질 수가 있었다. 아버지의 암살에 백작이 연루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는 만큼 위험을 자초할 수도 있었다.
“마법사인 만큼 마법에 자질이 있는 사람을 데려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련님이 검술에는 조금 소질이 없지만 마법에 대한 자질은 뛰어나다고 합니다. 그러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케인스의 검술실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실제 그리 실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런 사실이 그나마 케인스가 목숨을 보전하는 이유인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마법적인 자질이 있다는 것은 외부에 절대로 알리지 않고 있었다.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만일에 후계자를 물색한다면 종조할아버지가 먼저 조사를 할 거예요. 내가 자격이 있다면 가만히 있어도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나선다고 해도 가망이 없을 거 같아요.”
케인스는 먼저 나서서 위험을 자초할 생각이 없었다. 아버지 헨리남작이 가장 어려워하는 사람 중에 하나가 스타니엘 자작이었다. 그렇기에 먼저 나서는 것보다 기다리기로 했던 것이다.
헬로이안은 사이먼이 바로 움직이지 않아서 답답했지만 참고 기다렸다. 그러다가 잠깐 일이 있어 자신의 던전에 갔다 오는 사이에 사이먼이 관문 밖에 나갔다 돌아온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근처로 가서 살피다가 그 사이에 오랫동안 준비했던 일이 틀어진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렇게 음의 마나를 주입하여 양의 마나를 축적하는 것을 막아놓았는데 어느 사이에 마나유저가 되어 있었다.
“어떻게 된 것이지?”
헬로이안은 그간 공을 들인 것이 수포로 돌아간 것을 알자 화가 났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프라인에게 물었다. 이미 벌어진 일이기에 화를 낼 수도 없었고 자신이 처리하겠다고 말한 상황이니 프라인을 탓할 수도 없었다.
“조금 전에 샐핀을 가져왔는데 그 사이에 결국 마나유저가 된 것 같습니다. 봉인이 풀린 상황이라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스승님이 돌아오시고 난 후에 조치할 생각이었습니다.”
프라인은 손을 쓰지 않은 것을 변명할 수밖에 없었다. 스승인 헬로이안이 원하는 것이 틀어진 것을 알게 되자 두려웠지만 그렇다고 해서 돌이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결국 손을 쓰기보다 기다린 것이었다.
“일이 틀어진 것 같군. 결국 다른 아이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 같군. 그 아이가 가장 자질이 좋아서 기대가 컸는데 이렇게 한순간에 일이 틀어지다니! 그러나 그간 들인 공을 생각하면 이대로 둘 수는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