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51
태양의 마탑 (2)
사이먼은 뛰어난 검법을 익히는 것으로 마스터가 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마스터가 되는데 조금 더 수월한 정도였다.
그럼에도 사이먼은 그것을 기록하려고 했다. 기록을 하다보면 보다 개념이 명확해지고 자신이 놓치고 있던 것을 재차 알게 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정확하고 자세하게 기록을 하려고 해도 적어 놓고 나면 그 느낌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다. 그러니 깨달음을 적어놓은 마스터급 검술서라고 해도 상급의 검술서와 다를 것이 없었다. 실제 마스터가 가르치더라도 그 느낌을 경험하지 못한 자가 깨닫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저 조금 더 자세한 것이지 그 이상은 기대할 수 없었다.
세르디안은 세로스로 가서 마탑 지부에 들러 워프게이트를 이용하여 태양의 마탑으로 이동했다.
“미친,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요?”
세르디안의 보고에 탑주인 케피라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평지도 아닌 오지의 고산지대에 웅크리고 있는 마스터급 몬스터를 하나도 아니고 세 마리나 모조리 죽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물론 싸우다가 영역을 버리고 도망쳤을 수도 있지만 뒤를 보이지 않는 몬스터의 속성을 생각해보면 죽었다고 봐야 했다.
“세 마리의 몬스터는 그 누구도 쉽게 잡을 수가 없는 존재입니다. 강한 자가 다가오면 셋이 연합을 하기까지 하는 영악한 것들인데 다 사냥을 당했다니요? 더구나 아이스플라워까지 모두 사라졌다면 설마 왕립마탑에서 다녀갔다는 것이요?”
“왕립마탑에서 움직인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들이 움직였다면 우리가 모를 수가 있습니까? 더구나 그런 몬스터를 사냥했다면 대규모 사냥팀을 구성해야 하는데 왕국의 누구도 우리의 이목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가능성은 하나입니다. 우리가 감지할 수 없는 강자, 헬로이안이 움직였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어요.”
케피라의 말에 세르디안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순간 그런 것을 생각하는 케피라의 순발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설마?”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신전에서 요즘 하는 짓을 보면 한번쯤 고생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의구심이 드는 일을 모른 척 하는 것은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세르디안은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 되었다. 자신이 보고한 내용이기에 책임을 져야할 지도 모를 사태가 벌어질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그런 수상한 일을 그냥 묻어두는 것도 나중을 생각하면 좋지 못했다.
“그러면 아이스플라워를 구할 수 없으니 치료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대체를 한다고 효과가 비슷한 아이스프루잇을 몇 개 확보했으니 그것으로 대체를 해야지요. 아이스플라워에 비하면 효과가 떨어지지만 원하는 수준은 될 것 같습니다. 한데 어떻게 하다가 마나역류까지 발생한 것입니까?”
세르디안이 나선 것은 태양의 마탑의 차대 탑주로 예비된 마법사에게 마나역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여행을 하다가 급하게 연락을 받고 움직인 것으로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했다. 6서클 엑스퍼트였는데 갑자기 그런 상황이 발생하니 세르디안이 나서서 필요한 약재를 구해온 것이다.
급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은 사실 구할 능력도 없어 어쨌든 세르디안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율리시안이 크리노스의 성장에 초조해진 거지요. 다섯 살이나 어린 크리노스가 이번에 서클이 같아졌으니 추월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무리하게 마나를 운용하고 감당하지 못할 마나를 모으면 결과야 정해진 거지요. 통제를 못한 마나로 인해 결국 마나역류를 일으킨 것이요.”
“한 번 마나역류가 발생하면 마나홀이 불안해져 성장이 정체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일단 치료는 하겠지만 나중에 성취가 더디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요. 아니면 세르디안 당신이 8서클이 되고 누구도 8서클이 없다면 당신이 맡아야 하지요.”
현재 8서클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마법사는 세르디안이 가장 유력했다. 케피라가 전대 탑주들처럼 100살이 되면 물러난다고 공언한 상황이고 그 시간이 10년이 채 남지가 않았다. 그 사이에 세르디안이 8서클이 되면 세르디안이 탑주를 맡아야 했다.
물론 차대 탑주로 예비된 자들이 7서클이 된다고 해도 8서클 마법사가 있으면 탑주가 될 수는 없었다. 다른 사람이 8서클이 못되면 7서클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사람이 탑주가 되었다.
탑주로 예비된 자들이란 탑주 후보자들 중에 하나이지 후보자로 결정이 된 인물은 아니었다. 세르디안도 탑주로 예비된 자이지만 탑주가 될지 안 될지는 아직도 정해진 것이 없었다.
“다른 마법사가 8서클이 되는 것이 더 빠를 것입니다. 나는 천성이 게을러서 8서클이 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게 마음대로 됩니까? 나도 70이 다되도록 5서클에 머물다가 6서클이 된지 3년 만에 7서클이 되었고 다시 7년 만에 8서클이 되어 탑주가 된 것입니다.”
마법사에게 서클이 절대적이지만 한편으로 서클의 차이가 순식간에 역전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만큼 고위 마법사의 성취는 예측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보니 스타니엘 자작이 6서클이 되어 있었습니다. 벌써 엑스퍼트에 이른 것을 보니 오래지 않아 7서클이 될 것도 같습니다.”
“그 친구도 젊을 때 천재라고 소문이 자자했는데 오랜 시간 5서클에 머물렀지요. 왕도를 떠나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성취를 얻은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나중에 왕립마탑의 탑주를 노릴 수도 있습니다.”
“당신과 그 친구가 같이 탑주를 하는 것도 좋을 거요. 한데 그렇게 되면 지금 왕립마탑에 있는 자들의 처지가 곤란해질 수도 있겠네요.”
케피라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꼭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5서클에서 6서클이 되는 시간이 늦으면 이후에는 오히려 더 빨리 경지가 올랐다.
“그보다 후계자로 데려다 놓은 애도 자질이 좋고 영지에서 발굴한 여자애도 그에 못지않은 자질을 가진 것 같아 그 애들이 제대로 성장하면 우리 태양의 마탑이 밀릴까 걱정입니다.”
“그 정도로 자질이 뛰어나다니 스타니엘 자작 그 친구가 지도하면 5서클까지는 빠르게 오를 것 같군요. 그 후에야 자질도 노력도 아닌 운이 크게 작용하니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요.”
케피라는 말은 대수롭지 않게 하는 것 같지만 스타니엘 자작이 마법에서 성취를 얻은 것에 약간 우려하는 기색을 보였다.
스타니엘 자작이 6서클이 된 것은 세르디안이 방문한 덕분에 소문이 나고 말았다. 그로 인해 왕립 마탑은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사람까지 보내기도 했다. 스타니엘 자작은 이름뿐이긴 하지만 왕립마탑에 속한 마법사이기 때문이었다.
피오르드 영지를 중심으로 이런 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사이먼은 검술 수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오러 블레이드를 의지대로 발현하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고위 마법사가 근처에 있기에 마나의 유동을 억제하려고 조심스럽게 수련을 하였는데 그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다니.’
마나의 유동은 마법을 전개할 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러를 발현해도 발생했고 오러 블레이드를 전개하면 더욱 더 크게 발생했다. 그렇기에 오러 블레이드를 수련하면서도 실제는 전개가 되지 않도록 조심을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오히려 마나의 운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 수가 있었다.
사이먼은 며칠 후에 강한 존재감이 사라지자 마침내 수련실에서 오러 블레이드를 전개하였고 항상 전개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오러 블레이드를 전개한다고 하여 완전히 마스터가 된 것은 아니지만 가장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몸에 퍼져 있는 마나는 양의 마나이고 마나서클은 음의 마나이다. 치환을 할 수 있는 방도가 있을 것인데.’
흑마법의 마나서클을 바꾸지 않는 이상 여전히 흑마법사로서의 낙인을 지울 수는 없었다. 물론 영역을 구축한 완전한 마스터가 되면 7서클 정도의 마법사도 그의 몸 내부를 스캔할 수는 없기에 쉽게 들키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이제 수련을 하러 떠나는데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앤드류 감찰관에게 책임을 물을 정도로 강해졌다. 그가 S급 용병이라고 해도 충분하다. 거기다가 감옥에 갇혀 있는 레온이라는 자나 그의 사주를 받았던 자들을 한꺼번에 만나도 복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마스터가 되어도 무적은 아니기에 여전히 행동에 조심해야 한다.’
사이먼은 강해졌다고 오만해질 생각은 없었다. 그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왕국에 10여 명이 넘는 소드 마스터가 있었다. 숨겨진 자들까지 하면 얼마나 될지 몰랐다. 그 중에 알려진 사실만 종합해도 영역까지 제대로 구축한 마스터도 셋이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만심에 사로잡혀 경솔하게 행동하다가는 파멸에 이르기 십상이었다.
‘이제 첫발을 내딛었을 뿐이다. 검술이나 마법이나 두 단계는 더 수준이 올라야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귀족이 되고 영지를 마련하여 군주가 될 수 있다.’
사이먼은 자신이 평민, 더 정확히는 용병에 불과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자유를 포기하고 기사가 될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되면 평생을 기사로 살아야 했다. 물론 왕이나 고위 귀족의 기사가 되어 귀족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내키지가 않았다.
사이먼은 아직 수련을 끝낼 때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쇠는 달구어졌을 때 때리라고 하듯이 지금과 같은 기회는 평생 오지 않을 것을 알았다.
‘더, 조금 더 강하게 수련을 하자. 지금이 내가 강해질 최선의 시기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검술이나 마법이나 수련에 매진했다. 그렇기에 하루를 마쳤을 때는 정신없이 잠이 들었다. 하루에 서너 시간 정도 밖에 잠을 자지 않지만 잠을 잘 때만은 아무런 생각이 없이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기억을 정리하는 것도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하루에 한 시간 이상 글을 적는 것을 계속해 나갔다. 수련을 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깨달아가는 것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무조건 몸으로 수련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최선의 방도를 강구해야 한다. 멍청하게 한 시간이면 배울 것을 몇날 며칠을 잡고 있을 필요는 없다. 그렇게 하려면 항상 자신을 돌아보면서 문제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
사이먼은 그렇기에 하루 중에 수련을 하면서 느낀 것을 매일 기록하려고 했고 수련을 하면서 헬로이안의 기억 중에 잘 못된 것이나 애매모호한 것은 수정을 해갔다.
그러나 그의 지식의 원천이 점점 고갈이 되어 가고 있었고 헬로이안이 전이해준 것에 모든 것을 의지할 수는 없었다. 새로운 뭔가를 찾아서 더할 필요가 있었다.
앤드류와 호른은 사비올라에서 3년간의 추방을 당하자 사비올라 인근의 페드리아로스로 갔다. 페드리아로스는 왕도인 사비올라의 위성도시이자 상업도시로 꽤나 번성한 곳이었다. 왕도인 사비올라 인근이기에 왕실직영지이기도 했다.
“이거 참 답답하기 짝이 없군. 그렇다고 일반 용병들처럼 의뢰를 수행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영지의 기사로 서임해줄 귀족도 없고, 참.”
호른이 옆집에 살고 있는 앤드류를 찾아와서 푸념을 했다. 그들은 모아 놓은 재산이 꽤나 되기에 상당한 양의 벌금을 냈지만 새로운 근거지를 마련하여 생활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곳에 머물고 있지만 이주를 한 것이 아니라 임시거주를 하는 상황이고 가족들과 그들의 실제 거주지는 왕도 사비올라에 두고 있었다.
“이 나이에 수련을 한다고 해서 크게 성과가 있는 것도 아니니 답답하긴 하죠. 그보다 애들도 다 떨려나서 용병으로 다시 복귀해야 할 것 같은데 이 기회에 비공식 용병대라도 만들까요?”
앤드류의 말에 호른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움직이지 않는 것이 상책이야. 괜히 움직였다가 또 다시 귀찮은 일에 휘말릴 수가 있고 그렇게 되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수가 있어.”
호른의 말에 앤드류의 표정이 약간 의아한 기색이 되었다. 호른은 조금 의욕이 강하고 과시욕도 강해 앤드류보다 쉽게 움직이는 면이 있었다. 그런 제안에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인사였다.
“왕도에 열일곱 살짜리 남작가의 영애가 순식간에 실세로 부상을 했어. 스타리안 남작부인의 영애라고 한다.”
“스타리안 남작부인이요?”
그들에게는 넘기 어려운 벽이나 마찬가지인 여자였다. 그 작위를 이어받은 것이 또 다른 여자라는 말이었으니 긴장한 표정은 역력했다.
“오렐리어스 백작이 그 여자를 데리고 4대 귀족가를 돌았고 그 후에 전격적으로 3대 용병단이 공식적으로 해체되었고 상가와 암흑가가 초토화가 되었고 관리들까지 모조리 다 교체가 되고 말았다. 이번 일로 우리와 연결이 될 만한 자들은 모조리 다 떨려났다고 보면 될 거야.”
“융통성을 발휘할 만한 자들은 다 잘렸다는 말이군요. 그나마 살아남은 자들은 왕실에 충성을 맹세했을 것이고요.”
호른의 말에 앤드류가 바로 핵심을 잡아냈다.
“우리가 복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고 봐야 한다. 용병길드가 아무리 용병들의 조직이라지만 사실은 왕실 정보조직과 군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고 그들에 의해 길드 본부의 인사가 좌우되는 것이 현실이다.
길드장도 지금까지 왕실에서 임명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지금은 우리와 연결이 될 여지가 완전히 사라졌으니 불가능하지. 아마도 지속적으로 우리와 연관된 자들의 동태를 살필 것이다.”
“한데 새로 작위를 받은 스타리안 남작부인이 정계에 복귀했다는 말입니까? 왕실에서 다시 정보정치를 하겠다는 말인가요?”
엔드류의 얼굴에 궁금함이 어렸다. 호른이 가진 정보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앤드류도 왕도 사비올라에서 발생한 일은 알고 있었지만 그 내막은 아직도 파악을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전격적으로 움직여 그들의 수족이 다 잘려버린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