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45
흑마법의 저주와 난관 극복 (1)
사이먼은 매일 몬스터 사냥을 하지 않으면 뭔가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지 않아 그런 것이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히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게 흑마법의 부작용 때문이라니?’
사이먼은 왜 자신이 몬스터 사냥을 하려고 하는지 의문을 가지다가 죽어가는 몬스터가 내뿜는 사기에 오염된 음의 마나, 일명 암흑의 마나에 중독이 되면서 그런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사실은 직접적으로 헬로이안이 전이해 주지 않은 내용이었다. 그러나 계속하여 그 이유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자 저절로 깨달을 수 있었다. 잔류사념 속에 그런 지식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마나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서 그런지 몰랐다.
또한 자신에게 뭔가 알 수 없는 마법도 전개되어 있는 것도 감지했다. 그러나 그것도 사이먼의 마법의 수준이 낮아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사이먼에게 좋은 마법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흑마법이 무서운 것이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여 정신 상태를 파괴적으로 만들기 때문이구나. 암흑의 마나가 흑마법사의 정신마저 중독 시킨다.’
흑마법에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었다. 흑마법의 경지가 높아지면 점점 흑마법의 저주에 들고 그로 인해 인성을 잃고 온갖 악행을 다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피를 갈구하기에 살육을 저지르기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혈겁을 저지르는 것이다.
특히 그 정도가 가장 심한 것이 4~5서클일 때였다. 사이먼은 몬스터 사냥을 하면서 암흑의 마나에 중독이 되었고 쉴 새 없이 암흑의 마나를 갈구하고 있었다. 몬스터를 죽이면서 얻는 암흑의 마나를 찾고 있었다.
‘내가 결국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뛰쳐나가 파괴를 일삼도록 하려고 흑마법사로 만든 것인가? 흑마법을 익힌 것만으로 무조건 흑마법사를 죽이는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인가?’
흑마법을 익혔다고 하여 죄를 범하지 않아도 무조건 척살을 하는 이유가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런 부작용을 알기에 당연히 흑마법을 익힌 자는 공적으로 지정하고 어떻게든 제거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흑마법사가 된 것을 알았을 때 그런 것이 불합리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그것을 실제 경험해보니 일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흑마법을 익히는 것 자체를 죄악으로 규정한 것이다.
‘미치겠군. 방법은 6서클 수준에 이르러서 본성을 회복하는 것뿐인가? 그 사이에 인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수밖에 없는가? 아니면 안전한 곳에서 충분하게 살육과 파괴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면서 흑마법을 집중 수련하여 빠르게 벽을 돌파하여 저주를 벗어나는 것이다.’
사이먼은 자신에게 흑마법의 저주가 찾아온 것을 자각하자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방법은 빨리 저주에서 벗어나는 것밖에 수가 없었다. 이미 저주가 찾아온 상황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4서클 이상의 백마법을 익힐 수가 없다. 그 이상은 흑마법만 익힐 수 있다.’
3서클의 마법까지는 전개가 가능했지만 4서클의 고리에서 그간 열심히 주입한 양의 마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흑마법의 저주가 찾아오면서 양의 마나가 모조리 사라지고 만 것이다.
‘미치겠네. 더 이상 흑마법사인 것을 감출 수가 없다.’
다행이라면 검술을 전개하는데 어려움은 없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흑마법의 저주는 검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전과 달리 검술을 전개하는 속도는 빨라졌지만 부드러움은 사라져 다양한 검술의 구사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무조건 빠르게, 강하게 파괴적으로 검술을 전개하는 것이 편했다.
사이먼은 종종 검술을 수련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나면 어느새 외부에 나가 몬스터 무리와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 것을 보면 결국 흑마법사가 미쳐서 날뛰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사람이 사는 마을에 있었다면 몬스터 대신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소름이 쫙 끼쳤다.
사이먼은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잘 모르는 사이에 마침내 벽을 하나 더 통과했다. 어느새 5서클이 된 것이다. 저절로 그런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5서클 마법까지 자연스럽게 전개할 수가 있게 된 것이다.
그간 원 없이 몬스터와 싸우고 흑마법도 전개를 하였다. 수련을 하려고 하지 않았는데 4서클 흑마법을 다 익히고 5서클 흑마법을 익히고 있었다.
기억을 해보면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긴 것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워서 이긴 것 같았다. 몸 곳곳에 상당한 흉터도 생겼다. 상처가 심하면 저절로 알아서 포션을 챙겨 마시고 마법을 전개하여 치료도 했다.
어느새 주위가 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고 추위에 주변이 얼어붙어 있었다. 겨울이 일찍 오는 편이지만 상당한 시간이 흐른 것이다. 물론 이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예 기억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최대한 이성을 찾으려고 노력하면서 외부로 나가지 않으려고 했다.
사이먼의 눈앞에 수십 구의 스컬레톤 몬스터와 좀비 몬스터가 있었다. 그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그런 것을 만들어낸 것이다. 많은 몬스터가 있던 숲은 사이먼이 만든 언데드를 제외하고는 움직이는 것 자체가 사라져 있었다. 그간 숲에 사는 몬스터의 씨를 말리다시피 살육을 한 것이다.
사이먼이 손을 움직이자 그 주변에 스컬레톤 몬스터와 좀비 몬스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이먼은 특별히 흑마법을 익히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마법을 전개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이먼이 마법을 전개할수록 그의 혈색은 점점 창백하게 변해 차츰 회색으로 변해갔다. 아울러 그의 주변에 섬뜩한 기운이 점점 짙어져갔다. 그러나 사이먼의 얼굴은 점점 미소를 지어갔다. 그런 기운이 진해질수록 사이먼은 만족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이먼의 손길에 따라 스컬레톤과 좀비가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고 모여든 스컬레톤과 좀비는 부서지더니 하나로 뭉쳐갔다. 그렇게 하자 마치 검은 구체로 바뀌더니 모든 스컬레톤과 좀비가 하나의 덩어리가 되었다.
“크리에잇 스컬레톤 골렘.”
사이먼이 두 손을 내뻗으며 영창을 하자 덩어리가 사람의 형상으로 변모를 했다. 덩어리가 변모하는 것이 끝나자 키가 대략 5m 정도 되는 회색빛의 뼈 골렘이 되었다.
골렘은 사이먼의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걷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자 점점 빨리 걷더니 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뚝 멈추었고 사이먼이 다시 손을 내뻗자 회색이 도는 검이 바닥에서 자라나서 골렘의 손에 쥐어졌고 그것을 들고 골렘이 검술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공터에서 검술을 연습하더니 사이먼이 한쪽으로 이동하자 따라갔고 나무가 있는 곳에 다다르자 멈추었다. 골렘은 검을 쳐들더니 나무를 향해 걸어갔고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아름드리나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소리만 요란했지 나무는 그저 약간의 상처만 나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몇 번 나무를 향해 검을 휘두르자 골렘의 검이 부서지더니 골렘마저 저절로 부서졌다. 골렘이 가루가 되어 흘러내렸고 그 가루마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제기랄, 죽은 지 별로 되지 않았는데도 고작 이 정도밖에 버티지 못하다니. 언데드를 만들려면 바로 죽여서 만들어야 어느 정도 파괴력이 있다는 말이군. 아니면 내 수준이 낮아 버티지 못한 것인가?’
흑마법은 생각보디 효율적이지 못했다. 제약도 많았다. 그저 파괴력이 조금 강했지 이것저것 갖춰야 할 재료도 많았다. 마음먹은 대로 모든 것이 되지 않고 있기에 사이먼은 짜증마저 났다.
사이먼의 상태는 본능과 지성이 공존하는 상태였다. 이성이 상실한 상태에서 파괴를 위한 본능이 자리하고 이런 본능을 달성할 지성은 오히려 평상시보다 더 활성화가 되어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하루 종일 검술을 수련하고 흑마법을 수련했다.
사이먼은 자신이 만든 던전을 살피면서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돌산 지하를 깊게 파고 들어와서 엄청난 규모의 던전을 만들었다.
자기가 그렇게 만든 것은 모두 기억이 나는데 그것을 만들면서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저 흑마법의 저주에 빠져들어 움직인 것이다.
그 던전에 파괴적인 수법을 극대화하는 흉악한 것들도 괘나 있었다. 어느새 흑마법사가 엄청나게 비난을 받는 언데드 마법과 키메라 마법을 전개하기 위한 각종 설비를 마련해놓은 것이었다.
그저 만든 방법만이 또렷하게 기억이 나고 그 외에 목적이나 이유나 느꼈던 감정은 모조리 뇌리에서 사라진 것 같았다. 그것이 기억이 나지만 남의 일처럼 느껴졌다. 인적이 없는 외진 곳이라 다른 사람들과 접촉이 없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이먼은 한쪽에 만들어진 커다란 몬스터 전시장을 보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키메라를 만든다고 온갖 형상으로 몬스터를 조합해놓아 기괴한 형상이었다.
하지만 키메라 마법은 사실 불완전한 마법이기에 성공하기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 더구나 이성을 잃고 본능과 지성만 살아있는 상태에서 행한 실험으로 성공하기란 요원했다. 더구나 6서클이 되어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마법인데 5서클에 갓 입문한 사이먼이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루 중에 온전한 정신이 돌아오는 시간은 상당히 짧았다. 그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하는 일은 모두 기억하지만 왜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결국 광증이라고 하는 것이 극에 달한 것인가? 여기서 이성을 찾지 못하면 결국 무너지고 만다. 이러다가 뛰쳐나가 세상을 헤매고 다닐 수도 있다. 그러면 인간 살육자가 되고 만다.’
사이먼은 자신의 광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결국 한 가지 방법밖에 없고 이제 시행을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했다. 사이먼은 서둘러서 던전을 나와서 어딘가를 향해 움직였고 그가 빠르게 달려서 한 나절 만에 도착한 곳은 애쉬톤 산에 위치한 처음에 만든 은신처였다.
흑마법의 저주에 빠진 동안 오지 않았기에 여기저기 먼지가 가득했다. 저주에 빠진 이후에 이곳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가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이먼은 그곳에 가져왔던 물건들을 두고 새로 몇 가지 물건만 챙긴 후에 다시 절벽을 올라가서 작은 계곡을 통과하여 마침내 동굴로 들어갔다.
동굴 끝부분에 있는 커다란 동혈에 이르러서 능숙하게 동혈 아래로 내려갔다. 최근에 오지 않아 몇 달의 시간이 지났지만 자주 다니던 곳이기에 능숙하게 내려갔다. 어둠 속이지만 그런 어둠에 구애됨이 없이 움직였다.
사이먼은 어둠속이라도 사물을 제대로 분별할 수 있는 4서클 흑마법인 다크 아이가 있었다. 전에는 동혈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꺼렸지만 이제는 오히려 세상에서 흑마법을 펼치기 가장 좋은 공간이 되었다.
사이먼은 동굴의 중간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사실 애쉬톤 산에 도착할 즈음에 사이먼은 다시 온전한 정신이 아닌 상태가 되었다. 그저 음의 마나가 가득 찬 동굴로 올 생각만이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라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사전에 출발할 때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했기에 그에 따라 움직인 것이다.
사이먼은 자리에 앉아 마나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자 잠시 정신이 돌아왔지만 곧 다시 마나운용에 몰두하면서 정신을 잃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맑은 정신도 아닌 무의식의 상태로 접어들었다.
사이먼은 동굴 안에 풍부하게 퍼져있는 음의 마나를 몸 안으로 받아들였다. 대신에 그의 몸을 채우고 있는 암흑의 마나를 바깥으로 배출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으로 유입된 순수한 음의 마나는 그의 몸에 있는 암흑의 마나를 몰아냈다. 생각하는 것으로 그것이 가능했다.
한편 그의 몸에서 배출이 된 암흑의 마나는 동굴의 벽에 있는 마나진에 흡수가 되어갔다. 그 순간 동굴의 마나가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그런 마나의 요동은 사이먼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사이먼은 마나의 운용을 하다가 마나서클의 회전이 전보다 훨씬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5서클이 된 것이 고작 3개월 전인데 이게 무슨 일이지? 20살이 되기도 전에 5서클이 되었는데 6서클도 20살이 되기 전에 가능하다고? 내가 알던 정보에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사이먼은 서클업의 징조이기에 놀람을 금치 못했지만 이런 기회가 쉽게 오지 않기에 마나운용에 집중을 했다. 그러나 너무나 강하게 마나가 유입이 되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저 회전하는 마나 고리의 통제를 놓치지 않는 것만 생각하였다.
마치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에 매달려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처럼 그저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 정신을 놓을 것 같은 아찔한 순간을 몇 번이나 겪어야 했다.
그러나 아무리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해도 버틸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었고 결국은 정신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정신이 사라지면서 그의 몸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바닥에 무너지듯이 쓰러졌다. 바닥에 쓰러진 사이먼의 몸에서는 검은 기류가 어둠속에서도 물씬 배출이 되었고 그 순간 검은 기류가 사이먼을 감쌌다.
사이먼의 몸에 마침내 여섯 번째 마나 고리가 형성이 되었고 그 순간 몸에서 우두둑거리는 소리가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동굴 속에 뭔가 부러지는 소리만 연속적으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