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52
태양의 마탑 (3)
“비공식적으로 확인이 되지 않은 정보에 의하면 스타리안 남작부인의 영애가 전대 국왕폐하의 숨겨진 왕녀라고 한다. 더구나 그 왕녀에 대한 국왕폐하의 총애가 대단하다고 하니 사비올라를 비롯한 왕국의 음지에 대한 것은 모두 그 여자가 총괄한다는 말도 있다.”
“앞으로 신파가 득세를 한다는 말이군요.”
“언제 우리 구파가 득세를 한 적이 있던가? 조금 뭔가 좋은 세상을 만들까 했을 때 건방진 놈들이 나선 후에 아무 것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었지. 그 놈들만 아니었으면, 그 생각만 하면 자다가 벌떡 일어나게 되니. 그렇다고 뭔가 하려고 했다가는 이제는 목숨마저 위태로울 수가 있으니.”
“그보다 크라인의 아들놈이 걱정입니다. 그놈이 길드를 잠정 탈퇴하고 수련을 하러 떠났다고 합니다. 지회에 있던 사람의 말에 의하면 돌아와서 용병길드에서 나를 추방한다고 공언했다지 않습니까? 이러다가 나중에 길드에 호출을 당할까 걱정입니다.”
앤드류는 사이먼의 기세가 만만치 않아 내심 걱정이었다. 그렇기에 추방을 당해 페드리아로스에 정착한 후에 수련을 게을리 할 수가 없었다. 언제 길드에서 결투를 승인하여 일정을 통보할지 몰랐다.
“보는 눈이 있어도 그 때 크라인을 정리를 했어야 하는데 다들 몸을 사리는 통에 그냥 두어서 두고두고 골치가 아파.”
호른이 푸념을 하였지만 앤드류는 그 말에 동조할 수가 없었다. 만일에 그 때 크라인을 제거했다면 왕실의 각종 비밀조직에 의해 구파라 불리던 자들이 모조리 다 죽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 힘을 알기에 누구도 움직이지 않은 것이고 그 후에 용병길드에서 S급 용병을 대대적으로 비밀리에 선정하기도 했었다. 그만큼 근위기사에 대항할 힘을 기르려고 하기도 했다.
전에도 용병길드에 S급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은 다섯 명, 많아야 10명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30명까지 늘어났다. 그 원인은 많이 선정을 한 면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인위적으로 S급을 육성한 면도 컸다.
보통 용병은 재능이 좋은 자들만 S급 용병의 자격을 갖추었다. 용병의 검술이야 뻔했고 그렇기에 재능으로 부족한 검술을 극복한 자들만 S급이 되었다. 그러나 A급 용병들에게 좋은 검술을 보급하고 마나포션까지 사용하여 육성을 하니 S급 용병이 무더기로 생겨난 것이다.
“그 때 그렇게 했다가 근위기사들에게 길드와 용병대 간부들은 그냥 다 쓸려나갔을 것입니다. 왕실과 귀족의 권위를 침해했다면 그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앤드류가 결국 참지 않고 한소리를 하고 말았다. 너무나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였다. 프리타 용병대의 대장인 레온이 괜히 시골의 어중이떠중이를 동원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이라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여 슬쩍 시도한 것인데 운 없이 정통으로 걸려 작살이 난 것이다.
사이먼은 불완전하나마 마스터의 수준에 올랐지만 앞으로 수련할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새로 깨달은 것을 터득하느라 두 달 가량 모든 것을 잊고 지내었다.
‘책을 읽고 식견을 높여야 하는데 마땅한 방도가 없다. 더 이상 수련을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벽을 넘기 위한 강한 검사와의 대련은 몬스터와의 전투로 대체를 했지만 필요한 지식을 얻는 문제는 아무리 고민을 해도 달리 방도가 없었다.
해결 방안이라면 왕도 사비올라나 큰 도시로 가서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아카데미에 등록하여 공부를 하는 방법뿐이었다. 그러다가 사이먼은 사비올라에 있는 행정아카데미가 생각났다. 그곳에 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 같았다. 더구나 그곳에 가면 검술이나 마법과 거리가 있기에 정체를 들킬 위험도 그리 크지 않을 것 같았다.
‘아버지가 기사로 있으니 입교할 자격은 된다.’
사이먼은 소드댄서 시절에 검사가 되지 못할 경우 할 수 있는 일을 살폈고 그 중에 한 가지 방법이 행정학교를 졸업하고 행정관을 하는 일이었다. 제법 머리가 좋은 사이먼이기에 공부를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아 했던 생각이었다.
하지만 평민 이상의 신분은 문제가 아니지만 귀족의 추천을 받거나 기사나 2급 행정관 이상의 자제라는 자격 조건에서 걸려 포기를 했었다.
‘내 목적은 행정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공부를 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어 식견을 쌓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신분으로 갈 경우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굳이 신분을 대놓고 자랑하지 않으면 그가 행정학교에 와 있는 것을 알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백 명이 다니는 학교이니 숨길 수 있어 보였다.
설사 들킨다고 해도 왕실에서 운영하는 행정아카데미에서 일을 벌이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을 벌이면 그 때는 받아치면 그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이먼은 행정아카데미에 갈 결심을 하자 크라인을 만나서 상의하기로 했다. 아카데미에 다닐 학비는 전에 벌어놓은 돈이 있어 충분했다. 매년 등록금과 생활비로 15골드 이상의 돈이 필요했지만 그의 수중에는 60골드 이상이 있으니 2년간의 학비로 충분했다. 정 돈이 필요하면 보관하고 있는 많은 양의 트롤의 피라도 은밀하게 팔아서 마련하면 되었다.
사이먼은 크라인이 퇴근을 하는 길목에서 몰래 만났다. 사전에 주변에 지켜보는 사람이 없는지 살핀 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타났다.
사이먼이 난데없이 행정아카데미에 간다고 하자 크라인은 어이없는 표정이 되었지만 식견을 기르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말에 수긍을 했다. 자신도 기사가 된 이후에 행정에 대해 알지 못하는 탓에 곤란한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벽에 부딪치자 검술만이 아닌 다른 것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그러나 이미 늦은 감이 있고 하는 일이 있기에 마음만 있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사이먼이 수련을 그만두고 나오는 것을 보면 충분히 성과를 거둔 것도 같았다. 왕도 사비올라에 가는 것이 불안하지만 오히려 그곳에 있으면 적들이 손을 쓰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알았다. 한 번 내가 알아보도록 하마. 내가 알기에 내년 초에 입학을 하는데 그 전에 입학시험이 있다고 들었다. 원서접수가 가을에 있다고 알고 있는데 응시가 가능할지 모르겠다.”
“왕실직영지의 경우에는 직할영지관리청에 접수를 하는 것으로 압니다. 세리카나 지역은 세로스에 있습니다. 번거롭지만 아버지가 직접 방문하여 접수해야 합니다. 더 수련을 하고 싶지만 이제 한계에 직면한 것 같습니다.”
사이먼은 자신이 벽을 돌파한 것에 대하여는 말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실력은 이제 마스터급이 아니라면 엑스퍼트로 볼 수 없을 정도로 기세를 줄일 수가 있었다.
“학비야 네가 가진 돈이 있을 것이니 문제가 아니지만 수도에 가면 문제가 없을지 걱정이구나.”
크라인도 그 부분을 걱정했다. 어쨌든 적절한 대책이 있는지 확인을 하고 싶었다.
“조용히 행정아카데미에 틀어박혀 보낼까 합니다. 한 2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행정관을 할 것이 아니니 적당히 중간 정도의 성적을 낸다면 크게 주목받지 않을 것입니다. 나머지 시간에는 도서관에서 책이나 읽을 생각입니다.”
“하긴 이름만 가지고 네 신분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불필요한 분쟁은 피하도록 해라.”
사이먼의 요청을 받은 크라인은 바로 행정아카데미에 입학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고 세로스의 직할영지관리청에 입학시험에 응시하기 위한 서류를 갖춰서 제출을 했다.
사이먼이 1~2년 정도 늦은 편이지만 20세까지 입학이 가능했다. 응시생의 신분으로 구입할 수 있는 각종 교재도 구입을 했고 참고서적도 구입을 했다. 이 모든 작업은 사이먼이 하는 것이 아니라 기사인 크라인이 직접 접수해야 했다. 응시자의 신분을 확실히 하기 위한 조치였다.
통칭 신전이라 칭해지는 크로이엘 교단의 에카테리나 대교구의 교구장인 알 리시온 추기경은 태양의 마탑에서 전해온 소식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세리카나 지역의 북부에 위치한 데마린 산맥의 중심에서 일어난 변고는 그냥 간과하기에는 심상치 않은 일이었다. 그렇다고 하여 조사를 하기에도 적당하지 않았다. 그곳이 워낙 험준한 산맥 안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곳에 가는 자체가 쉽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에카테리나 왕국의 이단심판관들을 관장하는 ‘빛의 성기사단’의 수장인 포트란이 보고를 마치고 결정을 재촉했다. 그렇게 말하는 포트란의 얼굴에도 곤혹스러운 기색이 어렸다. 그렇기에 그저 어떤 의견을 말하지 않고 처분을 기다리는 어조로 말을 했다.
“그곳에 가려면 어지간한 전력으로는 불가능할 것인데 어느 정도의 인원이 필요한가?”
“대략 100명의 성기사들을 동원해야 합니다. 왕국에 나와 있는 절반의 전력입니다. 많은 수를 동원하는 것은 가는 동안 몬스터를 모조리 물리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용병들을 정예로 200명은 동원할 경우에나 가능합니다. 그래도 사실 불안합니다. 거기에 흑마법사들이 있다면 그 정도 전력으로도 감당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포트란의 말에 알 리시온의 얼굴에 곤혹스러움이 가득했다. 더구나 최근에 왕립 마탑과도 사이가 그리 좋지가 못했다.
왕실의 산하기관이나 마찬가지인 왕립 마탑은 왕실과 사이가 벌어지자 중립을 유지하는 것 같으면서도 철저하게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태양의 마탑에서 인원을 지원받아도 고작 5서클 마법사 몇이 전부였다. 그곳을 다녀온 세르디안 같은 고위급 마법사가 나설 리가 없었다.
“단장과 특무대장 둘이 은밀히 신속하게 다녀오는 것은 불가능한가?”
성기사 중에 마스터급은 오직 둘 뿐이었다. 그 둘이라면 어떻게든 조사가 가능할 것도 같았다. 굳이 몬스터를 다 처리하지 않고 은밀히 다녀오면 될 것도 같았다.
“하지만 그곳에 이단자들이 도사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포트란의 말에 알 리시온 추기경은 태양의 마탑의 고약한 심보를 알 것도 같았다. 탑주인 피케라는 그간 마지못해 신전에 끌려 다닌 것을 이런 식으로 돌려준 것이다. 협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골탕을 먹이기 위해 통보한 것이다.
흑마법사가 마탑에 원한을 가지고 있지만 신전에 대한 원한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동안 마탑도 흑마법사와의 전쟁에 나서기도 했지만 마지못해 신전에 동조한 것에 불과할 수 있었다. 반면 신전은 주도적으로 움직였고 흑마법사를 토벌하는데 항상 적극적이었다.
7서클의 대마법사가 나타난 상황에서 확실하게 잡을 자신이 없다면 자신들의 정체만 드러날 것이기에 공격하지 않겠지만 도망칠 수단이 없는 마스터급 성기사가 나타나면 그냥 둘 리가 없었다. 태양의 마탑에서 조사할 때에 문제가 없다고 신전에서 조사할 때 무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왕실이나 귀족, 마탑의 지원이 없다면 신전 혼자 흑마법사와 싸우는 것은 사실 불가능했다. 그러니 막상 흑마법사의 행적으로 보이는 일이 나타났어도 선뜻 대응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여기서 그냥 두었다가는 어떤 일이 생길지 몰랐다. 마신이 되려는 흑마법사가 강한 몬스터를 사냥한 이유는 대충 짐작이 되었다.
그렇게 강한 몬스터라면 마정석이나 사체가 대단할 것이고 그것으로 흑마법을 전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몬스터웨이브를 일으킬 수도 있고 각종 언데드 마법을 전개하여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흑마법사가 그 사체나 마정석으로 경지를 올려 세상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그런 강한 몬스터의 사체나 마정석은 8서클의 흑마법사의 경지를 올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일단 그 정도 규모로 조사단을 꾸리도록 합니다. 사비올라와 세로스에서 B급 이상으로 용병을 고용하여 이동을 합니다. 쉽지 않겠지만 원정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스터급 몬스터를 이용하여 흑마법사가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그것을 추적하여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들이 하려는 일이 마무리 되어 일이 터진 이후에 대처를 하려고 하면 얼마나 큰 희생을 치러야 할지 몰랐다. 흑마법사의 1차적인 목표는 신전일 것이 분명했다.
신전의 출정계획이 발표되자 조용하던 에카테리나 왕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더구나 데마린 산맥의 주인으로 알려진 세 마리의 마스터급 몬스터는 그동안 소문으로 널리 알려진 상황이었다. 그것들이 사냥을 당해 사라진 사실이 알려졌다. 그런 강한 몬스터를 흑마법사들이 사냥했을 가능성이 알려지자 이후에 벌어질 일을 걱정하는 자들이 많았다.
“내가 말한 내용은 한 치의 거짓도 없습니다, 탑주님.”
세르디안은 왕립마탑의 바로나 탑주에게 항변을 하듯이 재차 확인을 했다.
“나도 세르디안 마도사의 말을 믿습니다. 그러나 만일에 거짓이라면 그 후에 벌어질 혼란은 적지 않을 것입니다. 신전과 마탑의 관계도 이상하게 변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재차 확인을 하는 것입니다. 한데 흑마법의 증거는 발견이 되었습니까?”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흔적이라고는 몬스터가 저항하거나 공격하면서 남긴 것이 전부였습니다. 마나의 흔적은 이미 시간이 흘러 다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사람의 흔적은 대부분 사라졌고 검흔 몇 개와 발자국 몇 개가 전부인데 그 사이에 눈이 내리거나 녹아서 대부 분 지워진 상황입니다. 눈이 녹았다 다시 쌓이면 그 흔적들은 모조리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세르디안의 말에 바로나 탑주는 그저 고개를 저었다.
“이제 풍파가 일었고 이후에 벌어질 일을 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만일에 진짜로 흑마법사가 관여한 일이라면 아무리 신전과 거리를 두더라도 같이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닙니까?”
케피라 탑주의 말에 바로나 탑주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나 바로 표정을 고쳤다. 왕실과 신전의 관계가 냉랭한 상황이라 왕립마탑이 같이 보조를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다.
(끝)