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44
야망을 가져라 (4)
‘전보다 내 기세가 훨씬 강해진 것인가? 거기다가 몬스터 사체를 해체하다보니 죽음의 기운이 강해진 것 같다.’
그렇기에 더욱 사이먼은 양의 마나를 몸 안에 쌓는데 주력했다. 흑마법이나 사기에 몸이 잠식이 되지 않게 하려면 훨씬 더 많은 수련이 필요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사용할 수 있는 마나도 그만큼 많아지게 되었다.
한 달 정도 사냥을 하다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기세를 감추지 않고 바닷가를 향해 진격했다. 그의 기세가 강렬하기에 약한 몬스터는 도주를 했다. 그렇기에 단 세 번만 몬스터와 싸운 후에 마침내 바닷가에 닿을 수 있었다.
그의 기세에도 도망을 치지 않은 몬스터는 역시 대형 몬스터와 큰 부락을 이룬 오크 무리였다. 그들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사이먼을 피하지 않고 싸워서 영역을 지키려고 한 것이다.
사실 대형 몬스터는 제거하면 끝이었지만 오크 무리는 생각보다 끈질겨 상당히 많은 수를 제거하고 기세를 내뿜은 이후에야 겨우 격퇴를 시킬 수가 있었다.
그렇게 하여 사이먼은 은신처와 바닷가에 이르는 지역의 지배자가 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완전한 지배는 오크 무리의 부락을 없애기 전에는 불가능해 보였다.
사이먼이 오크 부락으로 접근하려고 하자 결사적으로 저항을 했다. 물론 전부 제거를 하려고 하면 할 수 있었지만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 없었다. 제거를 하더라도 또 다른 무리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겨울에 보는 바다와 여름에 보는 바다는 확실히 달랐다. 전에 봤던 바닷가는 눈이 잔뜩 쌓여있고 바닷물은 얼어 있었다. 그가 간 곳이 더 북쪽이었지만 사이먼이 당도한 곳은 그 바닷가에서 50여 km밖에 남쪽이 아니었기에 그리 차이가 없을 것 같았다.
사이먼은 산위에서 주변을 둘러보았기에 전에 갔던 바닷가가 그렇게 먼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이먼이 당도한 바닷가는 침엽수림이 끝나는 곳에 넓은 백사장이 있었다. 백사장이 끝나는 곳에 바다가 있었다. 바닷물이 있는 근처에 거북이 형상의 상당히 큰 몬스터가 있었다. 사이먼이 살기를 뿌리면서 다가가자 빠르게 바다로 도망을 치는 것이 보였다. 상당히 큰 몬스터가 들어가도 금방 보이지 않게 되는 것으로 봐서 수심이 급격하게 깊어지는 것 같았다.
사이먼은 바다를 보게 되자 바다 건너에 있는 미지의 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더 커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전에 봤던 대륙의 지도를 다시 한 번 떠올렸다.
‘크로니아 영지로 가볼까?’
사이먼은 알파인 강 하구에 있는 하나의 영지를 떠올렸다. 크로니아 영지는 강 하구의 남쪽에 있었다. 그 영지 앞바다에는 강 하구에서 배로 한나절 거리에 몇 개의 섬이 존재했는데 그 섬으로 인해 항상 골치를 앓고 있었다.
에카테리나 왕국은 일부 어민을 제외하고는 바다로 진출을 하지 않고 있었다. 사실 적지 않은 바다몬스터가 있기에 바닷가에서 조금만 멀리 나가도 배가 침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섬은 버려져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통행할 수가 없기 때문에 굳이 그 섬을 개척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죄를 짓고 목숨을 걸고 도주한 자들이 건너가서 살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 두 개의 섬은 꽤나 커서 각기 남작령 하나 정도는 되었다. 각 섬에 거주하는 인원이 차츰 증가하여 10만이 넘어가는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었다.
그냥 농사나 짓고 어업에 종사하면 문제가 없을 것인데 사람이 살면 권력자가 등장하고 그들은 천성적으로 호전적이었다. 그들이 한 순간 산적들처럼 해적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였다. 순식간에 배를 타고 육지로 나와 바닷가 영지를 약탈하기 시작했다.
숫자가 워낙 많아 막기가 쉽지 않았다. 참지 못한 왕국에서 대규모로 토벌을 했다. 크로니아 영지와 같이 토벌을 하였지만 전세가 불리해지자 섬으로 물러났고 왕국군이 섬으로 상륙하자 산속으로 들어가서 저항했고 물러나면 다시 기승을 부렸다.
결국 그 섬에 근거지를 둔 해적들 때문에 인근 영지는 바닷가에서 일정 거리에 아무도 살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대신 크로니아 영지는 해적을 토벌하는 해군기지가 자리 잡으면서 알파인 강에서 배를 운행하는 해운 산업의 발전을 가져왔다.
‘바다 건너 저편에 있는 반도에는 사람이 살기 적당한 평원이 펼쳐져 있다는 이야기도 있지. 물론 그곳으로 배를 타고 가려고 하면 목숨을 걸어야 하겠지만.’
사이먼은 그 반도의 평원에 가려면 날이 춥지 않은 때에 육로로 이동하는 그나마 나을 것 같지만 몬스터가 있다는 생각을 하자 그것도 불가능할 것 같았다.
‘결국 이곳을 개발하여 사람이 살게 하고 점점 전진해 가는 것이 최상의 방법인가?’
사이먼은 자신의 꿈을 이룰 방법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망상일 것이지만 꿈이라도 꾸면서 준비해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마가렛은 사비올라의 상황을 살피다가 아일라 2세에게 자신에게 주어진 스타리안 영지로 내려가겠다는 이야기를 꺼내었다.
“왕도를 떠나 영지로 가겠다는 말은 왕도 상황이 네가 있기에 불안하다는 의미인 것이냐?”
아일라 2세는 그 의미를 모를 수가 없었다.
“그렇사옵니다. 현재 왕도의 상황은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언제 충돌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간 사정을 통해 문제가 있는 부분을 도려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분위기가 흉흉한 실정입니다.”
마가렛의 말은 아일라 2세가 폭정을 하거나 실정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될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그렇기에 그 말에 아일라 2세의 표정이 다소 상기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문제가 있다는 말이구나. 그러면 짐이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아일라 2세는 바로 화를 내지 않고 마가렛에게 오히려 대책을 물었다.
“사정을 통해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것은 좋지만 그로 인해 불만을 가질 자들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그 일에 반대하는 자들이 섣불리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안이하게 대처한 면이 있다는 말 같은데 그것이 무엇이냐? 구체적으로 지적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아일라 2세는 어린 아이답지 않게 말을 하는 마가렛을 보면서 화를 내기보다는 부드러운 말을 했다.
“우선 상단 중에 왕실에 우호적인 자들과 적대적인 자들을 구분해야 합니다. 달리 말하면 회유할 자들은 보호를 해주고 가까이 하기에는 문제가 있는 자들은 깨끗하게 정리를 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조사를 하여 문제가 있는 자들을 무차별적으로 일부만 처벌을 한다면 모두가 적대적으로 변할 것입니다. 용병들이나 경비대나 암흑가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가렛의 말은 아일라 2세에게 인위적인 사정을 하라는 말이었다. 일명 기획사정을 통해 왕도를 개편하라는 요구였다.
“음, 네가 말하는 것의 요지는 전략적으로 사정을 진행하라는 말이구나. 알겠노라. 그렇게 하면 떠나지 않을 것이냐?”
“그래도 당분간 제가 왕도를 떠나 있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가 된 후에 올라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폐하께도 부담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짐이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는 일이니 우선 네가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말을 해보아라. 네 생각이 타당하다면 네 방안을 따르도록 하마.”
마가렛은 도망을 치려고 했지만 한편으로 노리는 수가 먹혀 자신에게 역할이 주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사심이 없이 처리를 하자. 이제 사정을 마칠 때가 되었다. 길어지면 오히려 왕도의 민심이 이반할 수가 있고 그렇게 되면 정국이 불안해진다. 그런 상황이 오면 오라버니의 기반도 불안해지고 내가 위험해진다.’
“살릴 자는 살리고 정리할 자는 가차 없이 정리를 해야 합니다. 아울러 그렇게 하는 것으로 현재의 사정을 마무리해야 합니다. 사정이 더 이상 길어지면 모두 힘들어집니다.”
“살생부를 만들어서 정리를 하자는 말이구나. 그러면 그 살생부를 누가 작성해야 하느냐? 내가 그런 일을 하기에는 너무나 일이 많구나.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도 없는 일이다. 오렐리어스 백작이 믿을만 하다고 하나 그런 일까지 전부 맡길 수는 없다.”
마가렛은 아일라 2세의 말에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건 소녀가 하겠습니다.”
순간 아일라 2세의 표정이 기괴하게 변했다. 마가렛이 이런 상황을 노리고 사비올라를 떠나겠다고 말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만일에 그랬다면 어린 것이 생각보다 영악했다. 그렇다고 해서 나쁘게만 생각할 것도 아니었다.
“흐음, 네가 감당할 자신이 있느냐?”
“그간 할 일이 없어 누가 좋은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인지 조사를 해놓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을 활용하면 될 것입니다.”
사전에 준비를 했다는 말에 아일라 2세는 마가렛을 한동안 주시했다.
“좋다. 하지만 네가 이일에 관여한 이상 앞으로 내가 너의 편안한 일상은 보장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겠구나.”
마가렛이 나서겠다고 말을 하자 아일라 2세는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재차 확인을 했다.
“알고 있습니다.”
마가렛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대답을 했다.
오렐리어스 백작은 아일라 2세의 부름을 받고 가서 ‘왕의 안식처’에 마가렛의 자리를 마련하라는 이야기에 어이가 없었다.
“어떤 자리를 원하시는 것이옵니까?”
“사비올라의 내정총괄을 맡겼으면 하는데 어떤가요?”
“하지만 그런 직책을 맡기에는 너무나 어린 것이 아니옵니까? 더구나 그에 합당한 자격도 갖추어야 합니다. 마가렛 왕녀님이라면 그 자격이야 충분하지만 그 사실을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는 일이 아니옵니까?”
“그거야 경이 알아서 준비를 해야지요. 이번 사정을 정리하는 일을 맡길까 합니다.”
오렐리어스 백작은 어린 소녀에게 그런 일을 맡긴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지만 반발을 하지 않았다. 어쩌면 가장 적임자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그런 일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가 더 중요했다.
“더구나 이렇게 되면 마가렛 왕녀님은 평범한 일상이 절대 불가능해집니다.”
“애초에 왕녀로 난 이상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소이다. 어떤 식으로든 특별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일이지요. 단지 그 방법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이요.”
아일라 2세의 말에 오렐리어스 백작도 결국 만류하는 것을 포기했다. 전에 스타리안 남작부인이 가지고 있던 정보조직내의 각종 지분을 마가렛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마가렛의 신분을 정리해 나갔다.
사실상 20%에 달하는 정보조직의 지분이라 그 자체만으로 한순간 권력의 핵심에 들어가게 되었다. 기사도 근위기사의 일부가 더 파견이 되었다.
“사정의 지휘는 몇몇 인사의 지휘권을 양도하는 것으로 가능합니다. 별도의 인사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사정작업은 공식적인 명령이 아니라 권력기관을 책임진 주요 인사들을 움직여 비공식적인 명령으로 진행이 되는 일이었다. 그러니 어떤 공식적인 직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왕의 의사를 확인시키는 정도의 절차만 진행하면 되었다.
“스타리안 남작부인의 영애라는 말입니까?”
벤틀러 공작은 오렐리어스 백작과 같이 인사를 하러 온 마가렛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반문을 했다.
“그렇습니다. 이번에 진행되는 각종현안을 정리할 임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공작님의 많은 협조를 구하고자 합니다.”
오렐리어스 백작의 말에 벤틀러 공작의 눈에 놀라는 표정이 드러났고 그러다가 더욱 놀란 표정으로 마가렛을 보았다. 현재 가장 핵심 실권자가 대동하고 온 소녀의 신분이 워낙 미미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신분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런 것으로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적극적으로 협조를 하지요.”
벤틀러 공작은 마가렛의 신분을 대략 짐작하는지 그렇게 말을 했다. 마가렛은 오렐리어스 공작을 대동하고 벤틀러 공작을 필두로 사비올라의 4대 귀족을 방문하였다.
다른 세 명의 고위귀족도 벤틀러 공작과 반응이 다르지 않았다. 마가렛을 유심히 보다가 결국 수긍을 하고 협조를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에 마가렛은 여러 사람을 만나러 다녔다. 그 자리에는 오렐리어스 백작이 대동을 하지 않았지만 마가렛을 호위하는 기사들이 많기에 누구도 방문을 거절하거나 위협을 하지 못했다.
며칠 후에 왕명에 의해 3대 용병대가 공식적으로 해체가 되었고 용병대가 소유한 모든 자산을 압수하는 조치가 진행이 되었다.
그 다음날 왕국의 10대 상단에 속해있는 상단 다섯 곳도 역시 모든 자산이 압수가 되는 조치가 단행되었다. 물론 그 상단의 주요 인사들도 모조리 다 체포가 되었다.
세 번째 날에 왕도 사비올라의 경비대와 기사들이 총출동하여 암흑가를 주름잡던 7대 조직 중에 네 개를 정리했다. 그 과정에서 붙잡힌 조직원만 대략 500명이 넘어갔다.
네 번째 날에 경비대와 행정청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여 작위를 가진 귀족 20여명과 기사 60명 등을 파면이나 해임 등의 물러나도록 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아울러 며칠에 걸쳐서 하급 관리들에 대한 인사가 단행되었다.
이번 조치는 외성의 성문을 봉쇄하고 전격전으로 진행된 일이라서 외부에 그 소식이 알려질 수도 없었다. 알려졌을 때는 이미 모든 상황이 정리가 된 후였다.
3년에 걸쳐 지지부진하게 진행이 되던 사정작업이 전격적으로 마무리가 되었고 그로 인해 아일라 2세는 왕도 사비올라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귀족들 사이에서는 이런 일보다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인물로 인해 말이 많았다. 오렐리어스 백작과 같이 4대 귀족가문을 방문하여 수장들에게 인사를 한 귀족영애가 이번 일을 주도했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